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스텔스 드론 ⓒphoto 연합
무인 스텔스 드론 ⓒphoto 연합

미국의 무인항공기(UAV) ‘드론’이 전성기를 맞고 있다. 테러리스트 감시·색출·처단에서부터 개인의 정보수집에 이르기까지 미국인들이 띄우는 드론의 숫자가 자꾸 늘어나고 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뉴 아메리카 파운데이션(NAF)’에 따르면 미군과 CIA 등에서 띄운 드론의 폭격 빈도는 2006년 2회에서, 2011년 70회로 늘었다고 한다. 파키스탄 내에서 이뤄진 드론을 통한 폭격만도 2004년 이래 300번이나 된다. 이 과정에서 숨진 사람은 2500여명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과 알카에다를 타깃으로 한 드론의 공격으로 인해 400여명의 무고한 민간인도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 제작과 관련된 군사비 지출도 지난 10년간 거의 10배나 증액돼 온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열추적선과 고감도 카메라를 통한 정찰기로 등장한 드론이 필요하다면 무력을 사용하는 ‘살인병기’로 업그레이드됐다는 의미이다.

드론에 대한 미국의 기대와 드론의 위상은 4월 26일 워싱턴포스트지 기사를 통해서도 재삼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드론을 통해 예멘에서 활동 중인 알카에다 테러리스트를 소탕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드론에 의해 살해될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이 안된다 하더라도 CIA와 미군이 공격할 수 있도록 명령했다.”

워싱턴 안보관계자들은 이 기사를 읽은 뒤 두 가지 측면에서 깜짝 놀랐다. 먼저, 테러리스트인지 아닌지가 확인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드론을 통해 공격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는 점이다. 테러리스트라는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드론을 통한 폭격이나 미사일 발사가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두 번째로 놀란 것은 미군만이 아닌, CIA에 대해서도 공격권을 줬다는 점이다. CIA는 첩보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다. 첩보용 드론이 아니라 테러리스트라는 판단이 선다면 CIA도 폭격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국방성 입장에서 볼 때 CIA의 드론 공격권은 군에 대한 월권행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CIA가 실수로 민간인을 살해할 경우 그 책임이나 비난은 전부 미군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3월 17일 파키스탄 북부 국경지역에 인접한 와지리스탄에서 부족회의에 참석하려던 현지 주민을 알카에다로 오인한 CIA가 드론을 통해 폭격을 감행, 50명이 숨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CIA의 오폭에 의해 숨진 파키스탄인 50명의 가족은 곧바로 국제사법재판소에 소송을 냈다.

오바마가 군과 CIA 양쪽에 드론 공격권을 준 것은 크게 두 가지 의미에서 분석할 수 있다. 2014년 말로 예정된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 이후에도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작전은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드론을 통해 테러리스트에 관한 정보를 얻고 직접 살상하는 전략전술을 미리 구축해 두자는 의미이다. 드론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지 민간인 포섭이 절대적이다. 미군이 사라진 아프가니스탄에서 알카에다를 잡아낼 주역은 외롭게 비밀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CIA이다.

두 번째는 미군 군사전력의 근본적 변화라는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세계 최고의 전투 폭격 정찰 비행기는 제5세대 전투기라 불리는 록히드의 F-35이다. 2006년에 개발됐지만 2016년 이후 실전에 배치될 전망이다. 일본은 이미 차세대 주력 전투기로 계약논의에 들어간 상태이다. 워싱턴의 군사전문가들은 F-35가 유인(有人) 전투기의 마지막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 F-35 이후 개발될 미군의 주력기는 더 이상 사람이 필요 없는 무인 비행기로 정착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형 전투기 개발에 따른 엄청난 비용도 드론을 대세로 만드는 이유 중 하나이다. F-35는 한 대에 무려 2억달러에 육박한다. 2만달러짜리 현대 쏘나타 자동차 1만대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반면 드론의 경우 기종이나 기능에 따라 다르지만, 아무리 비싸도 운용비를 포함해 대당 1000만달러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드론은 비행기 자체보다 인공위성을 이용한 전방위 통제시스템이 더 중요하다. 지구 전체를 상대로 한 위성시스템을 갖춘 나라는 미국뿐이다. 최근 워싱턴을 방문한 일본의 군사전문가는 “일본도 드론을 생산할 수는 있지만 통제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만들어봤자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수천㎞ 떨어진, 테러리스트가 있을 만한 곳으로 정확히 유도할 수 있는 항법기술력이 일본에는 없다는 것이다. 중국이 대륙간 탄도탄을 개발했다고 하지만 워싱턴 백악관을 정확히 포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군사작전에 투입되는 드론은 이스라엘 기술력을 바탕으로 개발된 것이다. 드론의 생명은 얼마나 장시간 비행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급유도 하지만, 태양열을 이용한 비행기로 진화되고 있다. 2010년 개발된 정찰용 드론 퀴네티 제필(Qineti Zephyr)은 한 번에 무려 340여시간 체공(滯空)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 활약 중인 드론의 대명사 프레디터는 한 번에 40시간 정도 체공할 수 있다.

