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덥지근한 요즘 시원한 맥주 한잔이 생각나지만 늘 똑같은 맥주 맛에 질려버렸다면? 답은 하우스맥주집을 찾는 것이다. 가볍고 시원한 라거(맑고 투명한 색의 하면 발효 맥주)부터 진하고 쌉쌀한 에일(어둡고 탁한 색의 상면발효 맥주)까지 동일한 재료라도 브루마스터(Brew Master·맥주제조기술자)의 손맛에 좌지우지되는 하우스맥주의 다양한 세계가 개성 강한 맥주 매니아들을 유혹하고 있다. 초창기 대부분의 국내 하우스맥주가 ‘독일식’을 표방하던 것과는 달리 요즘은 하우스맥주 시장에도 세계 각국의 맥주들이 발 빠르게 진입 중이다.

옥토버훼스트(OKTOBERFEST)

독일식 정통 하우스맥주

옥토버훼스트 종로점 photo 옥토버훼스트
옥토버훼스트 종로점 photo 옥토버훼스트

2002년 7월 서울 강남역에 처음으로 문을 연 옥토버훼스트는 백경학(45) 현 푸르메재단 상임이사가 방호권(36) 현 옥토버훼스트 브루마스터와 의기 투합해서 만들었다. 연세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헨 공대에서 맥주양조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방씨는 현재 옥토버훼스트의 브루마스터로 양조장 관리를 총괄하고 있다. 옥토버훼스트는 본래 독일 뮌헨에서 9월 셋째 주 토요일부터 약 보름 동안 열리는 세계적인 맥주 축제를 일컫는 말이다.

옥토버훼스트에서는 총 4가지의 독일식 맥주를 맛볼 수 있다. 바이스비어(300mL 3500원, 500mL 5000원, 1000mL 9500원), 필스너비어(300mL 3500원, 500mL 5000원, 1000mL 9500원), 둥클레스비어(300mL 4200원, 500mL 5000원, 1000mL 9500원), 라들러(300mL 4200원, 500mL 5000원) 등이다.

독일 남부 바바리아 지방의 상면발효맥주인 바이스비어는 보리맥아를 많이 사용하는 다른 지역의 상면발효맥주와 달리 밀로 만든 맥아를 많이 사용해 색깔이 흰색에 가깝다. ‘밀맥주’라는 뜻의 바이젠비어(Weizenbier)로 불리기도 한다. 맑고 투명한 황금색의 필스너비어는 체코 필센(Pilzen) 양조장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이 효시. 특히 옥토버훼스트에서 판매되는 독일식 필스너비어의 경우 깔끔한 뒷맛이 특징이다.

둥클레스비어의 둥클레스(dunkles)는 영어로 ‘dark(어둡다)’를 뜻한다. 원료인 맥아 가운데 일부를 살짝 볶은 흑맥주다. 특히 맥아를 볶을 때 자작나무를 이용하여 자작나무의 훈제향이 독특한 풍미를 자아낸다. 라들러는 맥주 칵테일이다. ‘라드(Rad)’는 자전거 또는 수레바퀴를 뜻하는데, 이 칵테일을 마신 뒤에도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맥주와 레몬즙, 탄산음료 등을 적절히 섞어서 달콤하면서도 상큼한 맛을 내는 기분전환용 알코올음료다.

옥토버훼스트는 독일 현지의 맛을 살리기 위해 맥아와 홉은 독일 남부 바바리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효모 역시 뮌헨 공대 안 연구소에서 균주를 수입·배양해 사용한다. 양조 장비 역시 독일산이다. 독일식 하우스맥주를 표방하는 만큼 안주도 독일식을 주문하는 것이 좋다. 족발요리인 쉬바이네학센(2만8000원)은 옥토버훼스트의 최고 인기메뉴. 독일식 소시지(1만~2만4000원)도 추천메뉴다. 서울 강남, 종로, 신촌, 마포에 점포가 있으며 신촌점과 마포점은 직영점에서 만든 하우스맥주를 냉장탑차로 공급받는다. 부가세 10%는 별도이며 영업시간은 지점마다 다르다.

캐슬프라하(CASTLE PRAHA)

체코식 하우스맥주

모듬 소시지
모듬 소시지

외관부터 화려한 캐슬프라하는 프라하의 구시청청사를 그대로 복원해 맥주집으로 꾸몄다. 체코에서 무역업에 종사하던 함태헌 대표의 아이디어다. 내부에 장식된 아기자기한 공예품과 벽에 발린 잡지, 밀랍인형 등도 모두 체코에서 직접 들여온 것이다.

