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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202호] 2012.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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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총선/대선]NL핵심서 전향한 운동권 출신 탈북자 만난 후 ‘북한 고발자’로

화제의 당선자 새누리당 하태경 - 부산 해운대구 기장을

정장열  차장 

photo 연합뉴스
1999년 중국 창춘(長春)에 있는 지린대학 유학생 하태경은 밤마다 창춘역에 가서 서성거렸다. ‘탈북자들이 기차역에서 많이 잔다’는 말을 듣고 탈북자들을 만나기 위해 무작정 밤거리를 헤매고 다녔다. 그러기를 몇 달째. 하태경은 한 햄버거 가게에서 난생 처음 탈북자를 만났다. 허름한 옷차림의 키 작은 남자들을 보고 ‘느낌’이 와서 “어디서 왔느냐?”고 묻자 “북조선에서 왔다”는 우리말이 돌아왔다. 하태경은 이 탈북자들을 찻집으로 데려가 ‘배가 고파’ 국경수비대에서 탈영한 이야기를 들은 후 신원진술서를 받아들고 헤어졌다. “한국에 가서 후원금을 모금해 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그가 수백 명의 탈북자들과 인터뷰를 하며 북한 내부의 소식을 바깥세상으로 알리는 ‘고발자’로 나서는 첫걸음이었다.
   
   이번 총선에서 부산 해운대구 기장을에 출마해 44.9%의 득표율로 당선된 새누리당 하태경(44) 당선자는 ‘북한인권운동가’다. 그가 2005년부터 운영해온 열린북한방송은 북한의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소식을 외부에 알리고 외부의 소식을 북한에 전하는 ‘통로’ 역할을 해 왔다. 미국의 민주주의진흥재단(NED), 국경없는기자회(RSF)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열린북한방송을 운영해온 그는 그동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00만명이 넘는 북한사람들이 열린북한방송의 단파 방송을 듣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다세대주택 2층에 있는 열린북한방송 사무실은 세계적 언론매체들이 주목하는 곳이기도 하다. 미국의 뉴욕타임스와 블룸버그통신, 영국의 BBC가 이 사무실에 들러 한국의 주류 언론까지 보도를 인용하는 작은 통신사를 취재해 갔다.
   
   
   “나는 비(非)주사NL이었다”
   
   하태경 당선자는 지난 1월 총선 출사표를 던지면서도 ‘북한 인권’을 정치권 진출의 변으로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북한인권운동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북한 인권법’조차 통과시키지 못하는 국회를 보면서 무력함을 느꼈다”고 말했었다.
   
   그가 총선 출마를 하면서 내건 또 하나의 명분은 ‘종북세력 청산’이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도 그는 통합진보당에 “과거 북한과 연결된 지하조직원으로 활동하신 분이 5명 있다”며 “선거가 끝나면 그런 활동을 하신 분들이 지금은 어떤 생각이신지 공개적으로 질의할 생각”이라고 말해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종북세력 청산을 주장하며 서슴없이 진보진영을 비판을 할 수 있는 것은 과거 스스로가 종북세력의 일원이었기 때문이다. 부산 출생으로 부산 브니엘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1986년 노벨 물리학상을 꿈꾸며 서울대 물리학과에 진학했지만 김세진 서울대 자연대 학생회장의 분신자살 등을 겪으며 골수 운동권이 된다.
   
   그는 ‘민주주의는 국경이 없다’ 등의 저서에서 자신이 비(非)주사NL이었다고 주장했다. 북한과 궤를 같이해 NL(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혁명이론을 신봉했지만 주체사상의 핵심인 ‘수령관’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1989년 5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감돼 서울 영등포구치소에서 5개월을 살고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후 그는 서울대 범NL그룹의 구심체가 된 조국통일위원회를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등 핵심 운동권으로 활동했다. 당시 주사파가 장악한 서울대 총여학생회 회장이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였다. 하태경 당선자는 저서 ‘민주주의는 국경이 없다’에 “이정희는 그때 굉장히 착하고 차분한 학생이었다. 선배들의 말을 잘 듣던 모범적인 학생운동가였다”고 썼다.
   
