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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4호] 2013.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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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세계 최초 감정조절 뇌 신경섬유 발견 우울증 수술 치료 길 열렸다

가천대 조장희 박사팀 뇌과학 한 획 긋다

김민희  기자 

▲ 가천대 조장희 석좌교수가 세계 최초로 발견한 4개의 뇌 신경섬유 ATR, SPT, sIMFB, imMFB. 조장희 박사팀은 초고해상도 촬영기기인 7.0T PET-MRI를 이용해 살아있는 사람의 뇌를 가로 세로 1mm 단위로 촬영한 후 3차원으로 복원해 뇌 백질 지도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이 섬유들을 찾아냈다. 백질 부분은 DTI(Diffusion Tenor Imaging)라는 특수 프로그램을 이용해 3가지 색으로 표현했다.
조장희 가천대 석좌교수가 4월 22일 인간의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4개의 뇌 신경섬유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주간조선에 밝혔다. 조 박사는 이날 인천시 남동구 가천대 뇌과학연구소에서 주간조선과 만나 “분노, 슬픔, 우울 등 부정적 감정에 관여하는 신경섬유(ATR)와 기쁨, 웃음, 행복, 사랑, 보상 등 긍정적 감정에 관여하는 3종의 신경섬유(slMFB, imMFB, SPT)를 새롭게 찾아냈다”고 말했다. 조 소장에 따르면 이 신경섬유의 존재는 감정 이상 질환을 수술로 치료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되기 때문에 전 세계 뇌 연구자들 사이에서 큰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백선하 서울대 신경외과 교수는 이번 발견에 대해 “뇌 질환 치료에 혁명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약물로도 치료가 안 되는 심한 우울증이나 강박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라고 말했다.
   
   조장희 박사팀은 최근 초고해상도 촬영 기기인 7T(테슬라·1T는 지구 자기장의 5만배 세기) PET-MRI를 이용해 살아있는 사람의 뇌를 가로 세로 1㎜ 단위로 촬영해 3차원으로 복원, ‘뇌 백질 지도(7T Brain White Matter Atlas)’를 완성했다. 이를 통해 기존에는 보이지 않았던 세세한 혈관과 신경줄기들을 볼 수 있게 됐고, 존재와 기능이 막연히 알려져 있던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섬유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냈다고 조장희 박사는 말했다.
   
   이로써 가천대는 또 한 번 세계 최고의 뇌 영상 기술력을 입증했다. 가천대는 2011년에 세계에서 가장 선명한 ‘뇌 지도(7T Brain Matter Atlas)’를 완성한 바 있다. 이번 뇌 지도 영상은 2년 전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초고해상도 이미지다. 2년 전 완성한 뇌 지도는 ‘회백질(gray matter·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부분으로 회색을 띤다. 대부분 대뇌피질에 분포) 지도’이고, 이번에 완성한 뇌 지도는 ‘백질(white matter·신경섬유가 모여 있는 부분으로 흰색을 띤다. 대뇌와 소뇌에서는 안쪽에 분포하나 간뇌와 연수에서는 백질이 대부분) 지도’다. 뇌 회백질 지도는 뇌의 치밀한 구조를 보여주는 데 그쳤다면, 뇌 백질 지도는 신경의 기능적인 연결망까지 보여준다. 미국의 존스홉킨스대학에서 완성한 뇌 백질 지도보다 한결 또렷하다.
   
▲ 가천대 조장희 석좌교수
조장희 박사는 이번 뇌 신경섬유 네 개의 발견 성과를 “4월 말 미국 남가주대학, 5월 말 독일 하이텔베르크대학 등에서 발표할 예정이며, 이후 본격적으로 관련 논문을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가주대학에서는 세계 3대 신경과 의사이자 ‘스피노자의 뇌’의 저자인 안토니오 다마지오를 만나기로 돼 있다고 했다.
   
   조 박사는 이번 발견과 관련 “사람이 어떻게 울고 웃고 기분이 좋고 나빠지는지 등 감정의 작용을 알아낼 수 있는 근거를 찾은 셈”이라며 “신경정신병을 수술로 치료할 수 있는 ‘사이코 서저리(psycho surgery)’의 시대로 막 접어들었다. 이 뇌 지도가 사이코 서저리에 획기적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이번 발견의 의의를 밝혔다.
   
