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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6호] 2011.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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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현장]불법 복제 꼼짝 마! 디지털수사대 떴다 삭제된 범죄 흔적을 찾아라

김경민  기자 

한국저작권위원회 내 디지털정보보호팀 작년 설립
검·경과 수사 공조, 저작권 범죄 현장 출동
올 들어 수사 의뢰 밀물, 주말근무·야근 밥 먹듯

파일 삭제 맞서 하드디스크 압수수색
불법 저작물 유통, 수십억 챙긴 웹하드 업체 적발
생산자뿐 아니라 유통업체도 첫 정범죄 적용
▲ 검찰이 압수수색 증거물을 들고 나오고 있다. photo 조선일보 DB
지난 3월 22일 오전 10시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압수수색 영장을 지참한 검찰과 함께 한국저작권위원회의 ‘디지털정보보호팀’이 한 오피스텔 사무실에 들어갔다. 불법 복제물을 조직적으로 생산·유포하는 현장이었다. 불시에 단속을 당한 불법 복제물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당황하는 눈치가 역력했지만 큰 저항을 하지는 않았다. 일부는 오히려 “이제 오셨냐”며 빈정대기까지 했다. 사무실 안엔 10여대의 컴퓨터가 쉬지 않고 작동하며 불법 복제물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검찰은 디지털정보보호팀의 증거물 입수가 끝날 때까지 업체 직원들을 컴퓨터 기기로부터 분리시켜 휴게실로 보냈다. 외부와 연락을 취할 수 있는 휴대전화는 전원을 끄도록 지시했다. 늘 그렇듯 ‘사장님’은 현장에 안 계셨다. 디지털정보보호팀의 박모 선임은 우선 업체의 조직도를 확보한 뒤 시스템 개발자 또는 운영관리자를 찾았다. 10여대의 컴퓨터를 움직이는 관리 컴퓨터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시스템 개발자의 컴퓨터에 있어야 할 중요 파일들이 없었다. 당장 시스템 개발자를 불러 추궁했지만 말할 리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다른 컴퓨터에서 증거물을 확보해야 했다.
   
   “거기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박 선임이 잠시 한눈판 사이 시스템 개발자가 한 컴퓨터에서 뭔가를 작업하고 있었다. ‘이거다!’ 이 업체는 다른 곳과 달리 원격 컴퓨터에 중요 파일을 저장해놓고 있었다. 다행히 중요한 자료를 포맷하기 직전에 시스템 개발자의 행동을 막을 수 있었다. 자칫 놓칠 수도 있었던 결정적 증거물을 확보하는 순간이었다.
   
   오후 10시, 현장에 도착한 지 12시간이 됐을 때 현장 수색이 끝났다. 지난번 다른 곳을 압수수색할 땐 오후 2시에 들어가 다음날 오전 11시에 끝난 적도 있으니 이 정도면 빨리 끝난 경우다. 하지만 수집한 증거물에서 범죄 단서를 채취해야 하니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모든 것은 데이터베이스 안에 있다
   
▲ 디지털 저작권 과학수사

   “전기계량기만 보면 헤비업로더(Heavy Uploader·웹하드, P2P 등을 통해 불법 저작물을 전송해 영리를 취하는 사람)인지 아닌지 딱 알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19일,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강남우체국 빌딩 7층에 있는 한국저작권위원회 디지털 저작권 증거분석실 사무실에서 디지털정보보호 팀원들을 만났다. 사무실 탁자 위엔 올 초 압수한 하드디스크 30여개가 쌓여 있었다. 사무실 한편엔 하드디스크의 구조를 그대로 복제하는 기기인 도시어, 복제와 성분 분석까지 하는 로드마스터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박모 선임은 “올 초 한 수색작업에서 압수한 하드디스크만 159개”라면서 “수법이 교묘하고 복잡해서 아직까지 분석 작업이 끝나지 않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 선임은 현장을 뛰는 조사관이라며 이름 공개는 마다했다.
   
