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규 영월군수는 “영월을 문화·관광·자연이 어우러지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박선규 영월군수는 “영월을 문화·관광·자연이 어우러지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1966년 영월군의 인구는 12만4659명. 당시 강원도의 인구는 183만명이었다. 이때 영월은 강원도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였다. 삼척의 인구가 20만명, 홍천과 명주군(강릉시로 통합)이 15만명이었다. 영월의 성장을 이끌었던 것은 광산. 상동광업소, 영월광업소, 옥동광업소 등 20여개 대규모 광산이 있어 드나드는 사람이 무척 많았다.

지난 10월 25일 강원도 지역에 단풍이 절정을 맞았다는 금요일 오후, 강원도 영월군청에서 만난 박선규 영월군수는 “점점 쇠락해가는 고향의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1957년생인 박선규 군수는 평생을 영월에서 산 영월 토박이다. 영월에 있는 대학을 나왔고, 영월읍장을 거쳐 2006년 영월군수가 됐다. 그 사이 1992년 6만명에 가깝던 영월 인구도 점차 줄어들어 2012년 주민등록상 등록 인구가 4만155명에 불과하다.

박 군수는 매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인터뷰 당일에도 시간 단위로 빡빡한 일정에 짧은 시간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박 군수가 이날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은 ‘제2회 영월국제박물관포럼’ 관련 일정. 10월 21일 개막해 24일 폐막한 박물관포럼은 세계 19개국 약 120명의 박물관학 석학과 전문가, 박물관 관장들이 참여했다. 폐광 도시로만 알고 있던 영월에서 이처럼 큰 규모의 국제 행사는 어떻게 열린 걸까. 강원도 영월은 우리나라 유일의 박물관고을 특구로 지정된 곳이다. 강원도는 지난 2008년, 영월군을 ‘박물관고을 특구’로 지정했다. 현재 영월에 있는 공립 및 사립 박물관은 모두 24개. 2010년에 영월은 지역특화발전특구 성과평가에서 전국 105개 지자체의 139개 특구 중 우수특구로 선정됐고, 2012년에는 최우수 지역특구로 선정되기도 했다.

왜 박물관이었을까. 박선규 군수는 “지역 내 남아도는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영월에 있던 상동광업소의 경우 1960~1970년대에 우리나라 중석 생산량의 80%를 생산해내는 국내 최대 중석 광산이었다. 값싼 중국산 중석이 대량생산되기 시작하면서 1992년 폐광됐고, 동시에 영월에도 빈집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사람이 없어지니 시내 가게 수가 점점 줄어들었죠. 젊은 사람은 대도시로 나가고 폐교되는 학교도 점차 늘어났습니다. 어느 순간 영월을 둘러보는데 휑한 거리, 텅 빈 건물만 보였습니다.”

박 군수는 군수 자리에 앉자마자 빈 건물들을 활용할 방법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당시 폐교에 들어서 있던 박물관 몇 곳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영월 곤충박물관이 있었고, 수천 점의 민화를 보유한 조선민화박물관도 있었지요. 영월 하면 김삿갓, 단종 등 역사적 인물이 떠오르니 관광차 들르는 사람이 많은데 박물관을 세우면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영월 곳곳에 버려진 건물이 박물관으로 재탄생했다. “폐교 자리에 들어선 박물관만도 아프리카미술박물관, 미디어기자박물관, 인도미술박물관, 세계민속악기박물관 등 많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박물관 관장이 기획안을 제출하고 영월군이 지원해 개관한 것들이지요.” 아프리카미술박물관은 나이지리아 대사를 지낸 조명행씨가 수집한 아프리카 조각과 현대작품을 중심으로 만들었다. 인도미술박물관은 인도 지역연구를 하는 남편 백좌흠 경상대 교수가 그동안 하나씩 모아온 다양한 인도 미술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미디어기자박물관은 사진기자 출신인 고명진 관장이 2012년 문을 열었다.

박 군수는 분명한 테마가 있고, 운영 계획이 잘 수립된 박물관이라면 영월 어느 곳에서든 박물관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틀을 정해두면 열 수 있는 박물관의 주제도 좁아집니다.” 박 군수는 “박물관은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고 공부할 수 있는 곳”이라며 “같은 주제의 박물관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한자리에서 더 다양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군수는 “곤충을 보러, 인도 미술 작품을 보러 영월을 찾다 보니 저절로 관광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한 해 영월을 찾은 관광객은 유료관광객 150만명을 포함해 총 275만명이다. 2005년 관광객이 50만명에 불과했던 것을 보면 7~8년 사이 급격히 증가했다.

박선규 군수는 “처음에는 ‘박물관이 밥 먹여주느냐’며 시큰둥해 하던 군민들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점차 외부인의 방문이 잦아지고, 지역경제가 살아나면서 도시에 활력이 넘치기 시작했다. “제가 군수가 될 때만 해도 여기저기 우범지대가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영월 지역 커뮤니티까지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군민들이 나서서 도시 정비와 관광객 유치 전략을 고민합니다.” 박 군수는 “문화의 힘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한참 영월의 발전상에 대해 설명하던 박선규 군수는 문득 “이번 박물관포럼에 참석한 인사들이 영월을 굉장히 좋게 평가하더라”며 말을 이어갔다. “처음에 영월에서 국제 행사가 열린다고 하니까, 참석자들이 좀 의아해했답니다. 서울이나 부산은 들어봤어도, 영월은 어디냐면서요. 그런데 막상 영월에 온 참석자들은 입을 모아 영월이 최고의 도시라고 말하더군요. 코트디부아르에서 온 박물관 전문가는 ‘영월은 스위스보다 더 아름다운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박선규 군수가 꿈꾸는 영월의 미래는 가깝게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관광 배후도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영월과 평창은 차로 30분 거리에 있어 매우 가깝다. 박 군수는 “경기는 평창과 강원도 인근 도시에서 치르고, 볼거리와 즐길거리는 영월에서 찾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특히 내년에 개관할 라디오스타박물관은 영월을 배경으로 한 영화 ‘라디오스타’에서 테마를 따와 영월 시가지 관광과 라디오 DJ 체험 등 체험 프로그램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박물관이 될 예정이다. 박 군수는 “다양한 유형의 박물관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체험형 박물관으로 구상 중이다”라고 말했다. 박 군수는 “관광자원이자 문화 시설, 교육 시설인 박물관이 영월이 되살아나는 계기를 만들어줄 것”이라며 “문화와 교육, 산업과 관광이 어우러지는 영월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결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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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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