   조장희 박사는 영문으로 된 200여장의 PT 자료를 넘겨가며 이번 연구 성과를 설명했다. 뇌 영상 부문 세계 최고의 전문가이자 한국 뇌과학의 대부로 불리는 조 박사는 78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열정이 넘쳤다. 이번에 완성된 뇌 백질 지도는 그의 세심한 손길을 하나하나 거쳐 탄생했다. 조 박사가 직접 뇌 슬라이드 영상과 PT 자료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번 연구 성과는, 2009년에 행해진 한 독일인 의사의 수술이 계기를 제공했다.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두개골에 구멍을 내 전극을 심는 ‘뇌심부자극술(DBS)’ 치료 과정에서 신경섬유다발의 한 부분을 건드리자 환자가 갑자기 낄낄거리며 웃음을 터뜨린 사례가 보고된 것이다. 조장희 박사는 이 보고를 접하고, 그 부위에 인간의 감정 조절과 관련된 신경섬유가 숨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해 해당 부위를 집중 분석했다. 1㎜ 단위로 촬영된 고해상도의 뇌 사진 수십 장을 가지고 가로 세로 퍼즐 맞추듯 추적했고, 그 결과 과거의 흐릿한 뇌 사진으로는 보이지 않던 네 가지의 신경섬유 존재를 발견하게 됐다.
   
   조장희 박사가 발견한 네 가지의 신경섬유 다발들이 각각 구체적으로 어떤 감정 기능에 관여하는지에 대해서는 딱 떨어지게 밝혀진 단계는 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조장희 박사는 “ATR은 화나 분노, 우울이나 슬픔 등 부정적 감정에 주로 관여하는 신경섬유로 추정되고, 나머지 세 개(slMFB, imMFB, SPT)는 긍정적 감정에 관여하는 신경섬유로 추정된다. 긍정적 감정에 관여하는 세 개의 신경섬유가 담당하는 감정의 종류가 조금씩 다르다. 현재는 대략적으로만 파악한 단계다. 과거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밝혀야 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인간의 뇌에서 감정의 중추는 대뇌의 변연계로 알려져 있다. 이 변연계는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 기쁨과 슬픔, 분노와 행복 등 다양한 감정을 관장하는 신경망이 고리처럼 연결돼 있다. 각각의 신경줄기 다발이 담당하는 감정의 종류를 알면 감정을 수술로 다스리거나 치료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뇌심부자극술(DBS)’을 통해서다. 뇌 질환의 원인이 되는 뇌 기저부의 이상 부분에 전극장치를 삽입한 후 신경회로를 자극하는 이 시술은 신경외과에서 널리 시행 중이다. 특히 파킨슨 질환자들에게 획기적 치료 성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 가천대 김영보 교수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뇌’에는, ‘최후 비밀’이라고 불리는 뇌의 쾌락 중추에 전극을 심어 쾌락 감도를 외부의 제3자가 조절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2002년에 출간된 이 소설은 당시까지 뇌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쓰여졌다. 소설에는 쾌락 중추의 정확한 위치를 몰라 해당 부위 부근의 뇌를 여기저기 마구 쑤셔대는 대목이 있다. 베르베르가 이 소설을 조장희 박사팀의 이번 발견 이후에 썼다면 스토리의 일부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가천대 김영보 교수는 “쾌락 중추에 전기를 흘려 쾌감을 느낀다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뇌’는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니다. 현재의 의료 기술만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며 동물실험은 이미 많이 했다”고 말했다.
   
   “과거의 뇌 수술은 뇌종양이나 뇌출혈처럼 외과 수술의 개념이었다. 지금은 ‘사이코 서저리’, 즉 정신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치료하는 게 가능하다. 뇌의 어떤 부분이 어떤 정신작용을 담당하는지를 알면 공포증이나 악몽 등을 지울 수도 있다. DBS 시술이 상당히 발전했다. 과거에는 문제 부위에 전극을 한 번 꽂아서 지지면 끝이었다. 이 시술은 한 번 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기자극을 낮추고 높이는 식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효과가 없으면 전극을 빼버리면 된다. 수술도 용이해지고 위험 부담도 적어져서 DBS에 도전하는 의사가 많아졌다.”
   
   김영보 교수는 “과거의 뇌 지도가 기차 철로처럼 단선적이었다면, 현재의 뇌 지도는 항공망처럼 입체적이다. 다시 말해 과거에는 뇌의 어떤 부위에서 무슨 기능을 하는지를 밝혀내는 데 머물렀다면, 지금은 그 기능과 관련된 연결망을 알아낸 셈이다”라고 했다. 뇌의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 그 질환을 관장하는 뇌의 주요 부위가 아니라 그 부위를 연결하는 신경섬유를 이용하면 된다는 얘기다. 한 도시를 폭파하기 위해 해당 도시로 진입하는 다리를 폭파하는 격이다. 기쁨이나 슬픔, 웃음과 울음 등과 관련된 감정을 치료하기 위해 이번에 발견된 신경섬유를 자극하면 되는 것이다.
   
