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스트라타시스가 캐나다의 콜 이콜로직과 함께 개발한 세계 최초의 3D프린팅 자동차 ‘어비(Urbee)’. 아래가 모형이고 위가 완성차. ⓒphoto 콜 이콜로직 홈페이지
미국의 스트라타시스가 캐나다의 콜 이콜로직과 함께 개발한 세계 최초의 3D프린팅 자동차 ‘어비(Urbee)’. 아래가 모형이고 위가 완성차. ⓒphoto 콜 이콜로직 홈페이지

‘3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3D프린터 시장을 선점하려는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미국과 유럽은 지난 20여년간 민간 차원에서 축적된 3D프린터 관련 노하우를 기반으로 최근 정부가 강력한 육성의지를 표명, 집중투자에 나서면서 후발 주자들과의 격차를 더 벌려 나가는 모양새다.

일본과 중국의 경우, 민간 차원의 뒤처진 기술력을 정부 주도로 뒤따라 잡고 있다. 정부의 장기적 안목과 체계적인 정책적 뒷받침이 민간 부문의 활성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가 의지를 보이면서 민간이 체계를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걸음마 수준이다. 이제야 3D프린팅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직 관련학계 등 일각의 주장으로 치부하는 기류가 강하다. 정부가 조금씩 관심을 보이고 있다지만, 민간 부문은 3D프린터가 몰고 올 태풍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3D프린터는 예전에는 RP(Rapid Prototyping)라고 불렸으나 최근 ASTM(미국재료시험학회)과 ISO의 공식 명칭은 AM(Additive Manufacturing)이다. 3D프린터는 대중적인 용어다.

3D프린터 업계의 대표적 시장 보고서인 홀러스(Wohlers) 리포트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전 세계에 설치된 3D프린팅(AM) 장비는 총 5만6856대이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38%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일본(9.7%), 독일(9.4%), 중국(8.7%) 등이 뒤따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2.3%로 8위다.

미국, 유럽, 중국 등 각국 정부는 3D프린팅 기술이 제조업을 혁신할 것으로 기대되자 지난해부터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시작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3D프린팅 기술에 집중 투자해 중국을 비롯, 아시아로 넘어간 제조업을 미국으로 불러들이는 동시에 첨단산업 위주로 국가 체질을 바꾸어놓겠다는 계획이다. 유럽, 중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중국 등 각국 정부의 지원은 3D프린팅의 성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2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연두교서를 통해서 3D프린팅산업을 강하게 지원하는 발언을 했고 미국을 3D프린팅 허브로 육성할 의지를 밝혔다. 중국 역시 올해의 전략적 R&D 투자로 3D프린팅산업을 꼽고 있다.

글로벌 차원의 ‘3D프린터 붐’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1984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3D프린터를 개발한 미국은 3D프린터의 ‘종주국’으로 불린다. 세계 3D프린팅 시장을 선도하는 스트라타시스, 3D시스템스 등 주요 기업 상당수가 미국에 포진하고 있다.

주요 기업 간 인수합병(M&A)이 활발히 진행돼 공룡급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3D시스템스는 지난 7월 17일 프랑스의 금속 3D프린팅 업체 ‘피닉스 시스템’을 인수했다. 세계 시장 1위인 스트라타시스도 작년 말 2위 업체인 오브제(Objet)와 인수합병을 완료해 ‘공룡’으로 우뚝 섰다.

최근에는 GE, 보잉 등 대기업들도 3D프린팅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추세다. 자동차나 항공기 부품을 3D프린터로 제조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GE는 3D 전문기업인 모리스테크놀러지 등 2개 기업을 인수해 별도의 연구센터를 설립, 2020년까지 10만종류의 제트엔진 관련 부품을 생산하기로 확정했다. 보잉은 3D프린터로 군용기·여객기의 2만2000여개 부품을 만들어 공급할 방침이다.

미국은 기업뿐만 아니라 학계의 기여도도 매우 높다. MIT·하버드 등을 비롯해 수십여 개 대학이 이미 3D프린팅 기술 연구에 돌입했다. 특히 MIT는 팝팹(PopFab)이라는 손으로 들고 다니는 서류가방에 들어갈 작은 3D프린터까지 개발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내놓았다.

유럽연합(EU)은 저성장 기조와 실업률 문제를 해결할 최대의 기회로 3D프린터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EU는 첨단기술 육성을 통해 2020년까지 GDP(국내총생산) 내 제조업 비중을 20%까지 늘리는 프로젝트에 3D프린팅을 중점과제로 내세웠다.

학계, 기업계, 개인 디자이너를 막론하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유럽은 특히 네덜란드의 선전이 눈에 띈다. 3D프린터 기업의 ‘표본’으로 평가받는 ‘셰이프웨이스(Shapeways)’는 유럽 전역으로 세력권을 넓혀 나가고 있다.

독일의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국제 생명공학 전시회를 통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3D프린터로 만든 인공혈관을 공개해 학계에 충격을 줬다. 영국은 소재 다양화로 3D프린터 사용 분야를 넓혀 가고 있다. 지난 5월 12일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특별 제작된 3D프린터로 살아 있는 세포조직과 유사한 물질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이 물질은 의료 목적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중국은 정부의 강력한 육성 정책 아래 3D프린팅산업의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다. 노동집약에서 첨단기술로 전환하는 계기를 3D프린터가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과학기술부는 올해 처음으로 3D프린팅 기술을 ‘국가 하이테크기술 연구발전 계획’에 포함시켰다. 산업정보화부는 3D프린팅산업의 발전 방안을 연구하고 있고, 국가 중점 프로젝트와 결합한 산·학·연 공동 연구를 추진 중이다.

중국은 지방정부마다 경쟁적으로 3D프린팅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등 3D프린팅산업 육성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장쑤성 쿤산(昆山)에는 20여개의 3D프린터 개발사와 연구소가 밀집해 있다.

스트라타시스의 조너선 자글럼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사장은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거액을 투자해 상하이에 법인을 설치하고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세계 73개국에서 3D프린터가 판매되고 있지만 중국은 그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라고 평가했다.

일본은 최근 아베 신조 총리가 한국 기업과의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진 자국 제조산업 육성에 1조엔(약 11조5425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직접 기업 및 대학과 손잡고 차세대 3D프린터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일본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의료분야 기술개발 및 제품 확산에 나서고 있다. 로봇 개발업체 스기우라 기계설계사무소는 합성수지를 활용한 로봇 팔을 생산하고 있다. 의료기기 전문업체 파소텍은 의료기구, 틀니 등을 3D프린팅을 통해 생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뒤늦었지만 정부가 3차 산업혁명을 유발할 기술로 주목받는 3D프린팅산업 육성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산·학·연과 함께 지난 7월 8일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새로운 제조업 패러다임을 주도할 핵심분야로 부상 중인 3D프린팅산업 육성을 위한 ‘3D프린팅산업 발전전략 포럼’ 발대식을 개최했다.

국내 제조사에서도 제품 개발주기 단축, 보안성 강화 등을 위해 3D프린터의 활용사례와 분야가 확대 중이지만 SW, 하드웨어, 소재 등 핵심분야 대부분을 외산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포럼을 통해 도출된 발전방안을 공청회 등을 통해서 보완하고 관계부처 간 추가적 협의를 거쳐 3분기까지 정책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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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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