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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
[2304호] 201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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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의 보이차 이야기] 보이차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서영수  영화감독 

보이차 상식

장수를 염원하는 중국인의 바람은 ‘차(茶)’라는 글자에도 잘 녹아 있다. ‘茶’라는 한자를 위에서부터 살펴보면 ‘풀 초(草)’의 위에는 ‘초 두(艸)’가 있는데 ‘열 십(十)’이 2개 모여 있어 20이다. 초 두 밑의 글자를 파자(破字)하면 팔십팔(八十八)이란 숫자가 된다. 따라서 ‘茶’를 숫자로 풀어 합하면 108이 된다.

艸+八十+八=108, 20+80+8=108‘차(茶)’라는 글자에는 108세까지 장수를 누리려면 차를 마셔야 한다는 중국인의 속마음이 숨어 있다.
▲ 윈난의 소수민족 출신 보이차 제조 전문가 두치옹즈씨.
건강을 위하여 보이차를 마시는 사람이 적지 않다. 보이차를 꾸준히 마셔 특정 질환에 현저한 효과를 보았다는 사람도 있다. 보이차 매니아들은 보이차가 만병통치약에 가깝다고 믿고 있다. 보이차와 녹차를 비교하여 녹차는 많이 마시면 배탈이 나지만 보이차는 발효차여서 아무리 많이 마셔도 괜찮다고도 한다. 과연 그러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보이차가 건강에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만병통치약은 아니며 잘못 마시면 독이다.
   
   보이차는 차로서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모두 갖고 있다. 우선 차는 약리적 기능이 있다. 지금은 차를 음료로 마시지만 과거에는 약용으로 활용했다. 다성(茶聖)으로 칭송받는 당나라 사람 육우(陸羽)가 저술한 다경(茶經)은 중화민족이 조상으로 섬기는 신농(神農)이 독초에 중독되어 사경을 헤매다가 차를 마시고 하루 만에 나았다고 차의 치료 효과에 대하여 말한다. 이처럼 중국인은 5000년 전에 신농이 차나무를 발견하여 이름을 짓고 약용으로 사용했다고 믿는다. 육우보다 앞서 진한(秦漢)시대에 나온 신농본초본(神農本草本)에는 ‘차를 마시면 정신이 맑아지고 눈이 밝아진다’고 기록되어 있다. 후한(後漢) 말의 전설적 명의 화타(華陀)는 식론(食論)에서 “차를 마시면 두뇌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보이차도 약리적 기능이 있다. 윈난성 주민의 말을 들어보자. 지난 3월 18일 두치옹즈(杜芝·56) 여사를 만났다. 두 여사는 어려서부터 멍하이차창(海茶廠)에서 보이차를 만드는 일을 32년 동안 하다가 2004년에 퇴사하여 멍하이현에서 차창을 운영하고 있다. 풍채 좋은 부랑족(布朗族) 여사장인 두 여사는 윈난 방언으로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윈난에서는 제갈공명(諸葛孔明)의 병사들이 윈난의 풍토병에 시달려 몸도 가누지 못할 때 차를 마셔 두통과 눈병이 나았다는 이야기가 신앙처럼 내려옵니다. 제갈공명을 차의 시조신(始祖神)으로 모시는 윈난의 소수민족들은 혼례필수품으로 보이차를 전해주는 풍습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두 여사는 “내가 같은 부랑족이 아닌 이족(彛族) 남자와 결혼을 하겠다 하여 반대가 무척 심했지만 부모님이 결국 허락하셨다. 비상시에 약으로 쓰라고 보이차를 챙겨주셔서 지금도 소중하게 갖고 있다. 나도 딸이 결혼하면 주려고 보이차를 준비해 놓았다”고 말했다.
   
   대대로 윈난의 소수민족이 즐기던 보이차가 청나라 황실공차(皇室貢茶)로 유명해지며 보이차의 치료 효과와 효능(效能)을 묘사한 문헌이 많아졌다. 청대 조학민(趙學敏)의 저서 ‘본초강목습유(本草綱目拾遺)’를 비롯하여 ‘사모채방(思茅採訪)’ ‘물리소지식(物理蘇知識)’ ‘백초경(百草經)’ 등에서는 보이차를 부작용이 없는 백약(百藥)의 으뜸으로 소개했다.
   
