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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219호] 2012.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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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 이 디자인 때문에…

서울시 신청사 디자인 논란

이재준  조선일보 사회부 기자 

20%는 버린 공간·40%는 시민 공간 직원은 정작 절반도 입주 못해
▲ 지난 8월 3일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서울시 신청사 모습. photo 김지호 조선일보 기자
“마음 같아선 (서울시) 신청사에 안 들어가고 싶어요. 직원들이 배려해줘서 신청사에서 그래도 낫다는 방을 준 것 같은데 마음에 들지 않아요. 직원들이 다 들어가는데 시장이 혼자만 안 들어갈 수도 없고….”
   
   지난 8월 1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시장 집무실. 기자 간담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신청사에 대한 갑갑한 속내를 보였다. 서울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정면 역시 유리외벽을 지탱하는 철골 구조물이 시야를 가로막는다는 점도 그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틀 전인 지난 7월 30일에도 박 시장은 “이른 아침 조찬 약속 때문에 나와 보니 서울시 신청사가 한눈에 보이네요. 9월에는 이사가는데 벌써부터 걱정입니다”라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서울시청 신청사가 가림막을 벗고 지난 5월 22일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지하 5층, 지상 13층의 신청사 외벽은 6900여장의 유리를 붙이는 커튼월(유리 외벽) 공법으로 지어졌다. 오는 9월 시작되는 입주를 앞두고 신청사 디자인과 실용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 신청사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신청사의 모습에 얼굴을 찌푸렸다. 지난 7월 1일 오후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광장 앞에서 100명의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간이 설문조사를 해봤다. 100명 중 신청사의 디자인이 ‘나쁘다’ 또는 ‘매우 나쁘다’고 평한 사람은 41%. 보통이라고 한 사람 40% 중에서도 “신청사만 보면 괜찮은데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다” “기대만큼 좋지는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좋다’고 대답한 사람은 18%. ‘매우 좋다’고 대답한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독창성 강조하다 나온 디자인
   
   현재 신청사는 96%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외장공사를 끝내고 내부마감 공사와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 2005년 계획이 수립될 때만 해도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던 신청사가 이제는 도시의 흉물이 되고 있다. 어떻게 이런 디자인이 나왔을까?
   
   2006년 6월에 나온 첫 번째 디자인은 도심의 랜드마크라고 부를 만큼 웅장한 모습이었다. 당시 신청사 디자인을 만든 삼우건축은 “도자기, 한복 소매, 처마선 등 한국적 전통미를 보여줄 수 있는 부드러운 곡선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설계도는 문화재청 산하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부결되었다. 문화재위원회에서는 “신청사 건물이 너무 높아서 덕수궁 경관을 해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태극문양으로 설계한 두 번째, 세 번째 설계안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할 수 없었다. 이유는 덕수궁, 원구단 등 문화재 주변 경관과의 부조화로 적절치 못하다는 것. 문화재위원회는 “건축물의 형태, 규모, 높이 등이 덕수궁 주변 경관과 서울 역사문화도시 경관에 조화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보았다.
   
   2007년 3월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기 위해 주변 빌딩들과 비슷한 모양의 성냥갑 디자인이 나오기 시작했다. 평범한 사무용 빌딩 모습이었다. 이마저도 문화재위원회는 “신축건물의 앙각선을 유지하고, 구청사와 충분한 이격거리를 확보”한다는 조건으로 가결되었다. 앙각선 규정은 국가문화재 경계로부터 일정 거리(서울시 100m) 내의 신축건물 높이가 문화재 높이를 기준으로 앙각(仰角) 27도 미만으로 짓도록 했다. 일종의 고도제한인 셈이다.
   
   결국 여섯 번째 지극히 평범한 성냥갑 모습의 디자인이 문화재위원회를 완전하게 통과했다. 다만 특색이라면 앙각선을 살리기 위해 한쪽이 비스듬한 모습을 한다는 점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디자인을 신경 쓴 게 아니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지적
   
   겨우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과됐지만 이번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문제를 제기했다. 문화재위원회 심의 통과를 위해 나온 지나치게 평범한 디자인이 문제였다. 오 전 시장은 2007년 10월 가결된 6차 설계안이 디자인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나섰다. 문화재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신청사를 랜드마크로 만든다’는 서울시의 의지가 퇴색해 버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오 전 시장의 바람대로 디자인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시는 2007년 11월 국내 유명 건축가인 유걸·박승홍·류춘수·조민석씨 등 4명의 건축가에게 설계안 경쟁을 제안했다. 심우갑 건축학회장 등 국내 건축 관련 단체장 4명으로 구성된 설계심사위원회가 심사를 맡았고, 유걸씨의 작품이 최종 당선작이 됐다. 심 회장은 선정 이유로 “새로운 건축적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라며 독창성을 강조했다.
   
   유걸씨는 “서울의 랜드마크를 목표로 했기 때문에 평범한 사무용 빌딩과는 다른 독특한 디자인을 설계했다”며 “시민들이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익숙해지면 멋스럽다고 느낄 거다”라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도 처음엔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가림막이 벗겨진 신청사를 본 시민들은 이 ‘독창성’을 다르게 바라봤다. 신청사 주변 직장을 다니는 서철희(28)씨는 “독특한 건물인 것 같지만 참 이상한 건물로 느껴진다”며 “앞부분은 부조화스러워서 이상하고 뒷면은 또 뜬금없이 너무 밋밋하다”고 말했다.
   
