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신형 방사포와 유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WS-1 다연장로켓.
북 신형 방사포와 유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WS-1 다연장로켓.

지난 5월 18일 오전 8~11시 동해상에 배치돼 있던 해군 이지스함 율곡이이함의 SPY-1D 레이더는 강원도 원산 인근 호도반도에서 단거리 발사체 2발이 발사돼 날아가는 모습을 포착했다. 이들 발사체는 원산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140~150㎞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떨어졌다.

군 당국은 당초 이들 발사체가 KN-02 지대지 미사일을 개량한 KN-09 신형 지대지 미사일(최대 사거리 160여㎞)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했다. KN-02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가 120여㎞여서 150㎞를 날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북한이 동해상에서 시험한 발사체들은 KN-02 지대지 미사일 또는 KN-01 지대함 미사일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북한이 보유한 장거리 로켓은 최대 사거리가 65㎞여서 로켓일 가능성도 낮았다.

하지만 첫 발사 몇 시간 뒤 미군은 흥미로운 사진을 우리 군 당국에 제시했다. 미 정찰위성이 찍은 사진에는 이동식 발사차량에 대형 발사관 4개가 장착돼 있었다. 방사포(다연장로켓)와 흡사한 형태였다. 하지만 북한이 보유한 방사포(107㎜·122㎜·240㎜)들보다 발사관 직경이 큰 대신 발사관 숫자는 적었다. 기존 북한의 방사포 발사관은 12~40개가 한 묶음으로 돼 있다.

그동안 탈북자 증언 등을 통해 첩보로만 떠돌았던 직경 300㎜ 이상의 대구경 신형 방사포가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었다. 당초 단거리 미사일로 판단했던 우리 군 당국도 신형 방사포라는 미국 측의 입장에 이내 동의했고, 북한이 쏜 발사체는 한·미 간에 신형 방사포로 결론지어졌다.

북한은 5월 18일에 이어 20일까지 연 사흘 동안 총 6발의 신형 방사포를 쐈고 이들은 130~150㎞를 비행했다. 시험사격을 할 때는 보통 최대 사정거리의 70~80% 이하 수준으로 쏘기 때문에 이들의 최대 사정거리는 180~20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의 신형 방사포 성능은 아직까지 자세히 확인된 것이 없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중국제 다연장로켓인 WS-1, WS-1B, WS-2 등이다. 이들은 중국이 러시아제 BM-30 ‘스메르시’ 300㎜ 다연장로켓(12연장)을 수입해 독자적 모델로 발전시키고 일부 수출까지 한 것들이다. WS-1은 302㎜ 로켓 4발을 이동식 발사차량에 실어 움직이는 형태다. 최대 사거리는 100㎞이고 1990년대 초반에 등장했다. WS-1B는 이를 개량, 사거리를 180㎞로 늘린 것으로 북한의 신형 방사포는 이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WS-2는 직경 400㎜ 로켓으로 최대 사거리는 200㎞에 달한다.

WS-1B 로켓은 최대 속도 마하 5.2(음속의 5.2배)로 길이 6.37m이고 탄두중량은 150㎏이다. 최대 비행고도는 60㎞ 정도다. 중국은 이들 로켓과 러시아제 ‘스메르시’ 개량형들을 외국에 수출해왔기 때문에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밀수입했거나 제3국을 통해 도입한 뒤 이를 모방 생산하거나 개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군 당국은 북한의 신형 방사포가 아직 실전배치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이르면 연내에 실전배치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럴 경우 한·미 군 당국은 KN-02·스커드·노동 등 기존 지대지 미사일과는 다른 차원의 새로운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미사일과 로켓은 자체 추진력으로 목표물에 도달한다는 점에선 비슷하지만 미사일엔 정밀한 유도장치(센서)가 있어 정확도가 높다. 반면 로켓(방사포)은 보통 유도장치가 없어 정확도가 떨어진다. 또 미사일엔 로켓보다 많은 폭약을 실을 수 있어 파괴력도 크다. 하지만 미사일은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수천 발씩 대량으로 발사하기 힘들다. 북한이 보유한 지대지 미사일은 종류별로 모두 합쳐도 1000여발 수준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로켓은 수천 발 이상 대량으로 발사가 가능하다.

지금까지 북 방사포 중 가장 사정거리가 긴 것은 240㎜로 65㎞였다. DMZ(비무장지대) 인근에서 수도권까지만 사정권에 들어갔다. 240㎜ 방사포는 M-1985와 M-1991 두 종류가 있고, 북한군 군단 예하 포병부대에서 집중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M-1985 240㎜ 방사포는 1985년 미 정보기관에 의해 처음 포착됐다. 일본 이스즈사의 트럭을 차체로 사용하고 있고 12개의 발사관을 탑재하고 있다. 1991년에 미 정보기관에 의해 발견된 M-1991 240㎜ 방사포는 M-1985에 비해 로켓포 발사관이 10개 늘어나 22개의 발사관을 갖고 있다. 이들 240㎜ 로켓탄은 포탄과 로켓 추진체를 포함한 무게가 400㎏ 이상이어서 기중기를 이용해 방사포에 장전한다.

주한미군의 두뇌이자 심장부인 오산·평택 기지, 육·해·공 3군 본부가 모여 있는 충남 계룡대, 주요 공군기지는 지대지 미사일로는 타격이 가능했지만 이들 방사포로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제 수백, 수천 발의 로켓을 한·미 양국 군의 심장부에 퍼부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로켓에 유도장치까지 장착하면 위협의 강도는 훨씬 높아진다. 미국·러시아·중국·유럽 등 무기 선진국들은 로켓에 유도장치를 달아 미사일에 버금가게 정확도를 높인 유도로켓을 개발했거나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도 230㎜ 차기 다연장로켓 ‘천무’용으로 유도로켓을 개발 중이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아직 유도로켓까지 개발하지는 못했지만 개발하고 있을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신형 방사포 등장에 따라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군내에선 우선 정밀타격 무기 도입을 늘리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 방사포보다 정확도가 높은 차기 다연장로켓 ‘천무’를 비롯, 사거리 100㎞의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 전투기에서 투하하는 국산 GPS 활공유도 폭탄 및 JDAM(합동직격탄) 등이 있다. 노출된 공간에 광범위하게 배치된 북 방사포에 대해선 수백 개의 자탄을 가진 확산탄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방사포는 사실상 선제타격이 어렵고, 개전 후 단시간에 무력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핵심 전략시설 방어용으로 날아오는 방사포탄들을 직접 맞혀 파괴할 수 있는 요격수단 확보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여기엔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 미사일, 미국의 ‘센추리온’ 대공포, 미국의 THEL 레이저 무기 등이 있다.

유용원 조선일보 군사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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