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차장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차장

‘시아파의 부활(The Shia Revival)’의 저자가 초청연사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잘됐다 싶었다. 시리아 내전의 향방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국제적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은 발리 나스르(Vali Nasr). 수년 전 조선일보 카이로 특파원으로 일할 때 영문판 ‘시아파의 부활’을 사서 밑줄을 쳐가며 끝까지 읽은 적이 있다. 2006년에 나왔는데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몰락 이후 이슬람 권내 수니파와 시아파의 전통적 역학 구도에 큰 변화가 오는 걸 잘 설명하고 있었다. 수니파는 이슬람권의 90%를 차지하는 다수파이고, 시아파는 10%를 차지한다. 시아파의 최대 국가는 이란이고, 이라크도 시아파 인구가 수니파보다 많다.

나스르씨는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현재는 미국 워싱턴에 있는 존스홉킨스대학의 고등국제학대학원(SAIS) 원장. 그는 1월 14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아랍의 봄’이라는 주제로 전문가들과 언론인을 상대로 강연을 한 뒤 주간조선과 단독으로 만났다. 그는 이란 출신이다. 수도 테헤란에 살다가 1979년 17살 때 이슬람혁명이 일어나자 가족이 미국으로 옮겨갔다고 했다. 현재 내전 상태인 시리아에 대해 물었다.

시리아와 이라크 닮은꼴

“시리아의 독재자인 알 아사드 대통령이 권좌에서 떠나면 시리아인은 행복할 것인가? 아니라는 데 우리 모두의 고민이 있다. 알 아사드라는 권력에 공백이 생기면 시리아에서는 대학살이 벌어질 수 있다.”

나스르 원장은 “시리아의 동쪽 세계를 보면 유고와 같다. 이라크는 종파 간 유혈 충돌을 경험했다. 시리아는 그 길로 가고 있다. 시리아에서 국가기구가 무너지면 종파 간, 인종 간 싸움이 시작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리아의 상황은 이라크와 매우 비슷하다”고 했다. 독재자에 맞서는 민주화운동으로 시작했고, 얼핏 보면 알 아사드 대통령 반대파와 아사드 대통령 간의 싸움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다수 인구를 차지하는 수니파와 소수파인 알라위파 간의 싸움이라는 다른 얼굴이 있다는 것. 알라위파는 이슬람의 소수파인 시아파의 한 분파다. 나스르 원장은 “시리아와 이라크 두 나라의 문제는 똑같다. 권력이 바뀌면 소수파는 정치·경제·사회적 특권을 모두 잃는다. (알 아사드 부자(父子)의 집권 때) 60만명이 학살되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피의 보복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나스르 원장은 “크게 보아 1970년대 레바논과 같아 보인다. 시리아는 레바논보다 좀 더 큰 공동체 내의 충돌(communal conflict)이다. 피를 매우 많이 흘리고, 매우 더러운 싸움이 될 것이다. 특히 국제사회의 지상군 병력이 시리아에 없어 종파 간 충돌을 막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양쪽 중재할 평화유지군 필요하다

나스르 원장은 지난해 7월 28일 뉴욕타임스 ‘붕괴 이후 시리아’라는 제목의 기고에 “시리아에 대한 국제 사회의 병력 파견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시리아의 충돌하는 세력 간에 휴전 합의가 있더라도 누가 그 합의를 준수하도록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평화유지군이 필요한 것이다. 두 쪽을 떨어뜨려놓고 싸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집권 알라위파는 우리가 총을 내려놓으면 학살당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고 생각한다. 보스니아 인종학살이 벌어졌을 때 국제사회는 중재에 나서 ‘데이튼 협정’이라는 결실을 얻어냈다.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무슬림 세 그룹이 협정에 동의했다. 북대서양동맹(나토)군이 보스니아에 들어갔다.”

그는 현재 서방에서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고 했다. 잘못 개입했다가 수렁에 빠질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

“어느 나라도 군대를 시리아에 보내고 싶어하지 않는다. 미국은 중동에서 병력 수를 줄이고 싶어한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떠나가고 있다. 시리아에 들어갔다가 10년을 붙잡혀 있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토군도 아직 보스니아에 있다. 레바논에서 미 해병대가 겪은 일을 생각해 보라. 베이루트 해병대 막사 건물에 폭탄테러 공격으로 해병 500여명이 죽었다. 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 요원들도 상당수 지상에 있다. 시리아에 한번 들어가면 그들과 싸워야 한다. 들어가더라도 쉽지 않은 것이다. 레바논 내전의 유혈이 멈추는 데 15년이 걸렸다.”

그에게 시리아의 알 아사드 정권의 권력기반인 알라위파에 대해 설명을 요구했다. 알라위파는 시리아 내 전체 인구의 10% 정도를 차지하며, 현재 알 아사드 대통령의 아버지가 집권한 1970년 이후 시리아의 집권 세력이었다. “아프리카와 중동에 식민 세력이 왔을 때 그들은 소수파를 이용했다. 식민 세력이 식민지를 효과적으로 통치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다수를 통제하기 위해 효과적이었다. 소수파를 식민 체제에서 공무원, 군인으로 기용했다. 소수파가 식민 세력에 더욱 협력적이었다. 이 때문에 시리아 내 알라위파의 남자는 프랑스 군대에 들어갈 확률이 많았다. 프랑스가 나간 뒤 시리아 군내에는 알라위파가 매우 많았다. 1970년 권력을 잡은 알 아사드 현 대통령의 아버지 하페즈 알 아사드는 알라위파다. 그는 당시 공군 사령관이었다. 그 말고도 군내에 알라위파 출신 장성이 많았다. 하페즈 알 아사드는 겉으로는 아랍민족주의로 자신의 정치를 포장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자신이 신뢰하는 알라위파 사람들로 권력기관을 채웠다. 모든 주요 사령관 자리, 정보기관이 알라위파 손에 들어갔다. 이 같은 현상은 업계 등 다른 부문으로 확산되어 갔다.”

알라위파 외 조직적 세력 약해

그는 시리아 내 종교·인종 집단 중 알라위파 이외에는 별달리 잘 조직되어 있는 그룹이 없다고 했다. “쿠르드족이 약간 조직되어 있으나 부족 수준이다. 수니파의 경우 네트워크가 한둘이 아니다. 반군 조직을 보면 홈스, 하마, 알레포, 그리고 난민촌 등으로 100개가 넘는다.”

알라위파의 가장 큰 지역 내 후원 세력은 역내의 최대 시아파 국가인 이란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알라위파가 시리아에서 권력을 잃으면 이는 시리아의 동맹인 이란에는 큰 전략적 손실이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나스르 원장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이란에는 손실이다. 그러나 치명적 손실은 아니다. 다른 관련 국가도 잃을 게 많다. 시리아는 역내 모든 미국의 동맹에 두통거리가 될 것이다. 요르단, 터키, 이라크 등 주변 국가에 시리아의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 시리아는 큰 나라이고, 큰 지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쓰나미가 어떤 방향으로 일어날지 모른다. 누구를 위험하게 만들지 모른다.”

그는 시리아의 장기 전망에 대해 “긴 기간의 불안정과 내전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매우 많은 피를 흘릴 것이며 어떤 형태로든 개입이 없다면 레바논, 이라크, 요르단, 터키로 위기가 퍼져나갈 것이라고 했다. “시리아는 중동의 지도를 바꿀 잠재력이 있다. 통합된 국가로 유지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최준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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