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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203호] 2012.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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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만보계가 암소 발정기를 알아내는 비법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 암소 다리에 만보계를 달아 걸음 수를 파악하면 발정기를 정확히 알 수 있다. photo 한국후지쯔
축산농가에 최첨단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축산 자동화 시설이 한창 가동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우보(牛步) 시스템. 센서와 무선통신 기능이 장착된 일명 만보계를 암소의 발목에 착용시킨 후 걸음 패턴의 변화를 파악함으로써 발정기를 진단하는 시스템이다. 수태하지 않은 소의 시간당 걸음 수를 조사해 자동적으로 발정했는지를 확인한다.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소 임신 가능기간을 문자 메시지, 이메일 등으로 제공하는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다. 일본에서는 2004년부터 축산농가에 이 시스템이 도입됐고, 우리나라에서는 한국후지쯔가 작년부터 농가를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봄이 오면 동물들은 갑자기 난폭해진다. 발정기 때문이다. 평소에 온순하던 사슴은 발정기가 되면 소리를 지르고 사람을 공격하기도 한다. 여성이 한 달에 한 번씩 월경을 할 때 여성호르몬의 농도 변화로 신경질적이 되는 이유와 같다.
   
   
   암소 발정기에 걸음 수 2~4배 빨라져
   
   동물들의 발정기는 대개 봄이나 여름이다. 그때 새끼를 가져야 먹이가 많을 때 키울 수 있다. 가을에 새끼를 가지면 겨울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가을이 되면 동물들이 이성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반적으로 동물이 발정기에 이르면 여러 징후를 나타낸다. 오랑우탄과 침팬지들은 엉덩이가 빨갛게 부어오른다. 개의 경우 음부가 부어오르면서 출혈을 하고, 소는 평소보다 걸음 수가 증가한다. 이러한 발정 징후는 호르몬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오랑우탄이나 개의 징후는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어 발정기를 쉽게 알 수 있지만, 걸음 수가 2~4배 빨라지는 소의 경우는 확인이 어렵다.
   
   물론 소도 질에서 맑은 점액이 흐르고 외음부가 붓고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를 보이며 소리를 지르기 때문에 발정 여부를 판단할 수는 있다. 하지만 수십 마리 이상의 암소를 기르는 전업 농가에서 일일이 관찰을 통해 발정 여부를 판단하여 적기에 수정을 시키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다. 특히 낙농업은 시간에 맞춰 젖을 짜야 하기에 발정기에 맞춰 수정시키는 일이 농축산업의 여러 분야 가운데 가장 힘이 많이 든다. 따라서 실제로 사람의 관찰로 소의 발정을 발견해 내는 비율은 평균 58%에 불과하다.
   
   암소의 평균 발정 주기는 20~21일이다. 발정을 맞는 하루 중 가임시간은 16시간뿐이고, 발정은 주로 오후 6시에서 오전 6시 사이의 어두운 시간에 많이 발현돼 발정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한번 발정기가 지나가 수정에 실패하면 다시 20~21일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송아지 한 마리 수입을 고스란히 날릴 뿐 아니라 번식 간격이 길어진 만큼 사료값 등의 비용이 더 들어간다. 따라서 정확한 발정기를 파악해 수태율을 높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
   
   
   생산 비용 줄여주는 우보 시스템
   
   만보계는 이런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준다. 소의 발목에 만보계를 채우면 발정한 소를 발견할 확률이 거의 100%에 가깝다. 한밤중에 발생하는 발정 시기도 파악할 수 있다. 비록 가임시간이 16시간으로 짧지만 가임시간 7시간 전에 알려주기 때문에 미리 대비할 수 있다. 홀스타인 젖소의 경우 발정 개시 4시간 이내에 인공수정을 하면 수태율이 43%, 4시간 이후 12시간까지는 51%, 12시간 이후 16시간까지는 46%의 수태율을 보인다. 이 또한 발정 여부를 좀 더 빨리 알아야 하는 이유다. 만보계는 발정뿐 아니라 수태율, 분만 간격(최종 분만 일시), 임신 감정까지도 체크해준다.
   
   만보계의 송신기를 통해 걸음 수에 대한 정보가 수신기로 수집되고, 수집된 정보는 매시간 한국후지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센터로 보내져 과학적으로 분석된다. 분석된 걸음 수 정보는 목장 주인의 PC와 휴대폰에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이러한 시스템은 축산농가의 노동력을 줄여줄 뿐 아니라 목장 주인이 마음 놓고 외부에서 다른 업무를 볼 수도 있게 해준다.
   
   100% 가까운 발정 발견율은 매출을 증대할 수 있는 큰 수확이다. 번식률이 높을수록 매출은 상승하기 마련이다. 이전에는 소 임신 가능기간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평균 14개월 주기로 번식이 이뤄졌다. 하지만 우보 시스템을 이용해 이를 12개월로 단축하면 2개월분의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한국후지쯔 측은 가임 암소 50마리 보유 농가를 기준으로 할 때 연간 1300만원의 소득 향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국내 최초로 우보 시스템을 도입한 한창목장(암소 120마리 사육)의 경우 연간 3000여만원의 추가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은 2004년부터 우보 시스템을 도입해 현재 연간 약 500억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자동착유, 동물음성번역 시스템도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산하 축산자원개발부에서는 무선주파수인식(RFID) 기술을 이용한 ‘발정 알림이’도 가동하고 있다. 만보계의 원리처럼 발정기가 되면 소가 뒷다리에 힘을 준다는 것에 착안해 만든 것이다. 뒷다리에 붙은 센서에 충격이 가해지면 자동으로 알림판에 해당 젖소의 번호가 뜨기 때문에 관리하기가 쉬워진다.
   
   축산자원개발부는 젖소의 젖을 자동으로 짜는 시스템도 개발해 놓은 상태다. 젖소를 사료로 유인한 뒤 사료를 먹는 동안 자동으로 젖을 짜는 ‘자동착유 시스템’이 그것이다. 착유기가 달린 로봇 팔이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움직여 자동으로 젖을 짠다. 보통 일반 축산농가에서는 노동력이 부족해 하루 두 차례만 젖을 짤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착유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수시로 젖을 짤 수 있어 젖의 양이 많아진다.
   
   이때 목에 건 RFID를 통해 각 젖소가 하루 몇 번 젖을 짰는지, 원유의 상태는 어떤지가 나타난다. 젖소의 고유 일련번호, 무게, 일일 착유량 등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나타난다. 일일 최대 착유량(체중의 23%)을 넘어서면 젖소가 아예 착유 시스템에 들어올 수 없다. 착유기에는 레이저를 이용한 자동 위치인식 기술도 담겨 있어 모든 정보가 컴퓨터로 전송되기 때문에 안방에서도 젖소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그 밖에 경상대 수의학과 연성찬 교수팀은 전자공학 기술을 응용해 동물음성번역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동물이 내는 목소리를 사람이 듣고 어떤 뜻인지 알 수 있게 하자는 것. 동물의 말을 알아들으면 여러 면에서 인간에게 이롭다. 예를 들어 목소리로 암소의 발정기를 확인하면 번식 시기를 정확히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앞으로 만보계, 발정 알림이, 자동착유 시스템, 동물음성번역 시스템 등 축산에 접목된 과학기술이 하루빨리 상용화돼 우리 축산농가에 큰 힘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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