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 동아시아연구원, 2011년 11월
자료 : 동아시아연구원, 2011년 11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지지율이 최근 두 번째로 50%를 넘겼다. 처음엔 ‘서울시장 후보’로, 이번엔 ‘대통령 후보’로 체급이 다른 두 부문에서 유권자의 절반 이상에게 지지를 받는 기염을 토했다.

안 원장이 ‘정치인’으로 대중에게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9월 1일 한 인터넷 매체가 “안 원장의 서울시장 출마 결심이 임박했다”고 보도하면서다. 그 직후인 9월 3일 GH코리아가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안철수·나경원·박원순 3자 가상대결 조사에서 안 원장은 무려 55.4%를 얻었고, 나경원 의원은 24.6%, 박원순 변호사는 9.1%에 그쳤다.

안 원장이 박 변호사를 만나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 9월 6일부터는 그의 체급이 단숨에 ‘대선주자’로 올라갔다. 다음날인 9월 7일 코리아리서치가 실시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대선후보 양자(兩者)대결 조사에서 안 원장은 36.1%를 얻어 40.6%였던 박 전 대표와 접전을 벌였다. 9월 중순 추석 이후에도 안풍(安風), 즉 ‘안철수 바람’은 가라앉지 않았다. 안 원장은 서울시장 보선 직전인 10월 24일 박원순 후보 캠프를 찾아가 공개적으로 지지를 선언하고 이에 힘입은 박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직후부터는 박 전 대표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11월 14일 안 원장이 1500억원대 주식의 사회환원 의사를 밝힌 것은 상승세에 날개를 단 격이 됐다. 11월 21일에 실시된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 안 원장은 유권자의 절반 이상인 50.4%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36.6%인 박 전 대표를 앞섰고, 동아시아연구원의 11월 26일 조사에서도 안 원장 50.1%, 박 전 대표 38.4%였다.

안철수 트위터 언급, 박근혜의 2배

자료 : 코리아리서치(9. 7/11. 8), 미디어리서치(9. 13), 동아시아연구원(9. 29/10. 29/11. 26), 리서치앤리서치(11. 21)
자료 : 코리아리서치(9. 7/11. 8), 미디어리서치(9. 13), 동아시아연구원(9. 29/10. 29/11. 26), 리서치앤리서치(11. 21)

안 원장의 지지율 흐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그가 정치인으로 출현하기 전인 8월까지 트위터에서 하루 100여건이던 ‘안철수’ 언급 횟수가 서울시장 후보를 박원순 변호사에게 넘겨준 9월 6일에는 4만6716건으로 급증했다. 이후 그가 박원순 후보 캠프를 찾아간 10월 24일에는 3만2079건, 주식을 기부한 11월 14일에는 3만973건에 달했다. 9월 초부터 3개월 동안 트위터에서 안 원장의 언급 횟수는 총 49만6328건으로 21만5929건인 박근혜 전 대표의 두 배 이상에 달했다. 이 기간 동안 트위터에선 1분에 3.8회나 ‘안철수’에 관한 이야기가 올라온 셈이다.

안 원장의 지지 기반이 트위터 주 사용층인 20~30대인 것은 여론조사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동아시아연구원의 11월 26일 박근혜·안철수 양자대결 조사에서 안 원장은 20대와 30대에서 지지율이 각각 74.5%와 66.7%로 대다수의 지지를 얻고 있었다. 그의 지지는 40대에서도 54.3%였지만, 50대(31.5%)와 60대 이상(22.1%)에선 절반에 훨씬 못 미쳤다. 안 원장은 지역별로는 호남권(71.8%)과 수도권(54.7%)에서 과반수의 지지를 얻었고, 박 전 대표는 대구·경북(63.3%)에서만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안 원장을 부산·경남에선 44.5% 대 42.5%, 충청권에선 49.2% 대 41.1%로 근소하게 앞섰다. 이념 성향별로는 보수층에선 박 전 대표가 50.1%로 다수였지만, 진보층과 중도층에선 안 원장이 각각 67.5%와 51.8%로 다수였다. 결국 안 원장의 강세는 특정 이념의 색채가 엷은 40대와 중도층, 수도권 등에서의 우위가 든든한 배경이다.

