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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페셜 리포트] 재혼부부가 절대 피하고 싶은 것 각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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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231호] 201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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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재혼부부가 절대 피하고 싶은 것 각방

황은순  차장 

▲ 일러스트 이철원
‘20대 부부는 끌어안고 자고, 30대는 천장 보고, 40대는 등 돌리고, 50대는 각방서 자고, 60대 이상은 서로 어디에서 자는 줄 모른다.’
   
   세대별 부부의 잠자리 모습에 대해 떠도는 이야기다. 우스갯소리지만 웃고 넘길 수만은 없다. 최근 재혼전문 사이트 온리유가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와 공동으로 돌싱 남녀 509명을 대상으로 ‘재혼하면 꼭 고쳐야 할 점’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남녀 모두 “서로에게 충실하겠다”를 첫 번째로 꼽았고, 이어 “절대 각방을 쓰지 않겠다”를 여성(18.2%)은 두 번째로, 남성(14.6%)은 세 번째로 꼽았다.
   
   또 ‘이혼 징조’를 묻는 설문에서는 남녀 모두 첫 번째로 대화 단절(남 35.8%, 여 34.7%)을, 두 번째로 각방 사용(남 19.7%, 여 21.6%)을 꼽았다. 이혼에 이르기까지 각방을 경험했고, 각방이 부부관계를 악화시키는 치명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이혼위기의 부부 중 상당수는 갈등의 뿌리를 들여다보면 각방 사용에 따른 관계 단절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법률상담소 박소현 부장은 “이혼 상담이나 부부갈등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 중 70% 정도는 각방을 사용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각방 쓰는 부부들
   
   각방 사용은 사소한 이유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침대 밑, 거실 소파를 거쳐 각방으로 굳어지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물리적 거리가 심리적 거리가 되면서 부부의 방 사이에 메우기 힘든 갈등의 골이 깊이 자리 잡게 된다는 것이다. 한집에서 눈 한번 마주치는 일 없이 ‘유령부부’처럼 살기도 하고 각자의 방에 누워 휴대폰 문자로 할 말을 전하기도 한다. 대화가 단절되다 보면 오해가 쌓이고 원망에서 분노로 발전하게 되면서 이혼이라는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게 되기 쉽다. 최근 부쩍 늘어나는 각방 부부의 문제를 들여다봤다. 취재를 위해 각방 부부를 찾는 일은 아주 쉬웠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주변만 해도 각방 사례가 줄줄이 이어져 나왔다.
   
   “50대 여성 5명이 모이는 자리에 참석하는데 그중 3명이 각방을 쓰고 있더라.”(이모씨·48·서울 송파구)
   
   “60을 바라보고 있는 초등학교 동창 친구들끼리 만나면 부부관계 이야기까지 솔직하게 털어놓는데 대부분 각방을 쓰더라. 내 주변의 80%는 각방을 쓰거나 심각한 소통 단절의 문제를 겪고 있다. 나도 각방을 쓴 지 10년 됐다. 남편과 대화가 안 통하고 말을 하면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안 부딪치려고 피하게 되고 상처받기 싫어 각방을 쓰기 시작했다.”(전모씨·58·서울시 성북구 정릉동)
   
   “결혼 2년째 아이를 낳고 남편과 성관계를 갖기 싫어 각방을 쓰자고 했다. 남편은 계속 잠자리를 요구했지만 살이 닿는 것도 싫었다. 그렇다고 남편이 싫은 것은 아니었다. 술이 취해 늦게 들어오면 혹시 방문을 열고 들어올까 봐 문을 걸어 잠그고 싶을 정도였다. 각방 생활이 길어지면서 남편이 외도를 하더라. 차라리 밖에서 욕구를 해결하고 들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남편에게 여자가 생겼다고 하니까 참기 어려웠다.”(정모씨·42·경기도 부천시 중동)
   
