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태 GS파크24 대표가 무인주차관리기인 ‘플랩’을 설명하고 있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강경태 GS파크24 대표가 무인주차관리기인 ‘플랩’을 설명하고 있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GS파크24 강경태(49) 대표는 우리나라 주차장을 볼 때마다 속이 터진다. 2~3열씩 겹쳐서 주차하기는 기본이고, 구석진 공터에는 쓰레기가 쌓여 있기 일쑤다. “키를 맡겨 두라”고 대수롭지 않게 내뱉는 주차관리원의 말에 ‘차량을 분실하지 않을까’ 불안 할 때도 있다.

강 대표는 2008년부터 주차장 관리기업 GS파크24를 이끌면서 이런 걸 더욱 절실히 느낀다. 강 대표는 지난 4월 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제전자센터 20층 GS파크24 사장실에서 주간조선과 만나 “우리나라 주차문화는 OECD회원국 가운데 가장 엉망”이란 말로 입을 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차할 때 일단 ‘대볼까’ ‘걸릴까’라면서 주위부터 살피잖아요. 저부터도 그렇거든요. 하지만 일본만 해도 그런 눈치 볼 일이 거의 없습니다.” GS파크24는 한국의 GS칼텍스와 일본의 파크24가 50 대 50으로 합작한 기업이다. 파크24는 일본에서 주차장 관리 등으로 3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업계 1위 기업. 도쿄에 본사를 두고 1만853곳의 주차장과 35만8835면의 주차면 수를 확보하고 있다.

GS는 파크24와 손잡고 ‘GS타임즈’란 주차 브랜드를 내걸고 주차장 98곳과 1만1809면을 관리하고 있다. ‘토닉(Tonic)’이란 무인주차 관리시스템이 대표적이다. 강 대표는 토닉을 판매시점관리(POS)에 비유해 설명했다. “구멍가게가 편의점으로 바뀌면서 포스를 도입했잖아요. 수요·공급과 재고 파악을 하는 거죠. 주차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토닉 시스템을 도입하면 요일별·시간별로 언제 주차수요가 늘고 공급이 생기는지를 효율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하면 주차요금을 조절해 수요와 공급을 탄력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가령 점심과 저녁시간대 주차수요가 많은 식당가와 낮 시간 이용객이 많은 오피스빌딩의 주차요금을 차등 책정하는 것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수요·공급을 파악해 내비게이션과 웹을 통해 가까운 주차장의 주차 가능 여부까지 알 수 있게 하고 있다.

또 차량이 주차하는 바닥에는 ‘플랩(Flap)’을 설치해 주차관리와 요금정산을 무인화했다. 플랩은 정차한 차량의 앞뒤 바퀴 사이나 차량 뒤에 올라오는 격막이다. 정산을 하지 않으면 차를 빼낼 수 없다. 무인사물함과 유사하다. 강 대표는 “GS파크24의 전국 98개 주차장 중 절반가량은 플랩을 사용해 주차관리원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주유소와 시너지 효과 극대화”

사실 GS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주차장 관리사업에 관심을 둔 것은 지난 2006년부터다. 주유소(GS칼텍스)를 비롯해 중고차 판매와 차량정비(GS넥스테이션) 등 차량 관련 사업을 하면서 시너지를 높일 방법을 찾게 된 것. 이에 “전국 400여개의 주유소 부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주차장 관리사업을 추진해 보자”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이미 일본에서 주차장 관리사업은 흔한 사업모델이다. 길거리나 주택가 주차장에서도 ‘플랩’과 같은 장치를 흔히 볼 수 있다. ‘자판기 왕국’이란 명성에 걸맞게 관리자가 없이도 주차를 할 수 있게 한 것. 주차장 공급 역시 적정 이윤을 보장해주는 식으로 민간에 맡겨 공급을 대폭 늘렸다. ‘잃어버린 20년’ 동안 상가 운영수익률이 떨어지자 상가를 헐고 주차장을 여는 경우도 되레 늘었다고 한다.

불법주차에 대한 관리도 엄격하다. 불법주차 과태료가 3만~7만원에 그치는 우리와 달리 일본은 약 25만원에 달한다. 불법주차 시 벌점도 부과되고 자동차 보험료에도 반영된다. 특히 1990년대 중반부터 주차단속까지 공신력있는 민간회사에 위탁하면서 주차관리가 더욱 촘촘해졌다. “사실 민간 주차단속 논의가 나온 것은 한국이 먼저”라고 강 대표는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도입을 주저하는 사이 일본이 먼저 주차단속 민간위탁에 착수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본은 우리보다 불법주차가 훨씬 덜하고, 비좁은 도로면적에도 불구하고 차량 소통이 우리보다 원활한 편이다. 이 같은 ‘일본식 주차관리 시스템을 국내에 도입하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현재 GS파크24는 임차방식으로 주차장을 운영한다. 나대지나 지하주차장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주차장 운영권한을 부여받아 주차장을 대신 운영하는 것이다. 주차장 진출입 등 차량의 동선(動線) 역시 과학적으로 설계해 차를 주차하고 찾는 데 걸리는 시간도 덜 소요된다. 대당 주차 규격도 조금 넓게 설계해 초보자들도 안심하고 주차할 수 있다.

물론 “한국과 일본은 주차문화에 차이가 많다”는 것은 그도 인정한다. “우리는 식당에서 벤츠나 BMW처럼 1억원이 훨씬 넘는 차의 키도 선뜻 남에게 건네잖아요. 반면 일본에서는 자동차 키를 남에게 맡기는 경우가 극히 드뭅니다. 무인주차가 발달할 수 있는 여건이 된 셈이죠.” 이에 일본과 교류가 활발한 삼성에서도 1980년대부터 일본식 주차관리의 국내 도입을 검토했다고 한다. 하지만 “초기비용 부담과 국내 주차문화를 고려해 검토 단계서만 그쳤다”는 것이 강 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우리의 주차문화도 서서히 개선되면서 최근에는 SK와 같은 경쟁사들도 주차장 관리업을 타진 중이라고 한다. 더욱이 “주차관리 산업의 성장성도 높은 편”이란 것이 강 대표의 생각이다. 우리나라의 주차장 보급률은 지난해 기준으로 85.2%에 그친다. 적정보급률인 150%에 한참 못 미친다. 반면 일본의 경우 주차공간이 없으면 아예 차량 소유 자체를 허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현재 택시와 렌터카 등에만 차고지증명제를 실시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도 가능

물론 설비도입 등 초기비용은 아직 걸림돌이다. 가령 무인주차 플랩의 경우 일본산으로 대당 가격만 700만원에 달한다. 주차관리원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지만 CCTV나 주차정산기 설치비용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소유와 권리관계가 복잡한 주차장 관리에 애를 먹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틈새시장을 공략하자는 것. 실제 지난해부터 주차장 관리를 의뢰하는 전화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더욱이 플랩 같은 장치를 이용하면 향후 전기차 충전인프라까지 구축할 수 있다. 특히 “주유소와 달리 주차장은 그 자체가 목적지이기 때문에 급속충전기로 충전을 서두를 필요도 없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주차하는 동안 배터리를 충전토록 하면 현재 기술로 4시간씩 걸리는 완속충전만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강 대표의 계산이다.

“불법주차가 난무하지만 주차정책은 정부에서도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어요. 지난해 11월 서울시에서 점심시간에 한해 식당앞 불법주차를 허용한 것도 그렇습니다. 취지는 이해하지만 전체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만큼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정책입니다. 우리도 일본처럼 효율적인 주차관리를 통해 불법주차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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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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