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포츠
[2154호] 2011.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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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메시? 메시아!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다”

정윤수  축구평론가  

‘제2의 마라도나’가 아닌 역대 최고의 선수
메시의 몸짓은 에로티시즘의 불꽃
이탈 꿈꾸는 이들의 밤잠 설치게 해

“엄청난 속도 유지하면서 방향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선수 플레이 스테이션 게임 보는 듯”
▲ 메시가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photo 연합뉴스·AP
‘디 오픈(The Open)’이란 말이 있다. 세계 4대 메이저 골프 대회 가운데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브리티시 오픈을 일컫는 말이다. 브리티시니 뭐니 따로 수식이 필요 없다는 명쾌한 수식, 그것이 바로 ‘디 오픈’이다. 디 오픈은 25만명 이상의 갤러리가 운집하고 전 세계 160여개국으로 생중계된다.
   
   골프에 ‘디 오픈’이 있다면, 축구에는 ‘엘 클라시코(El Cl쮅sico)’가 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 간의 맞대결이 ‘엘 클라시코’다.
   
   두 팀의 맞승부, 곧 엘 클라시코는 시즌마다 기본적으로 두 차례는 펼쳐진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홈 앤 어웨이로 인해 우선 두 차례 열리는데, 이번 시즌에는 여기에 더해 스페인 국왕컵(코파 델 레이) 결승과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 두 경기 등 모두 다섯 번이나 맞붙게 된다.
   
   그 한 번은 2010년 11월에 프리메라리가 첫 경기로 FC바르셀로나의 홈구장 캄프 누에서 맞붙었다. 스코어는 무려 5-0. FC바르셀로나는 홈구장을 절반만 사용하면서 상대팀을 초토화시켰다. 그리고 지난 4월 17일,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벌어진 프리메라리가 32라운드에서는 두 팀이 1-1로 무승부를 이뤘다. 지난해 11월의 0-5 대참사를 극복하지 못하고 홈경기에서도 무기력하게 끌려다니다가 겨우 무승부를 이룬 레알 마드리드의 조제 무리뉴 감독은 며칠 뒤인 4월 21일에 열린 코파 델 레이 결승에서 마침내 FC바르셀로나의 골 망을 단 한 차례 뒤흔들어 우승컵을 안았다.
   
   이로써 엘 클라시코의 세 차례 경기가 끝났으며 이제 막판 최후 대결인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이 역시 홈 앤 어웨이로 전 세계 1억명의 시청자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 밤잠을 지새우며 목격한 대로 이 준결승전의 1차전은 원정팀 FC바르셀로나가 일방적인 공격으로 밀어붙인 끝에 2-0으로 앞서나갔다.
   
   불운의 전조일까. 레알 마드리드의 주장 세르히오 라모스는 우승을 축하하는 카퍼레이드 도중 그만 실수로 국왕컵을 도로에 떨어뜨려 산산조각을 내고 말았는데,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 1차전에서 FC바르셀로나에 공격다운 공격을 거의 해보지 못하고 박살이 났다. 리오넬 메시(FC바로셀로나)를 꽁꽁 묶었던 케플러 페페가 퇴장 당했고 이에 항의하던 무리뉴 감독도 퇴장 당했으며 국왕컵을 박살 낸 라모스 또한 경고를 받아 운명의 2차전에 뛸 수 없게 됐다.
   
   
   메시의 등장은 일종의 ‘에피파니’
   
   아차, 나는 지금 당신이 기대하는 바로 그 이름을 아직 꺼내지도 못했다. 틀림없이 당신은 단지 엘 클라시코이기 때문에 밤잠을 지새운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기대하는 그 이름, 수많은 경기에서 수많은 골을 넣었음에도 단 한 번도 엇비슷한 동작을 하지 않은, 진정한 천재 곧 리오넬 메시를 경배하기 위하여(메시? 메시아!) 밤을 지새웠을 터. 필자 역시 이심전심으로 지난 1차전의 새벽을 새하얗게 보냈으므로 이제 그 이름을 불러보자. 리오넬 메시!
   
