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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
[2248호] 201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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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김미경이 만난 생각을 파는 사람] 잡지·레스토랑·호텔… “지속가능한 크리에이티브는 오너십에서 나온다”

조수용 JOH 대표

김미경  아트스피치 원장 

생각을 파는 사람 - 스물세 번째 인물

셀러(seller) 조수용 JOH 대표
셀러유형 크리에이티브 오너(Creative Owner)
대표상품 NHN ‘그린팩토리’
퍼블릭 프런티어의 셀링 포인트
1) 오너십은 불필요한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태도다.
2) 크리에이티브와 오너십이 결합될 때 가장 고가의 콘텐츠가 된다.
3) 직원들이 오너십을 가질 수 있는 시스템부터 만들라.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참, 이 남자 얼굴이 정말 예술(?)이다. 그가 나온 김미경쇼를 보면서 나는 감탄, 또 감탄했다. 어쩌면 마흔 먹은 남자의 표정이 저렇게 맑을 수 있을까. 어떻게 입만 열면 저렇게 명언을 쏟아낼까. 녹화 현장에 있던 담당 프로듀서도 한마디 했다.
   
   “김미경쇼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물론 뒤에 한소리 덧붙이긴 했다. “말이 ‘조곤조곤’ 해서 시청률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하필 방영일자도 3·1절 황금연휴의 시작일 건 뭐란 말인가. 그러나 결과는 대박. 조수용(40) JOH 대표는 케이블 TV 동시간대 시청률 1위는 물론 실시간 검색어에서도 1위를 찍었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그의 페이스북, 트위터, 카톡은 불이 나기 시작했다. 시청자라는 ‘집단지성’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스마트하다. 짧은 방송에서도, 조용한 말투 속에서도 사람들은 그의 진가를 귀신같이 알아챘다. 방송이 끝난 직후 다시 만난 그는 쑥스럽게 웃었다.
   
   “저도 이 정도로 반응이 뜨거울 줄 몰랐어요. 저를 보면서 새로운 꿈이 생겼다는 친구들을 보면서 책임감도 많이 느끼고…. 이제는 정말 착하게 살아야 할 것 같아요.(웃음)”
   
   
   네이버 그린윈도, 그린팩토리 만든 주인공
   크리에이티브보다 중요한 것은 ‘주인의식’

   
   흥미로운 건 대다수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다른 때처럼 정말 ‘대단해요’ ‘멋져요’에서 끝나지 않는다. 댓글 말미에 ‘감사’를 표시한다. 대한민국에도 당신 같은 CEO가 있어줘서, 당신 같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감사한다고 말한다. 말 한마디로 인간의 가장 순수한 감성을 끌어내는 이 남자의 마성이 과연 뭐길래.
   
   김미경쇼에서도 소개한 것처럼 조수용 대표의 일은 한마디로 설명하기 쉽지 않다. 과거에 그가 뭘 했는지를 훑어보는 게 빠르다. 일단 그는 디자이너로 네이버에 입사했다. 거기서 네이버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녹색창을 직접 만들었다. 한글 캠페인의 일환으로 그 유명한 나눔폰트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했다. 그 덕에 2010년에 칸 광고제에서 은상을 받았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있는 네이버 사옥 ‘그린팩토리’를 직접 지었다. 녹색창에서 그린팩토리까지. 참으로 장대한 스케일의 ‘오지랖’이다.
   
   여기까지는 전초전에 불과했다. 네이버를 나와 JOH라는 회사를 만든 후에 그의 크리에이티브적 오지랖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한다. 브랜드를 소개하는 ‘매거진 B’라는 잡지를 만들더니, 갑자기 식당을 만들고, 아파트를 설계하다가 카드를 디자인하고, 가방을 만들더니 요즘에는 인천에 아예 호텔을 짓는다. 조수용 대표는 한 사람이 가진 크리에이티브가 얼마나 다양하게 변주될 수 있는지, 얼마나 거침없는 현실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때문에 나는 그가 김미경쇼에 나와서 무슨 이야기를 할지 궁금했다. 그만이 갖고 있는 한 방이 뭘까 촉을 곤두세웠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또다시 허를 찔렀다.
   
