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이영욱(49) 교수의 연구실은 첨단과학기술연구관 3층에 있다. 이 교수가 이끌고 있는 ‘자외선 우주망원경 연구단’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교수는 “미국 NASA와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국내 기관은 연세대 자외선 우주망원경연구단이 국내 최초이자 유일”이라고 했다. 연구단은 모두 25명이다.

이 교수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는 것을 봤다. 그 뒤 천문과 우주에 빠져 매일 하늘을 바라보게 됐다”면서 “초등학교 5학년 때는 우주에서 쏟아지는 유성우(流星雨)를 본다고 3시간 동안 집 마당에 서있기도 했다. 마침 아폴로 달착륙 때 해설을 통해 ‘아폴로 박사’로 유명해진 고(故) 조경철 박사도 연세대 교수였다. 그렇게 연세대와 인연을 맺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연세대 이영욱 교수가 천체망원경실에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photo 허재성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연세대 이영욱 교수가 천체망원경실에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photo 허재성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이 교수는 연세대 천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천문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가 망원경을 통해 들여다보는 것은 은하(galaxy)의 모습이다. 이 교수는 2003년 미국 NASA가 갤렉스(Galex) 우주망원경을 쏘아 올리는 데 참여했다. NASA가 만든 갤렉스 프로젝트 팸플릿에는 참여 기관으로 미국의 4개 연구소, 프랑스의 한 개 기관과 함께 이영욱 교수가 이끄는 우주망원경연구단이 명시돼 있다.

갤렉스 우주망원경은 지구 표면 690㎞ 상공에서 1시간30분 만에 지구를 회전하며 은하계 사진을 지구로 전송하고 있다. 갤렉스 위성은 비용이 1300억원가량. 유지비는 1년에 200억원 정도이다. 연세대 자외선 우주망원경 연구단은 2012년까지 갤렉스 우주망원경이 보내오는 은하의 사진을 분석하고 분류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이 교수가 NASA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1년 NASA가 주는 허블 팔로십(followship)을 수상하면서부터다. 허블 팔로십은 1990년 4월 허블 우주망원경을 쏘아 올린 NASA가 매년 각국의 젊은 청년과학자 15명에게 수여한다. 예일대 재학시절 수십 년간 풀리지 않았던 세계 천문학계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한 이 교수는 한국인 최초로 허블 팔로십을 수상했다.

그가 있는 연세대 천문우주학과는 국내 천문우주학계를 주름잡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문학과가 설치된 대학은 연세대를 비롯해 모두 7곳이다. 이영욱 교수를 포함해 허블 팔로십을 수상한 국내 과학자 4명 가운데 3명이 연세대 천문학과 출신이다.

연세대는 1885년 한국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광혜원 개원과 함께 시작됐다. 이듬해 제중원의학교를 열어 우리나라 최초로 서양의학 강습을 시작했다. 2009학년도 2학기 기준으로 23개 대학, 114학과(전공), 18개 대학원, 학생 3만6096명이고 동문은 총 45만여명이다.

연세대는 올해 인천 국제캠퍼스를 통해 새로운 큰 걸음을 내디뎠다. 국제캠퍼스는 인천 경제자유구역(IFEZ) 송도지구에 위치하고 있으며 부지 면적은 61만4876㎡(18만6000평)이다. 지난 3월 준공식을 가졌다.

동문 총 45만명 배출

연세대는 인천 국제캠퍼스에 세계적 연구기관들과 공동연구소를 세우는 것은 물론, 글로벌 리더 양성을 위해 국제화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이다. 인천 국제캠퍼스의 교육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연세대와 일본, 중국 대학들을 연계한 ‘글로벌 아시안 스터디즈 클러스터’, 약학대학·의예과 기초교육·의생명과학기술 대학 중심의 ‘프론티어 사이언스 & 라이프 사이언스 클러스터’ ‘학부대학 국제화교육 프로그램’이다.

