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god의 김태우, 윤계상, 박준형, 손호영, 데니안. ⓒphoto sidus HQ
왼쪽부터 god의 김태우, 윤계상, 박준형, 손호영, 데니안. ⓒphoto sidus HQ

지오디(god)가 지난 7월 8일 새 음반 ‘Chpater 8’을 들고 복귀를 선언했다. 무려 9년 만에. 직전의 마지막 음반은 2005년 10월에 발매했던 ‘하늘 속으로’였다. 올해 신보는 등장하자마자 국내 대부분의 음원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비슷한 상황은 앞선 5월 초에도 있었다. 음반에 수록된 노래 ‘미운 오리 새끼’가 싱글로 먼저 공개되며 일찌감치 차트 상위권을 맛본 바 있다. 출발을 알린 전초전에서도, 전장에서의 첫 합(合)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보였으니 이만 하면 성공이다.

다시 지오디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지오디가 차트 1위를 석권했다. 마치 10여년 전을 보는 듯하다. 어째서 이들은 이토록 쉽게 가요계의 정상을 다시 가져올 수 있었을까.

지오디는 전(全) 세대를 아울렀다. 젊은이들이 나이가 들어서야 어른 세대의 가수를 이해하는 것과는 달리, 어른들이 어느 정도 시간을 들여 어린 세대의 가수를 이해하는 것과는 달리, 지오디는 모든 연령층의 사람들을 단번에 사로잡았던 2000년대 유일의 그룹이다.

오죽했으면 지오디의 별명이 ‘국민그룹’이었을까. 괜히 생긴 타이틀이 아닐 터. 근원에 대해 논한다면 이들의 데뷔 무대로 돌아가야 한다. 상당히 친근한 모습으로 이들은 우리 곁에 다가왔다. 이렇다 할 꾸밈이 없었다. 10대 시장을 연 서태지와아이들, 듀스 등을 필두로 아이돌 그룹의 흐름을 마련한 H.O.T와 젝스키스, 이후의 신화 등이 낯선 헤어스타일과 독특한 패션으로 구성한 외관으로 첫인상을 화려하게 가져갔던 것과는 반대로 지오디는 수수한 외모로 데뷔 무대를 장식했다. 음악 또한 마찬가지. 이전의 팀들이 힙합을 기초로 한 빠른 댄스음악에 10대의 관점을 주로 담은 텍스트를 결합해 어린 층에 크게 어필했다면 지오디는 귀에 감기는 알앤비 사운드와 모두가 공감 가능한 가사를 주 노선으로 택해 전 연령을 포섭해냈다. 물론 지오디 역시 당시의 시류에 발맞춰 힙합의 랩을 구사했고 다양한 댄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정직하다고 할 정도로 가사 전달에 충실한 랩이었으며, 마주 하기 어지러웠던 브레이크댄스나 군무보다는 쉬운 수준의 춤들이었다. 대중가요의 새로운 장에 불만을 갖던 어른들도 이들만큼은 별 거리낌없이 보고 들을 수 있었다.

