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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224호] 2012.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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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대한민국은 독서 중]출판의 메카 파주 vs 홍대앞

김효정  기자 

▲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파주출판도시 전경. 1997년 개발을 시작해 현재 447개의 출판·인쇄·영상 기업이 몰려 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일대의 출판사들도 파주로 이전하면서 출판의 메카가 파주와 홍대앞 두 군데로 나뉘는 모양새다. photo 김승완 영상미디어 기자
서늘한 바람이 부는 초가을인 9월 12일 오후 경기도 파주출판도시에 있는 출판사 다산북스 직원들이 사옥 잔디밭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다. 같은 건물에 입주한 출판사 세계사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산책시키러 나온 길이었다. 서선행 홍보팀장은 “지난 7월에 서울 서교동에서 파주로 이사하고 나서 회사 주변에서 산책을 즐기는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지나가던 다른 출판사 직원들도 슬쩍 무리에 끼어들었다. 이들은 즐거운 담소를 나누다 곧 있을 ‘파주북소리 2012’로 화제를 옮겼다.
   
   
   파주북소리 축제 ‘추억의 그 잡지’전도
   
   오는 9월 15일부터 23일까지 9일간 열리는 ‘파주북소리 2012’는 파주출판도시 입주 출판사인 한길사, 돌베개, 사계절, 효형출판 등 출판사 100여곳과 교보문고, 경기도도서관, 미메시스 아트뮤지엄, 주한 필리핀대사관, 주한 브라질문화원 등 국내외 출판·문화·사회 기관이 참여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북 페스티벌이다. 심포지엄, 강연, 공연뿐 아니라 한글의 역사를 소개하는 ‘한글나들이전’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는 ‘추억의 그 잡지’ 전시도 열린다. 출판문화와 관련된 모든 업종이 156만㎡의 너른 부지에 모여 있는 파주출판도시의 명성에 걸맞은 국제적 행사다.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일대에 있는 파주출판도시는 세계 유일의 국가 지정 출판문화 클러스터다. 1997년 개발을 시작해 2002년 입주가 시작됐다. 현재는 출판·인쇄·영상 등 447개사가 입주해 있다. 2015년 모든 개발이 끝나고 나면 관련 업종 600개사가 자리 잡고 2만명이 연간 3조원의 수익을 내는 세계적 문화산업도시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1990년대만 해도 ‘출판 거리’라 하면 서울 홍익대 앞 마포구 서교동 일대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크고 작은 출판사가 모여 있었지만 ‘출판 공동체’를 만들기에는 부족했다. 여기에 서교동 인근 상권이 발달하며 주변 사무실 임대료가 올라갔다. 서교동에 있는 출판사 황금부엉이 홍종훈 본부장은 “출판업은 수익률이 높은 업종이 아니라서 임대료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10위권 출판 대국으로 출판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당시 출판계 인사들의 뜻이었다.
   
   파주출판도시는 출판 기획, 편집에서부터 인쇄, 유통에 이르기까지 출판의 모든 과정을 하나로 묶어 출판문화산업을 발전시키려는 목표에서 세워졌다. 2004년 동양 최대의 출판물종합유통센터인 북센이 문을 열었고, 교보문고나 yes24 등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이 출판도시 인근에 물류센터를 조성하며 산업단지로의 모습을 갖춰나갔다. 영상·소프트웨어 제작 회사들도 사무실을 열고 변화하는 출판시장에 협력하여 대응하기 시작했다.
   
