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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추적]  “다양한 파트너를 찾는 방향으로 남성은 진화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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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6호] 2011.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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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추적]“다양한 파트너를 찾는 방향으로 남성은 진화해 왔다”

바람 피우는 남자의 심리학

김경민  기자 

▲ 영화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감독 장현수)의 한 장면.
연애를 해본 여성이라면 경험해 봤을 것이다. ‘이 남자와 최고의 사랑을 나누고 있다’고 행복해 하며 함께 거리를 걷는데, ‘글래머’가 지나간다. 순간 남자친구의 눈이 돌아가는 걸 보고 화가 치밀었던 일 말이다. 남자친구와 꼭 잡고 있던 손을 뿌리치고 ‘어딜 봐? 지금 날 옆에 두고 바람 피우는 거야?’라며 싸움에 돌입하지 않으셨는지? 집에 가서도 ‘혹시 내 남자가 나 몰래 바람 피우면 어쩌지’ 고민하지 않으셨는지? 이런 고민이 상당히 근거가 있는 고민이라면?
   
   지난 9월 14일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전국 20∼39세 미혼자 37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남성의 68.1%가 ‘연인과 교제 중 외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조사 결과엔 여성의 외도에 대한 항목은 포함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인식이 바뀌고 있지만 바람기는 대체로 남성의 특성인 것처럼 인식돼왔다.
   
   
   유전자 전승해 나갈 본능적 전략?
   
   기자가 만난 40대 후반의 남성 A씨. 그는 주간조선에 “아내를 두고 외도한 경험이 두 차례 있었다. 사무치게 외로웠는데 날 이해해주는 여자가 나타나 그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주변에 마음을 터놓을 사람이 없었다. 언제부턴가 아내와 아이들 사이엔 벽이 생겨 집에선 아무도 내 입장을 이해해주지 않았다. 처음엔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다가 점차 동창회나 친구들과의 모임에 나가게 됐다. 외도 상대는 친구와 술 마시는 자리에서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진화심리학자 전중환 교수(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주간조선에 “남자가 바람 피우는 이유에 대해 ‘외롭다’ ‘여자가 예뻐 보였다’ 등 심리학적으로 설명하려는 노력은 많았다”면서 “현상의 사후 관계에 대해선 충분한 설명이 될 수 있지만 ‘왜’에 대한 설명이 되기엔 부족하다”고 말했다. 진화심리학은 남성이 가능한 한 더 많은 상대와 성관계를 맺으려 하는 이유에 대해 ‘그렇게 진화해왔다’는 근본적인 이유를 댄다. “인간은 성별과 관계없이 자손을 퍼뜨리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남성의 경우 다양한 성관계 상대를 꾸준히 찾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남성의 성관계 욕구는 생존·번식 욕구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부성불확실성 이론
   
   진화심리학은 생물학적 관점에서 남성의 ‘바람기’에 대한 설명을 찾고자 한다. 특히 ‘부성(父性)불확실성(paternity uncertainty) 이론’에 주목한다. 생물인류학자인 박순영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는 주간조선에 “유전자 검사가 불가능했던 과거에는 임신과 출산을 하는 여자만 ‘내가 키우는 아이가 내 배에서 낳은 자식임’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 아이가 내 자식인지 다른 남자의 자식인지’ 항상 알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수백만 년 지속된 인류 역사에서 여자는 아이와 함께 가정에 머무르는 일이 많았던 데 비해 남자는 사냥, 전투 등으로 늘 밖으로 돌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남자는 새로운 여자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을 뿐 아니라 자기 여자가 임신해도 그게 자기 자식인지 아닌지 확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점 때문에 남자와 여자에게 있어서 자신의 유전자를 잘 전승시켜 갈 전략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는 데 부성불확실성 이론은 주목한다. 전중환 교수는 “생전 처음 보는 다수의 여자와 섹스를 하는 것이 많은 남성의 성적 판타지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이때 정서적 교감은 생략되며 상황만 허락한다면 언제든 누구와 성관계를 맺고자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남성은 다양한 성관계 대상을 만나는 방식으로 진화해왔다는 게 진화심리학적 설명이다. 이는 성관계 대상이 바뀔수록 성적으로 새로운 자극을 얻는 효과를 뜻하는 ‘쿨리지효과(Coolidge effect)’란 용어로 설명된다. 쿨리지효과는 제30대 미국 대통령(1923~1929) 쿨리지의 일화에서 비롯됐다. 1920년대 어느날 쿨리지 대통령은 부인과 함께 닭 농장을 방문했다. 이 농장에서 영부인이 매일같이 교배를 하는 수탉을 보곤 농장 주인에게 “이 사실을 대통령께 전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쿨리지 대통령은 발끈했다. “이 수탉이 매일 똑같은 암탉과 하는가?”(쿨리지 대통령) “물론 아니죠.”(농부) “이 사실을 영부인한테 전해주겠소?”(쿨리지 대통령)
   
