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헬기항모 이즈모 ⓒphoto 로이터
일본 헬기항모 이즈모 ⓒphoto 로이터

“한국형 경(輕)항공모함 시대가 열렸다.” “아시아 최대의 상륙함 진수되다.” 2005년 7월 우리 해군의 대형상륙함(수송함)인 독도함이 진수됐을 때 중국이나 일본 언론이 대서특필했던 내용이다. 양국의 언론은 독도함이 경항공모함과 다름없다며 우리나라의 해군력 증강을 경계하고 나서, 독도함이 진짜 경항모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로부터 8년여가 흐른 지난 8월 6일 일본 도쿄 인근 요코하마 조선소에선 아베 신조 총리와 더불어 일본 정권의 투 톱이자 ‘나치 망언’의 장본인 아소 다로 부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전후 최대의 해상자위대 전투함인 22DDH ‘이즈모’ 진수식이 열렸다. 약 1200억엔(약 1조3500억원)을 들여 건조된 이즈모의 공식 명칭은 호위함이지만 헬기는 물론 F-35B와 같은 수직이착륙기도 탑재할 수 있는 경항모다. 이즈모는 태평양전쟁 때 일제 해군 제3함대 기함 이름을 그대로 딴 것이다. 이즈모는 1937년 중국 상하이에 파견돼 포격을 하고 중국 어뢰정의 공격에도 살아남았던 전설적 존재다.

이즈모는 일본 언론이 그렇게도 호들갑을 떨었던 독도함에 비해 훨씬 크고 많은 항공기를 탑재할 수 있다. 기준 배수량 1만9500t, 만재 배수량 2만7000t이고 길이는 248m, 폭은 38m에 달한다. 반면 독도함은 길이 199m, 폭 31m의 비행갑판을 갖고 있고 기준 배수량은 1만4500t이다. 이즈모가 독도함에 비해 기준 배수량은 5000t, 갑판 길이는 50m가량 무겁고 큰 것이다. 외형상 헬기 항모로 분류되는 이즈모에는 최대 14대의 대잠헬기 등 각종 헬기가 탑재될 수 있지만 독도함에는 최대 6대의 헬기가 이착륙할 수 있다.

이즈모와 독도함은 기본적인 용도도 다르다. 이즈모는 갑판을 일부 개조하면 미국의 신형 수직이착륙기인 F-35B도 운용할 수 있는 경항모이지만 독도함은 상륙작전 지원을 주목적으로 하는 다목적 대형 상륙함이다. 이즈모는 일본 해상자위대가 2척을 보유하고 있는 헬기항모 16DDH ‘휴우가’급에 비해서도 크고 강력한 능력을 갖고 있다. 휴우가급은 길이 197m, 기준 배수량 1만3500t이며 최대 11대의 헬기 탑재가 가능하다. 이즈모의 비행갑판은 휴우가급에 비해 30% 이상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즈모는 휴우가급에는 없는 몇 가지 시설도 갖추고 있다. 다량의 항공유를 적재할 수 있는 약 80만갤런 용량의 연료탱크가 설치돼 있는데 이는 헬기 연료 공급을 위한 것은 물론 F-35B와 같은 함재기의 탑재까지 고려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성 간부들을 위한 방도 90여개나 설치돼 있는데 이 또한 향후 함재기 운용 시 조종사 등을 수용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즈모에는 헬기는 물론 F-35B, MV-22 수직이착륙기 등까지 운반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도 설치돼 있어 유사시 강력한 상륙작전 지원 능력도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일본은 최근 미·일 연합훈련을 통해 이즈모보다 작은 ‘휴우가’급에서 미 해병대의 MV-22를 엘리베이터로 운반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었다. 일본은 이즈모와 같은 형의 22DDH 2번함을 건조 중이며 내년에 진수할 예정이다.

이즈모는 지난해 진수된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함보다는 작다. 랴오닝함은 만재 배수량 6만7500t, 길이 300m, 폭 73m로, J-15전투기 등 고정익기 26대, 헬기 24대 등 40여대의 함재기를 탑재할 수 있다. 이즈모는 세계 각국의 경항모에 비해선 앞서거나 뒤처지지 않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경항모는 배수량 9만t이 넘는 미국의 니미츠급 대형 항공모함은 물론 4만~6만t급 중형 항공모함보다 작다. 중국의 랴오닝함은 중형 항모로 분류된다. 경항모는 2000년대 들어 다목적 헬기 및 상륙전력까지 탑재하는 강습상륙함 용도 등도 겸하는 다목적함으로 세계 각국에서 건조되고 있다.

이즈모는 경항모 강국인 스페인의 경항모들보다 크거나 비슷하다. 1988년 취역한 스페인의 프린시페 데 아스투리아스(Principe De Asturias)함은 만재 배수량 1만7000t급의 경항모다. 길이 195.9m, 폭 24.3m로 760여명의 승조원이 탑승한다. 6~12대의 수직이착륙 해리어기와 6~10대의 SH-3 시킹 헬기 등 20여대의 함재기를 탑재한다. 길이 46m, 경사각 12도의 스키점프 이륙갑판을 장착하고 있다. 스키점프 갑판은 스키점프대처럼 앞쪽 끝부분이 위로 불룩 솟아 있는 것으로, 함재기들이 보다 많은 폭탄·미사일 등을 달고 이륙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즈모도 이 스키점프 갑판을 설치하면 F-35B나 해리어 등 고정익기를 운용할 수 있다.

스페인은 2010년엔 상륙작전을 위한 강습 상륙함으로 활용하다 필요할 경우 경항모로도 운용할 수 있는 후안 카를로스1세(Juan CarlosⅠ)급을 취역했다. 후안 카를로스1세급은 길이 230.8m, 만재 배수량 2만7514t에 달한다. 프린시페 데 아스투리아스에 비해 배수량이 1만t이나 커졌다. 이즈모는 후안 카를로스1세급과 만재 배수량은 비슷하지만 길이는 18m가 더 긴 셈이다. 후안 카를로스1세급은 상륙작전 수행을 위해 LCM 4척 또는 공기부양 상륙정 LCAC 1척을 함미의 대형 도크에 탑재할 수 있다. 상륙작전 헬기는 물론 AV-8B 해리어기도 싣는다.

이즈모는 스페인 못지않은 경항모 강국인 이탈리아의 신형 경항모와도 어깨를 나란히 한다. 2009년 취역한 최신예 경항모 카보르(Cavour)는 길이 235.6m, 만재 배수량 2만7000t의 대형 함정이다. 경사각 12도의 스키점프 이륙갑판을 갖추고 있다. AV-8B 해리어 8대와 EH-101 헬기 12대를 싣고 다닐 수 있고 미국의 F-35B도 탑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오스트레일리아도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새로 건조한 경항공모함 및 강습상륙함과 비슷한 캔버라(Canberra)급 강습상륙함 2척을 건조 중인데 길이 230.8m, 만재 배수량 2만7500t급으로 이즈모보다 길이는 짧고 만재 배수량은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일본·중국의 항모 경쟁과 세계적인 경항모 건조 추세를 감안할 때 현재 건조가 추진 중인 독도급 2번함은 본격적인 함재기 운용능력을 갖춘 경항모를 염두에 두고 독도함보다 크게 건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유용원 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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