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중심을 흐르는 도톤보리강에서 덴진마쓰리가 한창이다.
오사카 중심을 흐르는 도톤보리강에서 덴진마쓰리가 한창이다.

유카타(浴衣)를 입은 여인들이 종종걸음으로 도톤보리(道頓堀) 강가에 계속 몰려들었다. 일본은 저녁 9시만 지나도 밤거리가 조용하다는데, 7월 24일 ‘물의 도시’ 오사카 중심가인 도톤보리에서 본 시민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이제 시작’ 이라는 듯 상기돼 있었다.

강 끝자락에서 거대한 종소리가 들렸다. 우리의 전통악기인 징을 연상시키듯 울림이 제법 큰 소리였다. 강 끝을 응시하자 멀리 30여명의 사공들이 노를 저어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한 척인가 했더니 반대쪽 끝에서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어린이 사공들이 같은 모습으로 노를 저어왔다. 두 척의 배가 가까워질수록 종소리와 함께 북소리가 더해졌다. 소리는 점점 커지면서 격해졌다.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랫가락이 도시의 밤을 메웠다.

“때를 잘 맞춰 오셨군요. 오늘이 오사카 ‘마쓰리(祭)’ 날입니다.” 도톤보리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한 오영환(59) 오사카 대한민국 총영사가 말했다.

네온사인으로 화려하게 빛나는 오사카 도톤보리.
네온사인으로 화려하게 빛나는 오사카 도톤보리.

제사, 축제라는 뜻을 가진 마쓰리. 일본에는 각 도시마다 지역을 대표하는 마쓰리가 있으며 계절성 행사로 전국에서 공통으로 열리는 마쓰리만 60여개에 이른다. 기원은 일본의 각 신사에서 자체적으로 모시는 신을 기념하기 위한 종교적 행사였지만 점점 시민들의 축제로 변해 대중적 성격이 강해졌다. 일본 각 도시를 대표하는 마쓰리를 테마로 다양한 관광상품도 개발됐고 이는 오늘날 일본의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한다.

매년 7월은 긴키(近畿)지방의 여름축제 기간. 이 중 하늘신에게 제를 올린다는 오사카 덴진마쓰리(天神祭)는 오사카의 대표적 마쓰리로 도쿄의 간다마쓰리(神田祭), 교토의 기온마쓰리(祇園祭)와 함께 일본 3대 마쓰리에 속한다. 매년 7월 24~25일 양일간 펼쳐지는 덴진마쓰리를 보기 위해 일본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100만여명의 인파가 몰릴 정도. 오사카 도톤보리의 화려한 밤거리와 물축제가 어우러져 즐거움을 선사하는 덴진마쓰리가 어느덧 세계인의 축제로 자리잡은 것이다.

덴진마쓰리는 사공들이 공들여 제작한 배를 신사에서 강까지 옮기고, 이를 물에 띄워 의식을 치른 데서 비롯됐다. 매년 7월 24일 텐만구 신사에서 출발해 화려한 천과 횃불로 장식한 배를 강으로 옮기고, 구성원들이 함께 노를 젓고 노래를 부르며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확인한다. 배를 함께 제작하고 도톤부리 강을 순회하는 퍼레이드는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오영환 총영사의 설명이다.

덴진마쓰리에 참가한 어린이 사공이 노를 젓고 있다.
덴진마쓰리에 참가한 어린이 사공이 노를 젓고 있다.

“마쓰리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3~6개월 동안의 준비를 통해 배를 제작하고, 함께 노를 저으면서 협동의식을 기릅니다. 축제날이 되면 오사카성(城), 신사, 도톤보리 등에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모여들면서 도톤부리 인근 상권이 부활하고 지역경제도 살아났죠.”

축제가 고조되자 오사카의 밤이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유카타를 입은 여인들이 연인과 함께 강가의 난간에 기대 뱃놀이를 지켜봤고,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은 저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하는 야(夜)시장 장면이 떠올랐다. 붉은 등불 아래 오사카의 정열이 보였다.

긴키지방 대표 마쓰리

아오이 마쓰리 (교토·5월 15일)

도다이지 마쓰리 (나라·3월 12일)

기온 마쓰리 (교토·7월 14~17일)

덴진 마쓰리 (오사카·7월 24~25일)

기시와다 단지리 마쓰리 (오사카 부 기시와다 시·9월 14~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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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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