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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240호] 2013.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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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대학입시 돌풍 하나고의 성공비결

박영철  차장 

▲ 지난 1월 10일 하나고 김진성 교장과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겨울방학 특강 중이어서 사복 차림이다. photo 김승완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하나고가 대학입시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오는 2월 첫 졸업생을 배출하는 하나고는 2013학년도 대입 수시전형에서 서울대 45명을 포함, 연세대·고려대·카이스트·포스텍 등 최상위권 5개 대학에 126명을 합격시켰다. 오는 2월에 정시 합격자가 발표되면 이들 5개 대학 합격자는 총 150명으로 예상된다. 또 성균관대는 13명, 서강대 14명, 이화여대 10명, 경찰대 1명, 사관학교 2명이며 이들 대학도 마찬가지로 정시 합격자가 발표되면 숫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대학 외에 해외 명문대도 20명이 합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학년이 200명이니 졸업생의 대부분이 국내외 상위권 대학에 합격하는 셈이다. 2010년 3월 개교한 하나고의 선전(善戰)은 어느 정도 예상됐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입시 결과는 기대치를 훨씬 웃돈다.
   
   
   사회적 배려 20% 등 3가지 전형
   
   하나고는 서울에 있는 유일한 전국 단위 자사고라는 점과 하나금융그룹이 설립한 학교라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전국 단위 자사고는 전국의 중학생을 대상으로 모집하고 추첨이 아니라 독자적인 기준 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우수한 학생이 몰릴 수밖에 없다. 하나고에는 서울지역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전형(120명), 사회적 배려대상자를 대상으로 하는 하나희망전형(40명), 하나금융그룹 임직원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하나임직원자녀전형(40명) 등 3가지 전형이 있다. 여기서 하나희망전형 중 군인·다문화가정 자녀와 하나임직원자녀전형은 전국을 대상으로 모집한다. 서울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전형 등도 추첨이 아니라 기준 성적으로 선발한다.
   
   전국 단위 자사고에는 민사고, 상산고 등 명문고가 많다. 그러나 하나고를 제외한 전국 단위 자사고는 모두 지방에 있다. 그래서 하나고는 비록 정원 일부만 전국 단위로 선발하기는 하지만 서울에 처음 들어서는 전국 단위 자사고라는 점에서 1기생을 선발할 때부터 화제가 됐다. 하나금융그룹이 설립한 학교라는 점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사립학교의 명운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재단이 얼마만큼 튼튼한지 여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우량 금융기관인 하나금융그룹이 재단이라는 것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고 신생 학교인 하나고는 이에 힘입어 단숨에 전국 최상위권 고등학교로 발돋움했다”고 말했다.
   
   하나고 이사장인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김진성 하나고 교장의 육영(育英) 의지가 남다른 것도 강점이다. 어떤 조직이든 CEO의 역량과 마인드는 조직의 흥망을 좌우하는 요소다. 김진성 교장은 고려대 교수직을 그만두고 하나고로 옮겨와 교육혁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승유 이사장은 하나고 전교생 600명의 이름을 다 외울 정도로 하나고에 대한 애착이 각별하다.
   
   하나고에는 불리한 점도 있다. 하나고와 대비되는 학교가 민족사관고등학교(민사고)다. 민사고가 균일한 집단이라면 하나고는 이질적 집단이다. 3가지 전형에 속한 집단의 학력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은 선행학습 등이 부족해 입학 초기에는 학력문제가 대두된다.
   
   
   국제반이 없다
   
   하나고는 이런 이질적인 학생들을 잘 융합해 훌륭한 입시 결과를 내놨다. 김진성 교장은 “당초 우려됐던 사회적 배려대상자들도 좋은 결실을 거둬 하나고의 교육실험이 더 돋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학교는 귀족학교가 아니라 특목고 중에 최초로 전체 정원의 20%를 사회적 배려대상자로 뽑는 학교입니다. 이른바 ‘개룡남(‘개천에서 용난 남자’라는 뜻)’을 키우는 곳이죠. 이번 서울대 수시 합격자 45명 중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 출신이 5명이나 됐습니다.”
   
