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차장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차장

‘한국에는 왜 헤리티지재단이나 브루킹스연구소와 같은 민간·독립적 종합 싱크탱크가 없을까?’

국가미래연구원 웹사이트 안내문에는 이런 문장이 굵은 글씨체로 떠 있다. 헤리티지재단이나 브루킹스연구소를 지향한다는 국가미래연구원의 지향점이 읽힌다. 국가미래연구원(IFS·이하 ‘국미연’)은 2010년 12월, 박근혜 대통령 지지를 밝히고 결성된 싱크탱크다. 알려진 대로 국미연은 4월 12일 현재까지 박근혜 정부의 장·차관급만 6명을 배출했다.

이런 국미연이 지난 4월 5·6일 거의 모든 신문으로부터 호되게 비판을 받았다. 사설 제목만 옮겨 보면, ‘기부금 받고 낙하산 투하하는 미래연 파워’(동아일보), ‘미래연, 박 정권 그늘 되기 전에 해산하는 게 옳다’(문화일보), ‘미래연, 국정 운영 장애물 될 수 있다’(경향신문) 등.

언론으로부터 이런 비판을 받은 것은 국미연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받았기 때문이다. 국미연은 2018년 12월까지 지정기부금단체로 활동하며 기부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외부인이 미래연에 기부를 할 경우 개인은 연 소득의 30%, 기업은 사업연도 수익의 10%까지 소득공제가 인정된다. 미래연이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받은 것은 기획재정부로부터 ‘정치적 중립성’을 공인받은 결과다.

문제는 미래연의 정치적 중립성이다. 문화일보 사설은 이와 관련, “미래연이 박 정권 출범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 이런 모든 논란에 앞서 자숙하는 게 도리”라면서 “국민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모습을 너무 많이 보아왔다”고 호되게 비판했다.

지난 4월 11일 오후 서울 마포에 있는 국미연 사무실에서 김광두(66) 원장을 만났다. 마포대교 직전의 현대빌딩 2층에 있는 국미연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기자는 그 규모에 적잖이 놀랐다. 박근혜 대통령의 외곽 싱크탱크 역할을 해온 연구원치고는 소박하기까지 했다. 빌딩 바로 옆에는 마포공영주차장이 있다. 국미연은 사무실, 김 원장 방, 회의실, 스튜디오 4개로 구성돼 있었다. 김광두 원장은 서강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다.

- 지정기부금단체 지정을 비판하는 신문 사설을 보았나. “몇 개 봤다. 솔직한 소감은 우리 사회가 아직도 과거의 관행에 의한 선입견에 계속 빠져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선진국형 싱크탱크라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우리 사회에 없다.”

- 이런 비판 여론은 충분히 예상한 것 아닌가. “거기까지는 예상을 못했다. 왜냐하면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받고 나면 여러 가지 의무사항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모든 재정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 그게 지켜지지 않으면 불법이라 지정에서 해제된다. 언론은 우리가 지정기부금단체가 됨으로써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국미연 출신들을 향한 로비를 우리 연구원을 통해 할 것이 아니냐, 그 얘기 아닌가. 그건 지정기부금 단체의 관련 법을 살펴보지도 않고 쓴 거다. 공개를 하겠다는 것은 후원금 뒷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 지정기부금단체 신청은 김광두 원장의 뜻인가. “나와 동료 회원들이 다 같이 했다. 우리가 그동안 투명하게 해왔으니까 이렇게 살림살이가 가능해진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 우리가 국민의 신뢰를 받으려면 모든 게 투명해야 한다. 싱크탱크의 생명은 우리가 얘기하는 것을 사람들이 믿어줘야 한다. 이해관계로 자유로워야 한다.”

- 보수언론까지 국미연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결국 그늘이 된다고 지적한다. “현재는 의심을 갖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하는 것을 보면 알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한 게 있으면 잘못했다고 할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되지 않겠나.”

- 박근혜 대통령의 외곽 싱크탱크로 출발했다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그게 말처럼 가능하겠나.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 기간 중에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어떤 내용의 활동을 하는지를 봐야 한다.”

국미연은 지난 3월 3일 서강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근혜 대통령과 독립적 노선을 걷겠다고 선언했다. 김 원장은 “앞으로 국가미래연구원은 박 대통령과 상관이 없다”고 선언했다. 이 사실은 언론에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그러므로 일반 국민도 이를 대부분 모른다.

다시 김 원장의 말이 계속된다.

“우리는 그걸 완전히 인정받는 데까지 6개월 이상 걸릴 거라고 본다. 왜냐하면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얼마 안 됐는데 평가하는 건 어렵지 않나. 적어도 몇 달은 지나야 한다. 몇 달 지나고 나서 잘못되면 잘못됐다고 얘기할 것이다.”

- 지금까지처럼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할 수는 없었나. “연구활동을 하는 데 상임 연구원들이 있다. 그분들의 인건비와 연구활동비를 지급해야 한다. 그리고 아웃소싱을 많이 하니까 아웃소싱할 때 보상을 해야 한다. 이게 다 연구비에 들어간다. 결국 우리도 그런 보상체계를 가져야 제대로 활동할 수 있다. 지금까지 자원봉사 정신으로 했는데 그렇게는 오래 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우리도 후원금이 필요한 것이다.”

