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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9호] 2013.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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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5·18기념재단 등 4개 기관 “일베 회원 대상 소송”

한국의 네트우익 ‘일베’ 전라도 비하 논란

심하늘  인턴기자·고려대 서어서문학과 4년  

호남 및 5·18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보수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에 대해 유관 단체 및 기관들이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5·18기념재단(이사장 오재일)의 김점옥씨는 3월 22일 주간조선에 “일베 회원 등을 대상으로 법적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현재 법률자문팀을 꾸리고 있다”며 “인선과 자료 검토가 끝나는 대로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5·18기념재단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8일 5·18기념재단, 광주시청, 광주교육청, 그리고 전남대학교 5·18연구소까지 총 4개 기관이 한자리에 모였다. 일베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5·18광주민주화운동 및 전라도 비하 행위에 대한 공동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5·18기념재단 김점옥씨는 “처음에는 긁어부스럼을 만들까봐 대응하지 않았는데 최근 일베의 5·18과 전라도 비하는 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김씨는 “재단에서는 꾸준히 일베에 게시된 악의적인 글을 모아두고 있다”면서 “4개 기관이 함께 법률자문팀을 만드는 데에 합의했고, 일베 회원들을 대상으로 소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베는 주로 10대와 20대가 이용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이다. 처음에는 독립 사이트가 아닌, ‘디시인사이드’의 베스트 게시물을 저장하기 위한 일종의 파생 사이트 수준이었다. 이후 극우 일베 회원들의 정치적 주장들이 인터넷상에서 화제를 모으기 시작하면서 회원 수가 급증했고, 지금은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가 되었다. 국내 대부분의 커뮤니티 사이트가 진보 성향을 띠는 데 반해, 일베는 유일한 보수 성향의 유머 사이트다.
   
   일베 회원들의 주된 공격 대상은 과거의 민주화 운동과 전라도다. 일베 게시글의 상당수는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시민들이나 전라도 사람들을 희롱하고 비하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일베뿐만이 아니라 포털사이트, SNS 등 전방위로 이루어진다. 포털사이트의 영화 평점란에서도 일베 회원들은 조직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에 몰려가 평점 1점을 주고 있다. 제주4·3사건을 다루는 영화 ‘지슬’의 네이버 네티즌 평점란은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네티즌들에 의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일베 회원이 1점을 주면 이에 반발하는 네티즌이 10점을 주는 식이다. “한국 좌빨들 역사왜곡 보소. 4·3은 남로당이 기획한 국가반역 사건이다”(kcop****), “빨갱이 새끼들”(ojkj****) 등 제주4·3사건을 주도한 세력을 비판하는 네티즌들이 1점을 준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일베는 여기에서도 작업질이냐. 제발 너네끼리 살아라”(epql****), “일베벌레들 여기 다 모였네”(lane****) 등 1점을 준 네티즌들을 비판하면서 10점을 준다. 이 영화는 개봉하기 전부터 네티즌 간의 설전으로 홍역을 앓아 왔다.
   
   평점 전쟁은 ‘지슬’에서 뿐만이 아니다. 5·18을 다룬 ‘화려한 휴가’는 개봉한 지 5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아직까지 뜨거운 감자다. “어휴 홍어 냄새”(ksy6****), “폭동미화영화. 평점 2점 이상 주는 XX들은 전라도XX다”(i073****) 등 일베 회원들의 1점 평이 이어진다. 그러면 또 다른 네티즌들이 “광주는 민주화다”(acth****), “일베 쓰레기들 X판을 만들어 놓는구나”(intt****) 등 이에 동의하지 않는 네티즌들이 10점을 준다.
   
   ‘지슬’과 ‘화려한 휴가’의 ‘평점 테러’는 일베의 역사인식을 잘 보여준다. 일베 회원들은 ‘지슬’이 다루는 제주4·3사건이 “남로당의 김달삼이 운용했던 김달삼부대가 반정부 시위를 일으켰고 이들이 경찰서를 먼저 습격했다”면서 “김달삼은 북한으로 도망가서 김일성에게 4·3사건을 보고했다”고 주장한다. ‘지슬’은 이 부분을 생략하고 마치 무고한 민중들이 희생당한 것처럼 선동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일베 회원들이 주목하고 있는 근현대사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이다. 닉네임 ‘반포자이’ 등 일부는 언론인 조갑제씨의 5·18민주화운동 보도를 인용하여 “5·18은 반공 민주화 운동이다”라고 주장하지만 이런 주장을 펴는 회원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특히 이런 게시글은 회원들로부터 ‘민주화’를 받고 있다. 일베에서는 게시글의 추천·반대 기능 중 ‘반대’라는 말 대신에 ‘민주화’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대부분의 일베 회원들은 “5·18은 민주화 운동이 아니라 폭동”으로 믿고 있다. 이 중에는 나름대로 진지하게 사료를 수집하여 정치적 접근을 꾀하는 회원들도 존재한다. 이들은 우파 논객인 지만원 박사의 저서를 인용한다거나 당시 시민군의 무장 상태를 보여주는 사진을 인용하며 5·18을 빨치산 주도의 폭동으로 재구성한다.
   
