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기 열풍 프리미엄 소금 시장으로 확산
황토소금·죽염·히말라야암염·안데스소금…
‘방사능’ 특수로 매출 최고 4배 급증
삼손푸드의 ‘황토항아리 소금’제조 과정. ⓒphoto 삼손푸드
삼손푸드의 ‘황토항아리 소금’제조 과정. ⓒphoto 삼손푸드

이번 4월 전국의 염전은 유례가 없을 만큼 바쁘게 돌아갔다. 방사능 피폭에 천일염이 좋다는 말에 소비자들의 소금 사재기가 한 달째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사능을 정화한다는 요오드는 천일염 속에 극히 미량만 들어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도 한번 불기 시작한 소금 열풍은 그칠 줄 모른다. 소금업계에서도 사조해표가 ‘소금 판매 1위’라는 보도자료를 내자 대상청정원이 반박할 만큼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번 사재기 현상을 계기로 소비자들의 ‘소금 보는 눈’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조금 비싸더라도 품질 좋은 소금을 찾아 구매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구운 소금이다.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천일염은 높은 열을 가하면 알칼리성으로 변한다. 동시에 함유된 주요 미네랄 성분은 더욱 증가한다. 반대로 중금속을 비롯해 인체에 해로운 불순물들은 사라진다. 이는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제염과는 대조적이다. 정제염은 성분의 99% 이상이 염화나트륨으로 구성돼 있으며 제조과정에서 미네랄 성분이 대부분 제거된 소금이다. 염화나트륨 덩어리나 마찬가지라서 많이 먹으면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고품질 비결은 불의 온도?

강원도 홍천군에 있는 디아코니솔텍은 1996년부터 도자기용 가마에서 소금을 굽고 있다. 고품질 소금이 만들어지는 핵심 비결은 ‘불’이다. 이곳에서는 공기와 연료의 비율이 각기 다른 세 가지 불을 사용해 국내산 천일염을 12~15시간 구워낸다. 불의 온도는 800~850℃. 공기와 연료의 비율이 2 대 1인 산화불, 1 대 1인 중성불, 1 대 2인 환원불 순으로 작업한다. 이 과정에서 소금의 나쁜 성분들을 가마가 빨아들인다. 간수(소금을 제조할 때 부산물로 나오는 액체)에서 배출되는 염소가스가 대표적이다. 반대로 마그네슘, 칼륨, 칼슘 등 인체에 좋은 미네랄 성분은 증가한다. 가격은 1㎏당 1만원이다. 전화주문만 받는 소규모 업체인데도 불구하고 계속 입소문이 퍼지면서 주문량이 증가하고 있다. 디아코니솔텍의 박성률 대표는 “평소에는 주문량이 월 평균 500㎏ 정도였는데 사재기 현상이 일어난 후에는 2톤까지 증가했다”고 말했다.

전남 장성군에 있는 삼손푸드에서는 1997년부터 ‘황토항아리소금’을 판매하고 있다. ‘황토항아리소금’은 황토로 만든 항아리에 천일염을 넣고 구워낸 소금이다. 1년 이상 묵힌 천일염을 초벌구이한 황토항아리에 넣고 790℃의 온도에서 12시간 구워낸다. 오랫동안 고온에서 구워서 불순물은 사라지고 풍부한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는 황토 덕분에 제조과정에서 천일염에 포함된 미네랄 성분이 세 배 정도 증가한다. 가격은 500g당 1만4000원. 주로 고혈압이나 당뇨를 앓는 사람들이 주요 고객이었는데 최근 들어 일반인들도 많이 찾고 있다. 삼손푸드의 박승호 부사장은 “평소 월 매출이 1500만원 정도였는데 일본의 방사능 유출 사고 이후 월 5000만원까지 뛰었다”고 말했다.

