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경민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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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골목상권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커피점은 이디야(EDIYA)다. 2001년 3월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앞에 1호점을 열었고, 올초 서울 총신대입구역에 600호점을 냈다. 600호점 개점 후에도 한 달 새 17개 점포가 추가로 생겼고, 현재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618호점 개점을 준비 중이다. 이디야는 해외에 지불하는 로열티가 없는 순수 한국계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커피빈 등 외국계 커피점들의 공세 속에서 단연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디야를 이끌고 있는 사람은 문창기(50) 대표. 지난 2004년부터 이디야의 공격적 확장을 주도해왔다. 문 대표는 600여곳이 넘는 커피프랜차이즈를 관리하면서 자연스레 커피전문가가 됐다. 2009년에는 ‘커피, 그 블랙의 향기’란 책도 펴냈다.

하루 10잔 이상 커피를 마신다는 그가 가장 즐겨마시는 커피는 아메리카노. 지난 3월 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이디야 본사에서 아메리카노 커피 두 잔을 사이에 두고 문 대표와 만났다.

“커피시장 포화 아니다”

“기업인수합병(M&A)을 할 때예요. 이디야 창업자와는 아내들끼리 잘 아는 사이였습니다. 이디야를 내게 팔아 달라고 해요. 시장조사를 하면서 10군데 이상 점포를 돌아다녔는데 가맹점주들 반응이 상당히 좋더군요. ‘블라인드 테스트(blind test)’였는데도 오히려 나보고 가맹점을 한번 해보라고 권했어요. 그래서 직접 인수를 했죠.”

그의 말처럼 문 대표는 기업인수합병을 하던 금융인 출신이다. 1998년 IMF외환위기 직후 퇴출 판정을 받은 동화은행 원년 멤버다. 동화은행이 신한은행에 피인수되며 퇴출된 직후에는 삼성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지점 투신팀장으로 수천억원의 자금을 굴렸다. 이후 독립해 ‘유레카벤처스’란 투자자문사를 운영하다가 앞에서 말한 우연한 계기로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다.

금융인 출신인 만큼 문 대표는 철저히 수익성 위주로 승부를 걸었다. 그를 포함한 이디야의 임원 5명 모두가 동화은행 출신이다. 은행원 출신들이 회사를 이끌다 보니 점포를 늘릴 때도 외형보다는 내실에 치중했다. 위험부담이 큰 대로변 대신 이면도로를 집중 공략했다. 점포당 점원 2~3명으로 인건비 부담을 줄였다. 초기 투자금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문 대표는 가맹점주들이 최소 투자비로 최대 이윤을 올리게 하자는 전략을 갖고 있다. 점포 입지도 임대료가 비싼 대로변보다 이면도로를 권한다. 인테리어도 단순화해 비용 부담을 최소화했다. 그에 따르면 이디야 매장 인테리어에 드는 비용은 3.3㎡당 250만~300만원가량. 문 대표는 “15평(50㎡) 매장 기준으로 경쟁사에 비해 1억원가량 저렴한 수준”이라고 했다.

초기 투자비 부담이 줄어든 만큼 잔당 커피 가격은 스타벅스나 커피빈 같은 외국계 커피의 60~70%로 책정해 가격경쟁력을 유지했다. 그는 “가맹점주가 손해보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가맹점 철수를 해도 권리금을 받고 철수해 투자 원금을 까먹은 경우는 없다”고 강조했다.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600호점 이상을 오픈했지만 원금 까먹고 나간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점포를 매각하면 권리금이 다 붙어있거든요. 폐점을 하더라도 비싸게 팔고 나갔어요. 점포가 작다 보니 철수도 그만큼 용이했죠. 그래서 점포만 7개씩 갖고 있는 점주도 있고, 이디야만 전문 취급하는 부동산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 같은 전략으로 문 대표는 2004년 이디야 인수 직후 100여개에 불과하던 점포를 600개 이상으로 늘려갔다. 토종 커피프랜차이즈로는 카페베네 다음으로 많은 매장 수다. 문 대표는 “연말까지 200여개 점포를 더 개설해 모두 800개의 점포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014년까지는 전국에 이디야 매장 1000개를 확보한다”는 것이 그가 밝힌 목표다.

