김기식 내가꿈꾸는나라 공동준비위원장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
남윤인순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강보향 민주통합시민행동 서울 공동대표
지난 11월 1일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혁신과통합’ 출범식. ⓒphoto 연합뉴스
지난 11월 1일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혁신과통합’ 출범식. ⓒphoto 연합뉴스

야권통합 추진모임인 ‘혁신과통합’의 이용선 상임대표에게 얼마 전 전화를 하자 이 대표는 “어느 쪽 일로 전화를 했느냐”고 물었다. 이 대표는 ‘혁신과통합’ 6명의 상임대표 중 한 명이자, 대북지원 시민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대표이면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를 맡았었다.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박영선 의원(민주당)과 박원순 당시 시민단체 후보의 단일화 때 공동경선관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어느 쪽 일로’라는 질문은 이용선 대표가 여러 일을 동시에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혁신과통합은 정치조직이다. 전국 지역별로 모임을 만들어 발족식을 하는 한편, 야권통합을 통해 2012년 정권교체를 추구한다. 전국 100만명의 회원과 회비 납부 회원 1만명의 조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혁신과 통합을 이끄는 세력은 주로 범야권의 정계 인사들과 시민사회 단체 관계자들이다.

야권의 맏형인 민주당 소속 의원 중 일부는 혁신과통합이 주장하는 통합 방식에 대해 “도로 열린우리당으로 가자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혁신과통합이 결국은 친노(親盧) 조직 아니냐는 것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이는 지난 8월 17일 혁신과통합이 국회에서 제안자 모임을 가졌을 때 전면에 나섰던 인물 중 상당수가 ‘노무현 사람’이었다는 데서 기인한다.

노무현재단 회원 20만명 돌파

현재 혁신과통합의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6명 중 이용선 대표와 남윤인순 ‘내가꿈꾸는나라’ 공동준비위원장을 제외하면 이해찬 전 국무총리,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두관 경상남도 지사,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는 모두가 친노 인사들이다. 혁신과 통합의 한 관계자는 “혁신과통합은 친노와 시민단체가 양분하고 있다”며 “우리를 친노 조직으로만 보는 것은 우리가 주장하는 통합 방식을 ‘지분 쪼개기’ 등으로 오해하고 통합 정신을 폄하하려는 일부 세력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친노 세력과 함께 혁신과통합을 양분하고 있는 시민단체는 크게 노무현재단, 시민주권, 내가꿈꾸는나라, 국민의명령으로 분류할 수 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해찬 시민주권 상임대표, 김기식 내가꿈꾸는나라 공동준비위원장,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가 혁신과통합을 대표하며 전면에 나서고 있다. 혁신과통합의 실제 운영도 결국 이 네 단체의 인사들을 중심으로 꾸려지고 있다.

노무현재단은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하며 이사장직을 내놓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이어 문재인 이사장이 현재까지 재단을 이끌어오는 동안 회원수 20만명을 돌파했고 정기 후원금을 내는 회원만도 3만명이 넘는다. 매달 수억원씩 지난해만 43억원이 모였다. 지난해 10월 부산 지역위원회, 올 4월 광주 지역위원회, 지난 11월 2일 전북 지역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조직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100만명이 모여 내년 총·대선 승리를 위한 민란(民亂)을 꿈꾼다’는 국민의명령은 영화배우 출신 문성근씨가 이끌고 있다. 현재 18만여명이 가입했고 유료회원도 7000명이 넘는다. 차기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 중인 김부겸 의원(민주당)도 지지자 700여명과 함께 지난 8월 국민의명령에 가입했다. 혁신과통합 관계자는 “결국 노무현재단 회원이나 국민의명령 회원은 잠재적으로 혁신과통합에 동참하는 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과통합’ 유료회원 현재 2138명

시민주권은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대표를 맡고 있다. 시민주권은 노무현 대통령의 가치를 계승하고 노 대통령 추모사업과 생활참여 시민정치운동을 위해 2009년 10월 발족했다. 한명숙 전 총리가 공동대표를 맡았지만 노무현재단 이사장직을 수락하면서 대표를 사퇴했다.

내가꿈꾸는나라는 지난해 6·2 지방선거 이후 시민운동 차원의 정치적 역할을 구체적으로 모색해 본다는 취지에서 지난해 7월부터 시민정치조직 준비모임을 갖고 있다. 김기식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남윤인순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가 공동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다.

