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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163호] 2011.07.04

보수층 절반 이상 한나라당에 등 돌렸다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팀장 

▲ 한나라당 7·4 전당대회에 나선 당대표 후보들. 왼쪽부터 유승민, 원희룡, 홍준표, 나경원, 박진, 권영세, 남경필. photo 조선일보 DB
보수 성향의 대학생 모임인 한국대학생포럼(이하 한대포)은 지난 6월 25일 독특한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합당의 임박을 바라보며’였다. 한대포는 성명에서 “지금 정치판은 야권, 진보 연합을 넘어선 거대 연합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이른바 표(票)퓰리즘 연대”라며 “그 당사자는 놀랍게도 보수정당을 대표한다고 평가되고 있는 한나라당과 나머지 정당들”이라고 했다. 한대포는 이어 “지금 여야(與野)가 벌이는 등록금 대책 논의는 누가 더 국민의 환심을 사느냐에 급급한 주도권 다툼”이라며 “무개념 ‘좌(左)클릭’에 목매는 정치인들이 득세한다면 한나라당의 미래는 암울하다”고 했다.
   
   한나라당 내 신(新)주류로 부상한 소장파와 친박(親朴)계는 지난 4·27 재보선 패배 이후 반값 등록금, 추가감세 철회, 대기업 때리기 등 ‘복지의 확대를 통한 친(親)서민’을 앞세우며 ‘좌클릭’ 중이다. 한나라당의 새 대표가 되려고 7·4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자 7명의 공약을 들여다봐도 대부분 감세는 철회하고 등록금은 반값이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좌클릭’이 아니고 친서민 정책에 충실할 뿐”이라고 말하지만, 한나라당에 대한 보수단체의 비판은 거세다.
   
   
   “한나라 정체성 혼란스럽다”
   
지난 5월 보수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시국토론회에서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한나라당이 보수를 지향했기 때문에 재보선에서 패배한 것처럼 보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비열한 태도는 용서받을 수 없다”고 했다. 김민호 성균관대 교수는 “아무리 한나라당이 복지 친서민을 부르짖는다 한들 야당의 주장을 뛰어넘을 정도의 강력한 사회주의식 분배 정책을 내놓을 수 있겠는가”라며 “야당의 보편적 복지보다 더 달콤한 유혹을 내놓을 수 없을 바에야 정체성과 보수 가치를 지켜나가는 것이 현명한 대처법”이라고 했다.
   
   한나라당에 대해 보수층의 시각이 싸늘해진 것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동아시아연구원과 한국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스스로 정치적 성향을 ‘보수’라고 생각하는 보수층은 전체 유권자의 30%가량이었다. 이들의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는 지난 1월 조사에선 과반수인 57.6%였지만, 최근 6월 조사에서는 48.2%로 하락했다. 한나라당의 텃밭이며 보수 성향이 전국에서 가장 강한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한나라당 지지율은 지난 6개월 동안 71.3%에서 53.0%로 낮아졌다.
   
   보수층에서의 한나라당 지지율 하락은 전체 유권자에서의 지지율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해 말에 실시한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한나라당은 35.4%로 민주당의 18.6%에 비해 두 배가량이나 높았지만, 최근인 6월 26일에 발표한 조사에선 한나라당(33.6%)을 민주당(30.4%)이 3.2%포인트 차로 바짝 추격했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리서치앤리서치의 조사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조사에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30.0% 대(對) 17.9%로 12.1%포인트 차였지만, 6월 18~19일 조사에서는 25.2% 대 21.4%로 3.8%포인트 차로 좁혀졌다. 특히 한나라당은 민주당을 비롯한 민주노동당(3.4%), 진보신당(1.6%), 국민참여당(2.0%) 등 야권 정당의 합산 지지율(28.4%)에 비해 뒤졌다.
   
   
   경제·안보 분야 평가도 낮아져
   
   아산정책연구원·리서치앤리서치는 지난 1월부터 정당 지지율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이나 ‘소득 재분배’ 등 각 정책 분야별로 ‘가장 잘할 수 있는 정당’에 대한 평가를 했다. 그 결과 “한나라당이 야당에 비해 성장과 안보 분야에서는 잘할 것”이란 평가가 점차 낮아졌다. 지지율 침체와 함께 우파 정당으로서의 정체성 약화 현상도 나타난 것이다.
   
   우선 ‘일자리 창출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정당’을 묻는 질문에 지난 1월엔 한나라당(40.0%)이 민주당(13.9%)보다 3배가량이나 높았지만, 6월에는 한나라당(34.8%)과 민주당(25.3%)의 차이가 크게 좁혀졌다. ‘남북관계와 안보를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정당’도 1월엔 한나라당(36.3%)이 민주당(26.4%)을 10%포인트가량 앞섰지만 6월엔 34.8% 대 33.3%로 비슷해졌다. 한나라당이 우파 정당으로서 상대적 우위를 인정받던 ‘경제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안보’ 분야에서도 국민 평가가 낮아졌다는 의미다. ‘교육 문제를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정당’도 1월엔 한나라당(26.4%)이 민주당(20.0%)을 앞섰지만, 6월에는 민주당(30.1%)이 한나라당(29.9%)을 근소한 차로 역전했다. 최근 한나라당발(發) ‘반값 등록금’ 이슈가 정국을 뜨겁게 달궜지만 교육 문제에서도 한나라당이 상대적 우위를 빼앗기고 있다는 조사결과였다. 한나라당이 원래 취약한 분야였던 ‘소득 재분배를 가장 잘할 수 있는 정당’에선 1월에는 민주당(23.5%)과 한나라당(23.2%)이 비슷했지만, 6월엔 민주당(31.7%)과 한나라당(21.6%)의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민주주의 발전에 가장 잘 기여할 수 있는 정당’도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1월 조사에선 23.9% 대 23.7%로 비슷했지만, 이번엔 34.2% 대 22.5%로 큰 차이를 보였다.
   
   
   “한나라 지지자들 무당파로”
   
이같은 한나라당의 지지율 침체와 정체성 약화 현상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여권 관계자는 “4·27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의 텃밭인 경기도 분당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데 따른 ‘재보선 효과’가 아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조만간 다시 정상화될 것”이라고 했다. 월드리서치의 박승열 사장은 “한나라당 지지자가 야당 쪽으로 돌아선 게 아니라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無黨)파가 되어 정국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각 정책 이슈에서 한나라당이 강점이던 항목마저 취약해지고 약점이던 항목에선 더 취약해지는 추세에 대해선 단순히 일과성(一過性)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우정엽 박사는 “야권이 선점한 ‘복지 프레임’ 속에서 한나라당이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야권과의 차별성이 부각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지지율도 부진하다”고 했다. 리서치앤리서치의 배종찬 본부장은 “주요 현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해결 능력에 대해 보수층을 중심으로 국민의 기대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각 정책 분야별 평가도 낮아지고 있다”고 했다. ‘좌클릭’을 내세우고 있는 한나라당에 등을 돌린 보수층들이 쉽게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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