드론이 군사작전에 본격 투입된 것은 2002년 이라크전쟁을 통해서이다. 걸프만 근처에 있던 항공모함에서 조종하며 이라크군 동향을 파악하는 정찰업무가 주였다. 드론은 이후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며 사담 후세인의 미그-25기와 공중전에 들어가기도 했다. 현재 드론의 주력기인 ‘RQ-1프레디터’ 모델이다. 당시 드론은 미그-25기에서 발사된 미사일 한 방에 날아갔지만 가격 면에서 100배 이상이 되는 고가의 비행기를 드론이 상대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었다.

드론의 능력이 결정적으로 과시된 것은 지난해 9월이다. 예멘에 있던 테러리스트 안와르 안아울라키 살해 작전이다. 안와르 안아울라키는 이른바 소포폭탄으로 악명 높은 이슬람 지도자이다. 안와르 안아울라키 살해 이후 그의 뒤를 잇던 아들도 드론 공격에 의해 사라진다.

비밀작전용 비행기 드론이 전 세계로부터 수모를 당한 적도 있다. 지난해 12월 이란의 국영TV를 통해서이다. 비밀리에 이란 핵시설을 정찰 중이던 드론이 이란군 손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체면을 구기면서까지 드론을 돌려줄 것을 이란 측에 ‘애원’했다. 드론의 ‘체포’는 GPS교란을 통해 이뤄졌다는 설이 유력하지만, 구체적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란 손에 넘어간 드론의 행방과 관련한 억측도 무성하다. 짝퉁을 만들려는 중국 손에 넘어갔다는 설도 있지만 확인할 길이 없다.

미 국방성은 고성능 드론을 개발하기 위해 10만달러 상금을 내걸고 공모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계속된 드론 공모에는 모두 450여건의 응모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중으로 발표가 되겠지만, 테러리스트를 소탕하는 무인비행기를 10대 청년이 개발하는 시대로 접어든 셈이다.

드론은 아프가니스탄 같은 전선(戰線)만이 아니라 미국 내 안보망을 지키는 도구로도 활용된다. 가장 중요한 곳은 국경선이다. 밀입국자 감시이다. 경찰도 범인 추적과 관련 정보를 위해 드론을 사용하고 있다. 드론은 공적 기관만이 아닌 개인도 사용할 수 있다. 농업용·학술용으로 구입해 날릴 수 있다. 정보를 수집해 용도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

드론이 미국 전역에 나타나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도 생기고 있다. 드론 운용에 관한 항법기술이나 시스템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서 크고 작은 드론을 만드는 회사는 전부 50여곳에 달한다. 이들이 만드는 드론의 종류는 약 150개이다. 일단 비행기라는 점에서 주무부서가 연방항공국(FAA)이기는 하지만 항공 관련 규정이나 제도도 전혀 없는 상태이다. 간단히 말해 드론 비행기를 하나 사서 집 뒤에서 날린 뒤 1㎞ 밖의 채무자를 24시간 감시해도 아무런 제약이 없다. 개인정보 보호법, 소음, 고성능 카메라를 통한 촬영의 제한과 같은 규정이 없다.

미국 의회는 2015년 가을까지 FAA가 관련 규정과 제도를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각 주마다 다른 시스템을 하나의 체제로 운영할 수 있는 기술적 통합도 요구한다. 일부 시민단체는 구글의 지도작성 자동차를 개인정보법 위반혐의로 소송을 건 데 이어 드론에 대한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땅에서만이 아니라 하늘로부터의 프라이버시도 보호하겠다는 의도이다.

유민호 퍼시픽21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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