   디지털정보보호팀은 지난해 1월 디지털 저작권 침해범죄에 대한 과학적 수사를 전담하기 위해 구성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공공기관인 한국저작권위원회(위원장 유병한)의 조직이다.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의 의뢰를 받아 저작권 관련 범죄 현장에서 기술 지원을 나간다. 주된 업무는 범죄 현장에서 사용된 컴퓨터의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저작권 ‘범죄 흔적’을 찾는 것이다. 이 과정을 디지털 저작권 과학수사(forensic)라고 한다. 디지털 저작권 과학수사는 불법 저작물 생산·유포에 사용된 디지털 저장장치 내의 데이터가 법적 증거력을 가질 수 있도록 표준화된 절차와 방법에 따라 데이터를 수집·분석·보고하는 일이다.
   
   디지털저작권 과학수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과 비슷하다. 국과수에선 의문의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부검을 실시해 사망 원인을 규명한다. 국과수 부검에 의한 사인(死因) 분석은 법정에서 주효한 증거로 작용한다. 디지털 저작권 과학수사도 마찬가지다. 박명찬(38) 디지털정보보호팀 과장은 “단순히 불법 저작물을 복제한 기기의 하드디스크만으론 범법행위를 입증할 자료가 되지 않는다”며 “고의적인 조작에 의해 범법행위가 이뤄졌음을 증명할 흔적들이 수집되고 이들이 하나의 증거로 구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디지털상의 자료를 법정 증거자료로 쓰려면 반드시 과학수사 과정을 밟아야 한다.
   
   불법행위를 인지한 수사기관이 디지털정보보호팀에 수사 의뢰를 해오면 해당 업체에 대한 사전조사를 한다. 불법으로 성인영화를 복제해 특정 웹사이트에 대량으로 올리는 일을 모니터상에서 확인하고 화면을 캡처해 수사기관에 보고하는 식이다. 이 사전조사를 토대로 수사기관이 범법 사실을 확인한 뒤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고, 디지털정보보호팀을 대동해 압수수색을 실시한다. 디지털저작권 증거분석실에선 이때 확보한 하드디스크, 이동식디스크 등 증거물을 분석하고 증거물 데이터베이스 안의 수많은 정보들을 소스코드(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이뤄진 모든 동작을 기록해 놓은 일종의 설계도)와 대응시켜 누락된 정보 등을 파악하는 지난한 과정을 반복한다. 이 분석에만 1∼2주일이 소요된다.
   
   
   디지털 저작권 침해 다루는 국내 유일 조직
   
▲ 불법저작물 유통업체에서 압수해 온 하드디스크의 성분을 분석 중인 디지털정보보호팀. photo 허재성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해 디지털정보보호 과학수사팀이 수사지원한 건수는 94건. 2011년 들어 수사 의뢰가 들어와 지원을 나간 건수는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올 1월부터 6월까지만 벌써 206건이다. 불법 소프트웨어를 발견하고 범죄 흔적을 찾아내는 디지털정보보호팀은 팀장, 변호사 등 12명의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밀려들어 오는 수사 의뢰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다. 디지털정보보호팀 정치환(46) 팀장은 “지난 3월 대검찰청과 저작권 침해 범죄에 대한 과학수사 공조 강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업무량이 급증했다”며 “원활한 수사 진행을 위해 주말이고 야간이고 나와서 일하는 팀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국내 디지털 과학수사 전문가 집단으로 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검찰청과 경찰의 사이버수사대에도 포렌식(forensic) 센터가 있고, 안철수연구소 ‘A-퍼스트’팀 등 민간 과학수사 전문 조직도 있지만 이들은 사이버범죄 전반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정보보호팀과 다르다. 디지털정보보호팀은 디지털 저작권 침해 범죄를 다루는 국내 유일의 과학수사 전문 집단이다.
   