   국제반이 따로 없다는 것도 흠이 될 수 있다. 고등학교까지만 한국에서 나오고 대학은 해외 명문대로 바로 가려는 학생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민사고, 대원외고 등은 해외대학 진학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려 이미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김진성 교장은 “해외 명문대로 진학하려는 학생은 개인적으로 준비하면 된다고 본다”며 “우리 학교에서 교육받은 것만으로 해외 명문대에 충분히 입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나고가 하고 있는 교육이 전혀 새로운 것만은 아니다. 전원 기숙사 생활, 지덕체 교육, 사교육 없는 학교 등은 이미 민사고, 상산고 등에서 선보였던 것들이다. 하나고는 후발주자의 장점을 살려 선발 집단이 해온 것들을 심화·발전시켰다. 하나고가 ‘기존에 없던 학교’를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이런 것과 관련 있다.
   
   
   지덕체가 아니라 체덕지
   
   체력을 바탕으로 덕성과 감성을 기르고 지성을 연마하는 것도 하나고의 교육 방침이다. 보통은 지덕체라고 해서 지(智)가 강조되고 체(體)는 맨마지막에 오는데 하나고는 체가 먼저다. 하나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1인 2기’는 여기서 기인한 것이다. 하나고의 이런 교육은 이번 대입 수시에서도 좋은 효과를 거뒀다. 학생들은 학교 방침에 따라 ‘1인 2기’를 했는데 이게 자연스레 스펙이 된 것이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다. 하나고는 튼튼한 재단과 서울에 위치한 전국 단위 자사고라는 점에 힘입어 초기부터 우수한 교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첫 교사 모집 때 경쟁률이 무려 100 대 1이나 됐다. 재단도 튼튼하고 우수한 교사에 우수한 학생이 모였으니 명문고가 안 되려야 안 될 수가 없다. 금상첨화로 시설도 일개 고등학교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초특급이다. 하나고는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주관하는 우수시설학교 심사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하나고는 기존 학교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남다른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여 왔다. 하나고는 ‘창의적인 세계인’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로 고등학교 최초로 입학사정관 전형 선발방식을 도입해 잠재력을 갖춘 다양한 우수 학생들을 선발한 이후,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공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 왔다. 학기 중 월 1회의 정기 외박을 제외하고는 전원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학생들 스스로 자신들의 진로에 맞는 학업과 비교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학생 중심의 다양한 활동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 이 학교의 특징이다.
   
   하나고에는 문과와 이과의 구분이 없고 학년별 수업이 따로 없다. 무학년·무계열의 개방형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각자의 진로, 적성, 흥미, 능력에 맞는 교과를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혁신적인 교과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반별로 정해져 있는 시간표가 아니라 학생 각자가 자신의 필요와 능력에 맞게 설계한 개인별 맞춤 시간표를 작성하여 수업을 듣고 있다. 한편 특정 교과에 편중되지 않은 균형 잡힌 지식을 추구하도록 교과별 최소 이수 단위를 부여해 지도하고 있다.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일반 교과부터 심화·전문 교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의 교과가 개설되어 학생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해외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별도의 사교육을 받지 않고 정규 교과수업 및 방과 후 수업, 방학 특강 등을 통해 AP과목 등 심화된 과목을 수강하면서 대학 진학을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교육이 필요 없다
   
   하나고는 학생의 창의적 탐구능력과 학문적 문제해결력을 높이기 위하여 학생 스스로 연구주제를 선정하고 논문을 작성하여 발표하는 과제 연구를 교육과정에 포함하여 운영하고 있다. 또한 연구에 관한 발표와 토론을 통해 과정과 성과를 공유하는 학술제를 통해 학생들이 주어진 지식을 수동적으로 ‘학습’하는 것에서 나아가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 ‘탐구’하는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또한 세계의 우수 고등학교들과의 학술적·문화적 교류를 통해서 학교 교육의 질을 제고하고 학생들의 국제적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외국 학교 방문이나 교환학생 프로그램, 국제 행사 참가 등이 그 예인데, 특히 매년 여름 외국 학생들을 초청해 특정 주제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국제학술심포지엄은 첫해 한·중·일 3개국이 참가하는 행사에서 2012년 기준 8개국 12개 학교가 참가하는 행사로 확대되면서 학생들의 의사소통능력과 학문적 역량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다양한 행사를 통해 학생들은 스스로 도전하고 성취하는 기쁨을 맛보면서 자신의 수준을 가늠하고, 자신보다 뛰어난 선배나 친구들을 통해 발전하려는 원동력을 강하게 품게 된다.
   
