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제
[2233호] 2012.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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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요동치는 맥주시장 누가 죽고 누가 살아남나

조동진  기자  

시장규모 4조원에 이르는 한국 맥주시장이 폭풍 전야를 맞고 있다. 2010년 정부가 시장 사업자 확대와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며 ‘맥주 제조시설 규모 제한’ 규제를 완화했다. 이로 인해 80년 가까이 OB맥주(대표 장인수·시장점유율 50.5%)와 하이트맥주(회장 박문덕·시장점유율 49.5%) 두 회사가 양분해 온 한국 맥주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돼 왔다. 그리고 실제로 2011년 세 번째 맥주 기업 세븐브로이가 등장했고 올 10월부터 맥주 생산·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기존 양대 업체의 경쟁도 치열하다. OB맥주는 하이트맥주가 지켜오던 시장 1위 자리를 지난해 빼앗았다. 특히 재계 5위(공기업 제외)이자 한국 최대의 음료·유통 기업을 보유한 롯데그룹(회장 신동빈)과 제주도(지사 우근민)까지 맥주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한국 맥주시장은 격변기에 접어들고 있다.
   
   
   일본이 만든 OB와 하이트맥주
   
   한국에 맥주가 처음 상륙한 것은 강화도조약(1897년) 때로 추정된다. 당시 부산 등 일본인 집단 거주지를 통해 일본산 맥주가 유통됐다. 이후 1910년대 기린과 삿포로 맥주 등 일본 기업이 한국에 사무소를 열며 맥주시장이 만들어졌다. 1933년 일본업체 ‘대일본맥주’가 생산기지 확보 명목으로 한국 최초의 맥주 기업 ‘조선맥주’를 세웠고, 몇 달 후 역시 일본 맥주회사인 기린맥주가 한국에 ‘쇼와기린맥주’를 세우며 본격적인 맥주 시대가 열린 것이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해 한반도에서 쫓겨나자 ‘조선맥주’와 ‘쇼와기린맥주’(1948년에 ‘동양맥주’로 이름을 바꿈)는 적산 업체가 돼 미국 군정청이 관리하다 1951년 민간에 불하됐다. 이후 1995년 ‘동양맥주’가 ‘OB맥주’로, 1998년엔 ‘조선맥주’가 ‘하이트맥주’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 브랜드들이 일반인에 친숙하다. 두산그룹 계열사이던 OB맥주는 2001년 벨기에 맥주기업 인터브루로 팔렸다가 2009년 미국 사모펀드 자본인 KKR에 재매각돼 외국계 기업이 됐다. 결국 한국의 맥주시장은 1933년 등장한 일본의 두 맥주회사의 맥을 이어온 OB와 하이트 두 기업이 78년간 완벽한 과점시장을 만들어 공생해온 것이다.
   
   현재 한국 맥주시장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태풍의 눈으로는 단연 롯데그룹이 꼽힌다. 롯데그룹은 올 1월 롯데칠성(대표 이재혁)을 앞세워 맥주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롯데에 맥주는 숙원 사업이다. 그룹 오너인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 총괄회장의 아들인 신동빈 회장의 ‘맥주기업을 갖고 싶다’는 의지가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그룹은 각종 규제로 인해 신규 맥주사업자로 단독 진출하기가 여의치 않자 2009년 M&A 매물로 나온 OB맥주 인수에 뛰어든 바 있다. KKR에 밀려 OB 인수에 실패했지만 2010년 시설 등 규제가 완화되자 2011년 바로 맥주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기존 맥주업계 관계자와 몇몇 시장 전문가들은 롯데가 진출해도 시장 진입과 점유율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존 업계 관계자들의 희망사항이라는 게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규모만 봐도 롯데칠성이 OB와 하이트맥주와 비교조차 안 될 만큼 압도적이다. 롯데칠성의 2011년 매출만 무려 2조872억원이 넘었다. 반면 OB맥주와 하이트맥주는 각각 1조735억원과 1조3737억원에 불과하다. 롯데칠성 단 한 기업이 두 맥주 기업 매출을 모두 합한 것과 비슷할 만큼 롯데칠성의 시장 장악력이 압도적이다.
   
