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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4호] 201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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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애플의 신병기 ‘애플 페이’ 모바일 상거래 시장 접수하나

유민호  퍼시픽21 소장 

▲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이 지난 9월 9일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서 열린 아이폰6 발표 현장에서 ‘애플 페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photo AP
“고작 크기가 전부야? 팀 쿡, 삼성 따라가는 데 2년이 걸렸어?” 지난 9월 9일 애플의 CEO(최고경영자) 팀 쿡이 아이폰6를 선보인 뒤 한국 신문 지면에 등장한 기사의 제목이다. 필자는 기사를 대하면서 동화 ‘개구리 배(腹)’가 생각이 났다. 배 크기를 자랑하던 개구리들이 호흡을 깊게 한 뒤 서로 배를 크게 불리다가 배가 터져 죽는다는 얘기이다. 만용을 부리지 말라는 메시지가 개구리 동화의 핵심이다.
   
   한국 신문의 애플 관전평을 보면, 애플이 개구리 배 크기 키우기에 올인했다는 느낌이 든다. 한국의 스마트폰을 의식해 애플이 ‘큰’ 아이폰6플러스 모델을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필자는 다르게 본다. 가로 세로를 늘린 큰 애플의 스마트폰은 여름 축제에 들어서기 직전의 불꽃놀이 정도라 본다. 아이폰6와 6플러스에 장착된 터치ID와 스마트워치에 주목해야 한다. 터치ID란 NFC칩을 이용한 지문인식용 소프트웨어이다. 오는 10월부터 미국 내에서 서비스가 시작될 이른바 애플 페이(Apple Pay)의 근간이다. 단말기에 아이폰이나 스마트워치를 대고 손가락으로 탭하는 것만으로도 결제가 이뤄진다. 터치ID와 스마트워치는 한국 모바일 회사에서 개발된 것들이다. 개구리 배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구문(舊聞)’에 불과하다고 말할 듯하다.
   
   터치ID와 스마트워치의 위상은 5억명에 이르는 아이튠즈 유저를 통해 확산될 수 있다. 아이튠즈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사용자가 게임·음악과 동영상 파일을 돈을 주고 내려받는 소프트웨어다. 애플의 터치ID와 스마트워치는, 아이튠즈에 자신의 신용카드 관련 정보를 넘긴 ‘애플 신자’들의 지갑 역할을 할 전망이다. 애플 아이튠즈는 모바일 기기 한 대당 월평균 1달러 전후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애플은 전 세계에 팔린 자사 모바일 기기가 정확히 몇 대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5억 아이튠즈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해도 1년에 무려 60억달러의 수익을 창출해낸다는 계산이다. 애플의 신병기는 게임·음악·비디오 구입에 한정되던 아이튠즈 고객을 전방위 상품으로 확산시킨다는 의미이다. 이른바 모바일 상거래(Mobile Commerce)이다. 미국 버지니아주 맥클린에 있는 IT 마케팅 전문회사인 포레스터(www.Forrester.com)는 앞으로 3년 내에 미국 모바일 상거래가 8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 세계를 기준으로 할 때 올 한 해 동안의 모바일 상거래 규모만도 3000억달러다. 전 세계 모바일 상거래 이용자의 경우도 올해 3억명 선에 달할 전망이다.
   
   애플이 구상하는 모바일 상거래는 스타벅스 커피매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금도 커피를 시킨 뒤 아이폰을 통해 결제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애플 아이튠즈와 연계되는 결제는 아니다. 100달러나 50달러짜리 스타벅스용 신용카드를 구입해 모바일 기기에 옮긴 뒤 결제하는 것에 불과하다. 아이폰 자체로 결제를 하기 위해서는 아이튠즈 시스템과 연계된 조회단말기가 따로 필요하다. 터치ID와 스마트워치는 애플이 설치한 조회단말기를 아이튠즈와 연계한 상태에서만 활용 가능하다.
   
   애플의 페이 서비스는 구글의 지갑(Wallet) 서비스와 비슷하다. 3년 전인 2011년 9월부터 시작된 모바일 상거래가 구글 지갑 서비스다. 현재 미국 내에서만 사용 가능하며, 구글의 안드로이드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구글 지갑은 참신한 발상과 서비스 정신에 충만한 프로젝트지만, 별로 눈길을 끌지 못한다. 이유는 사람들이 새롭게 자신의 신용카드 정보를 구글 지갑에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체제가 인터넷 보안에 취약하다는 소문도 사용자를 위축시켰다. 구글 지갑을 통한 모바일 상거래를 뒷받침하는 기업들의 참가가 저조한 것도 성공하지 못한 큰 이유이다.
   