그 시작이 바로 1998년 겨울에 등장한 1집 수록곡 ‘어머님께’다. 부드러운 사운드와 대중적인 선율, 어머니를 향한 미움 섞인 사랑이 담긴 이야기에 다섯 명이 자아내는 아름다운 하모니까지, 곳곳에 위치한 매력들이 전 세대를 아우르고도 남기에 충분했다. 예쁜 소리에 빠져들어 따스한 가사로 마무리하는 10대의 감성과, 따스한 가사로 시작해 예쁜 소리에 마음을 뺏기는 40대의 감성이 한 지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사회에도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어머님이 싫다고 하신 그 자장면이 당시 모성애를 대신 전달하기도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국민그룹의 초석도 같은 때에 마련한다. ‘어머님께’로 지오디는 인기 있는 보컬그룹의 지위를 닦았을 뿐만 아니라 착한 그룹의 이미지까지 챙길 수 있었다. 이는 딴따라식으로 비쳐졌던 지오디 전후의 여러 가수, 그룹들과는 대조되는 요소로 10대를 겨냥한 댄스곡을 들고나왔을 때도 별 탈 없이 전 세대의 사랑을 얻을 수 있게 하는 근간이 된다. 특히나 1999년 말에 낸 2집의 주력 싱글은 음반의 타이틀이었던 미디엄 템포의 보컬 곡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가 아니라 댄서블한 비트가 돋보이는 ‘애수’와 펑키한 ‘Friday Night’였다. 그럼에도 세 곡 모두가 히트할 수 있었던 데에는 앞서 1집에서 남긴 ‘선하면서도 노래 잘하는 그룹’이라는 잔상이 크다. 여기에 2000년 연초부터 1년간 방영된 MBC 제작 예능프로그램 ‘지오디의 육아일기’를 통해서는 이들의 훈훈함이 전국 단위로 확산됐다. 이 기세에 힘입어 지오디는 4집 이후의 휴지기까지 연일 승승장구를 기록한다. 2000년대를 산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다는 ‘거짓말’이 당시 3집에 수록된 곡이었으며 청소년들에게 히트를 거둔 댄스곡 ‘니가 필요해’와 모든 팬들에의 애정을 담은 ‘하늘색 풍선’, 희망을 노래해 전 국민에게 부담 없이 다가간 ‘촛불 하나’와 같은 노래들이 당시의 대표곡들. ‘길’과 ‘니가 있어야 할 곳’이 들어 있는 2001년의 4집도 역시 성공을 거뒀다. 두 음반 모두 200만장에 가까운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렸으니 상업적 측면에 있어서도 지오디는 당대 넘버원 그룹이었다.

5집에 실린 노래 ‘0%’가 준수한 성과를 올렸지만 5집이 나온 시기인 2002년부터 그룹은 침체기를 걷는다. 멤버였던 윤계상이 연기자로의 전업 계획을 밝혔고 이에 따른 팀 내 불화설과 4인 체제 전환설과 같은 불안한 소식들이 지오디의 뉴스를 채웠다. 남은 넷으로 호흡을 다시 맞춘 이들은 결국 7집을 끝으로 2005년 그룹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 손호영과 김태우는 가수로, 데니안은 방송인으로, 박준형은 영화배우로 각자의 길을 걷는다.

동시대에 같이 활동했던 많은 그룹들도 이즈음 침잠을 같이한다. 해체나 잠정 휴지기 수순을 밟거나, 단체활동은 쉬되 명맥은 계속 살리는 식으로 방향을 전환해 멤버 각자의 솔로활동에 집중을 기한다. 재결합, 복귀에 대한 팬들의 염원이 자연스레 따라오기 마련. 지오디는 그중에서도 유독 컴백 기원을 많이 받았던 팀이었다. 그룹의 골수팬들로부터뿐만이 아니었다. 지오디를 기억하고 그 기억으로 추억을 만들어오던 사람들은 줄곧 이들의 재결합에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그룹이었다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그때의 기성세대들도 이들의 귀추를 계속 주목해 왔다. 재결성, 복귀에 대한 긍정적인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거짓말’이 회자됐고 ‘촛불 하나’가 다시 울렸으며 ‘어머님께’로 공유했던 그 시기의 감성이 밀려 들어왔다. 지오디의 휴지기는 존재했어도 국민그룹의 휴지기는 존재했던 적이 없었다.

몇 차례 검토를 거치더니 지난해 말 멤버들의 구체적인 재결합 의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듬해인 올해 초, 전 멤버의 합의가 공표됐다. 봄 막바지에 다섯 명의 목소리가 온전히 귀로 전해졌다. 의미 있는 복귀다. 넷이 아니라 다섯이 모인 ‘진짜 지오디’의 등장에 데뷔 15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시기까지 맞물렸다.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신보 역시 당시의 지오디 사운드를 그대로 담고 있다. 팬들에 선사하는 ‘하늘색 약속’, ‘Friday Night’ 시절의 기억을 새로이 매만지는 ‘Saturday Night’, 넷만 불러 아쉬웠던 그때를 이제는 다섯이서 부르는 ‘보통날’까지, 새 앨범은 팬들에게도, 지오디 자신들에게도 즐거울 새 선물이다. 7월 12일부터는 투어공연도 달린다고 한다.

키워드

#대중가요
이수호 대중음악평론가·이즘 편집장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