캐슬프라하에서는 체코식 하우스맥주를 맛볼 수 있다. 6000~7000년에 걸친 맥주 역사 중 체코에서 처음 만들어진 라거맥주는 불과 200여년의 역사를 가진 ‘풋내기’다. 그러나 라거맥주는 세계 맥주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1842년 체코에서는 일종의 ‘맥주산업혁명’이 일어나 오래된 양조장을 갈아엎고 근대식 양조장을 설립했다. 체코는 당시 조셉 그롤이라는 독일 양조기술사를 초빙해 술을 만들도록 했는데 독일과 똑같은 방식으로 술을 만들었음에도 이전의 에일과는 전혀 다른 맥주가 나왔다. 밝은 색과 깔끔한 맛이 선풍적 인기를 끌며 유럽을 강타했다.

이는 체코 필센(Pilzen) 지방의 연수(軟水) 때문이었다. 산업혁명의 근거지인 북유럽은 광산지대가 많아 경도가 높은 물이 흐르는데, 이는 음용에 부적절해 에일 맥주가 번성하게 된 주요 원인이 됐다. 그러나 체코 필센 지방에서는 유럽에서 유일하게 경도 50ppm 미만의 연수가 흐른다. 이것이 바로 체코식 라거맥주의 효시로 ‘필스너 우르켈’이다. 우르켈은 ‘오리지날’이라는 뜻으로 독일의 아류 필스너비어와 구분되는 체코식 정통 필스너비어를 뜻한다.

캐슬프라하에서는 총 3가지 맥주(500mL 5500원, 650mL 7100원, 2000mL 2만2000원)를 맛볼 수 있는데 필스너, 그라낫, 둥켈 등이다. 필스너는 라거맥주의 대표로 맥아향이 살아있어 섬세하면서도 씁쓸한 맛이 나며, 탄산가스량이 많아 거품이 짙고 오래가는 것이 특징이다. 청량감이 있어 뒷맛이 깔끔하다.

그라낫은 체코에서 나는 보석인 호박(그라낫)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호박 특유의 은은한 갈색 빛깔을 닮았기 때문이다. 그라낫은 축제 기간에 특별히 양조하던 술로 우리나라에서는 캐슬프라하에서만 맛볼 수 있다. 여성을 위해 양조된 것이라 향긋하고 달달한 캐러멜향이 특징이다. 필스너의 섬세한 맛과 둥켈의 깊은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둥켈은 중후한 맛의 흑맥주다. 흑맥주로는 일반적으로 기네스가 유명하지만 둥켈은 에일인 기네스와는 달리 흑맥주 중 유일하게 하면발효한 라거맥주다. 라거맥주 특유의 깔끔함과 흑맥주의 전형적인 구수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양조기계와 원료는 모두 체코산이며 특히 홉은 체코산 중에서도 최상급만을 취급한다. 물은 서울의 수돗물인 아리수를 이용하고 있으나 수질검사표를 통해 질을 철저히 체크한다. 아리수는 연수에 속해 체코식 라거비어 제조에 지장이 없다고 한다. 빵 안에 쇠고기스튜가 들어간 비프굴라쉬(2만2000원)는 대표적인 체코 요리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직접 만든 수제 소시지(1만6500~2만7000원)와 화덕피자(1만6000~2만5500원)도 맛볼 수 있다.

서울 강남, 신사, 이태원에도 입점해 있으나 홍대점이 본점으로 지하2층에서 지상4층까지 총 6층으로 꾸며져 있다. 1층은 맥주뿐만 아니라 일반 식사도 가능하며 2층은 와인바, 3층은 체코대사관에서 운영하는 체코정보문화원, 4층은 사무실이다. 체코정보문화원의 경우 올 4월에 본격적으로 문을 열었으며 갤러리식으로 운영된다.

건물 전체에서 체코풍을 듬뿍 느낄 수 있어 체코대사관 주관의 각종 연회가 열리기도 한다. 영업시간은 월~목요일 오후 4시~새벽 2시, 금~토요일 오후 4시~새벽 3시, 일요일 오후 3시~자정. 주차는 월~토요일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발레파킹 가능하며 2시간 2000원, 30분 추가 시마다 1000원씩 부가되는 유료서비스다.

빅락(BIG ROCK)

캐나다 크래프트 맥주

전형적인 하우스맥주집은 아니지만 다양한 캐나다산 크래프트 맥주를 직수입해 생맥주 형태로 판매한다. 캐나다에 위치한 마이크로브루어리 본사에서 체인 형태로 국내에 입점했다. 일반 생맥주가 단기간에 변질되는 것과 달리 이곳의 생맥주는 특수 세라믹 필터를 사용해 효모 등 원료에 손상을 가하지 않으면서 9개월간 유통 가능한 상태를 유지한다. ‘빅락’이란 이름으로 캐나다가 아닌 외국에 체인점이 생긴 것은 서울 강남 매장이 처음이다. 2006년 캐나다에서 유학하던 이준헌(42) 대표가 캐나다식 펍 레스토랑과 맥주문화에 반해 국내에 오픈했다.

