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 1℃는 체감온도 10℃의 변화 해수 온도 상승 속 온도 변동폭 커져
해안가 되레 냉수대… 오징어 먼바다로 회유성 어종 길목 남획도 한몫
기후변화로 인해 바뀐 한반도 주변 어종 분포도
기후변화로 인해 바뀐 한반도 주변 어종 분포도

“오징어요? 우리도 구경하기 어렵습니다. 가판장 경매에서 마리당 1만원에 거래되고 있으니까요.”

지난 5월 중순 부산 수영구 민락동의 한 활어 횟집 주인은 어렵게 구해온 오징어를 썰며 “비싼 거니까 아껴 드시라”는 말도 덤으로 건넸다. 오징어 어획량 감소로 인해 그동안 횟집 등에서 주로 서비스(공짜)로 제공해온 오징어가 ‘금값’이 됐다. 5월 말 서울시내 활어 횟집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서울 광화문 인근 횟집 ‘보길도’의 주인 김명일씨는 “오징어가 비싸 수족관에 들여놓질 못하고 있다”고 했다.

시장에서 흔한 수산물로 취급받던 오징어의 ‘금값’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오징어의 어획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오징어는 매년 9월부터 12월 사이에 어획량이 집중돼있기 때문에 초여름에는 귀한 어종으로 대접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수산업계에서는 요즘처럼 오징어가 ‘귀하신 몸’이 된 건 이례적이라고 말한다.

오징어 어획 1992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국립수산과학원이 작성한 연도별 오징어 어획량 추이를 보면 국내 전체 오징어 어획량은 1999년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1990년 한 해 동안 잡힌 국내 오징어 총 어획량은 7만4000t이다. 이후 1991년부터 매년 20% 안팎의 증가 추세를 보여온 오징어 어획량은 1999년 24만9000t까지 늘었다.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는 국내 바닷고기 전체 어획량의 30%를 차지하며 수산업의 대표주자가 됐다. 당시에는 가격도 저렴해서 서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어종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1990년대부터 새로운 어업 기술이 도입된 게 오징어 어획량의 증가세를 보인 원인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오징어 어획량은 감소하기 시작했다. 2000년 22만6000t으로 어획량이 처음 줄기 시작했고 2010년에는 15만9000t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국내 오징어 어획량은 1992년(13만6000t) 수준까지 하락해 오징어의 감소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 추세라는 점이 뚜렷해졌다. 2000년대 들어 어군 탐지기, 자동화 시스템 등 어선에 필요한 각종 첨단 장비가 추가된 점을 감안하면 오징어의 어획량 감소는 어종 자체가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오징어 어획량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꼽고 있다. 수산과학원과 한국해양연구원도 해수 온도의 상승과 함께 단기적으로 나타나는 급격한 해수 온도의 변화가 어장의 형성을 방해하는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오징어의 경우 단기적인 수온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수산과학원 강수경 박사는 “오징어 등 한반도 주변에서 많이 잡히던 어종의 총량이 감소한 것은 수온 변화가 가져온 먹이사슬 자체의 변화를 그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수온이 낮을 경우 온도 차이로 인해 날씨가 나빠지기 때문에 출어 횟수가 감소하는 등 어획량 감소의 또 다른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한반도 해수 변화 세계 평균의 2배

기후변화에 따른 한반도 주변 바닷속 어종의 변화는 예상보다 심각하다. 국내에서 한반도 주변 수온을 공식적으로 기록하기 시작한 지난 1968년과 비교할 경우 2010년 현재 한반도 주변 해수의 온도 변화는 세계 평균의 2배를 웃돈다. 수산과학원에 따르면 한반도 주변 해수의 평균 온도는 43년 전과 비교할 때 1.5℃가량 상승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세계적으로 해수 온도 상승은 평균 0.67℃에 불과했다.

한반도 주변 해수 온도의 상승폭이 전 세계 평균보다 두 배 이상 큰 이유는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한반도 주변 바다는 중국, 러시아, 일본에 포위된 구조이기 때문에 태평양, 대서양보다 쉽게 달궈진다는 게 수산과학원의 설명이다. 수산과학원 한인성 박사는 “냄비에 비유하자면 태평양 연안보다 작은 냄비인 한반도 주변 수역이 동일한 열에도 불구하고 쉽게 달아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특히 겨울철 난류의 유입 강도가 강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한반도 주변의 수온 상승은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 박사는 특히 “해수 온도 상승에 따른 선제적 대응을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볼 때 현재의 어업 지도에 큰변화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해수 온도가 1℃ 상승할 때 어패류가 느끼는 체감 온도는 물 밖에서 10℃ 안팎의 변화와 맞먹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반도 주변 바닷속의 변화는 예상보다 심각하다. 동해 해수 온도의 경우 1970년대 평균 16.30℃, 1980년대 16.43℃, 1990년대 16.84℃, 2000년대 17.15℃로 상승 곡선을 그렸다. 2011년 현재 동해 해수 온도의 추정치는 17.30℃를 넘는다. 해수 온도의 상승은 남해와 서해보다 동해에서 높다. 한류의 영향으로 동해의 수온이 남해와 서해보다 낮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변화폭이 크게 나타난다. 일본 오키나와 해상에서 유입되는 난류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겨울철 동해의 수온은 국내 평균(1.5℃)보다 높은 2℃ 이상 상승했다.

수산과학원은 겨울철 수온 상승으로 난류성 어종을 잡을 수 있는 어기(漁期)가 길어지는 반면 연안 어종의 산란 시기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주요 어종이 자취를 감추는 등 바닷속 생태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궁극적으로 어획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수산과학원은 2100년께 한반도 주변 해수 온도가 지금보다 최고 4℃ 이상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예컨대 현 상태로 해수 온도의 상승 기조가 유지될 경우 한반도 주변 바닷속은 일본 오키나와 주변의 아열대성 어종으로 바뀌게된다.