‘글로벌 아시안 스터디즈 클러스터’에서는 한국 연세대, 일본 게이오대, 중국 베이징대·푸단대가 협력하는 ‘아시아 지역학 대학’을 중심으로 한·중·일 3개국 교환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공동 학위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프론티어 사이언스 앤 라이프 사이언스 클러스터’에서는 미국의 MD앤더슨 전임상연구소, 펜실베이니아 대학 게놈 연구소(UPenn Genome Institute), 텍사스대학교 엔지니어링 리서치 센터(UT Austin Engineering Research Center) 등 해외 연구기관과 함께 의학·약학·생명 분야를 연구할 계획이다. 신설되는 ‘의생명과학기술대학’(가칭)은 신촌 캠퍼스와 차별화해 의생명과학기술, 인지뇌과학, 유전체, 의공학 분야로 구성된다.

연세대 본관 앞에서 김한중 총장과 학생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photo 이경호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연세대 본관 앞에서 김한중 총장과 학생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photo 이경호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연세대는 3월 3일 국제캠퍼스 종합관에서 준공식을 가졌다. 국제캠퍼스는 총 3단계로 나뉘어 오픈되고 순차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이 개설될 예정. 1단계는 지난 2월 완성됐고, 2단계는 2012년 2월, 마지막 3단계는 2013년 이후에 완성될 예정이다. 교육프로그램 개설이 완료되면 국제캠퍼스에는 학생 4000명(국내 학생 3000명, 해외학생 1000명), 교직원 500명, 연구원 500명 등 5000여명이 수용된다.

올해에는 외국인 학부 예비과정, 국제하계대학, 유엔지속가능발전 아태센터가 들어서고,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언더우드국제대학, 의예·치의예과, 약학대학, 공과대학 융합부문(대학원), 의생명과학기술대학(대학원), 언어연구교육원 한국어학당이 들어선다. 2013년에는 아시아지역학대학, 경영대학 글로벌 프로그램, 공과대학 융합부문(학부), 의생명과학기술대학(학부), 학부대학 프리미엄 프로그램, 해외협력 프로그램이 개설된다. 간호학과 08학번 위소운씨는 “기숙사, 도서관 등 인프라도 잘 갖춰져 해외로부터 연구진, 학생들이 한국에 들어오는 인바운드(inbound) 국제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59개국 606개교와 교환학생 교류

연세대의 세계화·국제화 선두에는 ‘언더우드국제대학’이 있다. 이는 모든 교육과정을 100% 영어로 강의하는 국내 최초의 국제분야 단과대학이다. 미국 리버럴 아츠 칼리지(Liberal Arts College)의 기초교양 및 학제 간 교육과정을 도입함으로써 ‘아시아의 아이비리그’를 추구하고 있다. 강좌별 수강인원은 20명 내외. ‘언더우드국제대학’에는 하버드, 케임브리지, 스탠퍼드 등 세계 최고 수준 대학 출신 22명의 전임 외국인 교원이 있다. 매해 입시에서 평균 경쟁률 15 대 1을 유지하고 있고 재학생 600명 중 25% 정도가 외국인이다. 화공생명공학과 09학번 김민주씨는 “언더우드국제대학 수업을 들어봤는데, 해외로 나가지 않고도 유학 분위기를 경험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밝혔다.

연세대가 자매결연으로 교환학생을 내보낼 수 있는 해외 대학은 59개국 606개교이다. 여기에는 UC버클리대학, 펜실베이니아대학 등 미국 주요 대학을 비롯해서 영국 워릭대, 싱가포르국립대, 홍콩대가 포함되어 있으며 1년에 900여명이 상호교환되고 있다. 사학과 01학번 윤혜수씨는 “일본 쪽으로 교환학생을 갈 계획”이라면서 “국가와 학교가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다”고 말했다.

경영대의 유겟(uGET·undergraduate Global Experience Team-project) 프로그램은 단순한 해외여행이나 어학연수에서 벗어나 특별한 미션을 가지고 그에 적합한 외국의 단체를 방문해 글로벌 시장의 변화를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기간에 운영하고, 참여 기업이 제안한 해외 프로젝트를 4인1조로 구성된 학생팀이 직접 수행한다. 팀별로 1500만원의 활동비가 지원된다. 2008년 여름 1기 출범 이래 지금까지 172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경영학과 08학번 원덕유씨는 “외국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해외시장을 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다”고 밝혔다.

