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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2호] 2013.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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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일제 몰아낸 ‘금고박사’ 남편 이어 예술 금고로 부잣집 안방 점령

김영숙 선일금고제작 대표

이동훈  기자 

photo 김승완 영상미디어 기자
경기침체에도 끄떡없는 제품은 부유층을 겨냥한 금고다. 오스트리아의 유명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같은 작품을 딱딱하고 차가운 금고에 접목한 인테리어 금고는 서울 강남권 백화점을 중심으로 상당한 인기다. 얼핏 보면 고급 와인냉장고로 착각할 정도로 ‘강남 사모님’들 사이에서도 인테리어 금고는 입소문이 자자하다고 한다.
   
   김영숙(57) 선일금고제작 대표는 차가운 금고에 여성적 감성을 불어넣은 주인공이다. 금고 디자인에 유명 화가의 그림 등을 접목한 세계 최초의 ‘인테리어 금고’로 금고시장을 혁신 중이다. 지난 1월 22일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에 있는 선일금고 본사에서 만난 김영숙 대표는 “전 세계 금고를 인테리어 금고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테리어 금고를 앞세운 선일금고는 국내 금고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금고를 생산하는 업체는 선일금고, 범일금고, 부일금고 등 대략 3개 업체인데, 선일금고는 국내 시장의 70% 가까이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가정용 금고는 서울에서 전체의 50% 이상이 팔리는데 이 중 강남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라고 한다.
   
   
   “공장터 찾다 간첩으로 몰려”
   
   선일금고가 유명세를 날린 것은 2005년 4월 강원도 양양 낙산사 화재 때다. 화재로 절간이 잿더미가 되고 낙산사 동종(보물 479호)마저 화마에 녹았는데 금고만이 유일하게 불길을 버텨냈다. 금고 문을 열자 안에 있던 서류들이 멀쩡했다. 이는 “불시의 화재에 장롱 속에 숨겨둔 귀중품이 졸지에 잿더미가 될 수 있다”는 부유층의 공포심리를 역으로 자극했다.
   
   선일금고를 창업한 것은 김영숙 대표의 남편인 고(故) 김용호 회장이다. 6·25 전쟁고아 출신인 김용호 회장은 서울 을지로의 한 금고점에서 일하다 베트남전 때 미군 금고를 관리하는 ‘금고병’으로 차출됐다. 이후 미국과 독일을 돌며 금고기술을 배운 뒤 1970년대 초 귀국해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서 창업한 것이 선일금고의 모태다.
   
   북한과 접경 지역인 파주에 공장을 세울 때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고향 파주에서 공장 부지를 살펴보던 김 회장을 한 고향친구가 ‘간첩’이라고 당시 중앙정보부에 신고한 것. 중정 요원들은 김 회장을 검정 지프에 태워 서울의 한 호텔로 데려갔다. 그리고 백지 한 묶음을 던지며 12년간 외국에서의 행적을 낱낱이 적으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이는 되레 전화위복이 됐다. 갖은 고생을 해가며 최신 금고기술을 익힌 행적을 적어내자 이에 감동한 중정에서 “소원이 있으면 말해보라”고 나선 것. 김 회장이 “고향 파주에 금고공장을 세우고 싶다”고 말하자 중정 요원은 즉석에서 한 국책은행장에게 전화를 걸어 그에게 최대한 편의를 봐줄 것을 통보했다.
   
   결국 선일금고는 그의 고향인 파주에 공장터를 확보하게 됐다. 1970년대 당시만 해도 일제 구마히라금고가 투박한 검은색 양문금고로 금융기관·기업체·관공서 금고시장을 석권할 때다. 하지만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 금고기술을 섭렵한 김 회장은 틈이 많아서 화재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양문식 금고 대신 단문식 금고를 내놨다. 또 국내 최초로 내화금고를 생산하고 아시아 최초로 전자식 버튼도 금고에 적용했다. 과거 금고는 회전식 다이얼 금고가 대세였다. 전자기술이 필요한 버튼식은 기술적으로 더 어렵다고 한다. 김영숙 대표는 “과거 아날로그식 전화기와 버튼식 전화기의 차이를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일제 금고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으로 일제 금고를 한국 시장에서 사실상 축출했다.
   