   물론 맥주 업계 관계자들과 몇몇 시장 관계자들은 기업 규모와 무관하게 기존 시장 강자의 점유율을 뺏지 못하는 한 롯데의 맥주시장 확대가 쉽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한 맥주 업계 관계자는 익명을 요구 “어떤 맥주 회사라도 시장점유율을 연 2% 이상 끌어올리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맥주시장에서 점유율을 1% 끌어올리려면 마케팅에만 약 200억~300억원을 쏟아 부어야 한다”며 후발주자인 롯데가 맥주시장에 진출한다 해도 안착이 쉽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역시 맥주업계 관계자들과 주류시장만 분석한 시장 관계자들의 희망사항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쪽으로 무게가 기울고 있다. 롯데가 이미 한국 최대의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고, 또 소주사업과 일본산 수입맥주 유통사업을 하며 주류시장에서 롯데의 이미지를 완성해 놓았다는 점 때문이다.
   
   
   ‘OB·하이트 vs 롯데’ 누가 더 셀까
   
   롯데그룹은 백화점과 대형할인점, 대형슈퍼마켓과 편의점까지, 전국 곳곳에 오히려 없는 곳을 찾기가 더 힘들 만큼 자신들만의 촘촘한 유통망을 갖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전문가는 “롯데그룹의 유통망만 활용해도 선발주자인 OB나 하이트보다 더 탄탄한 판매처를 갖게 된다”며 “계열사들이 (맥주사업이) 그룹의 숙원사업인지 뻔히 아는데 어떤 상품에 더 신경을 쓸지는 이미 답이 나온 것 아니냐”고 했다. 또 다른 시장 전문가는 “롯데는 이미 ‘처음처럼’ 등 소주 사업을 통해 탄탄한 영업망과 영업처를 확보해 놓았다”며 “특히 롯데그룹은 ‘롯데아사히주류’라는 맥주 유통회사를 만들어 일본산 ‘아사히맥주’의 한국 유통과 판매를 오래전부터 해왔기 때문에 영업과 시장 진출에 어려움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존 맥주 업계 관계자들이 말하는 점유율 1% 확보에 마케팅비만 200억~300억원을 써야 한다는 건 OB나 하이트의 고민이지 롯데그룹에는 고민도 아니다”라며 롯데그룹의 자금 동원력을 들어 “점유율을 올리겠다고 마음먹으면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200억~300억원의 두세 배 이상도 언제든 쓸 수 있는 기업이 롯데”라고 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롯데카드 등 금융계열사와 제휴사업까지 연결되면 OB와 하이트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만큼 롯데의 맥주시장 영향력 확대가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칠성 홍보실 윤수한 매니저는 주간조선에 “맥주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맞고, (충북) 충주에 공장부지 계약까지 마치고 생산시설 조성만 앞두고 있다”고 했다. 롯데칠성은 충주에 33만㎡(10만평)에 이르는 공장 부지를 확보했고, 이곳에 10만㎡(약 3만평) 규모의 맥주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최소 연 50만kL를 생산할 수 있다. 윤 매니저는 “2015년부터 공장을 지어 3년 안에 공사를 마칠 계획”이라고 했다. 즉 늦어도 2017년에는 롯데그룹이 맥주를 팔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맥주시장 상황과 롯데의 시장 진입 전략에 대해선 말할 게 없다”고 했다.
   
   제주도개발공사를 앞세운 제주도도 적극적이다. 이르면 내년 6월부터 맥주를 생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OB와 하이트 맥주, 두 기존 사업자가 벌이는 시장 쟁탈전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여기에 기존 맥주 기업과 맥주시장 진출을 선언한 롯데 등 신규 사업자 사이에서 곧 벌어질 시장 충돌이 한국 맥주시장 판도를 어떻게 바꿔 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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