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트위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정치 성향은 매우 진보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민 전체로 보면 보수적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이 23.2%, 진보 성향을 가진 사람이 19.3%로, 보수가 3.9%포인트 정도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반면 트위터상에서는 진보 성향이 32.4~47.7%, 보수 성향이 16.9~2%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트위터상에선 현실과 달리 진보적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이 15.5~45.7%가량 더 많다는 것이지요.”

‘소셜 미디어와 오프라인 정치의 이중성: 트위터 사용자와 정치 엘리트의 정치이념 마이닝’이란 연구결과를 이끌어낸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한규섭(41·정치커뮤니케이션) 교수는 “트위터라는 매체의 속성이 사용자의 적극적 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수보다는 진보적 성향의 사람들에게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규섭 교수는 경희대 물리학과 박주용 교수, 서울대 물리학과 이덕재 연구원과 함께 소셜네트워크 사용자 30만명의 성향을 분석, 이같은 연구결과를 도출해 지난 11월 15일 공개했다. 한 교수가 분석한 30만명은 18대 국회의원의 팔로어들로, 이들의 트위터상에서의 네트워크를 분석해 이념 성향을 도출해 냈다.

‘트위터=진보적’ 등식 성립하지 않아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미국 트위터 사용자들의 경우엔 진보 성향보다 보수 성향의 사용자들이 더 많다는 점입니다. 미국 트위터 팔로어들을 분석해보면 진보가 23.3%, 보수가 49.6%로 보수 성향의 사용자가 무려 26.3%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를 놓고 보면 ‘트위터=진보적’이란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결과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11월 30일 만난 한규섭 교수는 뒤로 빗어 넘긴 머리에 동그란 안경을 낀 전형적인 ‘소장 학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태어나 노스웨스턴(North Western)대학을 졸업한 뒤, 스탠퍼드(Stanford)대학에서 정치커뮤니케이션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미국 UCLA에서 교수 생활을 하다가 2010년 12월 서울대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흥미롭다는 듯 말을 이었다.

“이는 트위터라는 매체가 진보적 속성을 갖고 있다기보다는, 그 사회 안에서 일종의 대안 매체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상대적으로 주류 미디어에서 소외됐다고 느끼는 계층이 그들의 시각을 전파하기 위해 트위터를 사용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지요. 실제로 많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에선 진보 성향의 응답자들이 ‘주류 언론이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정도’가 심한 반면, 미국의 경우 보수 성향의 응답자들이 ‘주류 언론이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정도’가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이 사용

한규섭 교수는 “트위터가 언론의 개념 자체를 바꾼 측면이 있다”며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는 주류 언론이 정보 전달력을 독점해 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트위터의 등장으로 이젠 누구나 정보를 전달하고 전달받을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런 측면에서 트위터는 미디어의 기존 지형을 바꿨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트위터는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층의 사람들이 더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소셜미디어인 미투데이나 블로그는 사용자의 연령과 이념 성향이 무관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는 트위터에서 나타나는 진보적 성향이 단순히 사용자들의 연령이 낮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트위터에서는 ‘연령’이라는 변수를 제외하고 봐도, 진보나 중도 성향 사람들이 보수보다 더 많이 트위터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 교수는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정치적 관심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트위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미투데이 사용자들은 트위터와 달리 보수(16.2%)와 진보(19.2%)의 성향 차이가 적었습니다. 블로그 사용자들은 보수 23.8%, 진보 19.3%로 오히려 보수적 성향을 가진 사용자들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의 정치적 관심도는 의미있는 차이를 나타냈습니다. 이를 지수로 표기해 보면 트위터 사용자의 정치적 관심도가 +0.140인 반면, 미투데이 사용자들은 +0.017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투데이 사용자들은 정치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블로그 사용자들의 정치적 관심도는 -0.152로 조사됐다는 점입니다. 이는 블로그를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경우가 그만큼 적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블로그는 비정치적 공간, 그러니까 개인적 취미나 여가생활 등을 위한 사적 공간으로 기능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뜻합니다.”

트위터는 정치적, 블로그는 비정치적

“이같은 연구 결과는 홍보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한 교수는 말했다. “트위터는 일종의 네트워크입니다. TV처럼 한 방향으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공간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트위터에서의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그 네트워크 속으로 깊숙이 들어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의미있는 것이 리트윗(RT) 기능입니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 여당 관계자가 정부 정책과 관련된 멘션을 올리면 리트윗이 많이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 네트워크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이 어떤 멘션을 올리면, 그 글을 퍼나르는 리트윗은 매우 많아질 것입니다. 그런데 보수 인사들은 대부분 이 네트워크의 주변부에 위치해 있습니다. 따라서 트위터를 이용한 홍보 기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네트워크 구성이 상대적으로 촘촘한 진보 인사들과의 차이점입니다.”

한 교수는 “보수 인사들의 입장에서 볼 때, 지금으로서는 홍보에 마땅한 소셜네트워크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트위터에서 발생하는 이야기들을 너무 부각시키지 않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트위터라는 비주류 공간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주류 언론이 끄집어내서 조명하는 것은, 거꾸로 트위터의 영향력을 부각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주류 언론, 트위터 부각시킬 필요 없어”

한규섭 교수는 “이같은 연구 결과를 마케팅에 응용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고객의 성향을 분류해 마케팅의 타깃을 세워 보자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진보적인 메시지를 뿌려야 할 경우엔, 이 메시지를 어느 소셜미디어를 통해 뿌리는 것이 효과적인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또 다른 예를 들면 투표율이 낮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투표에 참여하라는 메시지를 뿌릴 때, 메시지를 받는 사람들이 보수 성향이 강한지 진보 성향이 강한지에 따라 어느 소셜미디어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한지를 알 수 있는 것이죠. 방송 프로그램을 홍보할 때도 적용됩니다. 이 사람이 진보적인 사회고발 프로그램을 좋아하는지, 보수적인 정치 프로그램을 좋아하는지에 따라 선택하는 소셜 미디어의 종류와 접근 방식이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키워드

#미디어
이범진 차장대우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