   이후 선일금고는 1976년 호주를 시작으로 미국·중동·캐나다로 해외 수출 길까지 뚫었다. 초창기 미국 수출 때는 금고에 장착한 IC칩이 컨테이너 내부의 온도 변화에 고장이 나서 금고문이 안 열리는 사태가 터져 대량 반품을 단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우여곡절을 거치며 기술 개발을 거듭한 끝에 지금은 전체 매출의 70~80%를 수출에서 올릴 정도다.
   
   
   “중국·중동 등 유망시장 공략”
   
   ‘금고박사’로 통한 김용호 회장의 뒤를 이어 김영숙 대표가 경영 일선에 나선 것은 2004년 말 남편인 김용호 회장이 출근길 교통사고로 작고하면서다. 파주세무서 출신의 김영숙 대표는 그가 기술개발을 전담한 남편을 도와 영업과 관리를 맡고 있었다.
   
   졸지에 회사를 떠맡은 김영숙 대표는 “금고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고심 끝에 ‘금고의 가구화’를 목표로 인테리어 금고 개발에 착수했다. 금고 디자인을 혁신한 인테리어 금고는 약 1년6개월의 연구개발 끝에 2008년 등장했고 이후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가정용 금고시장을 평정했다. 일부 고급 아파트와 빌라에는 선일금고가 제작한 금고가 옵션으로 장착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인테리어 금고의 성과를 바탕으로 중국 시장 공략에도 나설 예정이다. 선일금고는 2007년 중국 장쑤성 수첸(宿遷)에 공장을 세워 미국 수출용 총기금고를 생산하고 있다. 김 대표는 “개인의 총기 소유가 허용되는 미국은 가정집에서 각종 총기를 보관하는 총기용 금고시장이 상당한 규모”라고 했다.
   
   중국 내수시장 역시 그가 노리는 유망 시장이다. 지하경제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는 중국은 귀중품 보관 수요가 많다. 더욱이 “여전히 투박한 금고를 선호하는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중국이나 중동 지역 국가들은 비교적 화려한 디자인의 과시용 금고에 관심을 많이 보인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기술적으로도 아직 국산 금고는 우위에 있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금고는 방도성은 갖췄지만 내화성을 제대로 못 갖췄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섭씨 1000도 이상의 불길에 버티는 내화성은 금고의 핵심기술로 가격을 좌우하는 요인 중 하나다. 그에 따르면 철판에 내화물질을 입히면 철판이 우글우글해지는 등의 각종 기술적 문제를 극복해야 하는데 이 점에서 중국 금고들은 조금 떨어진다고 한다.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해 금고에 IT기술을 접목하는 것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가령 금고에 충격이 가해지면 자동으로 사설경비업체에 비상연락이 가는 식으로 이미 기술개발을 끝마쳤다. 또 금고의 수평기울기를 인식해 기울기에 이상이 생기면 통보하는 시스템도 개발 완료 단계다. 금고를 통째로 들고 가는 것을 막기 위한 첨단 기술이다. “충격이나 내화기술은 기본이고 향후에는 IT기술이 금고시장을 좌우할 것”이란 게 그의 전망이다.
   
   김영숙 대표는 “고급 핸드백이나 지갑, 시계도 모조리 금고에 넣어두고 다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건망증에 잘 걸리는 40~50대 중년 주부들은 가급적 금고에 물건을 둬야 한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이에 맞춰 그는 기존 금고보다 높이를 두 배 정도 더 높인 금고도 개발 중이다. 김영숙 대표는 “예전에 우리가 가난할 때는 넣어둘 것이 없었지만 요즘은 넣어둘 것이 좀 생기지 않았냐”며 “배냇저고리 같은 추억거리를 금고에 넣고 보관하면 훨씬 더 오래 보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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