김 원장에 따르면 국미연은 임대료, 관리비, 팩스, 통신 등을 포함해서 한 달 평균 700만~800만원의 경비가 든다. 아침에 회의를 많이 하는데 커피와 샌드위치를 사 먹는다. 사무처에 두 사람이 있는데, 한 사람은 자원봉사자다. 한 사람만 봉급이 나간다. 처음 사무실 빌릴 때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200만원이었다. 월세는 부가세까지 합하면 220만원이다. 국미연 회원 200명이 5만원씩 회비를 낸다. 특별회원은 한 달에 100만원씩 낸다. 밥 먹을 때는 회원 돈으로 해결했다. 김 원장은 “그동안 회비를 저축해서 이번에 녹화 스튜디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 녹화스튜디오는 왜 필요한가. “우리는 헤리티지 스타일을 벤치마킹해서 ‘3분 스피치’를 만들었다. 이 동영상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가 필요하다. 처음에는 빌려서 했더니 시간이 안 맞아 애를 먹었다. 여기가 마침 공간이 비었다고 해서 모 방송국의 도움을 받아 저렴하게 디지털 버추얼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밖에서 한 사람이 기기를 다 조종한다.”

- 홈페이지를 보면서 사실 조금 실망했다. 2010년 12월 생긴 연구원 홈페이지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게 많았다. “그동안은 홈페이지 운영을 안 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정책연구원이니까 당연히 우리가 연구보고서를 실어야 한다. 그런데 이걸 실으면 이게 박근혜 정책이 되는 거다. 그러면 박근혜 당시 후보는 자기가 결정한 것도 아닌데 하는 혼란이 생길 수 있다. 홈페이지도 이번에 만들었다.”

보통 사람들은 미국의 헤리티지재단에 대해 잘 모른다. 김 원장에 따르면 헤리티지재단의 재정 운용의 절반 정도는 다수의 소액 후원자들의 돈으로 충당된다. 50달러씩 35만명 하는 식이다. 스페셜 프로그램을 할 때는 대기업들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대기업 한 곳으로부터는 지원을 받지 않는다. 2~3개를 짝 지어서 받는다. 한 곳으로부터 영향력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 김 원장은 여러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양당정치가 되는 이유가 건전한 싱크탱크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헤리티지재단의 전문가들은 자기 관심 분야에서 특정 정책을 연구한다. 그러다 특정 정치집단이 정권을 책임지게 됐을 때, 그 집단에서 관심 있는 정책과 그것을 연구한 전문가를 데려다 쓴다. 공직에 가서 일하다 끝나면 다시 재단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순환이 된다. 이게 선진국형 싱크탱크다. 헤리티지 같은 경우는 미국 워싱턴DC의 국회의사당 바로 앞에 있다. 그래서 점심, 아침 시간에 특정 이슈를 가지고 전문가들이 토론을 하면 국회의원들이 참여하곤 한다. 싱크탱크는 일종의 플랫폼이다.”

- 왜 헤리티지재단을 역할 모델로 했나. “세계에는 바람직한 싱크탱크가 몇 개 있다. 영국은 잘 모르겠고, 미국은 완전히 민간의 돈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싱크탱크가 특정 정당의 가치관과 일치할 때는 그 정당이 정권을 잡으면 싱크탱크가 도와준다. 대통령도 그 싱크탱크에 가서 스피치하기를 즐긴다. 싱크탱크는 그 사회의 브레인 역할을 한다. 우리도 한국 사회의 브레인 역할을 하고 싶다. 헤리티지재단은 1년 운영비가 1000만달러가 넘는 것으로 안다.”

- 헤리티지재단은 현재 미국 사회에서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나. “미국 사회의 중요한 현안에 대한 해법이 주로 거기서 많이 나온다. 그뿐 아니라 미국에는 싱크탱크가 1000여개가 있다. 특별히 전문화된 싱크탱크가 많다. 가령 국제경제연구소, 센터 포 아메리칸 프로그레스(CAP), 미국기업연구소(AEI) 등. 문제가 발생할 때 이들 싱크탱크가 가장 신속하게 솔루션을 내놓는다. 가령 미국이 에너지 문제가 심각해지면 싱크탱크가 가장 먼저 진단하고 나온다.”

지정기부금단체로서 국미연은 아직은 후원금 모집을 공개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김 원장의 설명이다.

“아직까지 공개적으로 모집을 안 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싱크탱크 아닌가. 우리를 후원해주려면 우리가 무슨 활동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러니 3개월간은 그냥 활동한다. 홈페이지에 올라간 자료와 그동안의 활동 실적을 보고 판단해달라는 뜻이다. 그게 마음에 들면 후원해달하는 것이다.”