   국내에 번역된 책 가운데 스포츠의 미학과 정념에 관해 최고 수준의 설득력을 보여준 미국 스탠퍼드대 한스 굼브레히트는 ‘매혹과 열광’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어떤 신체가 예기치 않게 공간에 등장하는 것, 재빨리 그것이 돌이킬 수 없이 사라지면서 갑자기 아름다운 형태를 띠는 것은 일종의 ‘에피파니’(epiphany·진리의 순간적이고 예술적인 현현)로 간주될 수 있다. 이 에피파니야말로 우리가 운동경기를 관전할 때 느끼는 환희의 원천이며 이것이 우리의 미적 반응의 수준을 결정한다.”
   
   결론을 미리 앞당겨 말하건대, 우리가 엘 클라시코를 기다리고 메시를 동경하는 것은 바로 이 정념 때문이다. 아일랜드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에 의해 현대문학의 중요한 개념으로 떠오른 ‘에피파니’를 활용하면서 굼브레히트는 “스포츠를 통해 우리가 ‘갑자기 아름다운 형태를 띠는’ 순간을 기다린다”고 말한다. 그 환희를 위해 우리는 기꺼이 입장료를 지불하거나 밤을 지새우거나 4년마다 광장에 나가 박지성의 이름을 외친다. 압도적인 상업주의나 과열된 애국주의에 휘말려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우매한 군중, 곧 ‘아Q’가 아니라 환희의 원천, 미적 반응, 진리의 순간적 현현을 앙망하는 것이다.
   
   
   메시 막느라 상대팀 공격도 못해
   
   아르센 벵거의 말을 들어보자. “내가 원하는 경기가 단 5분이라도 실현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는 유럽 축구계의 철학자요 아스널의 감독인 벵거는 “메시가 일단 뛰기 시작하면, 그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엄청난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어느 곳으로든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유일한 선수다”라고 말했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까닭이 있다.
   
   지난 4월 6일 열린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아스널은 FC바르셀로나에 완패했다. 중요한 것은 그 경기에서 공격 지향의 아스널이 단 한 차례도 슛을 날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설마? 진실이다. 90분 내내 메시를 막기 위해 전전긍긍하면서 단 한 번도 슛을 날리지 못하고 패퇴하고 말았는데, 경기 후 벵거 감독은 메시의 플레이에 대해 “흡사 플레이 스테이션 게임을 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필자 또한 직접 그 광경을 목격한 일이 있다. 지난해 8월, 메시는 동료들과 함께 K리그 올스타팀과 친선경기를 치르기 위해 방한했다. 당시 FC바르셀로나의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은 무리한 일정과 피로 누적을 이유로 메시를 출전시키지 않겠다고 했다가 각계의 비난에 못 이겨 잠시 출전시킨 적이 있다. 메시는 딱 15분만 뛰었다. 그는 프리메라리가나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아닌, 친선경기였기 때문에 열정적으로 뛰지는 않았다. 연습하듯이 몸을 풀다가 두 차례 섬광처럼 움직였는데 바로 그 두 번의 동작에 의해 두 골이 터졌다. 경이적이라는 표현은 그런 순간을 위해 생성된 단어다.
   
   자, 다시 복기해 보자. 바로 그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 두 번째 골 말이다. 후반 31분, 아펠라이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어떤 궤적을 그리며 상대 문전으로 파고들지 이미 간파한 메시는 두세 명의 수비수 틈으로 달려들면서 첫 골을 성공시켰는데, 이는 10분 후의 두 번째 골을 위한 예고편이었다. 후반 42분, 메시는 혼자서 40여m를 달렸다.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수 다섯 명이 마치 스키장의 기문(Gate)처럼 흔들렸다.
   
   FC바르셀로나의 동료 대여섯 명은 어떻게 했는가. 모두 동작을 멈추었다. 굳이 메시를 돕기 위해 달려갈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그들은 메시를 믿었다. 괜히 달려가서 메시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기보다는 뒤에서 가만히 멈춘 채로 다섯 명의 수비수와 골키퍼가 일거에 무너지는 진풍경을 구경했다.
   
