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vitamin)’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만들어진 것은 1911년이라고 한다. 영국 런던의 래스터 연구소에서 일하던 폴란드계 유대인 생화학자 카시미르 펑크가 비둘기의 각기병을 예방하는 성분을 쌀겨로부터 분리해내고 이를 ‘비타민’이라고 불렀다.

그는 이 물질과 다른 유사한 물질들을 생체 내에 꼭 필요한 ‘필수 아민(vital amine)’이라 생각해 비타민이라는 말을 만들었고 1920년에 이르러 모든 비타민이 아민(암모니아의 수소원자를 탄화수소기로 치환한 형태의 화합물)은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알파벳 마지막 e를 덜어낸 비타민(vitamin)이라는 말이 탄생했다.

비타민C의 경우 그 구조 속 어디에도 아민이 존재하지 않는 일종의 탄수화물이다. 비타민은 물질대사나 생리기능을 조절하는 필수적인 영양소로 호르몬과 같은 역할을 하지만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거나 소량만 합성된다. 그중 비타민C는 필수영양소(신체에서 생성되지 않아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만 하는 영양소) 중 하나이다.

비타민C는 인체에서 세포를 보호하는 중요한 항산화제이다. 비타민C의 항산화 작용이란 자신은 산화되면서 상대방을 환원시켜주는 역할을 말한다. 즉 산화된 철, 구리 등과 같은 물질을 환원시키면서 비타민C 자신은 산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산화되어 못쓰게 된 것은 없애버리고 철분, 구리 등의 성분은 장내에서 산화되지 않도록 보호한다.

혈관, 근육, 인대, 뼈 등의 중요한 구성성분인 콜라겐 합성에 필수적인 성분도 비타민C이다. 세포와 세포 사이의 결합조직을 튼튼하게 해주므로 상처나 화상의 치유를 빠르게 해준다. 동맥혈관 벽의 세포들을 건강하게 해주므로 심장 박동을 일정하게 해주고 부서지기 쉬운 말초혈관을 튼튼하게 해준다. 비타민C는 신경전달물질 합성에도 관여한다.

신경전달물질은 감정 조절을 위한 뇌의 기능을 위해 필수적이다. 또 비타민C는 지방 대사에 관여한다. 지방이 에너지가 되기 위해서 세포조직으로부터 미토콘드리아로 옮겨 연소되어야 한다. 지방을 미토콘드리아로 옮기는 역할은 카르니틴이라는 조그만 분자로 구성된 단백질이 담당하게 된다. 비타민C는 바로 이 카르니틴의 합성에 필요한 성분이다.

재미있는 비타민C 이야기

에스키모인들은 괴혈병이 적다

에스키모인들은 싱싱한 과일이나 채소를 못 먹는데도 불구하고 괴혈병이 굉장히 적다. 그들은 전통적으로 사냥을 하자마자 사냥감의 배를 갈라서 콩팥을 떼어 먹는데 그 위에 붙어있는 부신(좌우 신장 위에 한 쌍 있는 내분비 기관으로 생명유지에 중요한 내분비선)까지 함께 먹는다. 이는 비타민C 정제를 하나 먹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비타민C는 체내에서 6시간이면 고갈된다

비타민C는 체내에서의 작용이 무척 빠르다. 복용 후 6시간이면 모두 고갈되어 버린다. 따라서 6시간마다 먹는 것이 좋다. 비타민C 복용 시간을 식사 직후로 정하면 자연스럽게 3번에 나눠 먹게 되고 복용시간도 잊어버리지 않아 편리하다.

비타민C는 정제보다 액제의 흡수가 빠르다

비타민C의 효과는 액제가 빠르다. 액제는 흡수가 빨라 혈중 농도 도달 시간이 정제보다 1시간 정도 빠르다. 특히 운동을 할 때는 많은 양의 비타민C가 필요하므로 운동 시에는 비타민C 음료를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정제가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정제는 액제에 비해 흡수율은 떨어지나 장내에 오래 머물면서 대장을 약산성으로 바꾸어주기 때문에 대장의 나쁜 균을 없애 주는 역할을 한다.

과거 선박 출항 조건 중 하나는 레몬·오렌지 박스였다

비타민C의 역사를 보면 괴혈병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괴혈병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는 오랜 기간 바다생활을 해야 했던 선원들로부터 시작된다. 1497년 바스코다가마가 동인도로 항해하던 도중 수 개월 사이에 선원의 60% 정도가 이유를 알 수 없이 죽어갔다. 죽어가는 환자들에게서 나타났던 증상 중 하나가 잇몸, 구강 점막 등에서 출혈이 일어나는 것이었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이 질환에는 소위 ‘괴혈병’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제임스 린드라는 영국 해군 외과 군의관은 1747년 12명의 선원 중 괴혈병에 걸린 6명의 선원에게 레몬주스와 오렌지주스를 먹게 하여 이 두 과일 속에 있는 어떤 물질이 괴혈병에 매우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보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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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호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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