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허재성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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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여인이 괴한의 칼에 찔린다. 보디가드가 그녀를 감싸안으며 “총에 맞은 것도 아니고 칼에 찔리다니, 칼에!(카레)”라고 외치자 장면이 전환된다.

#2. 인도의 한 마을이 나타난다. 그곳 사람들이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 ‘노랗고 매콤하고 향기롭지는 않지만 타지마할/양파 넣고 감자 넣고 소고기는 넣지 않아 나마스테/아아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는 이 맛은/왼손으로 비비지 말고 오른손으로 돌려먹어라 롸잇 나우(후략)’

요즘 인기를 모으고 있는 ‘카레’라는 곡의 뮤직 비디오다. 이 노래를 부른 ‘노라조’는 조빈(36), 이혁(32)으로 구성된 듀오다. ‘카레’를 비롯한 노라조의 곡들은 노래방에서 걸그룹을 포함한 아이돌그룹들의 히트곡들 다음으로 인기가 높고 엽기적이면서도 흥겨운 뮤직비디오도 큰 화제다. “아이디어 회의를 하다가 ‘카레로 노래를 만들면 웃기지 않을까’라고 의견이 나왔습니다. 예전에 고등어라는 노래를 부른 적도 있어요. 저희는 아이디어 회의를 진지하게 하지 않습니다. 그냥 툭 던지듯이 의견을 내놓죠. 둘 다 원래 카레를 좋아했고요.”

‘노라조’라는 이름은 리더인 조빈과 소속사 사장이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다가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싼티는 나지만 사람들에게 쉽게 불리고 오래 기억되는 이름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노라조는 ‘놀아줘’ ‘노래는 라이브가 좋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이름에 맞게 싼티를 콘셉트로 잡았죠.”

‘노라조’는 2005년에 결성됐다. “저희 두 사람은 서로 다른 팀에서 활동하다가 우연히 만났습니다. 저(조빈)는 ‘TGS(Total Gift Set·종합선물세트)’라는 3인조 언더그라운드 밴드에서 활동했어요. 이혁은 3인조 ‘오픈헤드’, 6인조 ‘줄라이’에서 활동했죠. 저희는 가요계에 파란을 일으키자는 거창한 생각에서보다는 ‘생계형’으로 시작했어요. 2005년 1집 ‘노라조’를 발표했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았습니다.”

조빈의 본명은 조현준이고 이혁의 본명은 이재용이다. “동네 철학관에 작명을 의뢰했고 네 가지 중에서 고르게 됐는데 조빈이 가장 좋게 느껴졌어요. 이재용도 제가 소개해 이혁이 됐습니다. 재용이는 ‘삼성가 후계자와 이름·한자가 모두 같은데 왜 다른 인생을 사는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린 적도 많다고 해요.”

두 사람 모두 ‘노라조’ 결성 전에는 록음악을 했다. “아버지가 기타리스트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음악을 하는 것은 원하지 않으셨어요. 집에 기타도 안 가지고 들어오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21살 때였어요. 아버지께서는 ‘악기 수리점이 문을 닫았다’며 집으로 기타를 가져오셨고, 다음날엔 두고 나가셨습니다. 그런데 그날 교통사고를 당해 돌아가셨어요. 집에는 아버지의 기타만 남게 됐습니다. 저는 그 기타를 제 방으로 가지고 들어가 세 달 정도 연습했어요.”(이혁)

“‘노라조’를 통해 정통 록음악을 계속해 볼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보다는 사람들이 듣고 싶은 음악을 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어 록음악을 기본으로 하되 다양하게 변형하게 됐죠. 우리만 만족하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만족하길 바랐어요. 그래서 저희 노래에 대한 팬들의 반응을 접할 때마다 무척 뿌듯합니다. 팬클럽 회원들의 경우 무대에 서있는 저희들 컨디션까지 금방 알아차려요.”(조빈)

두 사람은 언더그라운드 시절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 있어서 힘든 줄은 몰랐다고 했다. “비주류 음악이었기에 돈을 거의 받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부자였습니다.”(이혁)

“혁이는 금전적인 부분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저는 요즘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언젠가 가장이 될 것이기 때문에 서서히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결혼해서 신랑, 애들과 잘 살고 있는 여동생을 보면 부러워요. 저는 푸들 여섯 마리와 함께 살고 있는 싱글입니다.”(조빈)

‘노라조’의 이혁과 조빈(오른쪽).
‘노라조’의 이혁과 조빈(오른쪽).

