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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인의 이야기가 있는 풍경] 건축가들의 순례지, 판테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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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354호] 2015.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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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인의 이야기가 있는 풍경]건축가들의 순례지, 판테온

박종인  조선일보 여행전문기자 

마르쿠스 비프사니우스 아그리파(Marcus Vipsanius Agrippa·BC 62~BC 12)는 카이사르와 동시대를 산 로마 장군이었다. 훗날 황제가 된 아우구스투스와 친했다. 악티움해전에서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연합군을 물리치고 아우구스투스의 사위가 되었다. 한국 미술학도가 즐겨 데생 모델로 삼는 조각상 가운데 아그리파상이 그의 것이다. 정치에만 능한 게 아니라 예술에도 능했다. 수도, 목욕탕을 건설하고 로마제국을 측량해 지리서를 저술했다.
   
   기원전 27년 그가 만든 판테온(Pantheon)은 지금 건축가들 사이에 단골 순례지다. 판테온은 만신전(萬神殿)이라는 뜻이다. 기독교가 전파되기 전 로마는 다신교를 믿었다. 그 신들을 모신 신전이었다. 그리스어로 ‘모든(pan)’과 ‘신(theon)’을 합친 말이다. 아그리파가 만든 건물은 화재로 전소됐다가 재건됐다. 재건축은 서기 118년 시작해 128년에 끝났다. 건축가들의 순례지가 된 이유는 하나다. 불가능한 건물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높이 43.2m에 벽 두께는 6.2m. 천장은 거대한 돔으로 이뤄졌다. 돔 한가운데에는 지름 9m짜리 구멍이 뚫려 있다. 실내 지름도 43.2m이니, 지하까지 가상도면을 그리면 지름 43.2m짜리 거대한 구(球)가 나온다. 천장 구멍에서 내려오는 빛은 태양 각도에 따라 벽에 장식돼 있는 신전 7개를 비춘다. 주피터(제우스), 아폴로(아폴론), 비너스(아프로디테) 같은 신이 그 신전의 주인들이다. 건물 외곽 입구는 12.5m짜리 기둥 8개가 받치고 있다. 건물 바깥은 일절 장식이 없이 단순하다. 기둥과 원, 구(球)의 비례는 좁다면 좁은 실내를 진짜 신화의 무대처럼 광활하게 보이게 만든다. 피렌체 두오모성당의 돔은 이탈리아 건축가 브루넬레스키가 판테온 돔 건축 방식에 따라 만든 것이다. 만신전은 서기 609년 교황 보나파시오4세의 칙령으로 가톨릭 성당으로 개축됐다. 입구 맞은편은 그 성당 제단이 자리했다. 판테온의 미학과 경이에 홀린 화가 라파엘로는 자기가 죽으면 판테온에 묻어달라고 했다. 명장은 소원대로 만신들 사이에 영광스럽게 잠들어 있다.(사진 왼쪽 조각상 아래)
   
   “정복된 그리스는 야만적인 승리자를 정복했다.”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BC 65~AD 8)가 남긴 말이다. 로마는 그리스 신들을 차용해 자기네 신으로 수용했다. 그리스의 인문주의를 받아들여 새로운 문화를 창조했다. 그게 흘러넘쳐, 절대왕정시대 프랑스 루이15세가 파리를 재설계할 때, 왕은 로마를 모델로 삼았다. 테베강 주변 설계를 본떠서 센강 주변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건축적으로 로마와 파리는 쌍둥이라고 부른다. 파리에도 팡테옹이 있다. 이 또한 루이15세의 작품이다. 프랑스혁명 이듬해에 완공된 팡테옹은 원래 교회였다가 혁명세력 묘지로 용도가 변경됐다. 그때 이름이 팡테옹으로 바뀌었다. 혁명가 미라보가 묻혔고 이후 빅토르 위고가 묻혔다. 문명은 항상 진화하지는 않는다. 흘러가고 수용하고 수용될 뿐이다. 근대 건축학으로 봐도 난해한 건축물을 2000년 전 로마인이 만들었고, 거기에서 로마인들은 그리스 신들에게 경배했다. 파리 팡테옹은 문인들의 영혼이 살고 있고. 렌즈= 삼양옵틱스 14mm f2.8 ED AS IF UMC, 셔터스피드= 1/50초, 조리개= f4, 감도= ISO2500. 2015년 4월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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