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만에 가입자 300만명, 스마트폰 사용자 60%가 가입, 무료앱으로 수익모델 과제
‘선물교환권’ 판매 추진 ‘오픈 플랫폼’이 최종 목표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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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7일 세상에 첫선을 보인 지 일곱 달 반 만에 가입자만 290만명(11월 3일 기준)을 끌어 모은 서비스가 있다. 현재 가입자 수 약 500만명의 스마트폰 사용자 열 중 여섯이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앱(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설치하기만 하면 스마트폰 사용자 간 무료로 메신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의 이야기다. 하루 평균 3만7000명이 넘게 가입하고, 가입자 수 100만명이 늘어나는 데 27일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스마트폰 가입자들 사이에서 말 그대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어느 서비스보다 강한 가입자들의 충성도는 카카오톡 열풍 확산의 동력이다. 카카오톡은 지난 10월 넷째 주, 한 주 동안의 순방문자만 23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당시 가입자의 89%에 해당한다. 더욱이 이 기간 카카오톡 사용자들이 보낸 메시지 발송 건수가 무려 1억7800건을 넘었다. 가입자 한 명이 하루 평균 카카오톡을 이용해 10건의 메시지를 누군가에게 보냈다는 이야기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 세븐벤처밸리에 자리 잡은 전체 직원 22명의 작은 벤처 ‘카카오(kakao)’에서 모바일 앱 시장의 스타 ‘카카오톡’을 탄생시킨 이제범(33) 대표를 만났다.

작은 벤처기업이 일냈다

이제범 대표마저 카카오톡의 이 같은 대박에 대해 “예상 밖의 결과”라고 했다.

“카카오톡은 카카오가 내놓은 첫 모바일 상품입니다. 저도 어떤 사용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상치 못했습니다. 긴장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는데 가입자 증가 속도가 웹(Web)이나 다른 앱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빠르고 큰 것에 저희도 놀랐습니다.”

카카오톡을 서비스하는 카카오의 원래 이름은 ‘아이위랩’이었다. 하지만 자신들도 놀랄 만큼 폭발적인 반응에 지난 9월 아예 회사이름을 ‘카카오’로 바꿨다. 2010년 모바일 앱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카카오톡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불과 두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저희는 원래 인터넷 웹 서비스를 하던 회사였어요. 그러던 것이 지난해 말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회사 방향을 모바일 콘텐츠 기업으로 완전히 전환했습니다. 20여명의 기획과 개발 인력이 여러 개의 팀으로 나뉘어 팀 단위로 다양한 서비스 기획과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개발을 진행하던 팀들 중 프리챌에서 메신저를 만들었던 이상혁 CSO(최고서비스책임자)가 스마트폰용 메신저를 만들자는 제안을 했어요. 내부적으로 브레인스토밍과 전략회의를 거쳐 지난 1월 중순, 이상혁 CSO를 포함한 4명이 팀을 꾸려 개발을 시작한 지 두 달 만인 3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거지요.”

모바일 속으로 들어온 그룹채팅

무엇이 스마트폰 사용자들로 하여금 카카오톡의 자판을 두드리게 하는 것일까? 이 대표는 ‘채팅의 차별화’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다른 모바일 메신저 앱은 1:1 채팅서비스인 데 반해 카카오톡은 스마트폰 메신저로는 최초로 그룹 채팅 서비스를 하며 차별화를 시도했습니다. 데스크톱에서 했던 그룹 채팅을 모바일에서 그대로 할 수 있게 한 거지요. 그룹 채팅이라는 면에서 데스크톱과 공통점이 있지만 사용 환경이나 편의성 면에선 전혀 다른 재미를 주지요. 데스크톱 메신저에서 그룹 채팅을 하기 위해서는 아이디 교환처럼 상호 메신저 연결에 동의한 특정 그룹의 인원들이 메신저의 로그인(log-in)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만 가능하지요. 메신저 로그인 상태가 아니라면 그룹 채팅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그룹 채팅이라곤 하지만 그룹의 전체 인원이 모이기 힘든 환경이지요. 하지만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은 전화기가 켜져만 있으면 별도의 로그인이나 연결 동의가 없더라도, 이용료 없이 24시간 항상 메신저로 연결돼 그룹 전체가 언제 어디서든 함께 있는 것처럼 채팅을 할 수 있습니다. 여타 모바일의 1:1채팅이나 데스크톱의 그룹 채팅에서 접할 수 없었던 차별화가 사용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것이지요.”