   
   진부함을 뒤흔드는 상상의 현현
   
▲ 메시가 골을 넣은 후 동료와 포옹하며 기뻐하고 있다. photo 연합뉴스·AP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우리의 박지성을 중용하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메시와 FC바르셀로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모두가 FC바르셀로나를 두려워한다. 그들은 무적의 팀이라는 묘한 아우라를 갖고 있다.”
   
   곧 그날이 다가오면, 당신은, 아니 우리 모두는 또다시 밤을 지새우게 될 것이다. 그때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는가. 박지성? 옳거니,그 영광의 그라운드에 박지성이라는 비범한 선수가 뛴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감격이다. 그것뿐인가? 역시 메시! 우리는 다시 메시를 기다린다. 왜 그런가? 우리가 축구를 보면서, 축구 이상의 어떤 경지를 바라기 때문이다. 갈레아노의 말을 들어본다. ‘축구, 그 빛과 그림자’에서 그는 “상대편과 심판, 그리고 객석의 관중을 향해 펄쩍펄쩍 뛰며 지그재그로 멋지게 드리블해 가는, 이치에 맞지 않는 난폭함을 저지르곤 한다. 이는 금지된 자유를 향해 모험적으로 돌진하는 육체의 순수한 쾌락을 추구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썼다.
   
   메시의 동작은, 그의 드리블은, 그의 골은 언제 어디서나 터지는 그 흔한 행위가 아니다. 그를 일컬어 ‘제2의 마라도나’라고 했던가. 아무래도 이번 시즌을 끝으로 메시는 그 누구의 대를 잇는 선수가 아니라 그 자신이 단독자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그의 동작은 무기력한 일상에 사로잡힌 우리의 감각을 일깨우는 신새벽의 석간수이며, 그의 드리블은 살인적인 경쟁과 무의미한 스펙 쌓기에 지친 우리의 진부함을 뒤흔드는 창의와 상상의 현현이며, 그의 골은 언젠가 단 한 번이라도 획일화된 코스에서 이탈해보고자 하는 우리의 욕망을 자극하는 매혹적인 에로티시즘의 불꽃이다. 그 때문에 우리는 메시를 기다리며 긴 밤을 지새우는 것이다. 메시? 메시아!
   
엘 클라시코의 역사
   
   마드리드 vs 바르셀로나 빅 매치에 300년 근대사 농축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빅 매치는 짧게는 70여년의 현대사와 길게는 300여년의 근대사가 농축돼 있다. 14세기 후반, 아라곤 왕국 페르난도 2세와 카스티야 왕국 이사벨 여왕의 정략결혼으로 성립된 스페인은 곧장 영토 확장(또는 회복)에 나선다. 이베리아반도 내 이슬람의 마지막 거점인 그라나다를 점령하고 저 멀리 아메리카로 식민지 독점에 나섰다. 그 중심 도시가 오늘의 수도인 마드리드다. 한편 동부의 카탈루냐는 1137년에 아라곤 왕령이 됐으나 17세기와 18세기 두 차례에 걸쳐 격렬한 분리 독립운동을 벌였고 19세기 후반부터는 일찌감치 발달한 철강, 운수, 항만의 산업노동을 기반으로 왕정에 반대하는 민주 공화정을 추구해왔다. 그 중심 도시가 바르셀로나다.
   
