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제
[2248호] 201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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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아베노믹스 실패 가능성 높다

GDP 중 수출 비중 14% 불과… 엔저효과 한계

박영철  차장  

▲ 아베 신조 일본 총리 photo AP·연합
세계 3위의 경제대국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에서의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1980년대 세계를 호령하면서 전성기를 누렸던 일본 경제는 1990년 이후 하강곡선을 그려왔다. 주가와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상징되는 일본의 불황은 ‘잃어버린 20년’을 넘어 ‘잃어버린 30년’을 향해 달려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됐지만 지난해 말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우선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주가는 기본적으로 기업실적의 거울이다. 기업실적 개선 기대 등에 힘입어 3월 15일 현재 주가(닛케이 225 평균)는 1만2560로, 지난해 11월 중순(9000 수준) 대비 30% 이상 상승했다. 일본 기업실적 개선 기대감 및 주가 급등의 배경에는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빠르게 진행된 엔저(엔화 약세)가 자리 잡고 있다. 11월 중순까지 78~80엔 수준에서 등락을 보였던 엔·달러 환율은 3개월 사이에 92~96엔으로 급상승했다.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달러당 96엔대를 넘어선 엔·달러는 2분기 내로 이르면 4월에라도 100엔대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 경제가 급속히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아베노믹스(Abenomics)’로 불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2월 취임했다. 아베노믹스는 통화를 풀어 엔저를 유도, 수출을 늘리고 재정확대로 경기를 부양함으로써 일본 경제를 디플레이션에서 탈출시키는 것이 골자다. 일본은 거품(버블)이 붕괴한 이후 극심한 소비위축으로 물가가 오히려 내리는 디플레이션이 문제였다. 오죽하면 ‘20년 디플레’라는 말이 일상어가 됐고 아베 정권의 목표가 ‘2% 물가상승률’이다. 일본에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은 경기회복과 동의어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 아베노믹스는 수출만 놓고 보면 과거 이명박 정부가 원화 약세를 유도·용인함으로써 수출을 늘리려고 했던 것과 비슷하다. 엔고가 되면 일본 제품 값이 올라가기 때문에 일본의 수출 기업은 불리해진다. 대신 일본에 수입되는 외국 제품의 가격은 내려간다.
   

   일본은 불황 속에서도 오랫동안 엔고(엔화강세)가 지속됐다. 일본은 디플레이션이 심한데 이 때문에 엔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올라갔던 것이 엔고의 근본 원인이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흔들릴 때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각광받았던 것도 한몫했다.
   
   민주당 정권에서도 엔고 흐름을 저지하기 위해 대대적인 외환시장 개입과 더불어 통화공급도 적극적으로 확대했으나, 금융완화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인식됨으로써 엔고 흐름을 저지하는 데 실패했다. 아베 총리는 엔저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할 것이라고 시장에서 받아들이면서 엔저가 급속히 물살을 탔다.
   
   실제로 일본은 엔고 흐름을 저지하기 위해 2010년 9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총 16조4000억엔(약 190조원)을 투입했다. 지난해 들어서도 아베노믹스 등장 전까지 네 번에 걸쳐 누계 36조엔의 금융완화(자산매입기금 증액)를 실시했다. 그 결과 2010년 6월 말에서 지난 1월 말 현재 통화공급은 35~40% 확대됐다.
   
   아베노믹스가 아직 초기지만 ‘엔저’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을 보면 최고 정책 결정권자의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실감나게 한다. 아베 총리는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엔저 정책을 과감하게 밀어붙이고 있고 운도 좋아서 시장에서 먹히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총리의 의지가 있으면 엔저는 언제든지 가능한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기업의 체력이 받쳐줘야 한다. 일본 수출기업들은 70엔대의 가혹한 엔고 상황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체질을 강화하면서 생존력을 극대화했다. 도요타 같은 경우 지난해 엔고하에서도 세계 1위 왕좌를 되찾았다. 엔고하에서 이익을 낸 일본 수출기업들은 정말 강한 기업이라고 보면 된다.
   
   지난 1월 21일자 닛케이산업신문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이 1엔 오를 때마다 일본 수출기업들의 경상이익이 대폭 증가한다. 자동차의 도요타는 1엔마다 350억엔, 혼다는 140억엔이 각각 늘어난다. 전기전자업종의 캐논은 92억엔씩, 파나소닉은 25억엔씩, 기계의 미쓰비시는 45억엔씩, 가와사키는 38억엔씩, 고마쓰는 70억엔씩 증가한다. 실제로 일본 수출기업들은 엔저로 가격경쟁력까지 생겨 세계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 자료: 톰슨 로이터

   엔저로 수출을 늘리는 것과 함께 공공투자 확대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것도 아베노믹스의 핵심 내용이다. 아베 정권은 2월 말에 가결된 10조3000억엔의 추경 중 절반이 넘는 5조2000억엔을 공공사업 예산으로 편성했다. 2년 전 동일본대지진을 겪은 도호쿠(東北)지방에서는 공공사업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일본 언론에는 이곳에서는 일당 3만엔을 주고도 인부를 구하기 힘들다는 뉴스가 실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도호쿠 부흥사업’이 ‘일본판 뉴딜정책’이 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수출을 늘리는 것은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내수 진흥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1990년의 거품 붕괴 이후 일본은 경기진작을 위해 10여차례에 걸쳐 공공사업 중심의 127조엔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동원했으나 백약(百藥)이 무효였다. 일본은 전체 GDP(국내총생산)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4%에 불과한 내수형 경제이기 때문에 수출보다는 내수를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
   
   따라서 소비가 증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엔저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압력만 커질 경우 물가만 상승하는 ‘나쁜 인플레이션’이 될 위험성도 존재한다. 도쿄대 우에다 가즈오 교수는 “강력한 금융완화와 확장적 재정정책의 조합이 야기할 리스크(위험)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이라는 게 역사의 교훈”이라고 비판했다.
   
   재정지출을 확대하면서 재정건전화를 달성할 수 있느냐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일본은 재정적자가 많아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된 상태다. 아베노믹스에 의해 올해 경기가 호전되더라도 내년에는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경기부진 탈피를 위해 또다시 재정을 확대해야 하므로 경기부양과 재정건전화 목표가 양립하는 데 애로가 예상된다. 통화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은 필연적으로 금리 상승을 유발하기 때문에 일본의 재정위기 가능성이 증폭될 공산이 크다. 이것이 아베노믹스 시행의 최대 걸림돌이다.
   
아베노믹스가 성공할 것인지 여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 현재로서는 중론이다. 문제는 이 정책이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일본과 달리 GDP 대비 수출 비중이 57.9%나 된다. 수출이 줄어들면 경제에 직접 영향을 받는데 전자, 자동차 등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이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게 문제다. 실제로 자동차의 경우 현대·기아차의 북미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도요타 등은 오르는 식으로 엔저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엔저의 악영향은 리포트로도 입증된다. 올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 1000원, 엔·달러 환율이 100엔에 각각 도달할 경우 수출 기업 3개 중 2개는 적자가 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현 수준의 환율이 지속될 때보다 적자 기업이 35%가량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3월 13일 ‘원고(高)·엔저(低)의 파장과 대책’이란 보고서에서 “지난 5개월 동안 엔화에 대한 원화의 가치가 23% 오르면서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원고·엔저 현상이 심화되면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 성장까지 가능하다.
   
   삼성경제연구소 구본관 수석연구원은 “우리 기업은 철저환 환리스크 관리뿐만 아니라 원고 상황에서도 수출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며 “정부는 엔저를 계기로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고 내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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