조빈은 ‘노라조’ 데뷔 전에 가수 김장훈의 매니저로도 활동한 적이 있다. “김장훈 전국투어 때 게스트로 무대에 오르며 김장훈씨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콘서트 당시 갑작스럽게 무대의상을 구해야 했던 상황에서 제가 신속하게 대처해 도움을 주었죠. 이를 높이 평가한 김장훈씨가 제게 매니저로 일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습니다. 그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매니저 일을 했어요. 공연을 준비하는 김장훈씨 옆에서 음향, 조명, 무대장치 등 다양한 현장 지식을 익힐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노라조’가 데뷔했을 때 가요계에서는 제2의 ‘컨츄리 꼬꼬’(탁재훈·신정환)가 등장했다고도 했다. “기분 좋았죠. 컨츄리 꼬꼬도 활동 당시에는 파격적으로 신나는 음악을 선보였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여자 노라조라고 불리는 ‘고고걸스’(지나·미나)까지 나왔으니 얼마나 기분 좋겠어요.”

이들의 노래 중에서는 ‘슈퍼맨’ ‘고등어’ 등이 크게 히트했고 최근 낸 4집에서는 ‘구해줘’에 이어 ‘카레’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삼각김밥 머리, 2 대 8 가르마, 황금용 비녀 머리, 석가모니 머리, 캐리비안의 해적, 수퍼맨 등 엽기적인 캐릭터 분장을 마다하지 않고 사랑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노라조’는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2006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K-pop 슈퍼 라이브’ 콘서트에 참가했어요. 처음에는 ‘라멘, 초밥 먹으러 놀러 간다’고 생각했습니다. 비행기 타고 외국에 나가는 게 처음이었거든요. 그런데 현지 반응이 열광적이었습니다. 그 뒤로 10여차례 일본 공연을 하게 됐죠. 10월에 또 공연하러 가요. 이제는 대만, 태국 등에서도 반응이 오고 있습니다.”

리더 조빈은 요즘 KBS ‘천하무적 야구단’에도 출연 중이다. “어릴 적부터 야구를 좋아했어요. 데뷔 후에는 ‘재미삼아’라는 연예인 야구단에 소속되어 있다가 지금은 ‘폴라 베어즈’에서 운동하고 있습니다. 구단주는 이승엽 선수이고 김제동, 김태우, 손호영 등이 소속되어 있어요.”

그는 예능 프로에 적응하는 것이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다고 했다. “‘노라조’ 이미지처럼 엽기적이고 독한 멘트를 해야 하는데 사실 제 성격은 내성적이고 부드럽거든요. 무대에 오를 때 잠시 엽기 스위치를 켜는 것뿐입니다.”

조빈은 노래, 예능에 이어 연기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물론 가수가 본업이죠. ‘가수가 되고 싶은데 외모가 안돼요’ ‘발라드와 댄스가 대세라서 망설여져요’라는 후배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요. 나중에는 ‘노라조라는 팀이 있어서 가수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라는 말도 나오길 바라요.”(조빈)

“엽기적이고 웃기는 콘셉트의 팀이지만 그 자체가 멋있다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뮤직 비디오에 출연해 봤는데 저도 연기가 끌리더라고요. TV 시트콤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호흡이 너무 빨라 숨이 찼어요. 호흡이 비교적 여유가 있는 영화에 출연해서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이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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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호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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