   일베의 대표 논객인 ‘구국의결단’ ‘제7함대’ 등의 주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들은 먼저 5·18의 시작을 두고 “정부 당국의 정당한 휴교령을 어기고 대학교에 나간 대학생들이 군인에게 돌을 던져 촉발되었다”고 주장한다. 계엄군이 먼저 학생을 공격했다는 기존 주장에 반대하는 것이다. 또 일베 회원들은 “계엄군이 쫓아가자 학생 시위대는 길가로 나가 ‘경상도 군인들만 뽑아서 광주로 왔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리면서 사람들을 선동했다”고 말한다. “광주시위대는 경상도 사람들을 집단으로 구타하여 살해했고, 경상도 차량이나 경상도 사람이 운영하는 상점을 불태웠다”는 주장도 있다. 또 “계엄군은 길목을 지키고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는데, 시위대가 군인들의 머리 위로 화염병과 역기를 던졌다”고 주장하면서 계엄군의 폭력 행사는 정당한 방어 차원에서 행사되었다고 말한다.
   
   일베 회원들은 5·18이 북한의 지령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의혹도 적극적으로 제기한다. 일베 회원 ‘구국의결단’은 일베 정치 게시판에 “북한이 광주에 있는 고정 간첩망에 광주교도소를 습격하라는 지령을 내렸고, 좌익 사범을 빼내려는 광주 폭도를 막는 과정에서 폭도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다”고 썼다. 또 “40여개 무기고가 동시다발적으로 탈취된 과정을 보면 반드시 이를 조직적으로 지휘하는 지휘부가 존재했다”면서 “북한에서 투입된 간첩들이 군사 당국의 극비 정보를 파악하고 광주작전을 지휘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일부 일베 회원들은 5·18에 대한 폄하와 희화화를 하고 있다. ‘홍어무침’(당시 계엄군에 희생된 시민들이 피를 흘리는 모습을 빨간 양념의 홍어무침에 빗댄 일베 용어), ‘홍어국 독립운동’(전라도를 한국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는 일베 내 주장과 관련하여 5·18을 비하하는 말), ‘땅크아트’(당시 5·18을 진압한 군 부대를 두둔하는 용어) 등 5·18과 관련한 신조어도 많다. 이렇듯 5·18 비하는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 비하와 더불어 일베의 대표적 오락문화다. 이에 최근 종편과 지상파에서는 일베의 5·18 비하를 문제적으로 다루는 방송을 하기도 했다. 잇단 공격적 보도에도 일베는 담담하다. 오히려 “5·18폭동에 대한 공론화에 환영한다”는 식이다.
   
   이들은 전라도에 대해서도 적대적이다. 일베에는 ‘7시’ ‘홍어’ 등 전라도를 비하하는 말이 수두룩하다. 서울에서 사는 전라도인을 뜻하는 ‘설라디언’을 ‘색출’해내는 작업은 일베 정치 게시판의 주된 레퍼토리다. 일베에서 전라도 사람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는 게시글은 어김없이 회원들의 압도적인 추천을 받고 ‘정치 일간베스트’(정치 게시판 중에서 추천을 많이 받은 게시글이 올라오는 게시판)로 올라간다. 또 “요즘은 방송에서 전라남도에 촬영을 많이 가는 것 같다” “까고 보면 다 전라도다”란 식의 전라도 음모론도 횡행한다. “전라도가 독립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살아올 것이다”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영면해 있던 관 사진을 올려 희롱하는 게시글도 상당수다.
   
   ‘오늘의 유머’ ‘MLB파크’ 등 국내 대부분의 커뮤니티 사이트는 진보 성향이다. 일베 회원들은 이들 사이트를 “‘민주화’된 사이트”, 다시 말해 “잘못된 사상에 선동되어 있는 사이트”라 규정하고 이 사이트를 ‘산업화’하려는 작업을 벌여왔다. 일베에서의 “산업화 과정”은 타 커뮤니티에 5·18과 관련된 글을 올린다든지 하여 사이트를 분열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행동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앞서 ‘화려한 휴가’나 ‘지슬’에 1점 평점을 내리는 것도 일베가 말하는 산업화 과정의 일종이다.
   
   이에 작년 12월 14일 새벽에는 타 커뮤니티 사이트 회원들이 모두 단합하여 일베 게시판에 글을 올려 사이트 운영을 잠시 마비시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일베에 올라오는 유해 게시글들을 캡처하여 저장해놓는 사이트에서부터, 페이스북에 “너 일베충(일베를 하는 네티즌을 적대적으로 지칭하는 말)이니?”라는 페이지까지 등장했다.
   
