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허재성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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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골퍼들은 스코어나 비거리에 대한 욕심이 정말 대단합니다. 연습량도 일본 골퍼들과 비교했을 때 2~3배 수준을 훨씬 더 뛰어넘어요. 프로골퍼가 아닌 아마추어골퍼들도 골프 장비에 대한 욕심도 남다르죠. 위법이긴 하지만 내기골프를 치는 경우에도 한국 골퍼들이 일본 골퍼들보다 돈을 거는 액수가 훨씬 더 큰 것 같아요.”

노지리 야스시(野尻恭·58) SRI스포츠 대표의 한국 골퍼에 대한 평가다. 스미토모(住友) 고무공업의 자회사인 SRI스포츠는 일본 골프시장에서 12년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SRI스포츠는 한국과 일본, 대만에서 던롭 브랜드로 골프용품을 판매한다. 노지리 대표가 한국을 찾은 것도 ‘젝시오7’이란 새 골프채를 한국에 알리기 위해서다.

노지리 대표는 1954년 일본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関) 출신으로 도쿄공업대학 공학부를 졸업하고 1977년 스미토모 고무공업에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이후 백라이트와 의료용 고무마개, 고무타이어 등을 취급하는 스미토모 고무공업의 중국법인 사장 등을 두루 거쳐 지난해 3월부터 골프채와 골프공 등을 생산하는 SRI스포츠를 이끌고 있다. 지난 1월 10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그와 만났다.

던롭의 야심작, 젝시오7

노지리 대표가 골프와 첫 인연을 맺은 것은 1990년대 중반이다. 이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골프공 생산에 관여하면서부터다. 골프 실력이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다. 그는 “평균 핸디는 24로 보통 사람보다 조금 낮은 편”이라고 수줍어했다. 하지만 그는 “골프 비즈니스에 있어서 핸디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세 번째 골프시장이다. 전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이 45%, 일본이 25%, 한국이 7% 정도다. “최근 중국과 동남아 골프시장이 급팽창 중이지만 절대 규모에서는 한국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는 “신제품인 젝시오7 골프클럽이 한국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번에 한국에 선보인 젝시오7 골프채는 던롭이 개발한 야심작이다. 타격감 극대화와 비거리 향상에 주안점을 두고 개발했다. 노지리 대표는 “골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골프채는 공을 때렸을 때 잘 맞고, 맞았을 때 공이 멀리 날아가는 채”라며 “잘 맞히지 못하는데 기분이 좋을 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지리 대표의 자신감은 지난 12년간 일본 시장을 제패했다는 데서 나온다. 그 원천은 끊임없는 연구개발에 있다. SRI스포츠의 본사가 있는 고베(神戶)에는 던롭 골프과학센터가 있다. 1994년 개관한 골프과학센터는 스윙로봇 등 최첨단 연구장비를 갖추고 있다. 골프과학센터에서는 치열한 연구 끝에 매 2년마다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인다.

헤드와 샤프트의 소재와 구조, 외관 등 골프에 관한 모든 것이 연구 대상이다. 특히 티타늄과 스테인리스가 복합적용되는 골프채 헤드의 소재와 품질은 골프채의 성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던롭은 지난 젝시오4 출시부터 젝시오7까지 젝시오의 클럽헤드에 신일본제철과 합작해 생산한 ‘수퍼TIX’란 최첨단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골프공을 때렸을 때 들리는 타구음과 잔향 등도 골프과학센터 연구항목 가운데 하나다. 골프공을 타격할 때 울리는 청명하면서도 길게 이어지는 여음(餘音)은 골프과학센터의 연구개발 끝에 나온 산물이다. 그는 “골프공을 때릴 때 나는 소리는 골프의 쾌감과 직결된다”며 “벤츠나 BMW가 자동차 엔진음을 다듬는 것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젝시오 클럽헤드 특유의 그라데이션 역시 마찬가지다. 골프채를 들고 서서히 방향을 돌리니 햇빛이 클럽헤드에 반사돼 은은한 빛을 내뿜었다. 그는 “디자인을 중시하는 일본 소비자들은 위해 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1200여명의 일본 본사 전체 직원 중 연구개발진 수에 대해서는 “극비 사항”이라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골프과학센터에서 개발을 마친 골프용품들은 일본 효고현 단바(丹波)에 있는 이치지마 공장과 미야자키현 미야코노조(都城)에 있는 던롭골프클럽 공장에서 생산된다. 이치지마 공장에서는 주로 골프공을 생산하고 미야코노조 공장에서는 골프채를 만든다. 젝시오 브랜드의 골프채는 주로 미야코노조 공장에서 나온다.

“올림픽 때 골프붐 살아날 것”

젝시오7 출시를 계기로 던롭을 세계 3대 골프 브랜드로 끌어올리는 것이 노지리 대표의 목표다. 현재 던롭은 지난해 휠라코리아가 인수해 화제가 된 타이틀리스트, 테일러메이드, 캘러웨이에 이어 4위에 올라 있다. 그는 “일본 시장에서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으나 세계 시장에서는 여전히 도전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물론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한 세계적 경기침체 속에서 골프채 팔기가 만만치 않다. 전 세계적으로 골프시장은 정체 상태다. 던롭이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 시장은 거품붕괴로 1990년대 중반부터 골프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골프인구 감소로 골프용품시장 역시 더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그의 고민이다.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전국의 골프장 내장객 수는 지난 2009년 1823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내리막세에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기업의 접대골프 감소가 주 원인이 됐다. 내장객은 감소하는 데 반해 전국의 골프장 수는 이미 포화상태로, 수도권 일부 골프장의 회원권 시세는 반토막이 났다.

하지만 그는 “오는 7월에 열리는 영국 런던올림픽을 계기로 상황이 바뀔 것”으로 조심스레 내다본다. 특히 그는 “오는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올림픽부터는 골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만큼 골프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되살아날 것”이라며 “한국 대표팀이 올림픽 금메달을 노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그가 골프채를 메고 한국을 직접 찾은 것도 아직도 성장가능성이 있는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아직 SRI스포츠 전체 매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내외에 그친다. 이는 시장 개척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인과 일본인은 체형이나 스윙폼이 비슷해 일본에서 통하는 골프채가 잘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SRI스포츠 대표 취임 후 한국을 두 번째 찾는다는 노지리 대표는 조만간 다시 한국으로 건너올 생각이다. 노지리 야스시 대표는 “아직 한국에서는 골프를 쳐보지 못했다”며 “봄이 돼서 날씨가 따듯해지면 다시 한국을 방문해 꼭 한국 골퍼들과 골프를 쳐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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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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