장기적 관점에서 수온이 상승하는 현상과 함께 단기적으로 매년 해수 온도의 변동폭이 커지는 것 또한 기후변화의 결과라고 수산당국은 지적한다. IPCC는 전 세계적인 해수온도 상승 현상과 함께 단기적으로 수온 변동 폭이 커지는 현상도 기후변화의 결과라고 규정한 바 있다.

겨울 수온 상승 한류성 어종 씨 말라

지난 6월 13일 명진호 선원은 조업 초기 예상보다 적은 어획량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photo 김승완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6월 13일 명진호 선원은 조업 초기 예상보다 적은 어획량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photo 김승완 영상미디어 기자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의 품귀 현상은 대표적 사례다. 오징어는 기후변화의 장기적인 추세로 볼 때 한반도 주변의 수온 상승에 따라 어획량도 계속 증가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매년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다. 그 이유는 연안 해수 온도가 작년 말부터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른바 냉수대가 형성돼 육지에서 최소 30~40㎞나 떨어진 근해로 나가 조업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해수 온도가 낮을경우 해상 기후도 좋지 않아 출어 횟수 또한 줄게 마련이다. 오징어잡이 어선의 조업 효율성도 그만큼 낮아지게 된다.

최근 오징어 품귀 현상은 해수 온도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수온이 크게내려가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냉수대로 인해 조업 장소가 먼 바다로 이동하면서 조업 경비도 늘고 있다. 일부 어선의 경우 1회 출항에 필요한 연료비 등의 부담 때문에 조업을 포기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 해수 온도는 여름에 비해 겨울철에 상대적으로 더 큰 폭으로 상승하고있다. 이로 인해 전반적으로 한류성 어종의 씨가 마르고 있다. 청어 등 일부 어종의 경우 예외적으로 어획량이 일시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지만 명태, 도루묵, 대구 등 한류성 어종은 거의 잡히지 않는다.

수산과학원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오징어, 고등어, 멸치 등 난류성 어종의 어획량은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지만 명태, 대구등 한류성 어종의 어획 비율은 1% 수준으로 나타났다.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의 경우 동해에서 한류성 어종을 대체하는 것은 물론이고 서해로 어장이 확장되고 있다.

동중국해의 따뜻한 바다에서 주로 서식해온 참다랑어의 출현은 대표적인 난류성 어종의 북상 현상으로 꼽힌다. 2010년부터 남해 앞바다에서 잡히는 참다랑어의 크기가 1m이상으로 커지고 있다. 참다랑어는 일본에서 워낙 고가의 어종으로 분류되고 있어 어획되는 즉시 전량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다.

수산과학원 최광호 연구관은 “최근 남해에서 난류성 어종인 참다랑어가 잡히는 횟수가 늘고 크기도 커졌다. 회유성 어종인 참다랑어가 해수 온도의 상승으로 인해 이동경로가 바뀌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동해 어장은 한류와 난류가 만나 다양한 바닷고기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동해 어선들의 조업도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전선에서 주로 이뤄져 왔다. 그러나 최근 한·난류 전선이 북상해 국내 어선의 조업 환경이 악화됐다. 과거 경북 울진 근처에서 형성되던 한·난류 전선이 수온 상승의 영향으로 지금은 고성 쪽으로 올라간 상태다. 북한 해역으로 전선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어종 단조로워져… 20년 전 10분의 1 수준

제주 특산품으로 분류됐던 갈치, 자리돔, 방어, 오분자기(떡조개) 등도 더 이상 제주만의 어종이 아니다. 제주 지역 여행을 다녀올때 말린 자리돔을 선물로 사들고 비행기에 오르는 모습은 앞으로 구경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수온 상승으로 인해 갈치는 서해 연평도 부근에서도 어획이 가능하고 자리돔은 울릉도와 독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어종이됐다.

난류성 어종의 증가는 오히려 동해 어종의 다양성을 파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랑크톤과 해파리 등이 증가하는 것도 어장 형성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강원도 동해시 소속인 명진호 신정기 선장은 “동해의 어종이 너무 단조로워졌다. 내가 처음 어업에 종사하기 시작한 20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 잡는 물고기 종류는 10분의 1 수준도 안 된다”면서 “전에는 별로 없던 해파리 등 쓸모없는 생물들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난류성 어종임에도 최근 구경하기 힘든 어종도 있다. 쥐치, 정어리는 남획으로 사실상 한반도 주변에서 사라졌다. 최근들어 오징어도 대형 어선들이 산란기 이동경로를 막고 마구잡이식으로 포획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어종의 멸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요즘은 한반도에서 사라진 명태의 경우 1960년대까지만 해도 너무 많아 아무리 잡아도 줄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던 어종이다. 그러나 산란기를 맞은 명태뿐만 아니라 그 새끼인 노가리까지 마구 잡아들이면서 1990년대부터 한반도 주변에서 사라졌다. 수산 당국에서는 2000년대 들어 체결된 한·중, 한·일 어업협정에 따른 배타적경제수역(EEZ)의 설정도 어획량 감소의 원인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어업 활동 범위가 과거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연구원 유재명 박사는 “어선 세력이나 어획 강도가 증가된 것을 감안하면 국내 연근해 수역의 어류 자원은 격감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지금 농작물에서 나타나듯 수산자원도 모두 양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연근해 어류자원 관리를 위해 팔을 걷어붙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대현 기자 / 박용현 인턴기자·가톨릭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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