   일베의 게시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유머자료를 올리는 게시판(‘짤방 게시판’)이고, 하나는 정치 관련 글을 올리는 게시판이다. 유머자료를 올리는 게시판에도 5·18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을 희화화하는 정치적 성향의 자료가 많다. 유머자료 게시판에서도 ‘운지’ ‘앙망한다’ ‘홍어’ 등의 표현이 잦게 등장한다.
   
   일베는 한국 여성에 대해서도 매우 비우호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에 따르면 한국 여성은 외국 여성에 비해 허영심이 많고 남자에 대한 의존심이 강한 존재로 묘사된다. 외국 여성의 일부 사례와 한국 여성의 일부 사례를 놓고 악의적으로 비교하는 글도 많다.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되었던 유해 게시글도 많았다. 작년에는 연예인 ‘수지’의 외모를 본뜬 판넬을 눕혀놓고 성행위를 묘사한 듯한 사진을 올린 일베 게시글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베가 유해한 사이트로 인식되다 보니 현실에서 자신이 일베 회원임을 밝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난 1월 14일에는 인터넷상에서 일베 회원과 대학생이 5·18을 놓고 설전을 벌이다가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하여 약속을 잡은 일이 있었다. 인터넷상에 화제가 되어 몇몇 취재기자까지 약속장소에 나가기도 했지만, 결국 일베 회원이 나오지 않아 무산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도 점점 바뀌고 있다. 최근 일부 일베 회원은 현실에서도 일베 회원임을 거리낌없이 밝히고 있다. 자신의 중·고등학교 졸업앨범에 ‘운지’ 등의 일베 용어를 활용하여 글을 올린다든지, 소개팅하는 여자와의 문자메시지 대화에서 ‘김치녀’라는 표현을 쓴다든지 하는 식이다. 일베에서는 이렇게 자신이 ‘일베하는 것’을 현실에서 드러내는 일을 ‘일밍아웃’이라고 표현한다.
   
   일베의 정치 게시판에서는 5·18 등의 역사 소재 외에도 다양한 정치 현안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정치 게시판에서의 일베 회원들은 기사나 사진을 인용하는 등 근거 확보에 충실한 모습을 보인다. 제대로 된 팩트가 없는 것으로 보여지면 일베의 정치 논리에 부합하는 게시물이더라도 가차 없이 ‘민주화’를 받는다.
   
   국내 정치에 있어서 일베 정치 게시판의 ‘타깃’은 오로지 좌파 진영이다. 이에 지난 대선 때는 영향력이 상당했다.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의 TV광고에 등장한 의자가 700만원을 넘는 고가품이라는 사실도 일베 회원들에 의해 먼저 드러난 것이다. 일베 회원들은 문 후보의 안경부터 점퍼까지 모두 가격을 조사하여 게시판에 올렸다. 당시 문 후보는 “모델하우스에서 저렴하게 구매했다”고 해명했지만, 인터넷상에서 ‘의자왕’이라고 불리는 등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어야만 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감정적 접근보다는 이성적 접근을 취하고자 하는 일베 회원들이 많다. 이러한 성향은 최근 인터넷을 달군 ‘일본 극우 기업 리스트’에 대한 일베의 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리스트는 카메라, 의류, 맥주 등 다양한 분야의 일본 기업들이 일본 극우 단체를 후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독도 분쟁으로 심화된 반일 정서에 기름을 부었다. 이는 결국 ‘일본 극우 기업 불매운동’으로 이어졌고, 실제 행동에 나선 것은 보수단체였다. ‘애국국민운동대연합’ 등 18개 보수단체들은 지난 3월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상품 불매운동’을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일베는 이들 보수단체와는 의견을 달리 했다. 이 리스트에 정확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리스트에 오른 몇몇 일본 기업이 “리스트는 사실 무근이며 우익 단체에 지원하지 않는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일본 극우 기업 논란이 진보 성향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시작된 것을 두고, 좌파적 선동의 전형이라고 비판하는 게시글도 많았다.
   
   ‘극우 기업 불매운동’을 반대한다고 하여 일베가 일본에 대해 유화적 태도를 취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이나 ‘독도’ 등의 단어로 일베 게시글을 검색해 보면 일베 회원들이 다각도에서 독도 영유권 문제를 접근하는 글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역사적 사료를 놓고 독도 문제를 접근한다거나 국제법을 인용하여 독도가 한국 땅임을 증명하기도 한다. 특히 이들은 “좌파 정권에서 독도 정책이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제2차 한·일어업협정’과 더불어 독도 민간인 출입 금지 지역으로 통제시킨 일을 들어 과거 좌파 정권의 대일 외교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일베 회원들은 국내의 독도 활동가들의 대응 방식의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특히 비판하고 있는 것이 해외 광고 활동이다. 이들은 “증거와 논리 없이 감성만 앞세운 광고를 미국에 게시하여 분쟁지역화를 원하는 일본을 오히려 돕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일베에서는 무조건적 반일보다는 합리적인 대일 외교를 펼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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