   두 도시, 곧 왕정 세력의 마드리드와 분리 독립을 추구하는 바르셀로나가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이 된 것은 1930년대.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일시적으로 공화정이 수립되고 그에 따라 카탈루냐가 잠시나마 자치 및 카탈루냐어를 공식 사용할 수 있게 됐으나 왕당파와 토지 귀족 세력의 연대 및 이를 무력으로 뒷받침하는 프랑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이에 동부 카탈루냐의 중심 도시 바르셀로나와 북부 바스크의 중심 도시 빌바오 시민들이 거센 저항을 했고 독재자 프랑코는 히틀러 공군의 힘을 빌려 자국민을 공습했다. 피카소의 대작 ‘게르니카’는 바스크의 작은 마을 게르니카 학살을 추모하는 작품이다. 인구 700만명으로 스페인 전체(4700만명)의 7분의 1가량이지만,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카탈루냐는 지금도 자치 독립을 위해 다양한 저항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06년 스페인 중앙 의회는 카탈루냐 자치 정부에 세 수입 관할, 카탈루냐어 공용어 인정, 독자적 사법권 보장 등 사실상 ‘주권국가’에 준하는 지위를 부여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야당인 대중당이 “헌법에 규정된 스페인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것”이라며 헌법 소원을 냈고 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지난해, 그러니까 스페인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하나가 되어 기쁨을 누린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스페인 안에 또 하나의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고 곧 바르셀로나에서는 110만여명이 운집하는 대규모 반대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것이 엘 클라시코가 열릴 때면 FC바르셀로나 팬이 홈구장에 ‘카탈루냐는 스페인이 아니다’라는 거대한 현수막을 내거는 까닭이다. 또한 팀 수뇌부와 과거의 노장들이 큰 경기가 있을 때마다 FC바르셀로나의 홈구장에 모여 거장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의 음악을 들은 후 경기를 관전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파블로 카잘스는 한평생 프랑코 독재에 저항했던 카탈루냐 출신의 위대한 음악가다. 이밖에도 스페인 내전 때 FC바르셀로나의 수뇰 회장이 프랑코 총통의 군대에 의해 살해 당했는가 하면 레알 마드리드의 열혈 팬인 프랑코 총통이 강제적으로 당대 최고 선수 알프레도 디스테파노를 영입한 사건도 엘 클라시코의 격렬함을 더하는 요인이 된다. 물론 이런 과거사에 대해 오늘날의 마드리드 시민들과 레알 팬들이 일일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메시의 기록과 의미
   
   경기당 평균 1골 넘어… 시즌 최다골 반세기 만에 경신 눈앞
   
   1987년 6월, 아르헨티나 산타페주 로사리오에서 태어난 메시는 세계 축구인이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발롱도르(Ballon d’Or) 상과 FIFA 올해의 선수상을 2년이나 연속으로 수상했다. 그의 나이가 이제 겨우 24세라는 점에서 이 위업은 앞으로 두세 번은 더 반복될 것이다. 일찌감치 그의 천재성을 간파한 FC바르셀로나는 그의 나이 13세 때 온 가족의 평화로운 생계와 성장호르몬 장애 치료를 약속하면서 대서양 건너편으로 데려갔고 메시는 2004~2005 시즌에 프리메라리가 최연소 데뷔 선수이자 최연소 리그 골로 화답했다. 그해에 FC바르셀로나는 리가 우승을 했고 이듬해에는 리가와 챔피언스리그 우승, 곧 더블을 기록했다. 지난 2008~2009 시즌에 FC바르셀로나는 세계 축구 역사상 전대미문의 6관왕(국왕컵, 프리메라리가, 챔피언스리그, 스페인 수퍼컵, UEFA 수퍼컵, 피파 클럽 월드컵)을 이룩했는데, 물론 그 중심에 169㎝, 67㎏의 메시가 있었다.
   
   사실 이러한 기록의 나열은 적어도 메시에게는 무의미하다. 그가 들어올린 우승컵이나 개인 수상, 또는 출장 시간 대비 골 기록이나 시즌 최고 골 기록 따위는 해마다 그가 갈아치우기 때문에 일일이 받아적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더욱이 그는 페널티킥을 자주 차지 않는다. 거의 모든 골이 필드 플레이 과정에서 진리의 한순간처럼 작렬한다.
   
   과거지사는 필요없다. 올 시즌만 보자. 준결승 1차전까지 치른 이번 챔스에서 그는 11경기 11골을 기록하며 챔스 득점왕 3연패를 선약했고 올 시즌 통틀어 50경기 52골로 경기당 1골을 넘어서는 경악할 만한 기록을 남겼다. 약 40년 전, 독일의 게르트 뮐러가 아약스 암스테르담 소속으로 뛰면서 수립한 유럽 단일 시즌 최다골(55) 기록 역시 메시에 의해 거의 반세기 만에 경신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메시는 이제 겨우 24세. 앞으로 10년은 너끈히 뛰게 될 텐데, 이제까지 이룩한 그의 기록과 수상은 앞으로 그가 성취할 위업의 서막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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