   
   바람 피우기 어려운 사회
   
   미국 캔자스대 심리학과 옴리 길라스 교수는 지난 10월 미국 과학논문 소개 사이트 유레칼러트를 통해 “남자는 경제적으로 넉넉하면 자손을 더 많이 낳으려는 욕구보다 기왕에 낳은 지금 자식들을 잘 돌보려는 욕구가 더 강해진다. 반면 환경이 열악해지고 생존에 위협을 받을 때 남자들은 단기적 잠자리 파트너를 찾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요즘처럼 경제 상황이 나빠져 정부 지원이 줄어들고 실업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일시적인 외도를 하는 남자가 더 많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길라스 교수는 최근의 경제 상황에 대해 “남자들이 먹을 과일도 없고 자신을 노리는 육식동물이 득시글거리는 사바나지대에 홀로 남은 격”이라고 비유했다.
   
   정반대 주장도 있다. 전중환 교수는 “과거엔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더 많은 상대와 바람을 피운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지만 이젠 그렇게 말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유전자 감식이 가능한 오늘날의 사회에서 혈육임을 주장하며 재산권을 주장할 ‘위험’이 있는 자손을 낳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자식 한둘만 낳아도 경쟁력 있게 키워내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옛날처럼 바람 피우는 것은 유전자의 확대보전 면에 있어서 아주 나쁜 전략이 됐다. 이런 갖은 위험을 무릅쓰고 오늘도 남자들은 주변에 눈을 돌리고 있다.


   
여성은 어떤 남자를 찾나?
   
   아이를 지켜줄 ‘충실성’과 ‘능력’이 선택의 기준
   
   여자들은 어떤 남자를 배우자로, 혹은 진지한 관계의 대상으로 선택하는가? 또 어떤 남자에 대한 환상을 품는가? 답은 간단하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이다.
   
   진화심리학에서는 불확실한 부성 때문에 여기저기 씨를 퍼뜨리려는 남자와 달리 여자는 자기의 아이인지 아닌지 확실히 알 수 있다. 때문에 아이와 자기를 지속적으로 보호해주고 필요한 자원을 대줄 수 있는 남자를 자연스레 선호하게 된다. ‘충실성(loyalty)’과 ‘능력(ability)’이 여자가 남자를 고르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하지만 같은 젊은 여성이라도 부모로부터의 뒷받침이나 자기 능력이 충분해서 특별히 남성으로부터 보호와 자원을 구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이럴 때 여성은 ‘유전자 쇼핑(gene shopping)’을 한다. 즉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남자들 가운데, 체격·성격·외모 등 생물학적 측면에서 유전자적 특성이 뛰어난 사람을 배우자로 삼는다는 것이다. 좋은 유전자를 가진 자손을 낳아 그 자손이 성공적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여성의 ‘바람’은 그런 염원이 발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진화심리학자들의 설명이다. 생물인류학을 연구해온 박순영 서울대 교수는 “자기에게만 충성을 다하면서 먹여살려 줄 남자라면 나이가 많다든지 외모가 떨어지는 경우라도 여성이 해당 남성을 선택하게 된다”면서 “대신 틈만 나면 ‘유전자 쇼핑’을 꿈꾸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티븐 갠제스터드 박사가 이끄는 미국 뉴멕시코대학 연구팀은 2005년 ‘유전자 쇼핑’은 의식적인 선택이 아니라 건강한 자손을 남기려는 본능에서 비롯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신체가 좌우비대칭인 남자를 남편으로 둔 여자의 경우 배란기가 되면 다른 남자와 외도를 하고 싶은 충동이 강해진다는 실험의 결론이었다. 여성의 배란기, 즉 가임기가 다른 동물과는 달리 잘 구별되지 않는 것도 배우자에게 임신 가능한 시기를 숨겨 배우자가 없을 때도 임신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진화심리학 전문가들은 본다.
   
   이렇게 가정을 파탄내지 않으면서도 자신과 자식의 성공적 삶을 보장해줄 수 있는 길이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을 여자들의 행동을 교활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똑같은 행동원리가 무한한 인내와 지혜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특히 아이들이 성장해 자신들의 가정을 꾸리고 난 후 여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놀랍도록 초연해질 수 있다. 환갑·고희가 지나도 여전히 가능한 한 많은 씨를 뿌리기 원하는 경향이 있는 남자와는 달리, 그 나이의 여자는 손자까지 있는 더 큰 가정의 평화 유지를 위해 관대해지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본다. 최근 스스로 스캔들을 발표해 ‘국민 주책바가지’라는 말을 듣고 있는 남편과 전혀 맞서지 않고 노후생활의 중심을 잡아가는 배우 엄앵란의 모습에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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