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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5호] 2012.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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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 ‘바가지 요금’ 콜밴 다 어디로 사라졌나

오대양  언론인  

▲ 외국인을 상대로 한 불법·바가지 영업 논란이 끊이지 않는 콜밴.
항공사에 근무하는 일본인 여성 구마가이씨는 1월 29일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택시처럼 생긴 검은색 승합차에 올랐다. 운전기사는 2㎞ 떨어진 충무로 호텔에 도착하자 요금으로 33만원을 요구했다. 구마가이씨는 “거리가 얼마 되지 않는데 너무 비싸다”고 말하며 항의했지만, 운전기사는 갑자기 차 문을 잠그고 “돈을 내지 않으면 못 내린다”고 협박했다. 겁에 질린 구마가이씨는 33만원을 내고 차에서 내렸다. 이 승합차는 택시가 아니라 콜밴(6인승 밴형 화물차량)이었다.
   
   구마가이씨는 크게 실망하고, 한국 여행을 마친 뒤 인천공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일본말을 잘하는 한국인 택시기사에게 콜밴 피해에 대해 말했다. 택시기사는 구마가이씨가 기억하고 있었던 콜밴 차량번호를 전해 듣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 콜밴기사는 결국 경찰의 통화기록 추적 등을 통해 신고 열흘 만에 체포됐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고 “돈을 안 주니까 겁을 주려고 문을 잠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마가이씨는 콜밴에 5분 정도 갇혀 있었다. 서울 중부경찰서 박동훈 형사과장은 “김씨에게는 공갈, 갈취 혐의에 더해 차 문을 잠갔기 때문에 감금 혐의까지 적용된다”고 말했다.
   
   
   대형 검은 택시를 조심하라!
   
   구마가이씨의 피해 소식이 알려지면서 ‘서울에 가면 대형 승합차 모양의 검은 택시를 조심하라’는 글이 인터넷상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불법 콜밴 영업이 기승을 부리면서 관광객들 스스로 콜밴 경계령을 내린 셈이다.
   
   지난 2월 22일 서울 남산 케이블카 승차장 근처. 평소엔 콜밴기사들이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곳이지만 ‘2㎞에 33만원을 받은 기사’가 경찰에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콜밴은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남산 케이블카 승차장 인근에서 주차장을 운영한다는 한 남성은 “매일 보이던 콜밴이 요즘엔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콜밴 영업은 주로 인천공항과 동대문시장, 남대문시장, 명동, 남산 등 주로 외국인이 많이 찾는 다섯 곳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기차역을 중심으로 콜밴의 불법 영업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 실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이 콜밴기사들의 주요 영업 대상이다. 이 때문에 콜밴 관련 피해 신고는 끊이지 않았다. 콜밴을 이용했다는 한 외국인은 미터기에 9만4000원이라고 표시됐는데 운전기사가 94만원을 요구했다고 관광불편센터에 신고하기도 했다.
   
   
   전국 1만400여대 등록
   
   이처럼 주로 외국인들이 콜밴을 이용하는 이유는 외관이 택시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콜밴은 대부분 검은색 승합차로 얼핏 보면 승합차 모범택시와 비슷하게 생겼다. 일부 콜밴은 차 외부에 일본말로 일본어 가능이라고 써 놓고 영업을 하기도 한다. 외관이 비슷해도 한국인들은 택시가 아니라는 사실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일반 택시인 줄 알고 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콜밴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상 화물차로 등록돼 있다. 크게 3인승과 6인승 밴으로 나뉘고 전국에서 모두 1만400여대가 운행 중이다. 국토해양부는 6인승의 경우 지난 2001년 이후, 3인승의 경우 지난 2004년 이후 신규 등록을 받지 않고 있다.
   
   화물차로 등록돼 있는 콜밴은 승객 1명당 20㎏ 이상의 짐을 싣도록 규정돼 있다. 택시가 아닌 화물차라는 차이를 짐 무게로 둔 것이다. 승객이 3명일 경우에는 60㎏ 이상의 짐을 싣는 게 규정이다. 승객만 태우거나, 일반 용달이란 표시를 하지 않으면 불법이다. 또 일반 택시와 달리 갓등과 미터기를 설치할 수 없다. 콜밴이 일정한 장소에서 오랜 시간 정차하며 호객 행위를 하다가 적발될 경우 과태료 50만원, 갓등과 미터기를 설치했다가 적발되면 운행정지 60일의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이 같은 법 규정을 지키는 일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단속하는 것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콜밴은 화물차와 마찬가지로 요금 기준이 없어 요금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미터기가 없는 화물차는 화주와 협의한 가격이 곧 운행 요금이다. 콜밴기사가 아무리 비싼 요금을 요구해도 승객이 문제 제기를 하지 않으면 불법이 아니란 말이다. 국토해양부 물류산업과 관계자는 주간조선에 “다른 화물차와 마찬가지로 콜밴 요금도 화주와의 협의에 따라 정해진다”며 “내국인 승객의 경우 사회 통념에 맞는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되지만 외국인의 경우 요금 실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바가지를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콜밴에도 미터기를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콜밴이 택시와 똑같은 영업을 할 수 있다는 택시 업계 등의 반발과, 자체 협상 요금이 영업에 더 낫다는 내부 반발 등으로 인해 미터기 설치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요금 기준 없이 영업을 하다 보니 일부 콜밴기사들이 부당 요금을 청구하는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콜밴기사들 간 영역 싸움도
   
