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예방 백신 맞으셨어요?” 부쩍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부는 9월 25일 오후, 서울 동작구 GF소아청소년과 손용규 원장은 기자와 만나자마자 독감 예방접종 여부를 물어왔다. 진찰대에서 손 원장이 꺼내든 것은 마치 뿌리는 비염약처럼 생긴 작은 용기. 손 원장은 기자의 양쪽 코에 백신 용기를 대고 한 번씩 분사했다. “끝났습니다.” 백신을 맞는 데 걸린 시간은 채 5초도 되지 않았다. 코 점막에 액체를 분사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통증이 있을 리가 없고, 주사로 인한 부작용은 더욱 없다. “요즘 소아청소년과에서는 주사를 무서워하는 아이에게는 이 방법으로 예방접종을 받기를 많이 권유해요. 2012년에 대한소아과학회가 배포한 ‘예방접종지침서’에서도 권장하는 방법입니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보건소와 병원에는 독감 예방 백신을 접종하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보면 작년 한 해 독감, 즉 인플루엔자로 인해 입원 및 통원 치료를 받은 사람은 모두 50만여명.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9세 이상 성인의 독감 예방접종률은 32.7%다. 19세 이하 유아·청소년의 접종률은 조금 더 높은 수준이라 47.3%에 달한다. 올해 독감 예방 백신은 이미 8월 말에 배포돼 전국 보건소 및 병·의원에서 접종이 시작된 상태다.
손용규 원장은 독감 예방 백신은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10월 내로 맞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미 10월만 돼도 독감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시작하죠. 주사로 맞는 백신은 3~4주 후에 예방 효과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빨리 맞으면 맞을수록 좋아요.” 보건소에서는 백신 비용만 지불하고 접종할 수 있지만 손 원장은 가급적 병·의원에서 백신 접종을 할 것을 권유했다. “비용은 1만~2만원 정도 더 비싸지만, 접종 전에 알레르기 반응뿐 아니라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상태인지를 면밀하게 진찰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접종하려면 오래 기다려야 하는 보건소 등에서는 어르신들 같은 경우 백신 맞으러 갔다가 병 얻어서 온다고 하잖아요.”
독감 예방접종 방법도 최근에는 다양해졌다. 지금까지는 주삿바늘을 통해 혈관에 백신을 주입하는 형식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코 점막을 통해 백신을 분사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녹십자가 미국 메드이뮨사에서 도입한 ‘플루미스트’라는 제품이 대표적인데, 기존 독감 백신보다 예방 효과가 더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며 2003년 이후 5000만 도즈 이상이 접종에 사용됐다. 손 원장은 “주사를 맞는다는 느낌이 없기 때문에 효과에 의아해 할 수도 있겠지만, 연구 결과를 보면 특히 영유아에 대해서는 항체 형성률이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편리성이나 효과 양면에서 우수한 제품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최소한 소아청소년과에서는 이 같은 방식의 접종이 주를 이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독감 예방접종이 가장 필수적인 예방접종으로 여겨지는 데 비해 정부 지원은 없는 편이다. 국가부담사업참여(NIP) 의료기관에서는 필수 예방접종을 국비 지원으로 저렴하게 받을 수 있지만, 독감 예방접종은 필수 예방접종에 해당하지 않는다. 손 원장은 “2010년에 뇌수막염 예방접종도 필수 예방접종으로 포함됐는데, 독감 예방접종만 유일하게 빠져 있는 것은 잘못”이라며 “최소한 노인, 영유아 등 우선 접종 대상자에 대해서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