   5억명의 신용카드 정보를 갖고 있는 애플 페이 서비스는 구글에 비해 훨씬 유리하다. 애플 페이 시스템에 동참하는 기업들과 신용카드 회사들이 줄지어 있다는 점도 구글과 크게 다르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비자, 마스터카드가 애플의 모바일 상거래에 참가한 것은 물론 도소매업체 월마트, 월그린도 뒤를 따르고 있다. 10월부터 미국 내 디즈니, 서브웨이, MLB, 맥도날드, 나이키, 스타벅스 등 22만개 이상의 매장에서 애플 페이 서비스가 이뤄진다. 도매소업체가 애플 페이에 참가한다는 말은 최고 500달러에 달하는 애플의 조회단말기를 매장 곳곳에 설치한다는 의미이다. 월마트에 들러 자전거를 산 뒤 아이폰6를 조회단말기에 댈 경우, 애플의 아이튠즈에 입력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Debit)의 돈이 빠져나가게 된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월마트는 신용카드 회사에 부담해온 수수료를 줄일 수 있게 된다.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애플 페이를 통할 경우 수수료 부담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지난 9월 13일 영국 신문 파이낸셜타임스는 애플 페이의 결제수수료는 거래액의 0.15%라고 보도했다. 고객이 애플 페이로 1만원어치의 물품을 구매하면 애플이 15원의 결제수수료를 받게 되는 셈이다. 애플 페이에 가입한 카드사들로서는 기존 카드 사용 때보다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 전망이지만, 첨단 보안시스템이 적용된 애플 페이에 가입하는 매장들이 늘어남에 따라 수수료가 줄어드는 것을 감수할 전망이다.
   
▲ 애플의 인터넷 소프트웨어 서비스 분야의 수석 부회장인 에디 큐가 지난 9월 9일 아이폰에 ‘애플 페이’ 화면을 띄워놓고 설명하고 있다. photo AP
애플 페이 서비스는 궁극적으로 스몰 비즈니스 운영자를 타깃으로 한다. 5달러, 10달러라 해도 미국인의 절반 정도는 현금이 아닌 카드로 지불한다. 신용카드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영세자영업체의 경우 적은 돈을 카드로 받을 경우 수수료에 부담을 느끼게 된다. 애플은 그같은 부담을 덜어주는 절약형 결제서비스업체다. 문제는 애플 페이 전용 조회단말기이다. 500달러를 추가 부담하면서까지 조회단말기를 따로 설치해야 할지를 결정해야만 한다. 많은 손님이 몰려올 경우 당연히 설치하겠지만, 하루 10명 미만의 이용객을 위해 애플 조회단말기를 따로 둘 영세자영업체는 극히 드물다. 닭과 달걀 중 어느 게 문제냐의 관계다. 늘어난 조회단말기를 보고 이용객들이 증가할지, 아니면 이용객이 늘어나면서 조회단말기를 설치하는 자영업체가 많아질지에 관한 문제다.
   
   애플의 모바일 상거래 진출은 기존의 모바일 비즈니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기업은 이베이(www.ebay.com)다. 정확히 말해 이베이 내에 소속된 결제시스템인 페이팔(Paypal)이 주목 대상이다. 이베이의 주가는 팀 쿡이 신작 아이폰을 발표하던 9월 9일을 전후해 5% 가까이 뛴다. 이유는 구글 덕분이다. 구글이 이베이 주식의 40%를 사들일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주가가 뛴 것이다. 구글이 이베이 결제시스템을 끌어들여 모바일 상거래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증권가에 돌았다. 두 회사는 그같은 소문에 대한 진위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사실 페이팔은 원래 애플이 주목하던 곳이다. 125억달러 투자가로 알려진 칼 아이칸(Carl Icahn)이 팀 쿡에게 ‘애플=세계 IT 백화점’으로 나가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페이팔 매입을 권했다고 한다. 애플 페이 서비스는 애플이 페이팔이나 이베이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다렸다는 듯이, 구글이 재빨리 페이팔에 손을 내밀었다.
   