   
   왜 각방 부부 늘고 있나
   
   정신과 전문의 김병후 박사(행복가정재단 이사장)는 최근 부부의 각방 사용이 늘어난 것은 개인주의가 강해지고 생활이 풍요로워진 원인이 크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우리보다 개인의 욕구가 중요해진 것이다. 그동안 ‘집단과 우리’에 지치고 힘들었던 개인의 욕구가 터져나온 것이라고 본다. 이혼이 큰 것에서 내 것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면, 각방은 작은 것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코고는 소리나 부부싸움 이후의 불편함을 못 견디는 것이다. 우리라는 개념에 해가 되지만 나의 편안한 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바로 각방이다. 우리 사회가 한번은 겪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였다”라고 말하고 “잘살게 되면서 빈방이 많아진 것도 한 요인이다”고 덧붙였다.
   
   부부치료 전문가인 최성애 박사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각방과 섹스리스(sexless) 부부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하고 가장 큰 원인으로 스트레스를 꼽았다. 최 박사는 “미국의 경우 노동인구의 77%를 탈진상태로 보고 있는데 한국은 90%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직장·육아 등 고강도 스트레스가 계속해서 이어지다 보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불안과 우울한 상태가 계속되면서 성생활을 피하게 되고 각방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포르노·인터넷 채팅 등 부부간의 빈틈을 메워줄 것이 많은 것도 각방을 부추기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각방을 쓰는 부부는 얼마나 될까. 행복가정재단(이사장 김병후 박사)이 2007년 30~60세 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다른 방에서 자는 일이 많다’거나 ‘항상 다른 방에서 잔다’고 응답한 경우는 12.7%였다. 김 박사는 “그 이후로 조사한 통계는 없지만 지금은 그보다 훨씬 늘었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이혼 상담 사례를 보면 ‘6호 사유’가 매년 증가해 2011년 여성의 경우 68%에 달했다. 6호 사유는 ‘기타 혼인을 지속할 수 없는’ 경우로 성격차이, 경제갈등, 별거, 대화단절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 배경에는 물리적·심리적 각방 상태인 경우가 많다.
   
   
   “물리적 거리는 감정의 거리와 비례한다”
   
   각방을 쓴다고 해서 반드시 부부관계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생활 사이클이 안 맞아서, 남편 코골이가 심해서, 혼자 자는 것이 편해서, 아이 때문에 등 각방의 이유는 다양하다. 결혼 18년차인 이모(남·48·서울 강남구 일원동)씨는 “부부 둘 다 어려서부터 혼자 자는 것이 익숙해서 결혼 한 달째부터 따로 자기 시작했지만 부부 사이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김병후 박사는 “부부가 평소에 대화가 충분히 되고 성생활을 유지하고 있으면서 합의에 의해 각방을 쓰는 경우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이가 안 좋으면서, 또는 한쪽이 불만이 있는 상태에서 각방을 쓰게 되는 경우는 쉽게 이혼으로 가는 요인이 된다”면서 “신체접촉이나 뇌의 접촉이 없으면 애착관계 형성이 안 되고 사랑이 유지되기 어렵다. 여성의 경우 신체접촉이 없는 남편에게서는 타인과 같은 느낌을 갖는다.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의 스킨십에서 혐오감을 느끼는 것처럼 뇌가 남편을 타인으로 인지한다”고 말했다.
   
