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5일 오전 토막 난 시신 일부가 발견된 경기도 수원 팔달산 등산로에서 경찰들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photo 뉴스1
지난 12월 5일 오전 토막 난 시신 일부가 발견된 경기도 수원 팔달산 등산로에서 경찰들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photo 뉴스1

지난 12월 4일 경기 수원시 팔달산 등산로에서 발견된 장기 없는 토막시신 사건은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다. 이를 두고 대부분의 미디어에서 ‘장기 밀매’ ‘인육 캡슐’ 등의 목적으로 토막살해를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성 기사를 내보냈다. 사체부검 결과 가슴과 등 부분의 살점이 인위적으로 적출된 흔적이 발견됐다. 이로 인해 2012년 수원 팔달구에서 있었던 ‘오원춘 토막살인사건’을 연상시켰다. 사건을 담당 중인 수원 서부경찰서는 피해자가 사춘기가 지난 여성이며 혈액형이 A형이라는 부검결과와 범인이 계약을 했던 월세방 주인의 제보로 조선족 박춘봉(56)씨를 검거했다. 이번 토막시신 사건은 시체의 훼손 상태가 심해 신분 확인이 어려웠다. 때문에 시체의 주인은 최근 발생하고 있는 실종자 중 한 명일 것이라는 것이 경찰청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피해자의 신원은 지난 12일 중국 국적의 조선족 김모(48·여)씨로 밝혀졌다.

지난 12월 17일 경기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 피의자 박춘봉이 피해자를 살해한 수원 팔달구 매교동 전 주거지에서 현장검증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photo 조선일보DB
지난 12월 17일 경기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 피의자 박춘봉이 피해자를 살해한 수원 팔달구 매교동 전 주거지에서 현장검증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photo 조선일보DB

최근 반복되는 엽기적인 살인사건으로 주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수원시 권선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조은파씨는 주간조선에 “안 그래도 외진 곳이 많아 불안한데 뉴스를 보니 밤길이 더욱 불안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원시 주민 황씨는 “4년 전에는 우리 아파트 앞에 사는 중학생 여자아이가 집과 불과 5분 거리인 버스 정류장에서 부모와 통화하던 중 실종됐었다”며 “토막시신 사건에 지역주민들이 상당히 심란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귀가자로 판명된 실종자 수치가 올해만 7000명을 넘겼다. 이런 실종자 중 지적장애인과 치매환자처럼 특수한 이유로 실종되는 실종자 수는 과거와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18세 미만 아동·청소년과 18세 이상 65세 미만 성인 등 비장애인 일반인 실종자 수가 크게 증가했다. 2009년 이전의 경우 국내 실종자 중 다수가 치매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서 발생했다면 최근 몇 년은 실종자가 18세 미만 아동·청소년과 65세 미만 성인층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수치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실종자 중 다수가 자유 의지가 아닌 외부의 강압적 요인에 의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경찰청(청장 강신명)이 주간조선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약 18세 미만 아동 실종신고 2만5000여건 중 미발견자는 연간 15~35명 선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2년부터 미발견자 수가 갑절로 증가했다. 2012년 실종신고는 2만7295건으로 준 반면 미발견 아동의 수가 143명으로 2011년에 비해 네 배 이상 증가했다. 2013년에 와서는 실종신고가 2만3089건으로 더 감소했다. 하지만 미발견 아동 수는 203명으로 증가했다. 올해 실종신고는 여기서 더 감소한 2만281건. 반면 미발견 아동 수는 449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성인 실종자 수 또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실종신고 후 미귀가 처리된 65세 미만 성인의 경우는 그 증가세가 더욱 뚜렷하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2년 동안 접수된 약 4만건의 실종신고 중 발견되지 않은 수가 약 2900명이었다. 하지만 2011년부터 연간 실종자 수가 3739명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2년은 4만6412건의 실종신고 중 무려 4392명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다. 2013년은 실종자 수가 8880명으로 2012년보다 두 배나 증가했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6년간 행방불명된 실종자 수만 총 3만명에 이른다. 실종자의 위치 파악이 5년 이상 안 되면 사실상 사망으로 간주하고 수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아동계 김종찬 경사의 말에 따르면 5년이 지나면 실종자 자료 또한 삭제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은 실종자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증가한다.