국내 소금 넘어 해외 소금까지

전남 신안군 태평염전의 천일염 수확 과정. ⓒphoto 조선일보 DB
전남 신안군 태평염전의 천일염 수확 과정. ⓒphoto 조선일보 DB

예전부터 몸에 좋기로 유명한 죽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인산죽염’으로 유명한 경남 함양군의 ‘인산가’에서는 1987년부터 죽염을 생산하고 있다. 한 달 평균 매출이 4억~5억원에 이를 정도로 소비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한 번 구운 소금은 1만7000원, 세 번 구운 소금은 3만원이다. 약이나 다름없다는 ‘아홉 번 구운 소금’은 가격이 19만5000원에 이른다. 그래도 소금 사재기 현상이 나타난 이후 주문량이 2배 정도 늘었다. 인산가 김홍진 과장은 “현재 주문량이 많아서 생산량이 못 따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3년 정도의 여유분이 없었다면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로 시선을 돌리는 소비자들도 있다. 프랑스 게랑드 소금은 일찌감치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청정한 소금으로 알려져 있다. 게랑드 지역의 모든 염전이 자연 상태의 갯벌 바닥에서 소금을 생산하는 ‘토판염’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점이 소비자들한테 신뢰를 주고 있다. 천연 갯벌을 염전 바닥으로 삼은 덕분에 게랑드 소금은 생산과정에서 갯벌 내에 있는 천연 미네랄 성분을 그대로 흡수한다. 반면 국내 염전은 갯벌에 장판을 깔거나 옹기 파편을 깐 염전이 대부분이다. 게랑드 지역 자체가 람사르 습지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는 점도 안전한 소금이라는 이미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소금이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유명해진 것은 ‘플뤼르 드 셀(Fleur de sel·소금의 꽃)’ 덕분이다. ‘플뤼르 드 셀’은 소금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 전 염전 표면에 떠 있는 소금입자를 채취한 것이다. 얻을 수 있는 양도 적고 채취작업에 많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편이다. 1㎏당 가격이 약 7만원. 1㎏당 9000~1만3000원인 일반 게랑드 소금보다 7배 정도 비싼 가격이다. 주로 부유층이나 고급 레스토랑 등에서 구매해 왔는데 최근에는 소비층이 넓어지고 있다. 게랑드 소금 수입 판매사인 제제파크의 박준석 대표는 “국내산 천일염을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게랑드 소금을 비롯한 해외 유명 소금을 사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데스 소금도 비슷한 상황이다. 안데스 소금은 남아메리카 서부지역에 있는 안데스 산맥이 융기하면서 생긴 산정호수에서 채취한 소금이다. 사람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 고산지대에서 생산한 소금인 만큼 안전성을 자랑한다. 가격은 1㎏당 약 1만3000원. 일반 소금보다 비싸지만 소금 자체가 신선하고 음식의 맛도 살려준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찾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소금 사재기 현상 이후에는 매출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005년부터 안데스 소금을 판매하고 있는 다코안데스청염의 김문찬 대표는 “평소에는 한 달 평균 매출이 약 1000만~2000만원이었는데 4월 한 달 매출만 약 3000만원”이라고 말했다.

권장섭취량은 하루에 5g

얼마 전에는 음이온 램프로 유명한 히말라야암염이 식용 소금으로 출시됐다. 히말라야암염은 소금 덩어리를 파고 전기로 불을 밝히면 음이온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의료기기 전문업체 휴렉스메디칼은 지난 4월 16일부터 히말라야암염에서 채취한 소금 ‘솔레솔트’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히말라야 소금광산에서 채취하는 소금 중에서 중금속 성분 등 불순물이 섞이지 않아 먹을 수 있는 것은 전체 채취량의 1% 정도. 그래서 현지에서는 소금광산에서 어렵게 걸러낸 식용 소금을 ‘왕의 소금’이라고 부른다. 가격은 100g에 1만5000원. 휴렉스메디칼 김현정 실장은 “3억5000만년 전부터 히말라야에 매장돼 있던 천연소금이라는 점이 소비자들한테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런 고품질 소금의 적절한 섭취량은 어느 정도일까?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시한 소금의 권장섭취량은 하루에 5g이다. 그 이상을 섭취할 경우 고혈압, 당뇨, 부종, 심부전증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권장량은 정제염을 기준으로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모든 소금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염화나트륨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미네랄이 풍부한 고품질 소금의 경우에는 적정 섭취량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그네슘, 칼륨, 칼슘 등 인체에 이로운 각종 미네랄 성분을 염화나트륨과 함께 섭취할 경우 염화나트륨만 섭취했을 때보다 체내의 스트레스 반응이 떨어진다. 죽염의 권장 섭취량이 하루 10~15g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소금의 절대량이 아니라 소금의 구성이다. 목포대 식품공학과 함경식 교수는 “똑같은 염화나트륨이라도 ‘어떤 미네랄과 같이 섭취하느냐’에 따라 몸의 반응이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식단을 짜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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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성 인턴기자·고려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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