- 후원금 모금 세부 사항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정했나. “투명한 게 제일 중요하다. 우리 스스로가 규정을 정했다. 후원 최대치를 1인당 월 100만원으로 했다. 그 이상 돈을 받으면 금액이 커져서 우리가 부담을 느낀다. 기업이든 법인이든 개인이든 월 100만원 이상 안 받는다.”

- 국미연은 정부 산하 연구소나 기업 연구소와 역할에서 어떤 차이가 있나. “정부출연연구소는 공무원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왜냐하면 세금 받아 운영하는 곳이니까. 자유로운 의사 표시를 하지 못한다. 우리는 자원봉사자들이다. 월급은 자기 직장에서 받고 여기서는 뇌를 가지고 지식봉사를 하는 거다. 여기서 돈 받는 게 없으니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또 현재 정부출연연구소는 분화가 돼 있지만 우리는 20개 정도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있으니 분야 간 통섭이 가능하다. 이게 우리 연구원의 큰 장점이다.”

- 과거 정권에서도 대통령과 밀접한 연구원이 있었지만 정권과 운명을 같이했다. 왜 그랬다고 보나. “무엇보다 자생력이 없었다. 국민으로부터 지원받는 게 아니라 정권에 의해 움직였다. 그러다 보니 양성화하지 않았다. 그냥 음성적으로 지원을 받아서 한 거다. 그 다음에는 일단 당선되고 나면 다들 연구를 열심히 안 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그 다음에는 국민이 신뢰할 만한 연구 보고서나 발언 등이 없었다. 국민이 신뢰 안 하는 연구소가 살아남을 수 있나. 우리는 정권으로부터 독립하고 정책 대안과 대통령에 대한 주장 등을 객관적으로 하겠다는 거다.”

-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명예이사장으로 있는 아산정책연구원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그쪽은 우선 국제 문제에 전문성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정몽준 의원의 영향력에서 못 벗어난다. 모든 돈을 MJ(정몽준 의원의 영문 약칭) 돈으로 하는 거니까. 그건 정부 출연 연구소가 정부의 영향력에서 못 벗어나는 것과 똑같다.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학자들 입장에서 보면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이건 대단히 중요한 차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수·소액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십시일반해서 낸 돈으로 운영하는 곳이 자유롭다.”

- 삼성경제연구소, 현대경제연구원 등 대기업 연구소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연구소는 기본적으로 그 그룹의 이해를 대변한다. 가장 중요한 기능이 사업 타당성 검사와 검토다. 생각할 여지가 없다.”

- 일부에선 김 원장이 정부 요직을 맡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연구원은 어떻게 되나. “내가 그렇게 가면 이 연구소는 어려워질 것이다. 나는 국미연을 싱크탱크로 발전시키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둘 생각이다. 나같이 학교에 오래 있는 사람은 연구소가 더 체질에 맞고, 이런 연구소를 하나 탄생시키면 그 이상 보람이 없다고 본다. 연구소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에게 잘 맞는 곳이다.”

- 후원이 잘 될 것으로 보나. “우리가 이렇게 해서 몇 달 뒤에 후원을 구할 때 후원자들이 얼마나 나타날지 지금은 사실 의문이다. 많은 사람이 한국 풍토는 미국과 다르다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어려울 거라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게다가 우파 쪽 사람들은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다. 좌파 쪽은 잘 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뜻에 동의를 안 하면 상당히 실망할 것이다. 하여튼 두고 봐야 한다.”

- 개혁적 보수를 기치로 내걸었는데, 왜 개혁적 보수인가. “보수는 변화를 싫어한다. 그게 보수의 약점이다. 또 보수의 약점은 부패다. 보수세력은 항상 부패 때문에 문제가 된다. 우리는 그걸 바꾸려는 거다. 기본적으로 보수는 헌법적 가치는 존중하되 그 가치 속에 스며들어 있는 좋지 않은 요소들을 꾸준히 바꾸겠다. 우리의 의식구조 속 과거의 관행에 묶여 있는 것들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 보수의 약점은 부패라고 했는데,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도 전관예우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 “전관예우의 문제는 현직과 과거 사람 간의 인간관계를 이용해서 법규 위반을 하거나 벌을 극소화하거나 그런 네트워크를 만들어주는 거 아닌가. 어떻게 법관이 로펌에 가면 한 달에 2억원씩 받나. 그건 전화 한 통으로 몇 억씩 벌어줬다는 거 아닌가. 공정거래위 사람들이 나와서 왜 다 로펌에 가 있나. 이게 다 잘못하면 봐주는 거 아닌가. 이건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관예우를 없애자는 것인가. “취업을 금지해야 한다. 그럼 그걸 몇 년으로 할 것인가. 기간 문제는 직업 선택의 자유와 관계되기 때문에 선진국의 사례를 봐야 할 것이다. 선진국이 우리보다 엄격한 걸로 알고 있다. 그 다음에는 범위를 넓혀야 한다.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무조건 변호사 못한다고 해야 한다. 말하자면 범위를 넓히고, 재취업의 기간도 길게 해야 한다. 홈페이지 연구보고서에 다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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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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