▲ 서울 밤거리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일본인 관광객들. 최근 정부의 불법 영업 단속 방침이 알려지면서 콜밴이 자취를 감췄다. photo 김승완 영상미디어 기자

   문제는 콜밴의 불법 영업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란 점이다. 지난 2010년에는 일부 콜밴기사들이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조직을 형성해 다른 콜밴기사의 영업을 방해하고 단속원을 폭행했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10년 12월, 콜밴기사 4명을 구속하고 24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인천공항에서 승객을 태운 다른 콜밴기사를 납치, 감금하고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공항의 콜밴 영업권 독점을 위해 벌인 일이다. 당시 인천공항 영업을 독점한 콜밴기사들은 외국인 승객을 태우고 인천공항에서 서울 코엑스까지 무려 100만원의 요금을 청구하는 등 바가지 영업을 한 것으로 드러나 한국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에도 콜밴 불법 영업은 계속됐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익명을 요구, “무법 콜밴이 사라지지 않고 있지만 정부 당국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에서 영업 중인 콜밴기사들은 상당수가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를 조금씩 할 줄 알고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타는 비행기 입국 시간대를 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객 행위를 하다가 외국인이 돈이 모자라서 못 타겠다고 말하면 현금 인출기로 안내해 현금 인출을 도와주는 기사도 있다고 한다. 최근엔 인천공항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승객을 주차장으로 안내해 바로 공항을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
   
   인천공항공사는 차라리 콜밴을 양성화하는 게 승객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지난해 7월부터 콜밴 전용 승차장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여객터미널 1층에 전용 안내데스크를 설치하고, 요금 안내를 가능하게 했다. 부당 요금 피해를 줄이겠다는 게 설치 목적이다. 택시기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고육지책으로 설치를 강행했지만 이후에도 불법 영업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33만원’ 사건을 계기로 콜밴 불법 영업을 완전히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2월 20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 경기도, 서울지방경찰청, 용달, 택시연합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콜밴 불법영업 근절을 위한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단속 강화 등 대책을 마련했다. 국토해양부 등 관련기관은 종로, 명동, 동대문 등 주요 외국인 관광객 방문지역을 중심으로 콜밴의 불법·바가지 영업 행위에 대해 주기적 집중단속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외국인 관광객 방문지역에서 관광객들이 불법 콜밴의 식별 방법, 부당요금 요구에 따른 신고요령 등을 담은 홍보물을 만들어 배포하기로 했다. 특히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개정해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외국인이 콜밴을 택시로 잘못 알고 이용하는 일을 막기 위해 여객 차량으로 오인할 수 있는 표시를 법령으로 규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콜밴 업계 “일부의 문제… 억울하다”
   
   이에 대해 콜밴 업계 반발도 만만치 않다. 콜밴 초창기 멤버로 지금까지 콜밴을 몰고 있는 한 기사는 “콜밴은 1997년 IMF 외환위기 극복 차원에서 당시 정부가 일자리 창출 방안의 하나로 처음엔 신고만 하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었다”며 “4만대 넘는 콜밴이 생겨 문제가 되자 정부가 이번엔 규제 강화로 수를 줄이면서 대부분 서민인 운전기사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는 “콜밴이 택시보다 더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고 더 친절하다는 관광객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명동, 종로, 인사동 일대에서 인천공항까지 6만원 정도가 일반적인 운행 가격인데, 3명이 타면 한 사람당 2만원씩만 내면 되니 승객에게 큰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각종 단속과 사회적 편견으로 영업이 쉽지 않은 탓에 콜밴 매매가는 일반 택시 가격에 비해 절반에 못 미치는 2000만~3000만원 선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부가 강력 단속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콜밴은 잠시 모습을 감췄다. 그러나 서울의 콜밴 바가지 요금 소식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 관광을 소개하는 한 블로그에는 ‘콜밴은 택시가 아니라 밴 모양의 화물차’라는 비아냥 섞인 글도 올라왔다. 이에 더해 일본에서는 일본 여성이 불법 영업으로 피해를 본 것과 관련해 반한(反韓) 감정도 일고 있다. 관련 뉴스에 ‘한류 붐에 이끌려 한국에 가는 아줌마는 좋은 먹잇감일 것’이라는 댓글도 달렸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980만명 정도.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앞두고 국가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는 지적이 또다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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