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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304호] 201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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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의 상하이 통신]‘어서어서’와 ‘오소오소’ 상하이 방언에 숨은 한국어

박승준  상하이 푸단대학 국제문제연구원 한반도연구소 방문교수 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 

중국 상하이에는 10만명 가까운 한국인이 살고 있다. 상하이 중심가 서쪽의 구베이(古北) 지역에 많이 거주한다. 1992년 한·중 수교가 이뤄진 이래 22년이 흐르는 동안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상하이에 한국인이 거주하면서 한국인과 상하이 사람들은 한국어와 상하이 말 사이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우선 중국 표준어로 ‘상하이(上海·shanghai)’라고 발음되는 이 도시의 명칭이 상하이 방언으로는 ‘상해(shanghae)’에 가깝게 발음된다는 걸 알았다. 이 도시 이름을 상하이 방언으로 읽으면, 거의 한국어 발음과 비슷하다는 점을 알게 된 것이다. ‘상하이 사람’을 뜻하는 ‘上海人’의 상하이 방언 발음도 ‘상해닌(shanghae nyn)’으로, 중국 표준어의 ‘상하이런(shanghai ren)’이라는 발음보다는 한국어 발음 ‘상해인(shanghae yin)’과 더 가깝다는 점을 알게 됐다.
   
   놀라운 점은, 상하이 방언에는 한자로 표기하지 못하는 많은 단어들이 있는데 그 가운데에는 한국어와 발음이 비슷한 용어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 단어가 우리말의 ‘어서어서’와 정확히 같은 뜻을 지닌 상하이 방언이 ‘osooso(오소오소)’라는 점이다. 중국 표준어로는 뜻으로 보아 ‘간진(幹緊)’이라고 풀이할 수밖에 없는 이 말을 한자의 발음만을 따서 ‘호소(毫燒)’ 또는 ‘아소(哦掃)’라고 적고도 있다.
   
   더욱 더 놀라운 점은, 상하이 사람들이 서로 간의 유대감을 확인하기 위해 즐겨 하는 ‘아라 상해닌(우리는 상하이 사람)’이라는 말에서 1인칭 복수 대명사인 ‘아라’라는 단어가 중국 표준어의 1인칭 복수인 ‘워먼(我們)’이라는 말보다 오히려 한국어의 ‘우리’라는 말과 더 가깝게 들린다는 말이다. 그래서 상하이에 사는 한국인들은 상하이 사람들과 ‘아라 상해닌’ ‘우리는 상해인’이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상하이의 네티즌들은 “표준어로 발음하기 어려운 상하이 방언은 차라리 한국어로 발음하는 것이 낫다”는 말도 유통시키고 있다.
   
   상하이 방언과 한국어의 공통점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강(江)이라는 한자를 북방에 있는 수도 베이징(北京)을 중심으로 한 중국 표준어로는 ‘장(jiang)’이라고 발음하지만, 상하이 방언으로는 정확히 우리말의 한자 발음과 거의 같은 음가를 지닌 ‘강(gang)’으로 발음한다. 중국 표준어에서 우리말의 ‘ㄱ’이라는 자음이 포함된 말, 예를 들어 ‘가(家)’ ‘교(敎)’와 같은 단어들은 중국 표준어음으로는 ‘자(jia)’ ‘자오(jiao)’로 발음되지만, 상하이 방언으로는 ‘가(ga)’ ‘가오(gao)’로 발음된다. 해당 한자의 상하이 방언 발음은 중국 표준어보다는 우리말의 한자 발음에 가까운 음가를 지닌 발음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필자의 전공은 언어학, 또는 비교언어학이 아니라 국제정치학이지만, 지금까지 ‘우랄알타이어’ 계통의 언어로만 알려져 있는 우리말의 기원을 과연 단순하게 ‘우리말은 우랄알타이어’라고만 말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해 의문을 던져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해 보면 한반도와 중국 대륙 간에는 지금까지 수천 년에 걸친 교류와 접촉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한국어와 중국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 생각이 닿게 됐다.
   