   
   연 5~6회 저명인사 초청 특강
   
   하나고는 연간 5~6회에 걸쳐 각 분야의 저명인사들을 초청해 그들의 인생 자산과 삶의 이력으로부터 교훈을 배우는 명사 특강을 개최, 학생들이 삶의 방향과 진로에 대해 학교 밖 선생님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자신의 진로와 연계된 기관에서 실제로 방문 실습을 하면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진로 설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인턴십 활동을 시행하는 등 학교 밖 사회와 연계된 진로 지도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건전한 정신을 다져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최고의 인재를 키우는 데 목표를 두고, 개교 이래 학교의 특색활동으로 전개해 온 1인 2기 프로그램은 하나고에서 출발해 다른 학교로 전파되고 있다. 1인 2기 프로그램이란 전교생이 매 학기 1인 1예능(음악·미술 중 택일), 1인 1체육 수업을 주 4회(각 90분)씩 3학년까지 꾸준히 지속해 각자의 역량을 발전시키는 예체능 교육활동을 의미한다. 1인 2기 프로그램을 통해 하나고의 학생들은 누구나 학업이나 입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악기 연주나 미술 창작, 체육활동 등의 건강한 방식으로 해소하고 넘치는 끼와 문화적 감수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생전 처음 접하는 낯선 악기라도 1인 2기를 꾸준히 하다 보면 졸업할 때쯤엔 남들 앞에서 연주할 만한 실력을 갖추게 되는 것은 물론, 오케스트라 활동이나 체육을 통해 공동체 내에서의 협동을 자연스레 체득하게 된다. 매 학기 열리는 1인 2기 발표회를 통해 고등학교 입학 전에는 제대로 운동 한 번 해본 적 없던 아이가 프로선수처럼 실내 농구장을 뛰어다니고, 외부 활동을 싫어하던 내성적인 성격인 아이들이 스포츠클럽에서 친구들과 함께 뛰며 즐거워하는 모습, 악기 한 번 만져 본 적 없던 아이가 능숙하게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본 학부모들은 이제 하나고에 적극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하나고가 이렇게 다양한 특색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이면에는 우수한 교수 능력과 학생들에 대한 헌신적인 애정, 새로운 공교육에 대한 열정을 가진 교사들이 있다.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환경이고, 교육과정이 다양한 수준으로 운영되다 보니 교사 개개인의 역량이 극대화되는 것은 필수이다. 또한 전원 기숙사 학교이다 보니 교사들은 때로는 선생님이면서 동시에 부모 대신 보호자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선배나 멘토가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선생님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을 돌보기 위해 심야 시간이나 주말에도 학교에 남아 있는 교사들이 많은 편이다.
   
   
   선생님은 멘토
   
   각 교과 담당 교사들은 일반 교과부터 심화·전문 교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별 수업에 관하여 학생들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수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자신이 맡은 교과별로 평균에서 수준이 뒤떨어지는 학생들은 학습 능력 향상을 위해 개별 지도하고, 학생들의 수요에 맞춰 방과후 수업에 단기특강이나 융합 과정 등을 운영하기도 한다. 학교에서는 교사들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연구수업을 진행하면서 해당 교과뿐만 아니라 모든 교과의 교사들이 참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수업 내용과 교수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즐거운 학교
   
   담임교사 한 명당 13명 이내(2012학년도 1·2학년 기준, 3학년은 1학급당 25명), 한 학년당 200명에 불과한 작은 학교이기에 교사들이 학생 개개인을 일일이 기억하고 관심을 쏟고 있다. 전 교사가 정기적으로 모여서 학년별로 학생들에 대한 전체 교사의 의견을 공유하는 진학지도 컨설팅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학생들의 특성에 부합하는 학습 지도와 인성 지도를 하고 있다. 또한 교사 스스로도 전인적인 모습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연수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밴드 활동을 하거나 스포츠 동호회 활동을 하는 등 학생들과 공감대를 넓히기 위한 시도도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하나고가 단시일에 명문고로 떠오른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고는 ‘즐거운 학교’라는 점이다. 하나고는 학생들의 표정이 밝다. 하나고 2학년 문승원(18)군은 “날마다 새로운 생활이어서 학교생활이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하나고는 학생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가능하면 해주려고 한다. 과목 개설도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거쳐 할 정도다. 학생들은 공부와 운동과 취미와 동아리 활동이 조화를 이루는 환경 속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현시키고 있다. 이것이 기자가 현장에 가서 본 하나고 교육의 힘이고 진정한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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