혁신과통합에 매달 정기적으로 돈을 내는 회원은 10월 26일 현재 2138명이다. 이들은 일반 참여회원과 달리 추진위원이라는 이름으로 구분되며 매달 최하 5만원 이상씩을 혁신과통합에 내고 있다. 단순 계산하면 한 달에 최소 1억원 이상씩이 모인다. 혁신과통합은 이같은 추진위원 1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 역시 시장출마 선언을 한 직후인 지난 9월 25일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의 모친 빈소에 들러 국민의명령 회원과 혁신과통합 추진위원 가입원서를 쓰고 돌아갔다. 혁신과통합은 11월 들어서만 2일 경기 북부, 3일 울산, 5일 경기 동부에서 지역 차원의 발족식을 수십~수백 명을 모아놓고 했다.

추진위원들이 내는 회비는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 명의의 계좌로 납부하게 돼 있다. 혁신과통합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의 극동빌딩 907호에, 국민의명령은 906호, 시민주권은 704호에 입주해 있다. 혁신과통합 관계자는 임대료가 싼 곳을 찾다 보니 같은 빌딩에 모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상임대표 6명·공동대표 9명

돈과 조직이 있는 혁신과통합은 분과별로 위원회를 두는 등 정당 조직과 상당히 흡사하게 돌아가고 있다. 6명의 상임대표 외에 9명의 공동대표를 두고 있다. 여기에는 김기식 내가꿈꾸는나라 공동준비위원장,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를 비롯해 강보향 민주통합시민행동 서울공동대표, 박인배 전 민예총 사무총장, 조현옥 살~림정치여성행동2012준비위원과 종교계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혁신과통합 사무처 산하의 분과별 위원회는 기획·정책·조직·홍보·시민참여·온라인운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11월 1일 국회에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한 초청강연에서 “제3 창당은 없다. 신당 창당은 결국 야권의 분열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혁신과통합이 결국은 정당을 만들기 위한 사전 조직 아니냐는 세간의 해석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기획위원장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측근인 정윤재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이 맡고 있다. 정책위원장은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다. 홍 교수는 경제정의실천연합의 재벌개혁위원장이기도 하며, 지난 7월 민주당이 헌법 119조 2항이 뜻하는 경제민주화를 실현한다는 차원에서 만든 ‘119특위’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동조직위원장은 정효진 국민의명령 조직위원장, 한대희 시민주권 연대소통위원장 등이다.

홍보위원장은 김두수 국민의명령 사무총장이다. 사회디자인연구소 상임이사를 맡고 있기도 한 김두수씨는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친동생이다. 형제가 모두 범야권에 있으면서 혁신과통합에도 함께 몸담고 있다. 시민참여위원장은 천준호 내가꿈꾸는나라 기획위원장이 맡았다. 천준호 위원장은 박원순 시장 후보캠프에서 팬클럽 ‘원순씨와 함께 꿈꾸는 서울’을 이끌며 현장에서 박 시장의 유세를 지원하기도 했다. 공식 대변인은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전 사무처장이 맡았다. 내가꿈꾸는나라에서도 위원으로 활동 중인 민만기 대변인은 박원순 시장 후보 캠프의 정책자문단으로도 활동했다. 이들 분과위원회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국장을 지낸 최민희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이다. 최민희 사무총장은 문성근씨가 이끄는 국민의명령 대외협력위원장이기도 하다. 사무처장은 이해찬 전 총리의 측근인 오종식 시민주권 정치기획실장이 맡고 있다.

각계 인사 305명 모임 명단에

상임운영위원으로 문재인 이사장의 측근인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을 비롯해 이호철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 홍순우 경남지사 정무특보, 박용진 전 진보신당 부대표, 황인성 시민주권 공동대표, 김혜애 녹색교육센터 소장, 서지영 국민의명령 윤리위원장, 양춘승 7080연대 대표, 이병호 통일농수산사업단 상임이사,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가 있다. 이밖에 운영위원으로는 신동우 주거연합 정책위원장, 오한숙희 내가꿈꾸는나라 운영위원, 이범재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대표, 최선희 전 평화를여는여성회 사무처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8월 국회에서 열린 혁신과통합 제안자 모임에 이름을 올린 각계 인사는 305명이다. 여기에는 박원순 시장 후보캠프에서 멘토단으로 활동한 금태섭 변호사와 화가 임옥상씨, 이창동 전 문화부 장관을 비롯해 박 시장을 수행한 김민영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 박 시장의 ‘희망서울 정책자문단’ 멤버인 김수현 세종대 교수도 포함돼 있다. 이밖에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이치범 전 환경부 장관, 허성관 전 해양수산부 장관, 이기명 전 노무현대통령후원회장, 김성재 김대중도서관장, 영화감독 여균동씨 등도 혁신과통합의 제안자 모임에 이름을 올렸다.

박국희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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