   상하이 방언과 한국어가 지니고 있는 공통 요소가 던져주는 미스터리에 밝은 해답을 준 것은 베이징대학 동방학과 자오제(趙杰) 교수가 쓴 ‘한국어의 귀속에 관한 새로운 탐구’라는 논문이었다. 이 논문에서 만주족 출신인 자오제 교수는 “한국어는 기본적으로 알타이어계에 속하지만, 상고(上古) 시기에 알타이어가 아닌 두 종류의 언어와 영향을 주고받았다”고 결론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자오제 교수는 그런 자신의 가설을 ‘언어접촉론’이라고 이름 짓고, “한국어는 그 바탕이 알타이어이기는 하지만, 고대에 인도의 쌀재배 문화가 드라비다어와 함께 중국 남부와 동부를 거쳐 한반도로 전해지면서 드라비다어의 영향을 받았고, 드라비다어는 한국어와 함께 중국의 오민(吳閩·지금의 상하이, 저장 浙江, 푸젠 福建) 지방의 언어에 영향을 주었다. 자오제 교수는 그 대표적 예로 한국어의 ‘쌀(ssal)’이라는 말이 고대 드라비다어의 ‘사루(saru)’에서 온 말이라고 적시했다.
   
   자오제 교수의 언어접촉론에 따르면 상하이 방언과 한국어의 공통점은 바로 고대에 한반도와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장강(長江) 삼각주 지역이 오랜 기간 문화 교류와 언어 접촉을 통해 두 지역의 언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만주족 출신으로 만주어와 한국어의 어원에 관해 많은 논문을 발표한 자오제 교수는 고대 한국어가 상하이 지방의 언어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지금의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황하(黃河) 하류 지방의 언어와도 영향을 주고받은 많은 흔적을 찾아냈다. 현대 중국어로는 ‘루(lu)’로 발음되는 한자 ‘로(路)’가 고대에 황하 유역에서는 ‘클락(klak)’이라는 음가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 클락이 현대 한국어의 ‘길’의 어원이 됐다고 보고 있다.
   
   또 영어로 ‘보트(boat)’라는 뜻을 가진 ‘촨(船)’이라는 말이 고대 황하 유역에서는 ‘픽(pik)’이라는 음가를 갖고 있었고, 그런 음이 현대 한국어의 ‘배(pe)’라는 음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을 것이라고 한다. 더구나 서쪽 오랑캐의 뜻을 가진 ‘룽(戎)’이라는 용어의 고대 황하 유역 사람들이 사용하던 음가는 ‘nom’으로 현대 한국어의 ‘놈’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자오제 교수는 지적하고 있다.
   
   필자는 자오제 교수가 제시한 한국어와 고대 중국어 사이의 접촉과 그 결과 한국어와 중국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주장을 지난 3월 상하이 외국어대학에서 열린 ‘고대 동아시아 문화 교류와 국제관계’ 세미나에 나가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일본에 병합된 1905년 이후 한국어가 일본어와 마찬가지로 알타이어계에 속한다는 이론이 지나치게 강조된 경향이 있다”고 제시했다. 이와 함께 “수천 년에 걸친 한반도와 중국 대륙 간의 언어접촉론은 앞으로 두 지역 간의 정치와 문화 교류를 강화시키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자리를 함께했던 일본 학자들은 상당히 놀라는 눈치였다. ‘최근 중국과 일본의 갈등, 한국과 중국의 접근이 여기까지 왔나’ 하는 눈치였다. 중국인 학자들은 세미나가 끝나자 이런 말들을 했다. “맞다, 맞아. 상하이 말에 ‘어서어서’라는 말이 있잖아. 그 말이 한국어와 음도 발음도 똑같다며…” “맞다, 맞아. 아라 상해닌의 아라가 한국어로는 ‘우리’라며…”. 누가 그랬던가 “회의는 춤춘다”고. 회의만, 국제회의만 춤추는 것이 아니라, 국제관계도 춤추고, 시간이 흐르면 파트너는 바뀌게 마련인 것일까.
   
박승준
   
   상하이 푸단대학 국제문제연구원 한반도연구소 방문교수 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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