캐나다식 맥주는 대부분 에일맥주로 종류가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동일한 양의 원료로 에일은 라거보다 소량의 맥주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맛과 색깔, 농도의 맥주 제조가 가능하다. 총 9개의 맥주(glass 6000원, pitcher 2만원, tower 4만원)가 판매된다.

그래스하퍼는 도수 5.5%의 청량감이 강한 밀맥주. 독일식 크리스탈 바이젠의 영향을 받아 색이 투명한 게 특징이다. 페일에일은 가장 드라이한 호프향의 인도식 맥주로 도수는 5.5%. 워트호그는 도수 4.5%로 전통 에일 중 가장 향이 진하고 풍부하다. 허니브라운은 크로바 꿀을 첨가한 라거 타입의 맥주로 풍부한 맛과 달콤한 뒷맛 때문에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술이다. 맥날리엑스트라는 아일랜드풍 에일맥주로 추운 기후를 반영해 도수가 비교적 높은 7%다. 맛은 허니브라운과 비슷하지만 알코올향이 더 강하고 부드럽다.

트래디셔널에일은 한국 남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맥주. 흑맥주처럼 진하지만 신선하고 부드럽다. 블랙앰버스타우트에일은 스타우트 타입의 흑맥주지만 부드러운 크림 거품의 풍부한 향이 특징이다. 흑맥주 애호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락크릭은 보리 대신 사과를 발효시켜 만든 샴페인 같은 사과주다. 새콤달콤하지만 동시에 떫은맛이 강해 질리지 않고 마실 수 있다. 7월 1일부터는 라임으로 만든 라임라거가 새롭게 선보였다.

이곳에서는 캐나다 전통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에피타이저로는 푸틴(1만1000원)이라는 캐나다 퀘벡 전통음식이 인기가 많다. 감자튀김 위에 소고기 육수를 뿌리고 치즈가 곁들여 나온다. 트래디셔널 에일과 어울린다. 그래스하퍼와 함께 마시면 담백함을 즐길 수 있다. 새롭게 선보이는 갈릭깔라마리(2만2000원)의 경우 생오징어의 몸통을 그대로 갈릭소스에 볶아 각종 채소와 곁들여 먹을 수 있게 제공된다. 오일 소스라 맥날리엑스트라나 트래디셔널에일과 어울린다.

빅풋학센(3만2000원)은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 돼지 앞다리를 통째로 맥주에 삶아 오븐에 넣고 구워낸 것이다. 조리시간에 40분 정도가 소요되긴 하지만 기다려서 먹을 만큼 입에서 살살 녹는 부드러움을 맛볼 수 있다. 블랙앰버스타우트에일이나 페일에일과 함께 먹으면 좋다.

일요일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브런치 뷔페를 여는데 스크램블, 감자튀김 혹은 매시드 포테이토, 파스타, 그린빈, 춘권, 소시지, 베이컨, 오믈렛 등 24가지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부가세 10%가 더해진다. 영업시간은 평일 5시 30분~새벽 2시, 일요일은 브런치 오전 11시~오후 3시, 맥주는 오후 3시부터 자정까지 마실 수 있다. 주차가 불가능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하우스맥주란

국내 언론이 만든 조어… 살아있는 효모 즐길 수 있어

2002년 주세법상 소규모 맥주제조 판매가 허용되면서 국내 언론이 만들어낸 조어. 과거 독일에서는 수도원 양조장과 함께 도시 중심에서 여관 겸 양조장이 번성했다. 여기서 여관을 겸한 양조장을 가스트하우스브라우어라이(Gasthaus Brauerei), 즉 여관 양조장(영어로 Guesthouse Brewery)이라 불렀는데, 언론이 ‘가스트하우스’라는 말에서 ‘하우스’라는 단어만 뽑아 하우스비어 혹은 하우스맥주라는 조어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레스토랑 안에서 직접 만든 맥주’의 뜻으로 통용된다.

하우스맥주가 대형 맥주회사의 생맥주나 병맥주와 가장 큰 차이점은 효모가 살아있다는 것. 미용과 건강에 좋은 맥주 효모가 상온에서는 계속적인 발효로 지나친 알코올을 생성하고 맥주 맛을 변질시킨다. 따라서 시중에 유통되는 생맥주와 병맥주는 열처리, 비열처리 등 다양한 방식으로 효모가 제거된 상태로 유통된다. 그러나 하우스맥주는 그때그때 만들어져 항상 4℃ 이하에서 보관되므로 효모가 살아있는 상태로 소비자에게 공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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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인턴기자·서울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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