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책이 첫 물꼬가 트일 때는 과잉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치면 과거 박정희 정권 당시 경제개발 육성 정책도 과잉이고, DJ 정부의 벤처 지원 정책도 과잉입니다. 중요한 것은 실제 예산 지원이 얼마나 이뤄지느냐입니다.”

지난 7월 19일 서울 삼성동 한국다문화센터 사무실에서 만난 김성회 사무총장은 “우리 사회의 실질적인 다문화 정도에 비해 다문화 담론이 과잉인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에 대해 “실질적으로 다문화 지원이 이뤄지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결코 과잉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김영명 교수의 ‘개방 콤플렉스’와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그는 “개방 콤플렉스는 실용적인 측면이지 사상적인 측면은 아니다”라며 김 교수의 주장을 맞받았다. 그는 “오히려 우리나라는 외세 콤플렉스가 있다”고 말했다. 자주성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오히려 자주성 과잉을 낳았고, 특히 다문화 담론에서는 그 경향이 심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런 외세·자주성 콤플렉스가 극우파들을 외국인 혐오 및 다문화 반대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범죄율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인 전체 범죄율로 봤을 때 외국인이 저지르는 5대 강력범죄 비율은 아직까지 낮습니다. 국내 외국인체류자 중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의 비율도 2% 안쪽이고요. 이들을 범죄의 온상으로 치부해 버리는 것은 외국인에 대한 혐오감을 부추기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그는 “외국인 혐오단체들이 주장하는 외국인 범죄 증가는 단순히 외국인과 다문화가정 구성원만을 탓할 것이 아니다”라며 “장기적 다문화 정책의 부재로 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은 정부의 차등적 다문화 정책에 비판적 시선을 보냈다. 그는 “현재 정부는 다문화자녀와 결혼이주여성에 대해서는 우호적이지만 외국인노동자에 대해선 비우호적인 차등 정책을 취하고 있다”며 “정책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거주 외국인을 커뮤니티 전체가 아니라 계층별로 나눠 차등 지원하는 정책을 ‘칸막이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데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은 한인회 등 외국인 커뮤니티 전체에 정책적 지원을 하며 이를 범죄 통제에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커뮤니티 정책이 전무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그는 “외국인 범죄 예방과 범죄자 검거에 있어 외국인 커뮤니티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다문화 정책은 마치 공기가 전혀 통하지 않는 비닐하우스 같습니다. 칸칸이 잘 통제된 것처럼 보이지만 갑갑합니다. 비닐에 면도칼 하나만 갖다대도 쫙 찢어질 것처럼 위태롭죠.”

김 사무총장은 다문화 담론이 공론화된 장에서 더 적극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는 점에서 김영명 교수와 의견을 같이했다. 그는 “외국인혐오증과 같은 극단적 안티다문화를 내건 집단은 왜곡된 다문화 담론이 낳은 것”이라며 “이제는 공개적으로 다문화에 대한 찬반 토론이 이뤄질 때”라고 말했다. 다문화를 여러 관점에서 비춰볼 만한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지적이다.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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