“커피시장은 절대 포화상태가 아니다”란 것이 그의 주장이다. 문 대표에 따르면 2004년 처음 사업을 했을 때 전국의 커피 전문점은 약 1200개. 지금은 약 1만3000개 정도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3~4년가량은 더 성장할 여지가 있다”며 “주로 30대 직장인들이 커피를 들고 다니는데, 40대가 커피를 들고 다니는 날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지방만 해도 아직 공략할 커피시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소득 수준이 높은 부산·경남만 해도 서울처럼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다니는 문화가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것. 이에 지난해에는 부산·경남지방 가맹사업 확대를 위해 부산·경남 지사도 냈다.

“테이크아웃 커피는 맛이 생명”

공격출점에도 커피의 맛만큼은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 “우리는 테이크아웃 커피로 시작했어요. 테이크아웃 커피는 맛이 좋아야 합니다. 매장의 넓이가 평균 20평(66㎡) 이하로 크고 널찍한 것도 아닌데 커피맛이 떨어지면 사람들이 다시 찾겠어요? 철저히 맛에 승부를 걸었고, 지금까지 ‘싸고 맛있는 커피’란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점주들이 직접 만든다”는 것이 문 대표가 밝힌 이디야 성공의 비결이다. “외국계 커피점만 해도 점주들이 직접 매장에 나와 커피를 만드는 일이 거의 없어요. 점주들이 직접 매장에 나오다 보니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로 점심시간을 전후로 매상이 오르는데, 오늘은 누가 왔는지 안 왔는지, 몇 시에 오는지도 다 기억할 정도입니다.”

가맹점주들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이디야 본사에 있는 커피아카데미에서 약 일주일간 교육을 받는다. 커피아카데미에서 가맹점주들은 커피 만드는 법부터 세무와 같은 매장관리 노하우, 친절 교육 등 각종 교육을 이수한 뒤 실전에 투입된다. “철저한 교육을 받고 실전에 투입되기 때문에 초보자도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 문 대표의 얘기다.

더욱이 “요즘은 청년취업난 때문인지 커피프랜차이즈를 하겠다며 찾아오는 사람들 가운데 20대 청년들도 상당수”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문 대표는 “인생의 첫 사업을 커피로 시작하는 젊은이들인 만큼 반드시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다른 가맹사업에는 관심을 돌릴 겨를이 없다고 했다. 최근 카페베네 등 일부 커피프랜차이즈는 본업인 커피뿐만 아니라 파스타 등 이탈리안레스토랑 등으로 가맹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문 대표는 “커피사업만 집중할 계획”이라며 “올해 안으로는 커피 캔음료와 컵음료 등 RTD(Ready To Drink) 커피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시장에도 다시 들어갈 생각이다. 이디야는 지난 2005년 9월 중국 베이징에 1호점을 열었으나 4년 만에 매장을 접고 철수했다. 차(茶)를 마시는 문화가 뿌리 깊은 베이징에서 당시만 해도 커피는 시기상조였다. 하지만 “중국 시장은 한국의 미래”란 것이 문 대표의 지론이다. 조만간 베이징이나 상하이에 현지인들을 상대로 한 점포를 열 생각으로, 최근 화교(華僑) 출신 직원도 채용해 진출 준비 작업을 맡겼다.

‘이디야’란 사명처럼 중국 대륙에서도 출점 신화를 써보겠다는 것이 문 대표의 생각이다. 커피의 발상지인 에티오피아의 부족명인 이디야는 ‘대륙의 유일한 황제’란 뜻이다. “중국은 무서운 나라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우리의 미래예요. 미국보다 거리가 가깝고 모든 게 가까워요. 기업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더 성장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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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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