   이번 뇌 지도 발견의 일등공신은 가천대가 보유하고 있는 ‘7T PET-MRI’다. ‘페트(PET)’는 양전자 방출방식을 이용해 뇌의 기능을, ‘MRI(자기공명영상)’는 자기장을 이용해 뇌의 구조를 찍는 장비다. 가천대 뇌과학연구소 지하 2층에는 7m 거리를 두고 PET와 7T MRI가 마주 보고 서 있다. 가천대팀은 한 부분의 뇌를 양쪽 기계에서 번갈아가며 찍은 후 두 장을 융합해 뇌기능까지 보이는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 이번에 새롭게 발견된 신경섬유 SPT 사진. 살아있는 사람의 뇌를 종단면으로 촬영한 이미지(위쪽 오른편)에 특수 프로그램 DTI를 이용하면 신경섬유의 방향에 따라 다른 색으로 표현된다(위쪽 왼편). 아래는 뇌의 시상 부분을 횡단면으로 촬영한 이미지로, 1mm 단위로 촬영하자 숨어있던 신경섬유 SPT가 선명하게 나타난다. 조장희 박사에 의하면 SPT는 긍정적 감정을 관장하는 고리에 해당하는 신경섬유다.
연구용 MRI의 성능은 자기장의 출력과 비례한다. 자기장의 출력이 높을수록 선명한 뇌 지도를 찍을 수 있다. 현재 개발된 MRI 중 가장 출력이 높은 것은 7T. 전 세계에 40대 정도 있는데 국내에서는 가천대 뇌과학연구소 한 곳만 이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미국 NIH에서 11.7T MRI를 개발 중이고 가천대는 이보다 정밀한 14T MRI를 개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7T MRI는 지구 자기장의 35만배 세기에 달하는 자기장을 내뿜기 때문에 차단막이 필수다. 이 장비는 70㎝ 두께의 차폐벽으로 둘러싸인 방 안에 설치돼 있다. 이 방 제작에만 20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7T PET-MRI를 보유했다고 누구나 가천대처럼 선명한 뇌 지도를 찍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뇌 촬영의 핵심 기술은 ‘코일’에 있다. 뇌를 찍기 위해 머리에 뒤집어쓰는 코일은 전파를 주고받는 안테나 역할을 한다. 얼마나 정교한 전파를 주고받느냐에 따라 뇌 사진의 선명도가 결정된다. 이 코일은 가천대 엔지니어링팀이 수제작으로 만든다. 코일에 들어가는 손톱만 한 부품 한 개가 수십만원에 달하고 한 개의 코일을 제작하는 데에는 한 달 이상이 소요된다. 가천대 김영보 교수는 “3T PET-MRI까지는 누가 찍어도 영상이 균등하게 나오지만, 7T 이상은 코일 제작을 별도로 해야 한다. 최고 기술을 보유한 코일 제작팀은 세계에서 하버드대, 미네소타대, 우리 단 세 곳뿐이다. 미국의 펜실베이니아대, 피츠버그대, 독일의 율리히연구소를 비롯해 7T를 보유하고 있는 40군데의 연구소 중 10여곳이 우리가 제작한 코일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가천대 뇌과학연구소의 연구 시설과 성과는 세계적 수준이다. 특히 뇌 영상 분야에서는 선진국보다 3년 이상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하 2층, 지상 5층으로 된 연구소에는 50여명의 연구원이 상주하고, 세계적 석학들과 산업계와 의료계 등 뇌 과학 연관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수시로 들락거린다. 기자가 방문한 전날, 기능성 MRI(fMRI)의 창안자인 일본인 오가와 세이지 박사가 다녀갔다고 했다. 인지신경과학과 뉴로마케팅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오가와 박사는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 거론된다. 김영보 교수는 “5년 전부터 과학기술부 WCU(World Class University 사업) 프로그램으로 오가와 박사와 함께 연구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고 말했다.
   
   가천대 뇌과학연구소는 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의 통 큰 투자와 조장희 석학교수의 실력과 뚝심, 김영보 교수의 열정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국내에 뇌 과학 연구에 대한 인식이 미미하던 2004년, 이길여 총장은 사재 1000억원을 쾌척해 뇌과학연구소를 만들었다. 세계적 뇌 과학자로 평가받으면서 미국에서 교수로 활동 중인 조장희 박사를 이길여 총장이 파격적 조건으로 영입하고 조장희 박사와 김영보 박사가 손을 잡으면서 뇌과학연구소를 이끌어갈 핵심 군단이 꾸려졌다. 전자공학과 물리학을 전공한 조 박사는 뇌 영상을, 신경외과 의사인 김영보 박사는 영상 장비로 촬영된 이미지로 뇌 질환을 연구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뇌’에서 “뇌는 생각들이 항해하는 내면의 바다다”라고 표현했다. 그 넘실대는 내면의 바다에는 밝혀지지 않은 비밀이 가득하다. 뇌의 비밀을 알기 위해서는 뇌 지도가 필요하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 또 그들의 연결망을 아는 것이 뇌의 비밀을 푸는 열쇠다. 가천대는 세계에서 가장 선명한 뇌 지도 영상을 통해 뇌의 비밀을 하나둘 풀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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