   
   “주사파가 문익환 목사 버렸다”
   
   그는 1991년 학생운동권의 최대 조직으로 부상한 전대협 조국통일위원회에서 활동하다 ‘박성희 성승용 밀입북 사건’에 연루돼 두 번째 구속을 당한다. 안기부 조사를 받고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그는 감옥에서 2년 가까이 생활하면서 점차 사회주의에 대한 환상을 버리게 된다. 안기부 조사를 받으며 사회주의 종주국이 무너진 사실을 전해들은 그가 국내 종북세력과 결정적으로 결별하게 된 것은 출감 후 문익환 목사와 함께 활동을 하면서였다. 문익환 목사가 주도하던 ‘통일맞이’라는 단체에서 일하던 그는 북한과, 북한을 추종하던 주사파가 어떻게 문 목사를 버리는지를 옆에서 지켜봤다고 한다. 당시 문 목사는 대중단체로 한계가 뚜렷한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을 해체하고 새로운 통일조직을 만들려는 구상을 갖고 있었고 북한은 이에 반대했었다. 당시 북한은 “문 목사의 노선을 거부하라”는 지령과 함께 범민련 남측본부 백인준 의장 명의로 “문익환 목사는 안기부의 프락치”라는 팩스를 보냈고, 주사파들은 이 팩스를 전국에 전파했다. “결국 문 목사는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돌아가시고 말았다. 문 목사의 죽음은 내가 주사파와 갈라진 계기가 되었다. 논리를 떠나서 정서적으로 도저히 그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내 입에서는 저절로 ‘북한 놈들, 나쁜 놈들’이라는 욕이 터져나왔다.”
   
   이후 통일운동에서 손을 뗀 그는 부산에서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며 한때 부산지역 통번역협회장까지 지낼 만큼 학원강사로 성공했지만 다시 ‘북한’으로 회귀한다. 학원강사 생활을 접고 공부를 더 해보고 싶어 고려대 국제대학원에 입학해 미국 유학을 준비하던 중 ‘탈북자들을 만나 북한의 실상을 접할 수 있다’는 주위의 말에 끌려 중국 유학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결국 그는 중국에서 탈북자 수백 명을 만나 인터뷰를 할 기회를 갖게 되고 이 과정에서 ‘탈북자는 우리 시대의 전태일’이라는 인식을 다지며 북한 정권에 대한 적개심을 키우게 된다. 그는 저서 ‘민주주의는 국경이 없다’에서 이렇게 썼다. ‘중국에서 수백 명의 탈북자들을 인터뷰하면서 학생운동 이후 처음으로 뭔가 내 인생을 걸고 어떤 가치를 위해 몸을 던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중략) 나는 김정일이야말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악마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학생운동 시절 광주항쟁의 희생자들을 보며 솟구쳤던 분노 그 이상의 것이었다.’
   
   
   “열린북한방송, 후배에 물려줄 것”
   
   그는 지린대학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열린북한방송을 설립하기 전까지 3년6개월간 SK텔레콤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쌍둥이 아버지가 돼 돈을 벌어야 한다는 현실적 이유 때문이었는데, 당시 북한 사업 진출을 준비하는 SK그룹 최재원 부사장은 노무현 정권에서 주목받던 386 운동권 출신에다 북한을 잘 아는 그를 채용했다. SK텔레콤 동북아협력팀 과장으로 일하며 대북사업을 추진하던 그는 2003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구속되면서 신규사업 중지 방침이 떨어지자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인 탈북자 지원과 북한 인권운동에 뛰어들었다.
   
   하태경 당선자는 지난 4월 12일 주간조선과의 전화 통화에서 국회의원으로서의 포부에 대한 질문을 받자 “당장은 북한 인권 관련 법안보다는 정권 재창출이 중요하지 않겠느냐. 뿌리가 약한 보수세력을 전국적 풀뿌리 조직으로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별로 주민참여형 개발을 앞세워 보수세력을 강화하는 일을 하겠다”고 했다. 하 당선자는 “열린북한방송은 후배들에게 물려줄 것”이라며 “이번에 영향력이 커진 종북세력들 중 국회에 진출한 사람들은 공인이 됐으니까 북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선거기간 자신을 공격한 소재가 됐던 ‘독도 망언’과 관련해서는 “동문들끼리 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정제되지 않은 글을 악용해 상대방이 나를 공격했다”며 “국제사회에서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것을 아는 나라들이 많지 않은 현실에서 우리가 대응전략을 잘 짜야 한다는 취지의 글이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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