   현대과학이 밝혀낸 보이차의 대표적 성분 중 하나인 카테킨(Catechin)은 폴리페놀(polyphenol)의 일종이다. 폴리페놀은 신체세포를 노화시키는 활성산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항산화기능과 항암·항균작용이 뛰어나다. 보이차를 마실 때 쓰고 떫은맛의 주인공인 카테킨은 포도와 감에 풍부한 타닌이 산화된 형태다. 숙차(熟茶)보다 생차(生茶)에 2배 이상 함유되어 있는 보이차의 카테킨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켜 다이어트 효과가 있으며 순환기계 질환인 고지질과 고혈당에 효과가 있어 제2형 당뇨병의 보조치료 및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을 줄여준다.
   
   그러나 보이차도 부작용이 있다. 카테킨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부작용이 있다. 예를 들면 체중 감량을 빨리 하려고 보이차를 진하게 우려내어 많이 마시면 보이차에 내포된 카테킨이 물을 많이 흡수하는 특성이 있어 장의 연동운동을 느리게 만들어 변비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를 방지하려면 보이차를 평소보다 연하게 우려내어 마시면서 물을 수시로 마셔주면 변비 걱정 없이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다. 카테킨의 흡수 능력을 역으로 이용하여 설사를 멈추게 할 수 있으며 실제로 설사약의 주요 성분으로 사용되고 있다. 체지방을 줄여주는 감비차(減肥茶)로 널리 알려진 보이차도 다른 음식과 약처럼 과다하게 섭취하면 득보다 실이 많다.
   
   보이차를 마시면 혈압이 올라서 고혈압에 나쁘다고 하는 사람의 음다(飮茶) 습관을 물어보면 역시 보이차를 지나치게 진하게 마시거나 공복에 즐기는 습관이 있음을 알게 된다. 빈속에 보이차를 마시면 보이차의 두번째 주요 성분인 카페인이 신경계통을 지나치게 흥분시켜 술에 취하듯 차에 취하는 차취(茶醉)현상이 생긴다. 그러나 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이 경우 신진대사가 빨라지며 순간적인 혈압상승은 있을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고혈압을 악화시키지는 않으며 보이차의 카테킨이 서서히 작용하여 혈압을 정상으로 낮춰주게 된다. 차취가 심하면 온몸이 나른해지고 식은땀이 나기도 한다. 이때 사탕이나 당분이 들어간 음료를 섭취하면 차취현상이 사라진다.
   
   ‘술을 마시면서 보이차를 같이 마시거나 술에 취했을 때 보이차를 마시면 정신이 번쩍 들면서 술이 바로 깬다’는 애주가의 귀가 번쩍 뜨이게 하는 주장이 있지만 사실과 거리가 멀다. 술의 주성분인 에틸알코올(ethyl alcohol)은 위(胃)와 장(腸)을 통해 혈액에 들어와 간장(肝臟)에서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라는 대사물질로 바뀐 후에 다시 아세트산(acetic acid)으로 변하여 신장(腎臟)에서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리되어 소변으로 배출되는 과정을 거친다. 보이차의 카페인 성분은 이뇨작용을 가속화해 수분 배출을 신속하게 해준다. 수분을 잃어버린 아세트알데히드는 아세트산으로 분해되기도 전에 신장으로 밀려와 신장에 과부하를 걸어 숙취의 확실한 원인이 된다. 보이차의 카페인은 일시적인 각성 효과로 주량이 늘어났다고 착각을 줄 뿐 술을 깨우는 데 기대만큼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종류도 많고 마시는 방법도 공부가 필요해 보이는 보이차를 건강하고 부담 없이 쉽게 즐기려면 ‘공복을 피하여 연하게 마신다’만 기억하면 된다.
   
서영수
   
   1956년 부산 태생. 유현목·이두용 감독 밑에서 영화를 배운 뒤 1984년 영화감독으로 데뷔. 1980년 무렵 보이차에 입문. 중국 윈난성 보이차 산지를 탐방하는 등 조예가 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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