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포츠
[2193호] 2012.02.13

[이슈] KBS·MBC·YTN을 어떻게 할 것인가

낙하산 인사·반대 투쟁 반복
‘권력으로부터 독립’이 핵심 여야 모두 ‘방송 독립’ 관심 없어

김대현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서효정 인턴기자·고려대 3년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MB(이명박 대통령)의 MBC,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대형 현수막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총파업 11일째. 지난 2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문화방송) 본관 앞 주차장은 한산했다. 사옥에 내걸린 현수막을 사진 촬영하려 하자 MBC 경비원이 신분 확인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MBC 본관 로비에 들어서자 ‘김재철 사장 퇴진’ 등이 적힌 피켓과 각종 집기 일부가 널브러져 있었다. MBC 노조원들은 이날 사내 집회를 마치고 모두 집에 갔다고 했다.
   
   이번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MBC 노조의 사무실은 1층에 있었다. 기자가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노조 사무실은 텅 비어 있었다. 사무실에는 ‘질기고 독하고 당당하게’라고 적힌 선동 구호가 눈길을 끌었다. 10여분 뒤 MBC 노조 홍보국장 이용마씨가 들어왔다. 그는 이번 파업이 “합법적인 단체행동”이라고 했다. “작년 10월 단체협상의 사인이 마르기도 전에 사측이 먼저 이를 위반했다. (파업의) 합법 여부는 나중에 따져보면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사장 퇴진을 포함한) 인사권이 아니라 공정한 방송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김재철 사장은 2주째 회사에 나오지 않고 있다.” MBC 노사는 지난해 9월 23일 단체협상을 체결할 때 공정방송 침해 시 문책 조항 및 본부장 견제장치 마련 등에 합의한 바 있다.
   
   
   MBC 파업사태 장기화 조짐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MBC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사 양측이 모두 “협상은 없다”면서 배수의 진을 친 채 대립하고 있었다. 노조 측은 “사장 퇴진 없이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사측은 “이번 파업은 정치 파업이자 불법 파업”이라며 원칙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노사 양측의 극한 대립으로 인해 공영방송을 시청하는 시민들의 불편만 가중되고 있다. MBC가 제작하는 뉴스는 물론이고 예능과 드라마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 MBC 메인 뉴스인 ‘뉴스데스크’의 경우 스포츠뉴스 등을 포함해 60분간 방송되던 게 2월 8일 현재 25분으로 축소된 채 방송되고 있다. MBC는 뉴스 말미에 “문화방송 노동조합의 불법 총파업으로 뉴스가 정상적으로 방송되지 못했습니다. 시청자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리며, 조속한 시일 내에 더 좋은 뉴스 프로그램으로 찾아 뵙겠습니다”라는 파업 고지문을 연일 내보내고 있다. 이밖에도 MBC의 간판 오락 프로그램인 ‘무한도전’과 ‘우리 결혼했어요’ 등이 차질을 빚고 있다. MBC 홍보국 한 관계자는 “차질을 빚고 있는 프로그램을 일일이 열거하는 게 곤란하다”면서 “회사의 입장을 듣고 싶다면 홍보국장이나 사장께 직접 연락하라”고 했다.
   
   MBC 노조 측은 이번 파업의 원인이 “공정 보도의 원칙을 훼손한 경영진에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이명박 정권에서 임명된 김재철 사장이 취임한 뒤 언론 본연의 권력 비판을 소홀히 하고 정권의 입맛에 맞춰 보도 방향이 왜곡돼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음은 노조 홍보국장 이용마씨의 주장이다.
   
   “이명박 대통령 사저 논란의 경우 과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때와 달리 현장 취재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에도 야당 후보의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리포트를 했지만 여당 후보에 관한 의혹은 며칠이 지나서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보도했다. 이밖에도 다양한 정치적 사안들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공정 보도의 원칙이 이렇게 훼손된 원인은 경영진에 있다.”
   
