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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149호] 2011.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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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일본 대지진]인류애냐? 幸災樂禍(행재낙화)냐?

일본 지진을 바라보는 중국인의 속마음

김종미  베이징대학 초빙교수 

원조의 손길보다 과거 원한·정치 갈등 먼저 생각
은혜와 원한은 분명히 구별하는 국민성 내보여
▲ 1937년 일본군이 자행한 난징대학살 당시 중국인의 고통을 형상화한 조형물. photo AP·연합뉴스
중국인의 속마음은 도자기로 빚어진 중국 술병과 같아서 그 속에 어떤 마음이 얼마나 들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은 넷심이랄까 인터넷에 올라오는 수 많은 글들을 통해 중국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 과거보다는 이해가 한결 쉬워졌다. 중국도 이번 일본 지진을 바라보면서 언론과 민심이 들끓었다. 자기 마음도 하나가 아니듯 어느 국가 어느 민족의 마음이 두 개, 세 개, 네 개가 아닐까마는 그러나 들끓는 마음들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중국적인 사유방식과 만나게 된다.
   
   중국의 대표적 주간지인 ‘중국신문주간’과 삼련생활주간(三聯生活週刊)은 이번에 일본 대지진에 관한 특집호를 발행하였다. 일본지진을 바라보는 중국인의 시각을 총정리 했다고 보이는 이들 잡지의 논조는 △일본 지진에 대한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보도, △일본의 선진적인 재난방재시스템과 일본인이 보여준 질서정연하고 이성적인 태도에 대한 경외감, △일본지진이 중국 경제·사회 환경에 미치는 영향 분석의 세 가지로 종합할 수 있다. 이 중 특히 일본 국민이 보여준 침착함과 질서의식은 중국 사회 전반에 거의 충격적이라고 할 만큼 깊은 인상으로 다가왔다. 최근 중국은 방사능 노출에 소금이 특효약이라거나 혹은 방사능으로 염전이 오염되어 소금 값이 폭등할 거라는 불안감에 상점의 소금이 동이 나서 웃돈을 주고도 사지 못하는 북새통이 있었고, 선점한 몇 년치 소금이 유언비어에서 비롯된 황당구매였음을 알고는 다시 소금을 환불하기 위한 소동이 있었다. 반면 일본은 빵 하나, 생수 한 통도 타인을 배려하여 남기고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 양식 있는 중국 지식인들의 낯을 붉히게 하였다.
   
   
   “일본인의 침착함에 부끄럽다”
   
   “오늘날 대재난 앞에서 일본인이 보여준 침착함과 질서의식에 감동한다. 중국 네티즌의 가장 뜨거운 반응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자연재해 앞에서 일본인이 보여준 침착함과 질서의식이었다. 10미터가 넘는 해일이 덮쳐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청년은 노인을 돕고 남자는 여자를 돕고 서로가 서로를 돕고 양보하는… 지하철이 멈추고 정전이 되어도 미동도 하지 않는… 조그만큼의 소음도 범죄도 쓰레기도 남기지 않은 일본인 …소음과 복잡함과 무질서에 익숙한 중국인으로서 부끄러움에 말을 잃고 온몸에 땀이 날 지경이다. ” - 남도주간(南都週刊) 3월 22일자에 장민(張鳴)이 쓴 글
   
   현재 일본 지진의 여파가 가라앉는 시점에서 중국 언론매체도 냉정함을 회복하고 있지만 사실 일본 지진이 발생한 그 한 주는 일본을 바라보는 태도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이번 재해를 바라보며 중국에서 새롭게 유행하게 된 사자성어가 ‘행재낙화(幸災樂禍·씽자이러훠)’이다. 이는 ‘좌전(左傳)’에서 출현한 성어로서 속뜻은 ‘남의 재난과 불행을 기뻐한다’는 말이다. 3월 11일 일본 지진 발생 당일 일부 네티즌을 중심으로 이 새로운 용어가 빠르게 확산되었다. 일본이 천벌을 받았다느니, 일본이 과거 무고한 중국인을 수없이 살해한 역사적 사실을 상기할 때 일본 지진을 원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느니, 원조를 하더라도 2008년 쓰촨 대지진 때 일본이 중국을 원조한 꼭 그만큼만 형식적으로 원조해야 한다느니 하는 과격한 민족주의적 견해들이 난무하였다. 당시의 상황을 번민하는 한 중국 학생의 변을 들어보자.
   