   최성애 박사는 부부치료의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의 존 가트맨 박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부부의 물리적 거리가 감정의 거리와 비례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도 검증이 됐다고 말했다. 가트맨 박사의 실험에 따르면 부부싸움 이후 한방을 사용하는 부부와 각방을 사용하는 부부의 심박변동률을 조사해봤더니 한 침대에 누워 있는 부부의 경우 심장박동이 차츰 안정되면서 서로 일치가 되더라는 것. 반면 각방 부부는 시간이 지나도 심박변동률이 불규칙하고 서로 제각각이었다고 한다. 가트맨 박사는 35년간 3000쌍 이상의 부부를 관찰하고 분석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부부치료를 개발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박소현 부장은 “부부는 서로 배려해주고 보살펴주면서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것이다. 서로 편하자고 각방 쓰면서 각자 생활을 즐긴다면 타인과 다를 것이 뭐가 있나. 코골이 때문에 각방을 쓴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거꾸로 잠잘 때 상대의 잠버릇 변화를 알고 건강을 체크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막말로 각방에서 자다 돌연사를 하는 경우 아침이 돼야 배우자의 죽음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혼 13년차인 정모(43·서울 도봉구 창동)씨는 “40대가 되고서는 섹스리스에 가깝다. 아이 때문에 잠깐 각방을 사용했는데 남편의 요구로 한방에서 아이랑 셋이 잔다. 한 침대에서 자면 좁고 불편하기는 하지만 가끔 아침에 일어날 때 남편이 나를 꼭 안아주면서 잠을 깨는 날은 그 느낌이 하루 종일 가더라”고 말했다.
   
   정씨의 경우처럼 사랑의 온도를 유지해주는 필수 조건이 성생활은 아니다. 체온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10년째 각방 사용을 한 전모씨는 “남편에 대한 불만이 오랫동안 쌓여서 각방을 쓰게 됐지만 남편에게 바라는 게 큰 것이 아니다. 손 한번 잡아주고 어깨 두드리면서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 한마디면 그동안 마음의 응어리가 풀릴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사소한 이유로 시작된 각방으로 인해 부부관계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고 하더라도 따뜻한 말 한마디, 한 번의 손길이 벽을 허무는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혹 지금 각방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다음 사례를 읽고 부부관계를 다시 돌아보자.
   
   경기도 일산에 사는 김모(42)씨는 6년 전에 이혼했다. 김씨는 결혼하고 2년 이후부터 각방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부부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첫 아이를 낳고 남편은 침대에서, 김씨는 아이를 데리고 침대 밑에서 잤다. 김씨가 직장생활과 육아로 정신없는 사이 남편은 늦게까지 컴퓨터를 하다 그 방에서 자는 날이 많아졌다. 수면부족 등으로 몸이 힘들어지면서 부부싸움이 잦아졌다. 각방이 아예 공식화됐다. 각방을 쓰다 보니 한 집에 살면서도 하나라는 느낌이 안 들었다. 마음은 늘 구멍이 뚫린 듯 허전하고 외로웠다. 대화도 없어지고 마음엔 남편에 대한 불만만 쌓여갔다. 말이 곱게 나갈 리 없었다. 싸움은 점점 격해졌다. 각방 6년째 결국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김씨는 2년 전 재혼을 했다. 현재의 남편 역시 재혼이었다. 남편이 내건 결혼수칙 첫 번째는 ‘어떤 경우에도 각방은 쓰지 말자’였다. 김씨는 재혼을 하고 다시 살아보니 첫 결혼생활이 깨지게 된 치명적 이유가 각방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첫 결혼 때는 각방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도 없었고 문제의식도 전혀 못 느꼈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 부부가 한방에서 자는 것이 성생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의 문제더라고요.”
   
   김씨는 싸움을 해도 거실에서 싸울 때와 침실에서 싸우는 것은 다르다고 했다. “거실처럼 전투적인 상황이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목소리도 커지고 공격적으로 되면서 격한 싸움으로 이어지는데 침실에 누워 있으면 대화톤 자체가 달라져요. 어둡고 조용하다 보니 목소리가 낮아지고, 침대에 누워 있으니 긴장이 풀어져서인지 마음도 여유로워지고 진심이 나오게 돼요. 불만이 있어도 격한 싸움으로는 안 가더라고요. 자다가 일어나서 남편의 자는 모습을 보면 짠한 마음이 들면서 화가 풀어지기도 해요. 왜 부부가 함께 자야 하는지 이젠 알겠어요.”
   
   김씨는 “만일 지금 알고 있는 것을 첫 결혼 때도 알았더라면, 만일 각방을 쓰지 않았더라면, 이혼으로 끝나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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