   
   타 방송사까지 확전 양상
   
   반면 사측은 이번 파업에 대해 “기획성 의도를 지닌 파업으로 불법”이라면서 노조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진숙 홍보국장을 통해 사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이번 총파업은 기획파업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즉 불법 파업이다. 취재 과정에서 누락됐던 이슈까지 마치 윗선의 지시에 의해 기사화가 차단된 것처럼 말하는 건 파업 주도 세력의 일방적인 주장이다. 오해나 착오에서 비롯된 부분이 분명 있고 그런 부분은 해당 기자도 인정한 사례가 있다. 경영진 퇴진이라는 부당한 요구에는 원칙대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이 국장은 또 “이번 파업이 노조에 앞서 친목 성격인 기자회가 주도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기자회 소속 140여명의 직원이 동의해 파업이 시작된 걸로 안다. 파업 동의를 구하는 방식도 그렇고 연차를 구분해서 젊은 기자 위주로 여론을 수렴한 점 등 일반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MBC 파업사태는 일부 방송사 노조가 지지 의사를 밝히고 나서면서 확전 양상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김현석 위원장은 MBC 파업 현장에 참석해 “언론 자유에 대한 억압을 청산해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목표는 동일하다”고 주장했고 YTN노조도 MBC 파업에 지지 입장을 밝혔다. 일부 신문에서는 이를 “공정방송 복원, MBC·KBS·YTN이 일어선다”는 식으로 보도하며 연대 파업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지분을 소유한 일부 방송사가 연대를 모색하는 현 상황을 방송계 안팎에선 우려 섞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노사 간 협상의 대상이 아닌 ‘인사권’이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에 자칫 정치적 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시각이다. 앞서 거론된 방송 3사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노사 간 대립과 반목이 재연돼 온 측면이 있다. 공중파 방송인 KBS, MBC와 케이블 뉴스 채널인 YTN은 대통령이 사실상 사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많은 언론학자들은 “모든 문제는 정권이 방송을 손에서 내놓으려 하지 않는 데 있다”고 말한다.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갈등
   
   KBS의 경우, 경영을 책임지는 이사회는 방송법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추천한 이사를 대통령이 임명한다. KBS의 사장(현 김인규)은 이사회가 임명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사진은 여당 추천 몫 7명, 야당 추천 몫 4명으로 구성된다. 방송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야당 인사가 반드시 포함되도록 이사회 구성 방식을 갖추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집권 여당의 입맛대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MBC 경영진 구성도 KBS와 비슷한 방식이다. 방송문화진흥회법에 따라 MBC 사장은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회가 임명하게 되는데 이사회는 여야 성향으로 구분할 경우 6 대 3의 비대칭 구도다. 방문진 이사진 또한 방통위의 추천을 통해 이뤄진다. 공중파의 경영진 구성 방식이 친여 성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 결과 방통위가 아무리 공정한 인물을 내세워도 야당과 노조 측이 ‘낙하산’ 인사로 한번 낙인 찍으면 비난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YTN의 최대주주는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출연해 만든 한전KDN이다. 한전KDN은 YTN 지분 21.4%를 보유하고 있다. YTN은 특히 오는 3월 현 배석규 사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이로 인해 벌써부터 YTN 노조는 한전KDN 본사 앞에서 사장 연임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하는 등 인사권을 두고 노사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8년 YTN노조 집행부는 ‘낙하산 사장’ 인선에 반대하는 불법 파업을 주도하다가 6명의 기자가 해직되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KBS 사장의 임기도 올해 11월까지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새로 임명되는 사장은 정권이 교체될 경우 다시 퇴진 요구에 직면하는 등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08년 8월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권에서 임명된 정연주 사장을 전격 해임시킨 적이 있다. 당시 민주당 등 야당은 “이명박 정권이 코드 인사를 KBS 사장에 앉히기 위해 감사원과 검찰을 동원해 정연주 사장을 해임시켰다”면서 정치적 탄압을 주장했다. 정 사장은 사퇴 후 해임처분 무효 소송에서 승소했고 재직 기간 중 KBS에 경제적 손실을 입혔다는 이유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최종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사회 독립해야 권력서 독립
   
▲ 지난 1월 25일 MBC 기자회는 제작 거부를 시작하며 피켓 시위를 했다. photo 뉴시스

   KBS, MBC 등 일부 방송사에서 재연되는 ‘낙하산 인사’ 논란의 근본적 해결책은 국회에서 몇 차례 제안된 바 있다. 사장 및 이사진 선임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정치적 중립성을 최대한 확보하자는 게 주요 골자다. 관련 법률안은 민주통합당 정장선 의원 등에 의해 발의됐으나 법률 개정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폐기 처분될 처지에 놓였다.
   