   “기발한 크리에이티브보다 중요한 것은 이 일을 진짜 내 일로 여기는 마음, ‘주인의식’입니다.”
   
   주인의식이라니. 한국에서 가장 스마트하게 생각을 파는 사람의 ‘한 방’ 치고는 올드(old)하지 않나. 1990년대 중반까지 기업의 인재교육을 싹쓸이했던 콘텐츠가 바로 주인의식이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기 들어 이 단어는 자취를 감췄다. 주인의식을 강조하는 사장의 속내가 뻔히 보이는 데다 새마을운동 냄새가 물씬 났기 때문이다. 대신 프로의식이라는 말이 그 자리를 꿰찼다. 요즘에는 이것마저 촌스러워져서 개개인의 자기계발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들이 인기다. 대표적인 키워드가 바로 크리에이티브다. 그런데 정작 크리에이티브의 대명사인 그는 다시 이병철 삼성 회장이나 말했을 법한 주인의식으로 회귀한다. 물론 조수용 대표가 말하는 ‘2013년 버전’ 주인의식은 과거와는 다르다. 이면지를 아끼자거나 솔선수범하자는 뻔한 얘기가 아니다. 그가 말하는 오너십은 ‘나를 내려놓을 수 있는 태도’를 말한다. 불필요한 것을 내려놓고 그 일의 목적, 혹은 본질에 집중하는 자세다.
   
   “예를 들어 제가 어떤 사람의 집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은 거예요. 주인이 아닌 마음으로 가면 견적을 2억, 3억원으로도 만들 수 있죠. 이익을 최대한 남겨야 하니까. 그런데 정말 주인 같은 마음으로 가면 솔직하게 말해주는 거예요. 괜히 돈 들일 필요 없고요. 요것만 바꾸고, 여긴 페인트칠만 하면 될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사심을 내려놓을 때만 가능해요.“
   
   실제로 그는 거래하는 모든 고객사에 이렇게 말한다. 내가 당장 이 프로젝트로 얼마를 버는지보다 파트너와 궁극적으로 무엇을 만들 것인지에 집중한다. 꼭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투자하라고 얘기하고,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아낀다. 그리고 내 일처럼 가장 성실하게 최선을 다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이런 파트너가 있다면 억만금이 아까울까.
   
   JOH는 지금 인천 영종도에 호텔을 짓고 있다. 단순히 호텔 외관 설계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호텔에 들어갈 모든 디자인, 하다못해 객실 슬리퍼나 레스토랑 메뉴판까지 다 만든다. 또한 전체 호텔의 콘셉트와 운영, 마케팅 방안까지 다 만들어준다. 이걸 따로따로 전문가에게 맡긴다면 콘셉트의 일관성은 물론이고 하청에 재하청을 거치면서 ‘눈먼 돈’으로 어마어마한 예산이 낭비됐을 게 뻔하다. 호텔 오너 입장에서는 다소 비싼 듯해도 JOH가 구원투수나 다름없다. 크리에이티브는 돈 주고 살 수 있어도 ‘신뢰’는 마음대로 사고 팔 수 없기 때문이다. 남다른 크리에이티브에 요즘에 가장 구하기 힘들다는 오너십까지 갖추고 있으니 JOH에 러브콜을 보내는 회사들이 한두 곳이 아니다. 매일 하루에 한두 곳에서 함께 일하자는 연락이 온다. 그러나 조수용 대표는 고객사를 고를 때도 꽤나 까다롭다. 일단 기존의 일을 내 일처럼 하다 보니 짬도 잘 안 나거니와 그를 ‘을’로 취급하는 회사는 사절이다. 회장님 눈치를 보면서 크리에이티브가 온전히 발현될 리도 만무하기 때문이다. 100% 그를 믿고 결정권을 맡기는 사람과만 일한다. 남의 일을 주인처럼 하려면 내가 상대방을 100% 신뢰할 수 있어야 하는 법. 만약 독자 중에 조수용 대표와 일하고 싶다면 일단 그의 마음부터 사야할 것이다. 돈이 아니라 진심으로.
   