   주가를 올리려는 생각인지 알 수 없지만, 이베이는 애플의 모바일 상거래 진출 소식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 올해 2분기 동안 페이팔을 통한 이베이의 총매출은 123억달러다. 이 가운데 모바일 상거래는 약 20%라고 한다. 모바일 상거래만을 볼 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8%가 늘어났다. 이베이의 발빠른 대응전략 덕분에 모바일 상거래가 다른 인터넷 상거래 업체보다 월등하게 높다. 최근 이베이는 애플의 모바일에 맞설 만한 새로운 신무기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베이 전용 모바일 기기이다. 아마존닷컴이 전용 모바일 기기를 개발해 냈듯이, 이베이도 독자적인 모바일 기기 개발에 나서고 있다. 구글의 페이팔 주식 매입 소문은 바로 그 같은 상황에서 터져나왔다. 사실 구글의 최대 장점은 자체 내 모바일 기기인 넥서스 시리즈를 갖고 있다는 부분에 있다. 운영 시스템인 안드로이드도 갖고 있다. 이베이로서는 페이팔을 구글 넥서스에 접목시켜 상권을 확대해 나갈 생각이다. 구글이 페이팔을 구입한다고 할 때 모바일 넥서스가 이베이와 연동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모바일 상거래 확대 뉴스가 상식이기는 하지만, 애플 페이 서비스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애플 스마트워치를 차고 파티나 결혼식에 갈 수 있느냐’는 조롱도 나온다. 팀 쿡의 9월 발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돌이켜보면, 언제부턴가 애플의 주변은 수많은 적(敵)들로 가득하다. 애플의 창의성이나 기술력보다 강한 자에 대한 질투나 반감 같은 것이 퍼져나가고 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그리워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볼 때 팀 쿡의 모든 것이 불만족스럽다. 스티브 잡스처럼 한순간에 일확천금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것도 불만족의 이유 중 하나이다. 한국에 전해지는 애플 관련 ‘악담’은 바로 그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애플 페이 서비스에 대한 우려는 최근 번져나가는 반(反)애플 정서의 이면에 불과하다. ‘큰’ 아이폰이 나온 뒤 아이폰의 독자성과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 주가의 변화도 거의 없다. 수직선을 그리며 올라가지는 않지만, 내려가는 것도 없다.
   
   반애플 정서가 아무리 커도 아이폰에 환호하는 애플 신자들의 존재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증거는 9월 12일 나타났다.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의 예약판매 결과, 24시간 만에 400만대 이상의 주문을 받았다. 2012년 출시된 아이폰5의 예약 주문량 200만대의 2배를 뛰어넘는, 최고 신기록이다. 애플 페이 서비스라는 각도에서 볼 때 모바일 신용카드 가입자가 400만명 늘었다고 볼 수 있다. 400만명 모두가 터치ID를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대세는 그쪽으로 가고 있다. 애플은 눈앞에 나타나는 경쟁자를 전부 먹어치우는 포식자로 악명 높다. 그러나 눈에 핏발이 선 포식자의 잔인한 모습은 앞으로 찾아보기 어려울 듯하다. 눈에 띄는 디바이스를 통한 경쟁이 아니라, 금융 신용 관련 비즈니스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얽힌 자본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면서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 애플의 새로운 사업 영역이다. 5억 아이튠즈 가입자와, 아이폰6와 스마트워치 구입자는 애플이 추구하는 신사업의 전사(戰士)에 해당한다.
   
알리바바와 한국
   
   알리바바보다 결제시스템 ‘알리페이’ 주목해야
   
   9월 19일 마침내 중국의 인터넷 상거래 백화점 알리바바가 미국에 상장했다. 앞으로 한국이 중국 IT 상권에 빨려드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생각한다. 당장 미국 알리바바를 근거지로 한 한국판 알리바바가 들어설 것이다. 미국 상장기업으로서의 알리바바지만, 내용물은 중국산으로 도배될 것이다. 알리바바를 통해 한국산 제품을 중국에 팔려는 사람도 많겠지만,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저가의 중국산 제품들이 중국산 IT라인을 통해 한국 전체에 뿌려질 것이다. 대세는 인터넷 상거래이다. 막는다고 막을 수도 없다. 문을 활짝 열고 정면대응하면서, 면역력과 실력을 키우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알리바바의 미국 상장과 함께 필자가 우려하는 부분은 결제시스템이다. 한국의 공인인증 서비스는 안전하지도 간단하지도 않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것이 해커들에게 뚫린 은행 정보들이다. 놀랍게도 알리바바는 자체 결제시스템을 갖고 있다. 알리페이(Alipay)다. 원래 알리바바 산하 부서였지만, 2011년 분리독립해 별도의 회사가 됐다. 현재 알라바바가 37.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월스트리트는 알리바바 상장에 이어, 언젠가 알리페이가 뉴욕에 진출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2014년 현재 기업가치가 무려 700억달러를 넘나든다. 알리페이는 중국 내 인터넷 상거래의 50%를 차지한다. 중국의 결제시스템 2위 업체는 게임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텐센트(Tencent)의 자회사 텐페이(Tenpay)다. 인터넷 상거래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알라바바를 통해 한국 제품을 팔든, 중국 물건을 사든 관계없이 결제시스템은 알리페이로 갈 것이다. 한·중 무역 현황을 고려해볼 때 알리바바에 이어 텐센트도 밀려올 것이다. 저가의 중국산 제품이 깔리는 것만이 아니라, 금융 신용 시장의 중국 경도가 알리바바 상장과 함께 현실화될 전망이다. 필자의 경우, 이베이에서 산 중국제 물건 하나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 개의 중국발 악성메일에 시달리고 있다. 알리페이에 넘긴 신용카드 정보가 어떻게 요리될지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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