   
   “한국 사회 성숙함 배우자” 반성의 목소리
   
   “여우쿠(www.youku.com) 평론에서는 90%가 넘는 사람들이 일본 지진을 고소해하고 나머지 사람들만이 동정심을 표하고 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공격을 받을까봐 두려워 감히 그곳에 댓글을 달지 못했다. 일본인을 동정해야 하는지의 여부에 대해 지금도 나는 명확히 의견표명을 할 수가 없다. 돌을 맞을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다만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의 생명은 평등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 사이트 아이디 紫水小妖, 3월 11일 글 게재
   
   일부 네티즌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행재낙화’의 감정을 우려한 중국 칭화대학의 일본연구센터는 중국 중견학자 100명을 발기인으로 하여 ‘일본에 따뜻한 손을 내밀자’라는 제목의 결의문을 발표하였다. “비록 역사가 남긴 문제들이 때때로 국가 간의 정치적 마찰을 초래하지만 하나의 민족이 성장하는 과정 중에 발생한 숙명적인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호 지혜와 인애(仁愛)를 발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결의문의 최초 제안자인 리옌장(李廷江)은 한국 사회의 성숙함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여 눈길을 끌었다. 그는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961회째 정기집회를 열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일본 지진사태에 대해 애도하며 한 위안부 할머니가 “일본이여, 힘내라!”를 외쳤다는 기사를 접하고는 이를 ‘역사를 잊지 않지만 인류애를 우선하는 한국의 성숙한 태도’라고 강조하였다.
   
   중국의 우수작문 모음사이트 중국작문망(中國作文網)에서 일본 지진과 관련한 우수작으로 뽑힌 중국 초등 6년생의 글을 보았더니 1931년 9·18사변, 1937년 난징대학살 및 1937년에서 1945년 사이에 일본이 318만명의 중국인을 살해했다는 통계기록 등을 열거한 후 글의 말미에 ‘재상의 뱃속엔 배 한 척이 들어간다(宰相?子里能撑船)’는 중국 속어를 인용하여 현재의 일본을 받아들이고 세계평화를 이룩하자는 당돌한 주장을 하고 있었다.
   
   
   투쟁철학과 원한교육
   
   대학을 갓 졸업하고 베이징에서 회사원으로 근무하는 톈청롱(田成龍·23)씨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 모두는 하나의 인류입니다. 재난이 일어난 곳에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과거는 과거일 뿐, 과거가 현재를 잠식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톈진사범대학 쩡청우(鄭成武·40) 교수는 “중·한·일 삼국의 의식을 비교할 때 중국의 시민의식은 훨씬 더 성숙해져야 한다”며 “작년에 중국의 GDP(국내총생산)가 일본을 넘어섰다고 서로 축하하고 좋아했지만 이번 지진을 통해 보여준 일본의 시민의식이나 한국의 인류공동체정신을 따라가려면 중국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쩡청우 교수나 톈청롱씨와 같은 생각을 하는 중국인도 적지 않다. 펑황위성TV (www.ifeng.com)에서도 인류애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대담프로를 방영하였다. 그런데 역설적인 것은 중견교수 100인의 결의문이나 TV의 대담프로가 바로 중국 사회 전반에 걸친 상반된 마음, 즉 초등생에서부터 청년 네티즌, 중장년 지식인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원한과 정치적 갈등을 우선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은혜와 원수를 분명히 한다(恩怨分明)’는 것은 중국적인 사유방식의 핵심이다. 중국 무협영화를 보면 대부분이 자기 당파의 원수를 갚는 내용이다. 베이징에 ‘원명원(圓明園)’이라는 청나라의 별궁터가 있다. 강희제 때 건축된 동서양 혼합식의 화려한 궁궐인데 1860년 영국·프랑스 연합군에 의해 파괴되었다. 그런데 중국적 사유방식은 원명원의 불탄 잔해물을 지금도 치우지 않고 ‘몇 년 몇 월 몇 일에 누구에 의해서 파괴되고 약탈당했다’라는 안내문을 설치하여 관람자의 마음을 자극한다. 마치 곰쓸개를 씹으며 원수를 잊지 않으려는 월왕 구천(勾踐)처럼 말이다. 그래서 혹자는 이를 ‘투쟁철학과 원한교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본주의적 인간애를 중심축으로 여기에 은혜와 원수를 각인하는 성향, 자부심과 자괴감의 복합적 역사교육, 나와 너를 가르는 중심주의적인 성향, 배 한 척이 들어가는 재상의 깊은 뱃속과 도자기의 불투명한 술병을 오버랩하여야 오늘날 일본 지진을 바라보는 중국인의 복잡한 심리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이 속에 사회적 성숙도와는 별개의 중국적 사유방식의 특징이 담겨 있다.
   
김종미
   
   베이징대학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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