   또한 고가의 크리에이티브를 팔고 싶은 기업이나 개인이 있다면 오너십을 키우는 데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크리에이티브가 오너십과 융합되면 지식시장에서 환상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게 될 때 갑을 관계의 불편한 틀도 깰 수 있다.
   
   
   전 직원 법인카드 발급, 출퇴근 시간도 없어
   오너십 가질 수 있는 시스템 만드는 게 중요

   
   그의 오너십은 회사 운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불필요한 것을 없애고 본질에 집중하는 것. 그래서 그의 회사에는 출퇴근 시간이 없다. 직급에 따라 일을 지시하고 보고하는 일도 없다. 회의는 필요한 사람들끼리 알아서 한다. 대신 모든 직원들이 법인카드를 들고 다니고 연봉도 자신이 정한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한 명의 직원을 뽑을 때마다 40여명 가까운 직원이 전부 면접을 본다는 사실이다. 식당에서 일하는 스태프를 뽑을 때도, 디자이너를 뽑을 때도 예외 없이 전 직원 면접을 거쳐야 한다.
   
   법인카드나 연봉을 직접 정하는 것은 언뜻 보면 혜택이나 권리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 핵심은 ‘책임’에 있다. 주인의식을 갖고 네가 사장인 것처럼 스스로 목표도 정하고 돈도 써보라는 것이다. 전 직원이 면접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누군가를 면접하다 보면 나부터 돌아보게 돼 있다. 나는 저 친구에게 이런 것을 요구하는데 정작 나 자신은 정말 그렇게 하고 있나.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오너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다.
   
   조수용 대표는 촌스럽게 오너십을 외치는 대신, 직원들이 오너십을 가질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일단 뽑은 직원은 100% 믿는다. 순도 높은 신뢰, 무한한 믿음을 주는 것이다.
   
   물론 100% 믿어야 하는 직원이기에 사람을 뽑을 때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는 실력보다는 태도를 본다. 포트폴리오나 당장의 퍼포먼스는 그에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내 일을 정말 좋아하나’ ‘사소한 것에 정직한가’가 훨씬 중요하다. 정말 좋아하는 일일 때 주인의식은 저절로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솔직한 태도야말로 그가 생각하는 오너십의 기초과목이다.
   
   나 역시 현재 20명의 직원을 키우다 보니 그의 말에 백번 공감한다. 나도 경력사원을 뽑을 때 과거에 그가 했던 포트폴리오에는 관심이 없다. 그가 어떤 태도로 그걸 만들었는지만 본다. 어차피 전 직장에서 했던 일을 완전히 똑같이 하는 회사는 없다. 직장마다 생산물이 다르고 그걸 유통시키는 디바이스도 달라진다. 결국 지난 회사에서 했던 크리에이티브가 우리 회사에서도 통하는가 아닌가는 태도에 달려 있다. 직원이 내 일처럼 스스로 알아서 하는 오너십만 있으면 시간은 걸릴지언정 결국은 자기 몫 이상을 해낼 수 있다. 실력보다는 태도 그 자체가 무한 재생산, 확대 응용이 가능한 크리에이티브의 기초자산인 셈이다. 조수용 대표는 누구보다 이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더 나아가 그에게 오너십은 조직 운영의 수단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이기도 하다.
   
   “네이버에서 일할 때 회사에서 정말 저에게 잘 해줬어요. 어린 나이에 최연소 부사장도 되고 연봉도 많이 받고 기사가 딸린 차도 있었어요. 그래도 저는 떠났어요. 결국 ‘내 일’을 하고 싶었으니까요. 마찬가지로 제가 아무리 직원들에게 잘해줘도 떠날 수 있죠. 그렇다면 회사에서 그걸 할 수 있게 해주면 되지 않을까. ‘너 나 도와줘’가 아니고 ‘너 뭐하고 싶어? 그걸 해보자’라는 진짜 파트너가 되는 거죠. 실제로 우리 회사에서 하는 일들이 다 그런 일이고요.”
   
