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AOL·핫메일 SNS연동·실시간 대화 등
진화한 이메일 속속 내놓아
마크 주커버그
마크 주커버그

‘수영 여자 50m 평영 조별 예선 1조, 30분 전’.

수영선수 정다래의 팬인 회사원 서계남(29·서울 용산구)씨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수영경기를 놓칠까 조마조마하지 않아도 됐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네티즌이 ‘찜’한 경기를 시작 전에 이메일로 알려주기 때문이다. 또 네이버는 ‘목 빠지게 기다리는 메일이 있으세요?’라는 문구를 앞세우며 챙겨야 할 이메일을 무료문자로 알려주는 ‘메일알림설정’을 선보여 중요한 이메일을 놓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1971년, 두 대의 컴퓨터가 3.5m가 떨어진 거리에 놓였다. 미국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레이 톰린슨이 한 컴퓨터로 ‘QWERTY’라는 의미 없는 메시지를 작성하고, 다른 컴퓨터로 잘 도착했는지 전자우편함을 확인했다. 이것이 이메일의 시작이다. 그로부터 40년이 흘렀다. 커뮤니티사이트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부터 실시간 채팅서비스 네이트온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 심지어는 장문 문자메시지(MMS)까지 다양한 통신방법이 등장했다. 각종 매체들 때문에 그 존재를 위협받던 이메일이 새로운 서비스들과 융합하며 재도약을 하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SNS인 페이스북은 이메일 전쟁을 재점화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11월 15일 5억명의 페이스북 회원에게 ‘@face book.com’이라는 주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26) 최고경영자는 “이것은 이메일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페이스북 메시징서비스의 특징은 “끊김이 없고, 즉각적이며, 실시간 대화”라고 설명했다. “메시징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에서만 하루 40억개의 메시지를 송수신합니다. 우리는 이메일의 다음은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이메일에는 엄청난 스팸이 있습니다. 페이스북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도 친구한테 온 메시지를 가려낼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선보인 서비스의 프로젝트명은 ‘타이탄’이다. 타이탄은 휴대폰의 문자, 인터넷상의 모든 메신저서비스를 이메일과 한 화면에서 쓸 수 있게 해준다. 메시지가 수신함에 들어온다는 것은 이메일과 비슷하지만, 다른 웹사이트 서비스를 통합시켜 선보인다는 면에선 새롭다. ‘페이스북 이펙트’의 저자 이준구씨는 “페이스북 이메일은 사람 중심으로 통합된 메시징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핑퐁하는 식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어요. P2P(Peer To Peer·인터넷에서 개인과 개인이 직접 연결돼 파일을 공유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강력한 관계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스팸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관점을 살짝 비틀었습니다. 관계망 중심의 관점입니다. 이 때문에 막강한 메시지 툴(tool)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47조4432억원’. 포털사이트 야후의 전성기 때 가치를 환산한 가격이다. 현재 야후는 구글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한때 대한민국의 포털시장을 주름 잡은 야후코리아도 토종포털사이트에 밀리는 가운데, 지난 11월 24일 삼성동 야후코리아사옥에서 최신 메신저서비스를 선보였다. 새로운 야후메일은 의사소통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이메일을 주고받을 뿐 아니라 페이스북, 트위터 등과 연동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야후메일화면에서 트윗을 확인하고 사진이나 링크를 올려 공유할 수 있다. 네티즌은 “파격적이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메일화면에서 야후메신저 친구와 채팅을 할 수 있다. 이 부분은 페이스북, 구글의 G메일과 비슷하다. 야후코리아 김대선 대표는 “사용자가 메일을 사용하든, 메신저를 사용하든, 스마트폰을 사용하든 자유롭게 야후메일에서 소셜네트워킹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야후코리아는 이메일서비스를 하고 있는 포털사이트 중에 개방 폭이 가장 크다. 김광현 IT전문가는 “야후코리아가 전면개방을 통한 소셜허브(social herb)를 추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가 생각하는 야후의 전면개방전략은 야후 플랫폼을 활짝 열어젖힘으로써 페이스북이든, 트위터든, 윈도라이브든, 미투데이든 다 끌어안겠다는 것입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말고 야후에서 다 해결하세요. 야후에서 놀다가 다른 플랫폼으로 빠져나가지 마시고,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도 보시고, 필요하면 글도 올리시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은 다 갖춰놨습니다’ 이런 뜻이지요.”

미국 온라인 서비스업체 아메리카온라인(AOL)이 11월 14일 개선된 이메일서비스인 피닉스(Phoenix)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MS와 야후, 구글 등의 무료 계정으로 들어온 메일을 피닉스의 메일함으로 가져올 수 있는 호환성이 돋보인다. 첨부한 사진 파일을 미리 볼 수 있는 섬네일 기능도 추가됐다. 향후에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메시지와도 연동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IT전문가들은 “AOL이 페이스북의 이메일서비스를 견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MS의 이메일서비스인 핫메일도 지난 10월 이메일 개편을 했다. 가장 큰 변화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서비스들인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원노트와 좀 더 유기적으로 연동된다는 것이다. 또한 웹저장 공간인 스카이드라이브와 연결돼 50MB의 파일을 전송할 수 있다. 이 같은 파일을 한 번에 200개까지 첨부해 보낼 수 있는 어마어마한 고용량 파일첨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스팸메일을 골라내느라 스팸 없는 다른 통신도구로 이탈하는 네티즌을 막기 위해 스팸을 일괄처리하는 스윕(sweep)기능도 추가했다.

심각한 스팸메일과 다른 매체들보다 신속성이 부족하다는 이유 때문에 이메일무용론이 제기된 적이 있다. 휴대폰만 있으면 문자로 소통이 가능하고 트위터나 네이트온 아이디가 있다면 얼마든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구글, 페이스북, 야후나 우리나라 포털사이트들은 왜 이메일기능을 강화하는 것일까. 이메일은 일시적 서비스가 아닌 통신규약(protocol)이기 때문이다. 이메일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메시지 전송 약속이기 때문에 주소만 알면 상대와 소통할 수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상대방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사용자가 아니라면 소통할 수 없는 것이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인맥을 찾는 ‘파도타기’를 하다보면 상대방이 탈퇴한 경우가 있다. 이 경우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막히게 된 것이다.

아이폰을 사서 처음으로 전원을 켜면 나오는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중 이메일앱은 있지만 페이스북앱이나 네이트온앱은 없다. 안드로이드폰은 구글계정을 통한 이메일 사용이 기본이다. 이에 대해 박병근 IT전문 블로거는 “이메일은 여전히 핵심적인 소통의 도구라는 증거”라며 “포털사이트엔 서비스 이탈을 방지하는 강력한 도구”라고 설명했다. 올해로 40살이 된 이메일은 SNS와의 유기적인 연동과 기존 플랫폼과 융합을 통해 발전된 서비스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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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차장 / 문경연 인턴기자·서강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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