   
   파주 출판가 “자연 속에서 감성 충전”
   
   출판업은 창의성과 다양한 콘텐츠가 중요하다. 파주출판도시는 산업 특성에 맞게 조성 당시부터 건조한 모습 대신 출판 도시의 성격을 강화하는 데 힘썼다. 출판조합 내에 건축코디네이터를 두고 각 회사와 도시의 콘셉트에 맞는 건축물을 지었다. 출판사 열린책들의 회색 건물은 20세기 건축의 거장으로 불리는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로 시자의 작품이다. 김정현 열린책들 편집자는 “인조광 대신 자연광이 들게 해 빛의 변화를 그대로 느끼게 한 것이 건물의 특징”이라며 “예술 서적을 전문적으로 편찬하는 회사의 이미지에 맞는 건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파주의 출판사 직원들은 한결같은 말을 한다.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이 만나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어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일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것이다. 서선행 다산북스 홍보팀장은 “가을 바람을 맞으며 갈대군락을 거닐다 보면 업무에 지친 머리가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대한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출판도시가 들어선 것이라 해가 지면 이내 사위가 고즈넉해진다. 그래서 회사문화도 바뀌었다. 서 팀장은 “홍대에 있을 때는 일을 마치고 직원들끼리 막걸리를 마시는 즐거움이 있었다면, 지금은 야근이 거의 없어졌다는 점이 좋다”고 했다.
   
   대부분의 직원은 서울에 산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파주출판도시로 가는 직행버스가 지하철 2·6호선 합정역 근처에 있어 출퇴근 때 이용한다고 했다. 파주출판단지조합 정대진 과장은 “서울에서 파주까지 길이 막히지 않기 때문에 빠르면 30분 만에 도착한다”며 출퇴근 시간에는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데다 최근 노선버스가 증차되면서 오가기가 한층 더 편리해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지가 넓고 편의시설이 적기 때문에 종종 자가용을 가진 직원들이 동료의 운전사 역할을 할 때도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파주지사 이현주 대리는 “곳곳에 회사와 조합에서 운영하는 구내식당이 있지만 인근 맛집을 찾아가려면 차가 필요하다”며 “직원들끼리 점심시간에 맛집을 찾아다니는 재미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편의시설이 적은 만큼 불편한 점도 있다. 가까운 병원은 차로 10분 거리이고, 출판도시 내 은행은 한 군데밖에 없어 “휑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는 것이 이현주 대리의 말이다.
   
   
   홍대앞 출판가 “문화적 자극을 주는 곳”
   
▲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앞 일대에는 3000개가 넘는 출판사가 몰려 있다. 건축가 황두진이 설계한 해냄출판사 건물은 홍대앞 출판사들의 문화적 다양성을 대표한다. photo 해냄출판사
서교동에 출판사가 모여 있을 때는 파주출판도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인디밴드와 순수 예술가들이 모여들던 2000년대 초부터 서교동을 지켜온 황금부엉이 홍종훈 본부장은 “서교동의 가장 큰 장점은 소통과 문화, 두 가지”라고 설명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가끔 홍대 주변의 공연장을 찾아 공연을 관람하곤 한다”며 “도심에 가까워 작가들과 소통하기도 쉽다”고 말했다. 비록 상업화된 공간이 늘어나 주변 환경이 변했지만 여전히 “이 지역은 문화적 자극을 주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출판사 해냄, 자음과모음, 홍익출판사 등과 출판번역 에이전시 펍헙, 인트랜스, 북포스트 등이 서교동 일대에 있다. 한국출판연구소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2만5000여개의 출판사 중 서교동 일대에만 3200여개가 몰려 있다.
   
   반면 파주에서는 새로운 자극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파주출판도시에 입주한 출판사들의 말이다. 열린책들 김정현 편집자는 “파주에서는 업무에 좀 더 집중하게 된다”며 “주변 출판사들과 협력하고 경쟁하며 책을 만드는 경험이 새롭다”고 말했다. 서선행 홍보팀장도 “홍대에서 파주로 출판사들이 옮겨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출판문화의 변화를 상징하는 것 같다”고 했다. 파주출판단지에는 문화체험을 하려는 관광객도 찾아오는데, 이런 모습이 “출판업이 책을 만드는 제조업에서 나아가 문화산업으로 커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설명이다. 홍종훈 본부장도 “지금부터 서교동과 파주, 서로 다른 출판의 메카 두 곳에서 각자의 색을 지켜나간다면 폭넓고 다양한 출판문화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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