   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뛰었던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장선 의원은 주간조선에 “관련 법률상 방통위와 해당 방송사 이사회 구성이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로 인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중파 방송 사장 선임을 놓고 정치적 대립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지난 2010년부터 줄곧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으며 그가 낸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KBS나 MBC 모두 선임권을 가진 이사들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사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한 게 그 핵심이다. ‘과반 이상 찬성’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강화하면 특정 정파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사장으로 밀어붙일 수 없으며, 여야 양측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인물이 선출될 수 있다.
   
   정 의원이 낸 법안을 구체적으로 보면 이렇다. ‘KBS의 경우 방송법 개정을 통해 이사회 구성을 여당 4명, 야당 4명, 방통위 4명으로 추천해 중립성을 확보한다. 사장 임명 제청은 이사회의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한다. MBC의 경우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을 통해 여당, 야당, 방통위가 각각 3명의 방문진 이사를 추천, 방통위원장이 이사들을 임명토록 한다. MBC 사장 선출 등 운영과 관련된 의결 사안은 방문진 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한다.’
   
   하지만 방송법과 방문진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구체적인 논의는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전문위원실 측은 주간조선에 “방송법과 방문진법 개정안이 18대 국회에서 제출된 것은 맞지만 법안 소위에서 한 번도 논의된 걸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부년 문방위 전문위원은 “2월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상임위 일정조차 잡지를 못하고 있다. 해당 법률 개정안은 18대에서 처리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럼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고 말했다.
   
   방송의 중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정부와 방송사도 적극 나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공언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지난 2010년 6월 국회 문방위에 출석한 최시중 당시 방송통신위원장은 “방송 중립성 제고방안을 약속하겠느냐”는 질문에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이 되고 정쟁으로부터 해방되는 구조개편안을 주문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인규 KBS 사장도 지난 2010년 10월 문방위 국정감사에 출석했을 당시 “KBS 사장 선임과 관련해서 제도적으로 개선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입으로만 “바꾸자” 법안엔 관심도 없어
   
   이를 두고 일각에선 “여야 모두 정권을 잡을 가능성을 엿보면서 방송 관련 사안을 정치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야당의 경우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 탈환 가능성이 높아지자 방송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는 법률 개정을 기피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조금만 참으면 방송을 다시 자신들의 수중에 넣고 정권의 나팔수로 사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에 개정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장선 의원이 발의한 현 개정안대로 법률이 바뀌면 야당이 정권을 잡아도 자신들 코드에 맞는 인사를 사장으로 임명하기 어려워진다.
   
   MBC 노조 홍보국장 이용마씨는 이와 관련, “우리도 파업 사태의 근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현직 사장의 퇴임도 요원한 상황에서 법률 개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들은 현재 총선 등 잿밥에 관심이 집중된 상황 아니냐”고 말했다.
   
   KBS와 MBC가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한 좌담회에서 “공영방송인 MBC는 다양한 사회적 행위자의 간섭, 비판,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번거롭더라도 공적 통제가 불가피함을 인정하고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MBC는 1959년 사업가 김지태씨가 부산에서 세운 민영방송으로 출발했다. 1962년 군사 쿠데타 세력이 설립한 5·16장학회(정수장학회)에 경영권을 내줬고 1988년 정부가 세운 방송문화진흥회에 지분 70%가 넘어갔다.
   
   학계 일각에서는 이번 MBC의 파업을 두고 “정당성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론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대학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MBC 파업은 야당과 공조한 정치공세의 일부분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선거 때 여당에 유리한 편파방송이 나오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것 같다. MBC 노조는 이와 같은 극단적 선택과 갈등이 시청률 하락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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