미국에서는 앰버경보 발동 즉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종 발생지역 주민들이 실종 아동과 납치용의자의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앰버경보 발동 즉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종 발생지역 주민들이 실종 아동과 납치용의자의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실종자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은 미흡한 상황이다. 현재 경찰의 직접 수사 이외에 실종자를 찾을 수 있는 경보시스템은 ‘앰버경보시스템(Amber Alert System)’이 유일하다. 앰버경보시스템은 실종되거나 유괴되는 아동들과 치매노인, 지적장애인과 같은 취약계층을 빨리 찾기 위해 2007년에 도입됐다. 앰버경보(Amber Alert)는 1996년 미국 텍사스에서 납치·살해된 여자 어린이 앰버 해거먼(Amber Hagerman)의 이름을 따 도입된 제도다. 이 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미국은 실종·유괴가 의심되는 18세 미만 아동이 발생하면 각종 미디어 매체(공중파 TV, 인터넷 포털, 신문, 전자신문, 광고, SNS, 스마트폰 앱)를 통해 신상 정보를 신속하게 전파한다. 이는 18세 미만 아동 실종자의 조기 발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앰버경보가 발동되면 경찰청과 협약을 맺은 62개 기관, 언론사의 홈페이지나 전광판 등을 통해 실종자의 신상이 배포된다. 국내에서도 앰버경보시스템 도입 이후 수치상으로 치매노인과 지적장애인 실종자 수는 이전보다 크게 줄었다. 하지만 아동 실종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앰버경보시스템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앰버경보시스템은 일반인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전국의 지방경찰청에 확인해 본 결과 실종자 관련 담당자가 아닌 경우에는 해당 부서 경찰조차도 앰버경보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주간조선이 입수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4년 현재까지 6년간 앰버경보를 발동한 횟수는 총 510회다. 연간 평균 85회 발동한 셈이다. 하지만 지난 11월 말 기준 올해 18세 미만 아동 실종 접수 건수만 약 2000건에 달한다. 이 중 미발견 아동이 449명임을 감안하면 앰버경보 발동이 상당히 적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최숙희 계장은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언론에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꺼린다”며 “앰버경보시스템을 사용하고자 하는 희망자의 수가 근본적으로 적다”고 설명했다. 같은 부서의 경보 관련 전산시스템 담당 이주영 경사는 앰버경보와 협력체계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62개의 기관, 언론사들과 협약을 맺은 건 사실이지만 경찰청이 협력 업체에 일방적인 앰버경보 발동을 요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 가출이나 착오에 의한 실종신고가 많은 반면 수사 인력은 부족하기 때문에 실종사건의 경중을 먼저 파악해 사건의 우선순위를 파악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는 실종 신고자 휴대폰 GPS를 통한 위치 파악이나 가출전력 유무 확인, 실종자 주변 인물로부터의 정황 정보 수집 등 여러 가지 절차가 포함된다.

우선 파출소에 앰버경보 요청이 접수되면 수집된 정황 정보를 토대로 문서 형태의 보고서가 경찰서로 전달된다. 경찰서는 다시 지방경찰청으로 보고서를 팩스나 이메일로 보낸다. 지방경찰청에 보고서가 접수되면 관련 부서에서 앰버경보 발동에 대한 심사를 거쳐 발동 여부를 결정한다. 문제는 이런 단계를 거치다 보면 자칫 유괴로 판단되는 아동이 생존할 확률, 즉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치매나 지적장애가 없는 성인의 경우는 앰버경보시스템의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다. 또한 일반 성인의 경우 취약층이 아니라는 이유로 실종신고 후 48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미귀가자로 분류된다. 실제 납치된 상태라고 해도 48시간이 지나야 수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수사가 뒷북을 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

미국 법무부 산하의 앰버경보팀 서비스 담당자 캘리 탭은 주간조선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미국의 경우 18세 미만 아동의 실종신고는 지역 파출소의 판단하에 앰버경보를 발동할 수 있게끔 돼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통상적으로 아동 실종신고의 경우 접수와 동시에 수시간 내로 앰버경보가 발동한다고 한다. 또한 그는 “일반 언론사나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을 통한 시민들의 앰버경보시스템의 홍보 및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며 “현재 앰버경보 페이스북 사이트(https://www.facebook.com/AMBERalert)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20만명을 넘겼다”고 말했다. 캘리 탭은 “개인도 앰버경보 앱이나 SNS 계정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실종자 현황을 받아 볼 수 있어 실종아동에 대한 감시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아동뿐 아니라 각 주마다 대학생 실종자를 대상으로 하는 민간 경보시스템도 별도로 운영된다.

캘리포니아주 도로 전광판에 앰버경보가 뜬 모습.
캘리포니아주 도로 전광판에 앰버경보가 뜬 모습.

이런 시스템을 활용한 미국은 2002년부터 최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유괴·실종 사건 중 711명의 아동을 찾거나 구조하는 성과를 이뤘다. 이는 유괴 납치에 해당하는 실종 케이스만 놓고 봤을 때 90%에 달하는 구조율이라는 것이 캘리 탭의 설명이다. 그는 “앰버경보시스템이 발동된 후 각종 언론과 인터넷에 자신이 납치한 아이의 정보가 뜨면 압박을 못 이겨 자진해서 아이를 놓아주는 납치범도 상당수 존재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앰버경보시스템의 현황을 알 수 있는 구체적 자료조차 없는 상황이다. 앞서 인용된 최숙희 계장의 말에 따르면 “앰버경보 발동에 걸린 시간 등과 같은 경찰청 측 공식 자료는 없다”고 말했다. 최숙희 계장은 “현재로선 실종자 접수를 할 때 앰버경보 발동 요청도 신속하게 하는 것이 최선책”이라면서 “실종자의 사진과 구체적 인상착의, 평소의 동선을 미리 작성해 오면 빠른 수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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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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