   
   ‘크리에이티브는 100% 후천적’
   불필요한 것을 내려놓고 본질에 집중하라

   
   직원들에게 파트너십을 얘기하는 사장은 많다. 그러나 진짜 파트너인 사장은 드물다. 너무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권력 그리고 돈 같은 것들. 그러나 조수용 대표의 표정은 이 대목에서 가장 편안해진다. 마치 평생 도 닦은 스님 같은 얼굴로 그가 말한다.
   
   “저는 지금까지 주변에서 사업 크게 해서 돈 많이 버신 분들을 많이 봤거든요. 그래서 돈을 많이 버는 게 행복과는 상관없다는 걸 ‘진심으로’ 알고 있어요.”
   
   나는 조수용 대표가 수많은 출구로 자신의 생각을 팔게 된 힘도 결국 오너십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본래 디자이너 출신이다. 디자인이라는 고유한 영역에서 건축, 출판, 요식, 마케팅으로 수없이 뻗어나간 것은 그의 못 말리는 주인의식 때문이었다. 네이버에 있을 때도 아무도 그에게 사옥을 지으라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건축도 안 해본 당신이 무슨 사옥까지 욕심을 내느냐며 반대하는 이들이 훨씬 많았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고 스스로 공부해 가면서 결국 3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멋진 사옥을 지었다. 그에게 네이버는 100% 내 회사였고 사옥은 곧 ‘내 집’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누구도 나만큼 내 회사에 대해 잘 알고, 나만큼 사옥을 짓는 데 뜨거운 애정을 가진 사람은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 열정으로 파고들면 최고의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일본식 가정식을 파는 ‘일호식’이라는 음식점을 낸 것도 직원들에게 최고의 밥상을 차려주기 위해서였다. 내 가족 같은 직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직원식당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오너십이 결국 레스토랑까지 만들어낸 것이다.
   
   그래서 그는 크리에이티브에 목말라하는 청춘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크리에이티브는 100% 후천적으로 키워질 수 있다.”
   
   잡지든, 가방이든, 식당이든, 호텔이든 원리는 같다. 중요한 건 오너십이다. 불필요한 것, 이를 테면 돈에 대한 지나친 욕심이나 자존심 같은 것은 내려놓고 누군가와 함께 가치 있는 무엇을 만든다는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게 가능해질 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착수하면 무조건 ‘매니아’가 된다. 만약 새로운 볼펜을 만들어야 한다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볼펜을 수집한다. 연도별, 용도별, 브랜드별로 구분하고 디자인을 거의 외우다시피 할 정도로 머릿속에 입력한다. 그리고 고객에게 묻는다. 네가 원하는 볼펜은 어떤 거니? ‘내가 그래도 조수용인데 이깟 볼펜쯤이야’ 하고 스케치북 1000장을 들고 산으로 가지는 않는다. 환호성을 지르면서 디자인을 내놓아 봤자 그건 이미 몇 년 전에 다른 곳에서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99.9%이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든 100% 내 일로 받아들이는 오너십과 합리적이고도 성실한 크리에이티브가 결국 그가 가진 핵심 콘텐츠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그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아닌 ‘크리에이티브 오너(Creative owner)’라 부르고 싶다. 세상을 바꾸는 사람은 세상을 가장 주인답게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자기 삶의 주인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삶의 온전한 오너만이 지을 수 있는 가장 여유롭고 행복한 미소. 오늘따라 저 맑은 얼굴이 참, 고맙다.
   
김미경
   
   스피치 전문가 및 동기 부여 강사. ‘김미경의 아트스피치’ 원장, ‘W.insights’ 대표. 연세대 음대 졸업, 이화여대 정책대학원 석사. MBC ‘희망특강 파랑새’, KBS ‘아침마당’ 등 방송 출강. 저서로 ‘한 달에 한 번, 12명의 인생 멘토를 만나다’ ‘내 안의 스티브 잡스를 깨워라’ ‘2012년 자기계발을 위한 트렌드 키워드’ ‘언니의 독설’ ‘김미경의 아트 스피치’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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