   기존의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옛 시청 건물과의 부조화도 문제다. 2007년 디자인 선정 당시 서울시는 우리 전통 한옥의 처마를 차용해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형상화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실용성에서도 실패한 신청사
   
   하지만 이 모습도 시민들의 눈에는 다르게 보였다. 서울시 신청사의 디자인은 수직보다는 수평을 택했으며 물결 치는 형태로 돌출되었다. 그래서 파도나 쓰나미가 덮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구청사 건물과 조화는커녕 구청사를 덮치려는 느낌까지 든다.
   
   최준혁 충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신청사 디자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문화재위원회, 시장, 9명의 건축 전문가 의견을 들으면서 시민들의 의견은 한 차례도 듣지 않았다”면서 “결국 서울 시민들이 이상하게 느끼는 신청사가 만들어진 건 당연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디자인과 함께 실용성도 질타를 맞고 있다. 디자인에 치중해 정작 입주해 업무를 봐야 할 공무원들의 편의는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물 뒤편을 제외한 전면이 유리로 돼 있어 개방할 수 있는 창문도 부족하다. 유리건물이어서 시야가 트일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업무 부서가 위치할 공간에서는 대체로 밖을 볼 수 없다. 한마디로 서울시 공무원들이 업무를 보기에 쾌적한 공간이 아니다. 자연통풍이 아닌 기계통풍 시스템으로 돼 있어 통풍시스템을 가동하면 예상과 달리 쾌적할 것이라는 서울시 설명도 궁색해 보인다.
   
   업무 공간 부족은 더 큰 문제다. 디자인에 중점을 두다 보니 전체 총면적 9만788㎡ 중 업무용 공간이 2만7139㎡로 전체의 30%에 불과하다.
   
   신청사는 유리벽과 사무실 사이 공간이 텅 비어 있다. 직사광선과 복사열이 직접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외벽 안쪽에 다시 벽을 세워 사무실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신청사의 바닥면적 7만㎡ 중 5분의 1가량이 빈 공간으로 남게 됐다.
   
   게다가 40%가량을 ‘시민 공간’으로 바꿔 놓았다. 박 시장은 신청사를 문화공간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신청사 지하 1·2층에는 예식장, 공연장, 워크숍, 시민플라자, 갤러리, 카페 등이 들어선다. 서울시의 의도는 일방적 시정 홍보공간이 아닌 시민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쌍방향 소통공간으로 꾸미겠다는 것이다.
   
   결국 신청사에 입주할 수 있는 인원은 전체 시청 공무원 4800여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100여명으로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신청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부서를 위해 현재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을 그대로 활용할 계획이다.
   
   신청사가 실용적인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 구청사 활용 방안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2009년 3월 개정된 도서관법에 따라 구청사를 서울 대표도서관으로 결정했다. 서울시는 대표도서관에 시내 공공도서관 연결 시스템을 구축, 지식 허브 도서관의 기능을 하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근처 남산도서관을 두고 업무 공간도 부족한 서울시청사에 도서관을 만들어야 하냐는 지적이다.
   
   시민에게 개방하는 건 좋지만 부족한 업무공간을 마련하려면 또다시 시민의 세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찬식 서울시의원은 “곡선 형태의 디자인은 공간 효율성이 없어 시청 직원의 절반도 안 되는 사람만 신청사로 입주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신청사가 완공돼도 신청사에 들어오지 못하는 직원들이 근무할 공간을 빌려야해 임대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도서관의 복합 기능을 줄이고 업무공간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찜통청사 우려는 기우일 듯
   
   신청사가 여름철엔 찜통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어 왔다. 유리 외벽으로 인한 ‘온실효과’ 가능성 때문이다. 실제 유리 외벽을 가진 용산구청 신청사와 성남시청 신청사는 한여름에 에어컨을 틀어도 땀이 줄줄 흐를 만큼 덥기 때문에 ‘찜통 청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다행히 기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청사는 전면 유리 벽면 뒤 내부 빈 공간을 이용한 자연 환기 시스템으로 온도를 낮춘다. 유리 외벽부터 8~12m 너비로 1층에서 꼭대기층까지 뻥 뚫린 구조가 환기에 활용된다. 이처럼 내벽을 따로 배치하는 방식을 ‘이중 외피(double skin)’ 공법이라고 한다. 유리 외벽과 사무실이 바로 붙어 있는 성남시청사나 용산구청사와 다른 구조다. 유리 외벽 3층 높이에는 세모난 창 44개가 열려 있었다. 이곳으로 바람이 들어와 천장의 공기배출구(배기창)로 나가게 된다. 찬 공기는 들어오고 더운 공기는 빠지는 과학적 구조가 건물에 담겨 있다.
   
   튀어나온 건물 지붕 부분은 전통 한옥 처마처럼 햇빛을 막는 역할도 한다. 지붕 위쪽에는 유리가 아닌 태양광 집열판이 설치돼 있어 태양의 고도가 높은 여름엔 햇빛을 반사한다. 태양 고도가 낮아지는 겨울엔 햇빛이 유리 벽면을 통해 건물 내부로 들어와 따뜻해진다.
   
   유리 외벽 안의 내벽에는 ‘그린월(Green Wall·수직 정원)’이라는 시설이 있다. 약 1600㎡ 규모인 이 벽에는 식물을 심어서 여름철 실내 온도를 내려주고 산소를 발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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