신입생부터 영어인증 프로그램 적용

연세대는 2010학년 신입생부터 ‘영어인증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는 대학영어교육과 국제공인시험을 통합해 설계한 프로그램으로 영어평가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유럽공동참조기준(Common European Framework Reference·CEFR)에 맞춰 개발됐다. 영어인증은 ‘최고영예(High Honors)인증’ ‘영예(Honors)인증’ ‘고급(Advanced)인증’ ‘졸업요건충족(Fulfillment of Graduation Requirements)인증’ 등 4단계로 구분된다. 김동노 입학처장은 “영어 실력이 일정 수준 이상되는 학생들만 사회로 내보내게 된다”면서 “인증은 졸업증명서에 명기된다”고 밝혔다.

학생 교육 혁신을 위해 교원 대우와 채용도 특별하게 한다. ‘언더우드 특훈교수’ 제도를 만들었는데 연구실적이 뛰어난 교수들은 한 번 선정되면 매년 3000만원씩 3년을 더 받게 된다. 또 국제 전문학술지 논문 게재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연세대에서 국제 전문학술지에 등재한 논문은 2005년과 2006년에 각각 2025편(세계 104위)과 1857편(세계 106위)이었다. 2007년도에는 2193편으로 국내 사립대학 중 최초로 세계 100위권 이내(96위)에 진입했다. 이러한 증가 경향은 계속되어 2009년도에는 3000편을 넘어서게 됐다.

석학급 교수는 정기 채용과는 별도로 특별 채용한다. 최근 특별 채용된 석학급 교수는 계량경제학 분야 세계적 석학인 미시간주립대 피터 슈미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이사 및 대통령경제자문위원을 역임한 시카고대 석좌교수 랜달 크로즈너, 흑인신학의 대가인 시카고대 드와이트 홉킨스 교수 등이 있다. 신촌캠퍼스 기준 신규 임용자 중 외국인 비율이 2007년 20%에서 2008년 30%, 2009년 42%로 증가했다.

‘섬김의 리더십’으로 자원봉사활동

연세대는 ‘섬김의 리더십’을 가진 따뜻한 엘리트를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자원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나눔과 섬김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2005년 10월 연세자원봉사단이 출범됐다. 현재 2500명의 회원이 있다.

여기에 자원봉사활동 인증·관리 시스템을 운영함으로써 효율적인 봉사활동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인증시스템은 등급제로 100시간까지는 백양등급, 300시간까지는 청송등급, 500시간까지는 자유등급, 1000시간 이상은 진리등급으로 나눠서 자원봉사활동 인증서를 발급하고 있다. 현재까지 1600여명이 등록했다.

의대, 치대, 간호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무의촌 진료 봉사와 음악대학 학생들의 환우를 위한 음악회(세브란스병원 로비), 화요일에 보내는 음악편지(세브란스병원 로비), 토론학회 소속 학생들의 토론 동아리, 동영상 제작 동아리(신문방송학 전공), 청소년 예술학회(문과대학), 파랑새(사회복지 전공) 등이 전공과 연계된 봉사활동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연세대 주변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멘토’가 되어 매주 4시간씩 이들을 돌봐주는 ‘드림 스타트(Dream Start)’ 제도도 운영되고 있다. 이는 이웃과 나라를 섬기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엘리트가 되기 위한 ‘섬김의 리더십’을 실천하고 지역 공동체와의 연계를 늘려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이다.