그는 ‘소셜네트워크의 확장과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이라는 두 요인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라고 했다. “100명이 사용하는 서비스와 10명이 사용하는 서비스가 있을 때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짧은 시간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100명의 사용자가 있는 서비스로 몰려드는 심리가 있어요. 이런 의미에서 스마트폰에 저장된 번호로 메신저가 자동 연결된다거나, 다른 네트워크에 있는 이용자를 나의 네트워크로 끌어들이기 쉬운 ‘추천’ 같은 카카오톡의 확장성은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지요. 여기에 스마트폰 열풍을 불러온 아이폰 보급과 거의 같은 시기에 서비스를 내놓았던 것 역시 네트워크 확장의 한 요인이지요. 카카오톡보다 한두 달 먼저 나왔던 ‘와츠앱’이란 외국 모바일 메신저가 있기는 하지요. 하지만 국내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카카오톡이 생소한 미국식 인터페이스에 유료로 서비스되는 와츠앱을 제치기에 한두 달의 시차는 크지 않았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곤욕

그는 “끊김, 오류 없이 쓸 수 있는 안정성이 사용자의 신뢰로 이어졌다”고 했다.

“서비스 초기 카카오톡은 아이위랩(카카오 이전 회사명)이 준비했던 서비스 중 하나일 뿐이었습니다. 사실 지난 3월 17일 서비스 시작 때만 해도 서버나 운용인력이 사용자 10만명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7월 초 아이폰 가입자가 80만명이었는데 이 중 카카오톡 가입자가 60만명을 넘어서더군요. 생각 이상의 반응에 전략을 수정했어요. 이거다 싶었습니다. 이때부턴 회사 모든 인원을 카카오톡에 투입했습니다. 200만명을 넘어 300만명 이상이 사용한다 해도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지요.”

업계에서는 카카오톡에 대해 과거 싸이월드·네이트온 등 인터넷 웹상의 초대박 서비스를 능가하는 추세라 말하고 있다. 하지만 고민도 있다. 빠른 성장만큼 갑자기 찾아온 위기도 있었다. 지난 9월 기존 서비스 이용자들의 가입 시에는 없던 부가 서비스, 이벤트 응모 시 필요한 실명·주민등록번호·주소·이메일 주소, 또 신용카드와 휴대폰 결제 시 필요한 통신사·신용카드·은행 정보 등 개인정보수집과 관련해 변경된 내용의 약관을 사전 고지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기존 가입자들이 사전 고지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반발했다. 이 대표는 “오해에서 온 문제였다”고 했다.

“애플의 경우 이런 내용 변경에 한 달 정도가 소요됩니다. 그런데 이 기간이 지나기 전에 사람들에게 내용이 알려지며 오해를 불러온 거지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전화기는 동의 절차를 거쳐 바로 내용의 변경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변경에 ‘동의’한 사용자들만 변경된 정보가 추가되고, 특히 금융정보 등은 수집되지 않습니다. 사전고지를 하지 못했던 건 저희가 미숙했던 부분이지요. 바로 사과문을 게시했고, 사용자들 역시 당시 상황을 이해해주고 있습니다.”

12월 초 첫 수익모델 실험

수익 모델 역시 카카오의 고민 중 하나다. 100% 무료 앱 서비스에 광고, 제휴, 협찬 역시 전무하다. 카카오의 또 다른 서비스 카카오아지트(모바일 카페)와 카카오수다(모바일 블로그) 역시 수익 모델이 없는 무료서비스다. 기업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익 창출’이다. 무료 앱에 익숙한 국내 가입자들의 성향을 고려하면 유료 전환도 쉽지 않다.

이 대표 역시 “‘수익 창출’은 늘 고민스러운 것” 이라며 “올 12월 초 첫 수익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했다.

“‘선물하기’ 서비스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카카오톡으로 채팅을 하다가 ‘커피 한 잔이 마시고 싶다’‘케이크가 먹고 싶다’ 혹은 ‘인형 하나 갖고 싶다’는 대화가 오갈 때 바로 친구에게 커피나 케이크, 인형 기프티콘(온라인, 모바일에서 사용되는 선물교환권)을 모바일로 간편하게 줄 수 있도록 하는 거지요.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내놓을 예정입니다.”