또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 고조로 인해 최근 ‘지지할 정당이 없다’는 무당파(無黨派)의 급증도 여(與)도 야(野)도 아닌 ‘제3후보’ 안 원장의 지지상승 원인 중 하나다. 지난 8월 아산정책연구원 조사에선 ‘현재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가 36%, ‘지지 정당이 있지만 바꿀 의향이 있다’가 31%였다. 국민의 10명 중 7명가량이 기존 정당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최근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 무당파는 안 원장(46.8%)에 대한 지지가 박 전 대표(28.1%)보다 20%포인트가량이나 높았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반사이익”

안 원장의 지지율이 50%를 넘기자 ‘안철수 현상’은 단순한 거품이 아닌 견고한 실체가 있다는 견해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표와의 양자대결뿐 아니라 여야(與野)의 잠재적인 대선주자들의 이름을 전부 불러주고 지지 여부를 묻는 다자(多者)대결 조사에서도 안 원장이 박 전 대표와 박빙 구도로 바뀐 것에 대해 ‘의미있는 변화’로 보는 전문가들이 있다. 안 원장의 주식 기부 이전에 그는 다자대결 조사에선 선두인 박 전 대표와 10%포인트 안팎의 차로 뒤졌지만, 최근엔 거의 비슷한 지지율로 선두를 다투고 있다. 조일상 메트릭스 사장은 “양자대결에선 후보 간 일대일 대결뿐 아니라 ‘여야 간 대결’의 성격도 있기 때문에 그 후보에 대한 선호가 약해도 여권 또는 야권 지지층의 소극적 지지도 후보 지지율에 포함될 수 있지만, 다자대결에선 그 후보에 대한 적극적 지지만 측정된다”고 말했다. 즉 안 원장이 다자대결에서도 지지가 높아진 것은 ‘고정 지지층’이 늘어나면서 지지 강도가 견고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도 “안철수 변수(變數)가 박근혜 상수(常數)를 뒤집었다. 지금 같은 추세가 내년 1월까지 이어진다면 2012년 대선은 ‘안철수냐 아니냐’의 구도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원장에 대한 지지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혐오감으로 인한 반사이익이기 때문에 아직 견고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부소장은 “지난 10월 조사에서 ‘안 원장이 내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우리 국민의 50.3%였고, 안 원장 지지자 중에서도 3명 중 1명은 그의 출마를 원하지 않고 있다”며 “안 원장 지지자 중에서도 상당수가 그를 대통령감으로 확신하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도 “정치적으로 아무런 검증을 받지 않은 안 원장의 인기는 거품일 수 있다”며 “안 원장 자체보다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표출된 ‘안철수 현상’이 더 위력적”이라고 말했다.

구체적 정치 비전에 성공 여부 달려

기존 정치권에 대한 반감으로 태동한 ‘제3후보’가 막판엔 항상 몰락했다는 과거 사례를 돌이켜보면, 안 원장의 지지율도 과대평가됐다는 시각이 있다. 1992년 대선에서 박찬종 전 의원, 1997년 대선에서 이인제 후보, 2007년 대선에서 고건 전 총리 등의 공통점은 한때 지지율이 1위였지만 대안세력으로 자리 잡지 못한 채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그러나 안 원장은 과거의 제3후보와는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각종 조사에서 안 원장 중심의 제3신당이 출현할 경우 “지지하겠다”가 40%가량으로 한나라당 지지 의사와 비슷한 것과 관련해 “실체도 분명치 않은 제3신당이 국회 제1당과 필적하는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우리 헌정사(憲政史)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란 평가가 나온다. 또 과거의 제3후보는 모두 정·관계 인사였던 것과 달리 안 원장은 정치와 무관한 인물이란 점에서 신선도가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배종찬 본부장은 “과거의 제3후보와는 달리 안 원장은 신선한 이미지에 ‘헌신’과 ‘나눔’ 이미지까지 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 원장에 대한 지지율의 견고성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견해가 분분하지만 그가 정치 참여를 선언하는 시점이 지지율 재상승 또는 하락의 변곡(變曲)점이 될 것이란 점에는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 지금처럼 정치에 거리를 두고 신비주의로 인기를 관리하는 태도로는 국가 지도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인으로서 안 원장이 국민에게 제시할 구체적인 정책적 비전이 얼마나 공감을 받을 수 있을지가 그의 성공 여부와 직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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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대선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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