재상봉 행사·국제컨퍼런스·축제 잇따라

창립 125주년 행사로는 창립기념식, 졸업 25·35·50주년 재상봉 행사, 글로벌 문화축제 등이 있다. 창립기념식은 5월 8일로 예정되어 있고 연세대 노천극장에 1만여명을 초청한다. 학술행사로는 ‘세계대학 총장 국제컨퍼런스’와 ‘아시안 스터디즈(Asian Studies) 포럼’ 등이 있다. 해외대학 총장, 외국기업 CEO, 그리고 아시아지역전문가들을 초청하여 학술포럼을 진행할 예정이다. 축하공연으로는 무악오페라 ‘라보엠’이 준비되어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5월 4~7일 공연할 예정이다. 세계적인 연출가 미국의 빈센트 리오타가 연출을 맡았다. 또 ‘기독교 선교와 연세’ 주제로 125주년 기념 기획·전시를 기획 중이다.

인터뷰 | 김동노 입학처장

사정관제로 609명 뽑을 방침… “봉사 시간보다 느낀 점 중시”

지난 4월 25일 연세대 대강당에서 연세대 입학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입학처장으로 입학설명회를 주관한 연세대 사회학과 김동노(51) 교수는 “입학설명회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우리 학교에 갖는 지대한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입학설명회에서 학생들과 학부모가 가장 관심을 기울였던 것은 입학사정관제 도입에 따른 입시제도의 변화였다고 한다. 연세대는 올해 총 정원의 16.3%에 달하는 609명을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선발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연세대가 선발하고자 하는 인재상은 한마디로 말해 창의적인 인재”라면서 “창의적인 인재는 지식정보사회에서 남과는 다른 것을 생산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물론 기독교 학교인 만큼 ‘창의성’과 함께 ‘봉사 정신’도 학교 측에서 중시하는 덕목이다. 김 교수는 “우리 학교의 모토가 ‘섬기는 리더를 키우자’인 만큼 학생들의 봉사활동 경력도 중시하고 있다”면서 “단순히 봉사활동 시간만을 보는 것이 아니기에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깨닫게 됐나’를 따로 적게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 존 프랭클 언더우드국제대학 교수

“외국 안 가도 외국 유학의 장점 모두 얻을 수 있어”

연세대에는 ‘언더우드국제대학’이란 단과대가 있다. 지난 2006년 3월 학부 형태로 출범한 대학으로 한국학생들과 외국학생들이 한데 섞여 공부하는 말 그대로 국제대학이다.

존 프랭클(John M. Frankl·43) 교수는 언더우드 국제대학의 스타 교수다. 196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크루즈에서 태어난 프랭클 교수는 지난 1988년 UC 버클리 교환학생으로 연세대에 들어온 후 학교와 인연을 맺었다. 2000년에는 대학을 다니던 중에 알게 된 한국 여성과 결혼까지 했다. 유창한 한국어 표준말을 구사하는 프랭클 교수는 브라질 전통무술까지 익혀 교내·외에 명성이 자자하다. “UC버클리에서는 영문학을 공부했습니다. 제2외국어로 원래 스페인어를 공부했는데 별로 외국어 같은 느낌이 안 들더군요. 그러다가 정말 우연히 한국어를 접하게 됐는데, 마침 UC버클리와 연세대가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어요. 그때 한국에 가서 공부해 보자는 결심을 하고 1988년 한국으로 건너왔습니다.”

한국으로 건너온 프랭클 교수는 연세대에서 한국소설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국제대학 출범 초기부터 줄곧 교수로 재직해 왔다. 지금은 소설가 이상이 쓴 수필들을 영문으로 번역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는 국제 부(副)처장이란 학교 보직도 맡았다. 그에 따르면 언더우드국제대학이 처음 출범할 때만 해도 58명이었던 정원은 현재 120명까지 늘었다.

“한국학생들은 한국 교과부에서 정원제한을 가하지만 외국인 학생 입학에는 정원 제한이 전혀 없습니다. 정원 외 학생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학생을 올해도 50명가량 뽑을 예정입니다.”

언더우드국제대학은 △국제학 △비교문학과 문화 △경제학 △국제관계 및 정치학 △생명과학과 기술학의 모두 5개 세부전공도 갖추고 있다.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경제적 이유에서 언더우드국제대학을 선택합니다. 훌륭한 수업환경에서 외국과 똑같은 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보수적인 가정의 부모들이 딸에게 언더우드국제대학을 많이 권하는 것 같습니다.”

서일호 차장대우 /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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