이 대표는 카카오의 궁극적인 수익모델로 카카오톡의 ‘오픈 플랫폼’을 말했다. 다른 벤처들이 카카오가 공개한 플랫폼을 이용해 자신들의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카카오톡 화면
카카오톡 화면

“예를 들어 한 벤처가 모바일용 축하 카드를 카카오의 플랫폼을 이용해 만들어 서비스한다면 사용자는 그 벤처의 카드 앱에서도 축하카드를 보낼 수 있지만 카카오톡을 이용하면서 별도의 앱을 구동하지 않아도 바로 카카오톡 안에서 축하카드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지요. 우리 플랫폼을 이용하는 모바일 벤처는 카카오톡의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해 별도의 홍보나 광고 없이 사용자 확보가 가능하고, 카카오 역시 다양한 루트의 수익창출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거지요.”

네이버 창업자 ‘김범수’가 뒤에 있었다

이 대표는 “11월 중 일본과 영어권 국가를 대상으로 카카오톡의 첫 해외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중국으로도 진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세계 68억 인구 중 PC를 이용하는 인터넷 인구는 약 16억명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휴대전화는 그 이용 인구만 41억명입니다. 비교할 수 없지요. 휴대전화 사용자들의 스마트폰 전환이 완료되는 시점이 되면 SNS의 수요는 지금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지금 시점에선 보다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전략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다 많은 사용자 확보를 위해 해외 진출 역시 무료 서비스로 이루어질 겁니다.”

카카오톡은 문자서비스가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인 국내 대형 이동통신사들엔 탐탁지만은 않은 존재다. 무료 실시간 채팅 서비스인 카카오톡이 그들의 수익 기반을 갉아먹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서비스 초창기 “우리와 함께하자”는 대형 이통사나 스마트폰 기기 사업자들의 러브콜도 많았다.

“아이폰이 나오지 않았다면 이 서비스를 하지 못했을 겁니다. 결국 모바일 서비스의 기반은 이통사 망을 이용해야 하니까요. 이통사들이 망을 공유하려 하지 않았겠지요. 하지만 아이폰이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앱 스토어의 대중화가 이루어졌고, 이곳을 통해 누구나 자신이 꿈꾸던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게 했으니까요. 다르게 말하면 모바일 세상이 과거의 인터넷 세상이 그랬던 것처럼 벤처에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어 주고 있다는 것이지요.”

카카오톡과 함께 카카오가 세간의 관심을 받는 이유가 또 있다. 바로 ‘김범수’라는 인물의 존재감 때문이다. 한게임과 네이버의 창업자로 국내 인터넷·IT업계 최대 거물 중 한 명이 김범수(44) 대표다. 그런 김범수 대표가 현재 카카오 이사회의 의장으로 이제범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다.

취업 대신 창업에 도전한 젊은 CEO

김범수 대표가 NHN을 떠날 당시 사업에 관한한 모든 것을 이룬 듯한 그에게 세간 사람들이 “진짜 꿈이 무엇인지”를 물은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자신처럼 벤처로 성공한 CEO 100명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그 말을 떠올리면 결국 이제범 대표는 김범수 대표가 그리던 꿈을 세상에 보여주고 있는 첫 작품이다. 김범수의 네이버 신화를 보고 자란 이제범 대표 역시 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어릴 때부터 성공한 사업가로 제대로된 기업을 만들어보는 게 꿈이었다”는 이제범 대표는 서울대 산업공학과 졸업 후 취업 대신 사업을 택했다. 2004년이었다.

“대학 선배와 함께 웹과 모바일을 서로 이어주는 인터넷 문서 솔루션 벤처를 창업했습니다. 2년을 함께했지요. 그러다 2006년에 홍콩 출장지에서 서울대 산업공학과 박종헌 교수님에게 ‘김범수라는 사람이 함께 일하고 싶은 젊은 친구를 찾는데 혹 일해 볼 생각있느냐’는 전화를 받았어요. 당시만 해도 저는 김범수 대표가 산업공학과 11년 선배라는 것 외엔 아는 것이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다른 산업공학과 사람들을 통해 김 대표가 저를 알게 됐다고 하더군요. 별로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좀 더 많은 것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함께하던 선배에게 제가 하던 일과 지분을 모두 주고 저는 ‘아이위랩’의 멤버로 합류했지요. 이게 저와 카카오의 인연입니다.”

‘벤처 암흑기’라 불리는 2010년,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카카오는 새로운 벤처 모델을 만들어 가는 실험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실험은 데스크톱 인터넷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바일 인터넷의 시대를 더 빠르게 앞당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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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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