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 미국 IT기업 구글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의 야외공연장에서 ‘코리안 뮤직 웨이브 인 구글’이 열렸다. 이번 콘서트는 유튜브 프리젠츠(www.youtube.com/presents)를 통해 전 세계에 인터넷으로 생중계됐고, 한국에서는 녹화, 편집되어 방송될 예정이다. 세계 1위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의 한 채널인 프리젠츠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와 같은 세계적 뮤지션들의 콘서트를 생중계하여 음악팬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켜 왔다. 그런데 이번엔 소녀시대, 원더걸스, 동방신기 등 우리 대표 선수들이 전 세계 시청자 앞에서 K팝(POP)을 선보이게 됐다. 그동안 한류의 주요 무대였던 아시아를 벗어나 세계 팝의 본무대인 미국에서, 그것도 세계 최고의 인터넷 기업 구글과 함께 말이다.

작년부터 국내 방송사들은 구글과 유통 협약을 맺고 방송 콘텐츠를 구글의 자회사 격인 유튜브의 전용 채널들을 통해 제공해 왔다. 방송사로서는 클립 영상에 붙는 광고의 수익을 나눠 가지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고 또한 국내 방송 콘텐츠를 글로벌 시장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러고 보면 작년부터 시작된 유럽과 남미의 K팝 열풍의 일등 공신은 유튜브이다.

이번 콘서트가 열리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원래는 구글 캠퍼스 앞마당에서 구글러(구글 직원)를 대상으로 작은 음악회를 열기로 구글 측과 합의했다. 그런데 뜻밖의 태클에 걸렸다. 구글 앞마당 지하는 주차장인데 공연 세트가 그 위에 들어서기엔 그 무게 때문에 위험하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불과 콘서트 한 달 전 일이다. 엎느냐 밀어붙이느냐 앞이 컴컴했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했다. 결국 고심 끝에 구글 앞에 자리한 대형 야외공연장으로 장소를 옮겨 강행하기로 했다. 500명 관객을 생각하고 시작했던 앞마당 음악회가 2만명이 들어가는 블록버스터급 메가콘서트가 돼버렸다. 관객을 끌어모으는 게 관건이었다. 공연날은 주말도 아닌 월요일 저녁, 장소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걸리는 촌구석이다. 홍보할 수 있는 시간도 열흘 밖에 안 남은 상황. 더구나 아직은 K팝이 낯선 미국 땅이 아닌가.

D-1. 보통 공연 전날부터 천막을 치거나 담요를 깔고 입장을 기다리는 열성팬들이 모여들기 마련인데, 그래서 부족한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밤샘 경비요원까지 고용했는데, 현실은…, 한 명도 안 왔다. 망했구나. 그냥 맘을 추스르고 연출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드디어 공연날!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이 맞긴 맞나 보다. 관객이 모이기 시작했다. 아침엔 조각구름처럼, 오후 들어서는 뭉게구름처럼 그리고 저녁에 와선 토네이도처럼 휘몰아치며 구글러와 시민들이 밀려들었다. 6000석의 객석을 다 채우고 위쪽 잔디밭까지 꽉 채웠다. 뉴스에선 2만2000명이 운집했다고 전했다. 연출진은 감격하고 공연장 관계자는 개장 이래 최대의 인파에 놀라워했다. 가수들은 열광적 호응에 감동해 최고의 무대를 선보였고 각종 피부색의 팬들은 노래를 같이 부르고 춤을 따라 추면서 축제를 즐겼다. 중계를 하던 미국인 카메라맨은 “awesome!(최고!) awesome!”을 연발했다. 공연장에서만 축제를 즐긴 것은 아니었다. 유튜브 관계자는 세계에서 2000만명이 접속했으리라 예상했다. 공연 세 시간 동안 유튜브 프리젠츠에 달린 댓글 수는 19만건에 육박했다.

개인적으로는 세계 IT의 심장부 구글에서 콘서트를 열었다는 상징성과 함께 미국이라는 공연 선진국의 스태프와 같이 협업한 경험에 큰 의미를 둔다. 재미있는 에피소드 한 가지. LED로 장식된 큰 미닫이문 세트 두 짝을 만들었다. 문이 열리면서 가수들이 무대로 등장한다. LED가 무겁긴 하지만 한국에선 스태프 둘이 한쪽씩 붙어 문을 연다. 그런데 덩치도 큰 미국인 스태프들은 한쪽에 네 명씩 여덟 명이 붙었다. 안전을 위해 그래야만 한다고 노동조합 대장이 우기니 따를 수밖에. 그게 다가 아니다. 공연 중 이 스태프들이 소변이 마려울 수 있으니 예비로 여덟 명을 더 스탠바이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두 명이 하는 일을 미국 스태프 열여섯 명이 하게 됐다. 서로 놀랐다. 어느 쪽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한국은 대단하다.

아이돌의 댄스에만 집중된 K팝의 현실에 대해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아이돌 댄스음악만큼은 세계 1위라는 사실에 우리는 자부심을 느껴도 좋을 듯싶다. 구글 공연을 마치고 든 생각이다.

권석

MBC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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