   박 과장은 “저작권 침해 흔적을 찾는 데는 매우 많은 노력이 들어가고 또한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일반 검·경 수사팀에서 저작권 침해 사례에만 집중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웹하드 업체 첫 정범 판결
   
   지난 7월 15일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 브리핑이 열렸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김영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합동으로 웹하드 사이트 27개, 필터링 업체 5개를 압수수색한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디지털 저작권 포렌식 전문가의 분석을 통해 3개의 웹하드 운영 업체가 필터링 업체, 헤비업로더 등과 유착해 방송사, 영화사 등에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을 불법 유통해온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웹하드 업체가 당국의 감시가 느슨한 심야 시간대에 시스템을 조작해 금칙어 설정을 해제함으로써 100만여건 이상의 불법 저작물을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내려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25억∼160억원씩의 불법 매출을 올린 흔적이 드러났다고 서울중앙지검은 말했다. 검찰은 웹하드 업체 운영자 3명이 구속기소됐고, 업체 관계자 3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이는 웹하드 업체를 정범(正犯)으로 본 국내 첫 사례다. 지금까지 불법 복제물 범죄의 주체는 헤비업로더로 한정돼 왔다. 웹하드 업체와 헤비업로더 간의 ‘검은 관계’를 지적하는 소문들이 무성했지만 증거가 없었기에 수사기관들은 웹하드 업체를 ‘공간을 제공한 단순 방조죄’로 가볍게 처벌해왔다. 정치환 팀장은 “웹하드 업체 공동 정범으로 인지하는 데 디지털 저작권 과학수사 기술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며 “이번 검찰의 판단은 디지털 저작권 과학수사 기술 발달에 힘입은 것인 한편 온라인 저작권 불법행위에 대한 인식 향상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평했다. 사법기관이 웹하드 업체의 역할과 그 범죄의 심각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온라인 불법 복제물 시장 규모는 2009년에 비해 다소 감소했다. 하지만 그 피해 규모는 여전히 상당하다.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저작권보호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불법 복제물의 시장 규모는 1658억여원으로 2009년 대비 11.3% 감소했다. 이로 인한 합법 저작물 시장 침해 규모는 2700억원을 넘는다.
   
   정재곤(45)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정이용진흥국장은 “침해 규모 자체는 줄었지만 침해 기술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어 안심하기엔 이르다”고 지적했다. 정 국장은 “우리나라의 과학수사는 기술적 측면에서 선진국 반열에 들었다”면서도 “저작권 침해 유형을 얼마나 신속하고 다양하게 파악하느냐가 관건인데 문제는 이 유형이 너무 빠르게 달라진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 침해로 수사, 알고 보니 사기 혐의도
   
   “얼마 전 압수해온 하드디스크를 분석하다 보니까 웹하드 업체가 헤비업로더에 지불해야 할 수익배분을 고의적으로 누락한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이를테면 이용자가 저작물을 다운받은 대가로 수익금의 20%를 주기로 계약해 놓고 다운로드 건수 10개 중 3개만 정상 다운로드된 것처럼 조작한 것이죠. 다운로드 건수 및 수익금을 고의로 누락한 해당 업체에 대해선 나중에 사기·횡령혐의가 추가되기도 했습니다.”
   
   불법 복제물이 올라오는 웹하드 사이트를 분석하다 보면 저작권 침해뿐만 아니라 사기, 음란물 유포,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가 추가되는 경우도 많다. 추가 혐의가 발견될 경우 디지털정보보호팀은 수사기관에 즉각 알린다. 자체적으론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혐의 여부를 판단하진 않지만 수사기관의 판단에 따라 보강 조사를 나가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정보보호팀의 박모 선임은 “우리 작업은 보강 수사도 많고 하나부터 열까지 사람 손을 타는 작업이어서 그런지 한 사건이 완료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요즘도 아침 점심 저녁 삼시 세 끼마다 수사기관에서 ‘아직 결과 나오려면 멀었느냐’는 전화가 온다”며 웃었다.
   
   디지털정보보호팀의 구성원들은 제각각 다른 배경을 갖고 있다. 대부분 IT 전공자들이지만 정보보안 회사, 공공기관, 컴퓨터 프로그래밍 회사에 근무하던 사람 등 다양하다. 이들은 입을 모아 “저작권 과학수사 분야의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박명찬 과장은 “디지털 정보가 법적 효력을 갖기 위해선 반드시 과학수사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특허청, 관세청, 일반 공공기관에서 저작권 과학수사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환 팀장은 “디지털정보보호팀은 저작권 수사를 1년 반 이상 해오며 과학수사 전문가로서의 경험 축적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며 “디지털저작권 보호 1세대로서 이 분야 기술 개발과 날로 지능화되는 온라인 저작권 침해 범죄 유형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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